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이곳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미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유씨 가문의 장남으로서, 제 발로 무덤을 파지만 않는다면 곧 유씨 가문의 가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거기에 유우연이 곁에서 보좌해준다면, 머지않아 한지훈은 이 도시의 거물이 될 수도 있었다.그때가 되면, 그를 제거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질 터였다.“지금 우리 유씨 가문은 인력도 부족한데, 준이를 내쫓는 건 너무 불리해요.”허청은 원래 성역 태생이라, 한지훈과 유천령 사이의 암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형수님, 저도 진심으론 그 애를 쫓아내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이번엔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서씨 가문이 진짜로 책임을 물으면, 우리 유씨 가문은 전부 휘말릴 겁니다.”“그땐 유준 한 명이 거리에 나앉는 게 아니라, 우리 유씨 가문 전체가 구걸하며 살아야 할지 몰라요.”유천령은 한껏 안타까운 척하며,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그 말에 허청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지금 서씨 가문은 천남시에서도 가장 강성한 가문이에요. 이번 일은 반드시 설명을 해야 합니다. 유준이 저지른 잘못을 누가 대신 덮어줄 수는 없잖아요?”“게다가, 증인도 있고, 물증도 있는데, 유준은 이미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입니다.”유천령은 허청이 여전히 망설이자, 말을 거듭하며 몰아붙였다.하지만 그가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에는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살기가 엿보였다.그의 생각에는, 한지훈은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벌써 판에서 쫓겨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씨 가문의 후계자 자격만 빼앗기면, 한지훈은 곧 죽게 된다.성역에 들어온 자들은 모두 영체 상태로 이곳에 강림하며, 기존 이곳에서 태어난 이들의 육체를 빌려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성역에서 죽는다면, 현실의 육신도 함께 죽는다.설령 인왕 구층의 고수라 해도 예외는 없었고, 오직 죽음뿐이다.성역은 겉보기에는 외부 세계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실상은 암류가 뒤엉킨 전쟁터나 다름없다.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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