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Chapter 781 - Chapter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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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계지원의 물음에 육가희가 답했다.“엄마가 집에 와 밥 먹으라고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으니까, 나랑 도경 씨보고 가보라고 해서 온 거에요.”“응, 그래.”계지원이 말을 덧붙였다.“이연 씨도 민이 데리고 가?”“아니요, 둘은 서울 가서 못 와요.”계지원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육가희와 하도경이 신을 벗고 집으로 들어왔고 예수진은 부랴부랴 신을 신고 떠날 준비를 했다.“나 먼저 갈게.”계지원이 그런 그녀를 말리면서 말했다.“밥 다 먹고 가.”“괜찮아.”그러자 옆에 있던 하도경이 입을 열었다.“밥 먹고 가, 우리도 아직 떠나려면 멀었어.”예수진은 하도경을 한 번 바라보고는 그의 말에 순응했다.계지원은 입술을 오므렸을 뿐 아무런 기색도 내지 않았다.하도경과 예수진이 연인 사이였던 걸 모르는 육가희는 두 사람이 그냥 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한 지붕 아래에 얽히고설킨 관계인 네 사람이 같이 있으니, 예지원은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드디어 육가희가 조용한 방 안의 분위기를 깨고 말을 꺼냈다.“수진 씨는 왜 삼촌 집에 있어요?”계지원이 예수진 대신 답했다.“어제 회식 자리에서 팀원들이랑 술을 마시다 내가 취해서 수진이가 데려다줬어, 근데 내가 실수로 수진이 옷에 토하는 바람에 여기 있는 거야.”“알겠어요.”육가희는 웃으면서 이어 말했다.“저희 외삼촌 보살펴 주셔서 고마워요.”예수진이 답했다.“괜찮아요.”육가희는 겉으로는 우호적인 성격이었지만, 소유욕이 많은 여자였다.육가희가 다시 물었다.“참, 삼촌! 엄마가 우리한테 왜 밥 먹으러 오라고 한지 알아요?”계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몰라, 난 연락도 못 받았어.”“내가 듣기로는...”육가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뭔데?”“엄마가 삼촌한테 말하지 말랬어요, 알면 삼촌이 안 온다고요.”계지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빨리 말해!”육가희는 사실 계지원을 무서워했다. 아무리 삼촌이라도 촬영장에서 봐주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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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데려다줄게.”“괜찮아, 택시 타고 가면 돼.”계지원이 이어 말했다.“너도 이제 인지도가 있는데,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쩌려고 그래.”“가리고 나가면 누구도 못 알아봐.”계지원은 예수진이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말했다.“잠깐만 기다려, 옷 갈아입고 올게.”더 이상 참지 못한 예수진은 직설적인 말을 내뱉었다.“절은 다리로 운전도 못하면서 날 어떻게 데려다준다는 거야?”육가희는 예수진의 날카로운 말에 당황했다.몇 년간 주위 사람들은 계지원의 앞에서 그 말을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런 말을 하는 예수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예수진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단호하게 말했다.“혼자 갈게.”지켜보고 있던 하도경이 말을 꺼냈다.“내가 데려다줄게.”육가희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데려준다고 하자 기분이 언짢아졌다.“가희 씨랑 지원이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줘요, 제가 데려다주고 와서 같이 어머니한테 가요.”하도경은 예수진을 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가자.”차마 하도경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던 예수진은 고분고분 그를 따라나섰다.육가희는 문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연애를 하는 3년 동안, 자기 말만 듣고 고집도 없던 하도경이 오늘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그런 육가희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계지원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두 사람 아무 사이 아니야.”사실 계지원도 예수진이 하도경 앞에서만 온순해지는 것이 질투 났다....차 안에는 어색한 기류만 맴돌았다.예수진은 단둘만 있는 이 상황이 아직은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이래서 다들 헤어진 연인이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 없기에 친구 사이에 함부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신호등에 걸려 차를 멈춘 하도경은 예수진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지원이랑은 다시 만나는 거야?”예지원은 극구 부인했다.“아니.”“어젯밤 지원이랑 같이 있었으면서 나한테는 그냥 말해도 돼.”“아까 설명까지 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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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하도경이 운전하다가 다시 예수진에게 물었다.