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민이는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예전에 육민이의 아빠는 그를 어린아이로만 여겼을 뿐, 친구처럼 편하게 지냈던 적이 없었다.육민이는 사실 한동안 아빠의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너무 대단한 아빠 앞에서 엄마를 즐겁게 해주는 걸 빼고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서 서러웠다.루카스가 태연하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그럼 이따 방으로 놀러 갈게요.”“그래, 기다릴게.”소이연이 한마디도 끼어들지 못한 채 약속을 한 두 사람은 서로의 방으로 향했다.방으로 들어오자, 육민이는 바로 자리를 뜨려고 하면서 말했다.“엄마, 빨리 루카스한테 가서 놀아요.”마침내 합리적인 핑계를 찾은 소이연이 말했다.“엄마는 네가 낯선 곳에 혼자 가는 게 마음에 걸려.”“루카스는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빠잖아요.”육민이는 단호하게 이어 말했다.“좋아요, 아직은 아빠가 아니지만, 전에도 여러 번 만났는데 낯선 사람이 아닌 건 맞잖아요.”“나쁜 사람들이 갖은 수법으로 어린이를 유괴하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엄마, 루카스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인신매매범은 아니잖아요.”육민은 소이연의 말이 너무 어이없었다.“아무튼 너 혼자 가면 엄마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저 휴대폰 챙겼어요, 위험한 일 있으면 전화할게요.”“위험한 일이 닥쳤는데 무슨 정신에 엄마한테 전화한다고 그러는 거야?”“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옷 안 깊숙한 곳에 엄마가 주문 제작해서 준 위치추적기도 챙겼어요, 언제든지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요.”육민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엄마가 준 헬프키트도 언제든지 누를 수 있도록 바지 주머니에 넣었고, 엄마가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도록 초소형 감시 카메라도 제 옷깃에 걸었어요.”육민의 연이은 말과 몸짓에 소이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볼 뿐이다.앞서 일어났던 사고로 소이연은 육민을 철저하게 보호했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도 주문 제작했지만, 열 살이니만큼 사생활도 있다고 생각해서 육민이에게 강요하지 않았는데 루카스한테 가기 위해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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