“엄마, 저 다 씻었는데, 엄마 씻으실 거예요?”“응.” 소이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민이는 일찍 자.”“네.”소이연은 욕실로 들어갔고, 육민은 반듯하게 옆에 있는 간이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고개를 돌려 루카스를 보았다.루카스는 또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었다.사실상은 같은 페이지를 30분 동안 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소이연과 육민이 와서 마음이 뜬 것 외에도 머릿속에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이 떠오르는데, 마치 병원에 입원한 것 같았다. 하지만 또 자세히 생각해 보려고 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3년 전, 그는 기억을 잃었다.교통사고로 쓰러졌고, 깨어나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그때 마주한 가족들과 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낯선 느낌만 들고 익숙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 외로움과 무력함은 그를 끝없이 무너지게 했다.마침 그때 같은 병원에서 심장 치료를 받던 임아영을 만났고, 그녀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 그리고 인생에 대한 열정이 그를 물들였다.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매번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속에서 뭔가 잊어버린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그는 마음을 온전히 열 수가 없었다.“루카스.”그때, 육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루카스는 정신이 팔려 있다가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랐다.그는 고개를 돌려 육민을 보았는데, 육민은 이불을 폭 덮고 작은 머리통만 밖에 쏙 내놓고 있었다.“놀랐어요?” 육민의 새까만 눈동자가 그를 보며 물었다.“아니.” 루카스는 급히 부인했다.육민의 작은 얼굴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꽃이 피어 올랐다.“뭐해달라고? 방금 네 엄마 말 못 들었어? 일찍 자라고 했잖아. 넌 아직 성장기여서 네 엄마가 일찍 안 자고 나랑 떠들고 있는 거 보면 또 나한테 뭐라고 할 거야.” 루카스가 엄격하게 말했다.가르치려는 모양이었다. 분명 예전의 아빠와도 똑같았다. 그의 성격은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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