“너 설마 지원이가 한 쪽 다리 못 쓰는 것 때문에 다시 안 만나는 거야?”“뭐? 한 쪽 다리를 못 쓴다고?”예수진은 하도경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다시 물었다.“몰랐어? 아까 너도 지원이한테 그렇게 말했잖아.”하도경 또한 예수진의 태도에 어리둥절했다.“그냥 단순한 골절상 아니야?”하도경은 멍해서 되묻는 예수진을 한 번 바라보고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수진아,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하도경은 예수진에게 진지하게 물었다.“내가 뭘 알아야 하는데?”“지원이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었는데 너 정말 몰랐어?” “교통사고를 당했었다고?”“너 왜 자꾸 내가 하는 말만 되물어?”“...”예수진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장안시를 떠났던 그해, 임신했었던 그해, 그녀는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었다.“지원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외부에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연예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 너만 모르고 있었다니 이게 말이 돼?”하도경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예수진에게 조금 실망했다.“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어.”그 누구도 알려준 적 없는 사실을 예수진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하도경이 다시 물었다.“그 뜻은 지원이가 다리를 못 쓰는 건 상관없다는 거네?”“나랑 그 사람 아무 감정 없어, 그때 일은 내가 다 설명했잖아! 지원이를 이용해서 너랑 헤어진 건 맞지만, 지원이는 날 좋아한 적 없어.”“지원이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도 안 돼! 그러면 내가 왜 지금 너랑 지원이 다시 만나라고 이러고 있겠어.”“날 좋아한 적 없다니까!”하도경이 예수진을 보면서 말했다.“정신 좀 차릴래?”“내가 정신 못 차렸다고?”“그래, 대체 왜 지원이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하도경은 예수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넌 대체 왜 굳이 나랑 지원이를 엮어주려고 하는 거야?”예수진도 이런 하도경이 이해되지 않았다.“내가 보기에는 지금 두 사람 아직 서로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예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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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난 괜찮아요, 가희 씨 편한 시간에 맞춰서 하면 되죠.”“도경 씨는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육가희의 물음에 하도경은 운전대를 꽉 잡으면서 장난스레 말했다.“그럼, 우리 지금 당장 혼인신고 하러 가요!”하도경의 말에 육가희는 웃으면서 말했다.“도경 씨가 매번 날 존중해주고 위하는 건 아는데, 가끔은 우리 관계에서 너무 적극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난 당신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거예요, 내가 만약 지금 가희 씨랑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고 싶다면 동의할 거예요?”하도경의 적극적인 말에 육가희의 얼굴이 붉어졌다.“도경 씨, 삼촌도 있는데 그런 말 하면 어떡해요.”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계지원이 입을 뗐다.“난 신경 쓰지 마! 아이를 만들고 싶다면 내가 지금 당장 차에서 내려 줄 테니까.”육가희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놀리지 마요!”차 안의 분위기는 잠잠해졌고 하도경과 육가희는 운전하는 내내 서로를 마주 보았다.드디어 세 사람은 육씨 가문에 도착했다.계지원이 집에 도착하자 육은숙은 예쁘고 얌전하고 예의 바르게 생긴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하지만 맞선녀의 모습을 본 순간 하도경은 계지원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한눈에 알아챘다.계지원은 예수진같은 열정적이고 예쁜데 다가 섹시하고 대범하기까지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계지원은 육은숙이 소개해 준 여자가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매너 있게 그녀와 함께 마당에서 산책했다.육은숙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두 사람이 잘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내가 한시름 놓을 텐데.”그런 육은숙의 마음도 몰라 주고 육가희가 옆에서 말했다.“난 왜 삼촌이 저 여자분한테 관심 없어 보이는데요?”육은숙이 그런 육가희를 꾸짖었다.“재수 없는 소리 그만해.”육가희는 갑자기 아까 계지원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말했다.“엄마, 나 아까 수진 씨 봤어요.”육은숙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지만, 굳이 피하려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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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육가희는 엄마가 삼촌에게 왜 예수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는지 의아했다.