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Chapter 801 - Chapter 810

1514 Chapters

제801화

육현경은 임아영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그때 성공률이 70퍼센트도 안 되는 리스크가 큰 심장 교체 수술을 하는 아영 씨를 만났어.”소이연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절로 움켜쥐었다.피하고는 싶었지만 두 사람의 과거를 알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간병인이 날 데리고 산책을 시켰던 날, 공원에서 허약하고 창백한 아영이를 만났어. 그때 얼굴 전체가 거즈로 감겨 미라처럼 보이는 게 웃겼는지 그녀가 먼저 다가와서 무슨 병에 걸렸냐고 한국어로 물었어. 부모님조차도 나한테 외국어로 얘기하는데, 그녀의 말이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졌어. 그래서인지 누구랑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나인데 그날 아영 씨랑 엄청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녀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사귀자는 제안에도 동의했어.”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육현경은 소이연을 힐끗 보았다.소이연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와인을 마시고 있을 뿐 큰 감정 기복이 없는 것 같았다.육현경은 소이연이 이성적인 사람이라 다 지나간 일을 따지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사실 그 당시 아영 씨가 여자로 보여서 만난 건 아니었어, 그냥 비슷한 환경 속에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더 컸어.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의사도 이제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고 우리 둘도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어. 내 모습이 추해서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아영 씨는 그런 날 받아주고 날 위해 병원에 반년 동안 더 입원해 있었어. 그래, 인정해! 그 일로 아영 씨한테 감동받았고 감정도 더 뜨거워졌어. 비록 우리가 조금 극적으로 사귀게 되었지만, 그녀에게 거부감도 들지 않고 가끔은 지켜주고 싶었으니까. 근데 널 만나고 나서 깨달았어,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쳐버린다는 걸.”술을 마시고 있는 소이연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내가 너한테 끌린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널 더욱 차갑게 대한 거야. 아영 씨를 만나는 3년 동안 주동적으로 다가오는 여자들이 없었던 건 아니야. 그들은 심지어 발가벗고
Read more

제802화

그녀가 아무리 숨기려고 애쓴다고 하더라도, 육현경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소이연, 너도 날 좋아하고 있었지! 내가 널 좋아하게 될까 봐 못되게 대한 거지?”“난 너처럼 그렇게 유치하지 않아.”육현경의 감정이 조금 요동쳤다.“그럼 넌 나랑 만나지 않겠다는 거야?”소이연은 답하는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너와 아영 씨 사이는 어떻게 할 거야?”육현경은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아영 씨한테 확실하게 말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이제야 육현경은 임아영과의 관계는 연민의 감정만 있을 뿐, 남녀 사이의 사랑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그렇지 않으면 오랫동안 임아영에게 충동적이거나 선을 넘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수 없었다.하지만 소이연한테는 완전히 달랐다.자꾸만 선을 넘고 싶었다.육현경의 낯빛이 확연히 달라졌다.소이연은 지금 육현경의 모습이 어쩐지 괴상하게 느껴져 눈살을 찌푸렸다.육현경이 엄숙하게 말했다.“내 얘기는 다 했으니까, 이젠 네 얘기도 해야 하지 않겠어?”소이연은 무심하게 물었다.“뭐라고?”소이연은 아직 배후에 누가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육현경이 민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말한다고 해도 육현경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냥 그녀가 옛 감정으로 억지를 부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소이연은 육현경과 임아영의 관계가 말끔히 정리된 후 천천히 그에게 털어놓을 계획이었다.육현경이 다시 말했다.“너랑 그 뭐야, 심문헌! 사귀는 사이잖아.”“넌 내가 너처럼 바람을 핀다고 생각해?”“내가 어떻게 바람을 피운 거야? 아영 씨랑 헤어지겠다고 너한테 이미 말했잖아, 난 그냥 내 마음을 늦게 깨달은 것뿐이야!”육현경은 격분을 하면서 말했다.“나랑 심문헌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육현경의 움찔하면서 말했다.“근데 걔가 널 좋아한다고?”육현경은 여전히 그 앞에서 무엇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똑똑했다.“응.”육현경이 단호하게 요구했다.“앞으로는 만나지 마!”소이연은
Read more