그러면서 계지원과 예수진이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육가희의 뇌리를 스쳤다.‘에이, 설마!’계지원은 냉철한 태도로 말했다.“내 사생활이에요, 더 이상 물어보지 마세요.”육은숙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지원아, 난 네 누나야. 다들 돌아가시고 우리 몇 명만 남았는데 우리가 연락 안 하고 지내면 육씨 가문은 이제 끝이야.”“누나가 내 사생활에 대해 아무런 간섭도 안 하고 지켜만 봐준다면 우리 사이는 영원히 좋을 거예요.”“넌 지금 내가 널 간섭했다는 거야?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널 잘 돌보라고 나한테 부탁만 안 했어도 난 절대 이러지 않을 거야. 내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하고 나서야 너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재산도 너에게 나눠주려는지 알아?”계지원이 단호하게 말했다.“재산 따위는 필요 없어요, 내 존재를 받아들이기 힘들면 다시는 이 집에 발도 들여놓지 않을 테니까요.”“계지원! 계집애 때문에 가족과 인연을 끊겠다는 거야?”육은숙은 계지원이 냉담하게 자신을 대하는 탓을 모두 예지원에게 돌렸다.“수진이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누나 맘 편해지라고 하는 거예요.”“네 맘은 네가 더 잘 알겠지. 너랑 더 이상 말다툼 하기 싫어.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이 세상 모든 여자를 데리고 와도 널 위해 호화로운 결혼식을 준비해 줄 테지만, 예수진만은 절대 용납 못해!”“다시 말하는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그 누구도 내 사생활에 간섭할 자격은 없어요.”계지원의 태도는 너무나 단호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육가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계지원의 단호하고 냉정한 태도에 놀랐다. 육가희의 눈에는 육은숙과 계지원이 의붓남매로 보이지 않고, 친남매 같았다. 그만큼 육은숙이 계지원에게 잘 대해 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삼촌은 이렇게 관심해 주는 엄마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설마 진짜로 수진 씨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엄마랑 연락을 끊겠다는 건 아니겠지?’보다 못한 육가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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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제가 따라가 볼게요.”하도경은 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계지원을 쫓아갔다.육가희도 한마디 하려다 입을 닫고 침묵했다.육가희는 하도경이 자기보다 항상 먼저 주위 사람들을 챙긴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도경은 운전을 해 계지원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돌아가는 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하도경이 차 안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아까 수진이 말로는 너랑 다시 만나는 게 아니라고 했어.”“응.”“아직 다시 만나는 것도 아닌데 오늘 아주머니랑은 왜 그렇게 다툰 거야?”하도원은 오늘의 계지원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종래로 드러내지 않던 계지원이 오늘처럼 흥분했던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계지원이 하도경에게 물었다.“누나가 수진이를 평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해?”“아니.”“나도 많이 참았어.”“하지만 아주머니 입장에서는...”하도경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그래, 나도 사실 오늘 아주 속시원했어, 나도 많이 참았거든. 솔직히 말해서 아주머니랑 수진이 다 같은 피해자잖아! 왜 자꾸 자신의 고통을 수진이 탓으로 돌리려는지 모르겠어. 가희 씨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나도 진작에 연락 끊었을 거야.”“응.”계지원은 담담하게 답했다.창밖을 바라보는 계지원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하도경이 다시 물었다.“너 아직 수진이 좋아하지?”계지원의 목젖이 미세하게 떨렸고 하도경은 차를 계속 몰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수진이는 자기가 날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랑 있는 시간이 부담스러워서 지원이 너랑 다시 만나는 연기를 했다고 하던데.”계지원은 하도경의 말에도 계속 침묵했다.그의 침묵은 사실 묵인이었다.“그럼, 왜 수진이를 계속 밀어내는 거야? 수진이랑 내가 만나고 나서야 네 마음을알았다고 하지는 마! 너 처음부터 수진이를 좋아한 거잖아? 사실 전에 너랑 수진이랑 육씨 가문 집 앞에서 키스하는 걸 봤어.”창밖만 응시하던 계지원이 고개를 돌려 하도경을 봤다.하도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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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계지원은 줄곧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도경도 계지원이 자발적으로 털어놓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말하기 꺼린 집안 사정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한참이 지나서야, 하도경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그동안 어찌 됐든, 이제 수진이가 돌아왔으니 알아야 할 건 알고 넘어가. 