제803화

소이연은 뻔뻔한 본성만큼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육현경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소이연의 헛웃음에 육현경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웃어?”“네가 어리다는 게 웃겨서.”“너무 기쁘지?”육현경은 득의양양하게 웃었지만, 소이연은 웃을 수 없었다.육현경은 다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말 돌리지 말고, 앞으로 심문헌 만나지마! 나 기분 엄청 나빠.”“아직 사업적으로 얽힌 게 있어서 그럴 순 없어.”소이연은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심문헌도 선을 넘는 사람은 아니었다.육현경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지만, 소이연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그 사람을 만날 거였으면 뭣 하러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겠어.”육현경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앞으로 일 때문에 만나야 할 상황에 생기면 나도 같이 갈게.”소이연은 육현경이 속이 좁다고 생각했다.“업무상 비밀이 많아서 제3자가 옆에 있으면 불편해.”“둘이 얘기할 때, 난 밖에서 기다리면 돼.”“유치하게 굴지 말아줄래?”“난 그냥 내걸 지키려는 것뿐이야.”“뭐가 당신 건데?”“너!”육현경의 답은 소이연이 반박할 단어를 찾지 못할 정도로 확고하고 단호했다.한동안 어색한 기류가 흐르자, 육민이가 옆에서 낮게 웃었다.웃음소리에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자, 육민이는 황급히 웃음을 멈추면서 말했다.“난 그냥 엄마랑 아빠가 사이좋게 지내는 게 너무 좋아요.”“난 네 아빠가 아니야...”육현경이 습관적으로 반박하던 말을 갑자기 멈추더니 회상하듯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내 나이에 민이만큼 큰아들이 있을 수 없지만, 네가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육현경은 정말 뻔뻔했다.저녁을 다 먹고 나서, 육현경은 소이연과 육민이를 방까지 데려다주었다.육민이가 갑작스레 제안했다.“아빠, 오늘 밤에 같이 잘래요?”“너무 빠른 거 아니야?”말은 이렇게 해도 육현경은 기대하는 눈치였다.소이연은 육현경을 노려보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민아, 먼저 방으로 들어가.”
Read more

제804화

육현경은 참지 못하고 소이연의 입술에 키스했다.그 순간, 소이연이 고개를 기울이면서 말했다.“너 아직 여자 친구 있잖아.”소이연의 한마디에 육현경은 눈을 감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육현경은 소이연이 자기를 너무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아직 연애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그녀의 손아귀에 사로집힌 것 같았다.육현경은 키스를 멈추고 귀에 키스하고 나서 그녀를 놓아주었다.가벼운 접촉에도 온 몸이 전기가 통한 듯 찌릿찌릿한 이 느낌이 너무 고통스러웠다.육현경은 소이연에게서 몇 발짝 멀어졌다.소이연의 얼굴도 엄청나게 빨개졌다.육현경은 숨을 죽이고 말했다.“내일 아영 씨한테 찾아가서 말할게.”“응.”“잘자.”“잘자.”“소이연.”육현경이 또 그녀를 불렀다.“응?”“좋아해.”말 한마디에 소이연은 목까지 빨개졌다.육현경의 눈빛 속에서 느껴지는 숨김없는 사랑이 소이연의 가슴을 터질듯하게 뛰게 했지만, 그녀는 애써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응.”“응?”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데, 너무 담담한 그녀의 태도에 육현경은 불만이 가득했다.“헤어지고 나서 다시 얘기해.”“약속 지켜.”어린애처럼 약속을 지키라는 육현경이 유치해서 눈살을 찌푸렸지만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 약속할게.”말을 하고 나서 소이연은 방으로 들어갔다.방문이 닫힌 지 한참이 지나도 육현경은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첫사랑이라기에는 너무 늦은 스물여섯 살에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건 마치 그가 오랫동안 기다린 행복 같았다.육현경은 소이연을 떠올리기만 해도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방안에 들어 온 소이연은 인터폰을 통해 육현경을 바라보다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처음으로 자기가 운이 좋다고 느꼈다....장안시.예수진이 이번에 맡은 역할은 지난번보다 훨씬 무거웠다.연예계는 엄청 현실적인 곳이었다.새로운 대본을 들고 보던 예수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번에 나온 대본 너무 성의가 없
Read more

제805화

유청하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똑같은데요.”대본을 다시 한번 확인한 예수진이 말했다.“너무 다른데요, 이번 대본은 너무 간단해요.”유청하는 환하게 웃으면 말했다.“얼마나 복잡한 걸 원해요? 지난번에도 대사 몇 줄 없었잖아요. 이번 대본은 길지 도 않은데 대체 뭘 원하는 거죠?”본의 아니게 비아냥거리는 말투였지만, 유청하는 악의가 없었고 그냥 농담이었다. 얼굴을 찡그리던 예수진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참지 못하고 유청하에게 물었다.“청하 씨, 지난번 대본 보여 줄래요?”“잠시만요, 가방에 넣은 것 같아요.”유청하는 서둘러 가방 안에서 대본을 꺼냈다.“봐봐요, 저번 대본에는 대사가 두 장으로 꽉 찼었는데, 이번에는 반이나 줄었어요!다음부터는 없을 수도 있어요.”예수진은 하늘을 쳐다보며 길게 탄식했다.유청하의 대본을 들고 두 번이나 읽고 난 예수진은 자기 대본이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다는 걸 알았다.계지원이 그녀에게만 다른 대본을 준 게 틀림없었다.1초의 설렘도 잠시,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느꼈다.계지원은 자기 안목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를 지켰다. 그의 능력이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경기에서 그녀가 무조건 빛을 발해야 했다.예수진은 계지원에게 너무 기대했다가는 모욕감만 들 게 뻔하다는 걸 알았다.평소 줄곧 배우와 함께 리허설을 하던 계지원이 오늘은 나타나지 않고 실장님이 차를 타주면서 대본에 대해 말해줬다.예수진이 리허설을 마치고 떠나려 할 때 하지수에게서 연락이 왔다.“저녁에 바빠?”“무슨 일이야?”예수진은 하지수의 기분이 나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오늘 너랑 술 마시고 싶어.”“3년 만에 보니 지수 너도 많이 변했네. 술을 그렇게 싫어하던 네가 이제는 나랑 술을 마시겠다고 하고.”“너도 변한 건 마찬가지야, 술을 그렇게 좋아하던 네가 이제는 술을 마다하잖아.”예수진은 마지못해 말했다.“내가 어떻게 변호사를 이기겠어, 내일 리허설 때문에 술은 안되고 밥은
Read more

제806화

예수진은 차 문 앞에 기대고 서 있는 하지수를 발견하고는 화난 척했다.“언제 왔어?”“아까 그 아저씨랑 다정하게 사진 찍을 때 도착했어.”“다들 내 팬이래.”예수진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인기에 약간 득의양양했다.하지수는 기뻐하는 그녀를 보며 함께 차에 올라탔다.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레스토랑 앞에서 하도경을 만났다.하도경도 그녀들을 발견하고 놀라면서 물었다.“밥 먹으러 왔어?”“응.”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문수가 출소한 지 꽤 됐는데 못 만나서 오늘 지원이까지 셋이 모이기로 했거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먹을래?”예수진은 전에 했던 양심 찔린 일 때문에 쉽사리 하도경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옆에 있는 하지수가 거절하기를 기다렸다.“좋아.”하지수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예수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전에 하지수는 이런 식사자리를 싫어했고, 특히 송문수가 있는 자리는 더욱 피했다.‘3년 동안 하지수와 송문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동안 송문수가 감옥에 있어서 만나지도 못했을 텐데.’예수진은 평소와 다른 하지수의 행동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가자.”신이 난 하도경은 그녀들을 데리고 예약한 룸으로 향했다.이미 도착해 있던 계지원과 송문수는 룸 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송문수가 고개를 돌려 하도경을 놀리기 시작했다.“하도경! 네가 술 마시자고 해놓고 제일 늦게 등장하다니...”송문수는 뒤따라 들어오는 예수진과 하지수를 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옆에 있던 계지원은 예수진을 보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레스토랑 앞에서 두 사람을 만났어, 여기서 밥 먹는다길래 같이 먹자고 했지.”하도경이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하자, 송문수는 가만히 있고 계지원이 한마디 했다.“난 괜찮아.”“다들 앉아! 지수는 문수 옆에 앉고 수진이는 내 옆에 앉으면 돼.”하도경은 아직도 서있는 예수진과 하지수에게 자리를 지정해 줬다.“그래.”하지수가 순순히 송문수의
Read more