인생 생각보다 많이 짧아, 한번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야.”계지원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하도경, 내가 지금 수진이를 무슨 자격으로 잡겠어?”“네가 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나 다리 한쪽 병신 됐어.”계지원의 감정이 요동치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수진이가 사라진 지 3년이 지났어도 네가 수진이를 찾아 나서지 않은 게 아픈 다리 때문이라고는 하지 마.”계지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넌 수진이가 이렇게 얄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흥분한 하도경이 말을 덧붙였다.“오히려 오늘 수진이를 데려다 줄 때, 수진이가 너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된 것도 모르고 단순한 골절상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계지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하도경은 서둘러 말을 이어나갔다.“물론 조금 의외였지만, 네가 한쪽 다리 못 쓰는 거에 대해 큰 거부감은 보이지 않았어. 난 수진이가 얄팍한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내가 그 사람한테 맞는 사람인지, 내가 그 사람 옆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자꾸 나 자신을 의심하게 돼.”계지원이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하도경은 계지원이 예수진을 사랑하고 있고 지금 열등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확신했다.하도경은 당당하지 못한 계지원이 너무 답답했다.“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수진이가 너의 맘을 받아줄지 안 줄지 어떻게 알아?”하도경은 계지원이 예수진이 좋으면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그녀에게 대시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예수진이 좋아하는 사람이 계지원이라는 걸 알았을 때 자신조차도 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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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계지원은 예수진의 생활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다....서울.천제진은 병실에 누워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의 담당 전문의는 식물인간으로 살아갈 확률도 있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소이연은 육민이를 데리고 천제진을 보러 병원에 갔다.병원에 도착한 후, 병원 무균복으로 갈아입은 소이연은 혼자 중환자실로 들어갔다.소이연은 병실에 누워있는 천제진이 너무 편하게 누워있어 그의 몸에 파이프만 꽂혀 있지 않으면 그냥 곤히 잠자는 것 같았다.소이연은 울먹이면서 말했다.“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곁에서 자주 말을 걸어주면 깨어날 수도 있다고 해서 뵈러 왔어요.”소이연은 살아오면서 자기가 감정 조절에 능한 사람이라 여겼고, 차분했던 자신이 입을 열자마자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펑펑 쏟을 줄 생각도 못 했다.소이연은 그녀가 사랑했던 엄마를 떠나보내고, 이젠 외할아버지를 떠나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두려워졌다.한동안 침묵하던 소이연이 다시 말을 꺼냈다.“제가 외손녀라고 찾아와서 얘기한 날, 당시 엄마가 왜 집을 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미웠어요.”“엄마가 떠난 이유를 알아내고 복수하고 싶었던 마음에 할아버지가 미웠으면서도 만남을 거절하지 않은 거예요.”소이연은 수년간 억눈렀던 마음을 털어놓았다.“마음 같아서는 모든 걸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날 보면서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를 보고 진실을 마주하기가 너무 두려웠어요. 그리고 할아버지를 진심으로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소이연은 말하면서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복수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할아버지한테 의지하다니 너무 웃기지 않나요?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점점 할아버지의 존재와 저한테서 천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이후로는 엄마가 떠난 이유도 조사하지 않았어요.”소이연은 의식이 없이 누워있는 천제진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깨어나기를 바랐다.소이연의 바람과는 달리 천제진은 아무런 반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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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천우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변호사님 쪽은 안 통하는 것 같아요.”