제807화

눈을 마주치자마자 예수진은 얼른 시선을 피했고, 계지원도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예수진은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이런 농담하지 마, 너 이제 유부남이잖아!”“유부남이니까 이런 농담을 하는 거지.”하도경의 웃음에는 짠함이 섞여 있었다.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송문수가 잔을 들면서 말했다.“술 마시자! 술 마시자고 계속 노래를 부르더니, 다들 뭐 하는 거야!”술을 좋아하는 예수진이 옆에 놓인 물잔을 집어 들자, 하도경은 믿을 수 없었다.“헤이헤이헤이, 물 마시려고?”“내일 리허설 있어서 오늘은 술 마시면 안 돼. 걱정하지 마! 너희가 마시는 만큼 물로 대신할 테니까.”하도경은 결사반대했다.“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 조금이라도 마셔야지.”“내가 취하지 않으면 안 보낼 게 뻔한데 어떻게 널 믿어?”하도경은 술을 마셔야 한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다.“예수진, 나도 예전의 하도경이 아니야! 몇 잔만 마시면 취한다고.”예수진은 당연히 하도경의 새빨간 거짓말을 믿지 않았다.술을 엄청 좋아하는 하도경이 술을 못 마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녀는 아까 레스토랑 앞에서 하도경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 후회됐다.‘저번에도 술에 취해 계지원의 휴게실에서 하루 동안 자느라고 리허설을 못 했는데, 오늘 또 취해서 리허설에 지장을 주면 안 되지.’예수진이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던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내가 수진이 대신 다 마실게.”그 말에 모두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하지수의 주량을 남편인 송문수조차도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예수진이 아는 하지수는 술을 잘 마시는 타입은 아니었다. 잠만 자면 숙취가 풀리는 자기와는 달리 그녀의 숙취는 엄청 심했다.다들 놀란 가운데 하도경이 말을 꺼냈다.“지수가 이렇게 세게 나오다니! 주량이 엄청난가 보네.”송문수는 술잔을 더욱 세게 쥐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다 못한 예수진이 퉁명스레 말했다.“하도경, 누가 너보다 잘 마시겠어! 지수야, 내가 그냥 마실
Read more

제808화

문득 리허설을 망쳐 장혜성에게 혼났던 기억이 떠오른 예수진은 핑계를 대고 화장실을 갔다.예수진은 과음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정신을 차리려고 세수했다.그녀가 한참 만에 화장실 문을 열고나오자, 문 앞에 계지원이 서있었다.예수진은 계지원을 한 번, 그의 지팡이를 한 번 쳐다보다 그가 단순 골절이 아닌 한 쪽 다리를 평생 못 쓴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예수진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계지원이 말을 꺼냈다.“내일 리허설 취소됐어.”“뭐?”“단체 카톡 안 봤어?”“술을 계속 마시느라 보지 못했어. 언제 취소됐어? 왜 취소됐어?”놀란 예수진은 휴대폰을 꺼내면서 계속 물었다.단톡방에는 내일 리허설을 취소하고 앞으로 힘들게 진행될 일정에 다들 컨디션 조절하라는 공지가 와있었다.계지원이 단톡방을 개설한 건 아니어도, 이런 공지를 낼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예수진을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왜 취소했어? 진도가 빠듯하잖아.”“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내일 일어나기 힘드니까.”“...”평소 일을 위해서라면 며칠 동안 술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는 일 중독자인 계지원이 개인적인 일로 일정을 미룬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예수진의 시선에 계지원이 말을 이어나갔다.“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 밤을 새워서 술 마시는 건 힘들어.”예수진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룸으로 향했다.“그래도 많이 마시지는 마, 술 마시면 살쪄서 화면에 예쁘게 안 나와.”말을 마친 계지원은 화장실로 들어갔다.예수진은 너무 마른 체형은 아니어도, 애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군살 하나 없었다.‘지금 나보고 뚱뚱하다는 거야?’예수진이 돌아오자, 하도경과 계속 술을 마신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술에 취해도 이성적인 하지수는 예수진의 기분이 나빠졌다는 걸 눈치챘다.“왜 그래?”예수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술에 취한 하도경은 예수진에게 자연스럽게 말했다.“화나서 엄청 뚱한 표정이잖아, 누가 우리 수진 아가씨를 화나
Read more

제809화

하도경은 예수진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감정이 격해졌다.“네가 뚱뚱하다고? 약한 널 보면 마음이 아파서 내 살을 떼어주고 싶을 정도야.”둘의 대화에 계지원은 느릿느릿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하도경의 말에 예수진은 질색했다.“제발, 사양할게!”“예수진! 연예계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네가 뼈만 남을 정도로 마른다면 난 정말 받아들일 수 없어.”예수진은 어이없었다.“누가 너더러 받아들이래? 관객들만 좋아하면 되지.”“난, 난 관객이 아니야?”“넌 그냥 미미한 존재일 뿐이야.”“내가 너의 든든한 빽이 되어줄게.”“사양할게. 날 귀찮게 하지 말고 육가희한테나 든든한 빽이 되어줘.”술을 마신 예수진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하도경의 얼굴색도 조금 변했다.급변한 분위기에 송문수가 어색함을 풀려고 술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해, 빨리 술 마셔야지.”하도경도 얼른 잔을 들었다.더 이상 육가희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그러나 하도경은 아까 예수진의 뚱뚱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술을 몇 잔 마시고 나서 또 말을 꺼냈다.“예수진, 다이어트 하지 마!”“다이어트 안 해.”“아까 뚱뚱하다며?”“뚱뚱하다고 했지, 다이어트 한다고는 안 했어.”“정말?”“진심이야.”계속 따져 묻던 하도경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다른 건 몰라도 넌 살이 더 빠지면 만지는 느낌이 안 좋아.”어이없어하는 예수진을 무시하고, 하도경은 계속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농담이 아니라, 지금 너의 몸매가 딱 좋아.”‘뭐가 딱 좋아? 오해할 수 있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줄래?’계속 오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 하도경때문에 그녀는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예수진과 하도경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송문수는 예수진과 육가희의 사이가 안 좋아서 아까 분위기가 어색해진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대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의혹을 제기했다.“네가 어떻게 알아?”송문수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하도경이 말을 더듬었다.“난...그냥
Read more

제810화

“이제 시작인데 끝날 수 없지! 장소를 안 옮길 거면 여기서 더 시켜서 먹든가, 어차피 오늘 밤 취하지 않으면 다들 못 가!”“하도경...”“내 말에 다들 태클 걸지 마! 가자, 808킹클럽으로!””단호한 하도경은 의견도 묻지도 않고, 네 사람을 끌고 클럽으로 향했다.하도경의 강요에 모두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예수진이 중도에 집을 갈 거라 여긴 하도경은 그녀와 계지원을 끌고 한 차에 탔고, 송문수와 하지수는 다른 차에 탔다.몇 번이나 가겠다고 하는 예수진을 하도경이 끝까지 잡자, 그녀는 오늘 밤 무조건 술로 하도경을 꺾어버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다른 차 안에서는 송문수와 하지수가 뒷자석에 어색하게 떨어져 앉았다.불도 안 붙인 담배를 입에 문 송문수가 창밖을 내다보다 불쑥 말했다.“먼저 데려다줄게.”송씨 가문을 나왔어도 둘 사이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송문수는 그녀가 아무리 먼저 호의를 표해도 다가갈 기회조차 안 줬다.송문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하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무뚝뚝한 그의 뒤통수를 보았다.“너도 집 가려고?”“아니, 내가 가면 도경이가 날 죽일 거야.”송문수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고, 하지수가 말했다.“내일 출근 안 해도 되니까, 오늘 늦게 들어가도 괜찮아.”“...”송문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알아서 해.”두 대의 승용차가 모두 클럽에 도착하고 다섯 사람은 함께 들어갔다.클럽에 들어서자,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다들 술을 더 심하게 마셔댔다.특히 아까는 리허설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고 술을 마시지 않겠다던 예수진이 미친 듯이 술을 마셨다.하도경도 분위기에 취해 연거푸 예수진과 세잔이나 원샷을 하고도 부족한 듯 계속 술잔을 들며 건배를 했다.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예수진은 계속되는 술에 아직 만취는 아니었지만,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취한 건 사실이었다.하도경 한 명도 상대하기 버거운데 송문수도 술에 취해 흥분하기 시작했다.
Read more
PREV
1
...
7980818283
...
15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