소이연이 답했다.“그럴지도 몰라요. 계좌에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으니, 사람을 시켜서 미행하는 건 어때요? 변호사가 그 사람이랑 앞으로 연락 안 한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전 변호사가 이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 행동이라면 이익 이외에 감정적인 관계가 얽혀 있을 거라 봐요.”천우진은 주저하지 않고 단번에 승낙했다.“알겠어요, 일단은 몰래 사람을 시켜서 미행하고 단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뒷조사도 같이 해볼게요.”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사실 간단한 방법이 생각났어요.”“절대 간단한 방법이 아닐 것 같은데요.”냉정하고도 치밀한 소이연이 심사숙고해서 생각해 낸 방법이란 걸 아는 천우진이 웃으면서 말했다.소이연은 천우진에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우리 경찰에 신고하는 건 어때요?”천우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직은 너무 경솔한 행동이 아닐까요?”“지금처럼 아무런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를 패닉에 빠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그래도 그건 위험해요, 더 경계할 수 있잖아요.”“그래서 연기가 필요한 거죠.”천우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소이연을 바라보았다.사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호텔에 도착한 소이연은 육민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소이연은 빠른 속도로 달려가서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들어서려던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루카스를 보았다.소이연은 루카스와의 사이는 정말 악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루카스 또한 이제는 이 호텔에 묵지 않을 것 같았던 소이연의 등장에 놀랐다.소이연도 입원한 루카스가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임씨 가문에서 지내지 않고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이유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자리를 빨리 뜨고 싶은 소이연과는 달리 육민이는 기분이 좋은 듯 루카스에게 다가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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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육민이는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예전에 육민이의 아빠는 그를 어린아이로만 여겼을 뿐, 친구처럼 편하게 지냈던 적이 없었다.육민이는 사실 한동안 아빠의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너무 대단한 아빠 앞에서 엄마를 즐겁게 해주는 걸 빼고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서 서러웠다.루카스가 태연하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그럼 이따 방으로 놀러 갈게요.”“그래, 기다릴게.”소이연이 한마디도 끼어들지 못한 채 약속을 한 두 사람은 서로의 방으로 향했다.방으로 들어오자, 육민이는 바로 자리를 뜨려고 하면서 말했다.“엄마, 빨리 루카스한테 가서 놀아요.”마침내 합리적인 핑계를 찾은 소이연이 말했다.“엄마는 네가 낯선 곳에 혼자 가는 게 마음에 걸려.”“루카스는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빠잖아요.”육민이는 단호하게 이어 말했다.“좋아요, 아직은 아빠가 아니지만, 전에도 여러 번 만났는데 낯선 사람이 아닌 건 맞잖아요.”“나쁜 사람들이 갖은 수법으로 어린이를 유괴하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엄마, 루카스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인신매매범은 아니잖아요.”육민은 소이연의 말이 너무 어이없었다.“아무튼 너 혼자 가면 엄마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저 휴대폰 챙겼어요, 위험한 일 있으면 전화할게요.”“위험한 일이 닥쳤는데 무슨 정신에 엄마한테 전화한다고 그러는 거야?”“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옷 안 깊숙한 곳에 엄마가 주문 제작해서 준 위치추적기도 챙겼어요, 언제든지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요.”육민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엄마가 준 헬프키트도 언제든지 누를 수 있도록 바지 주머니에 넣었고, 엄마가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도록 초소형 감시 카메라도 제 옷깃에 걸었어요.”육민의 연이은 말과 몸짓에 소이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볼 뿐이다.앞서 일어났던 사고로 소이연은 육민을 철저하게 보호했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도 주문 제작했지만, 열 살이니만큼 사생활도 있다고 생각해서 육민이에게 강요하지 않았는데 루카스한테 가기 위해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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