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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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방금 전까지 안하무인이던 장 비서의 눈동자가 공포로 급격히 흔들렸다.‘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계집애인 줄 알았는데...’방금 전, 하석훈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그가 한 말이 단순히 장 비서 한 명에게 한 말이 아닌 유강엔터 직원 모두에게 날리는 경고장이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 기점을 시작으로 유강엔터에는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단 몇 시간만에 절반이 넘는 직원이 해고당하고 여유 넘치던 복도는 해고된 직원들의 애원, 슬픔 그리고 분노의 소리로 가득했다.대한민국 대기업인 유강그룹, 그리고 그 계열사인 유강엔터의 중간 관리직으로서 다들 나름 사회적으로 지위를 인정받고 자신의 직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이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길거리를 떠도는 양아치처럼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쏟아내고 있었다.잠시 후 회사에 도착한 육경서는 경비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직원들을 보며 입을 떡 버릴 수밖에 없었다.아무런 인맥도, 사업 경험도 없는 강유리라면 원로 직원들에게 제대로 한방 먹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부장급 직원들이 제발 한번만 봐달라고 애원하다 경비원들에게 끌려나가는 꼴이라니.‘재밌다... 진짜 재밌는 사람이네.’휴대폰을 꺼낸 육경서는 빠르게 이 광경을 영상으로 남긴 뒤 육시준에게 전송했다.“우리 형수님 보통 분이 아니시네. 형이 왜 형수님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알겠어. 잔인한 면이 아주 많이 닮았어.”한편 LK그룹 대표 사무실.동생이 보낸 영상과 문자를 확인한 육시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회사의 기강만 갉아먹던 충치 같은 이사들, 그리고 유강그룹의 친인척들이 분노로 인해 벌개진 얼굴로 회사로 쳐들어가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들을 막는 경비원들...“사모님께서 첫 출근 날부터 부장급 이상 관리직들 그리고 이사들 중 절반을 해고하셨다고 합니다. 유강그룹에서 엔터회사는 아예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역시 옆에서 영상을 확인한 임강준이 한마디 덧붙였다.워낙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던 강유라인지라 이번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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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한편, 회사로 들어선 육경서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회사 꼴이 이게 뭐야. 그리고 이 코딱지만한 사무실은 또 뭐고...;“육시준.”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고개를 돌리게 만든 건 바로 강유리의 목소리였다.그리고 평소와 다른 강유리의 모습에 대외적으로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익숙한 육경서마저 어벙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깔끔한 셔츠에 하이웨스트 스커트, 하얀 다리 라인을 잘 살려주는 하이힐, 만화에서 나올 법한 직장룩의 정석에 꼭 들어맞는 분위기까지.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도 놀란 기색 하나 없는 침착한 표정이었다.‘유강엔터... 어쩌면 형수님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도 있겠어.’“아, 강유리 대표님. 육경서라고 합니다.”선글라스를 벗은 육경서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눈앞에서 톱 연예인을 보면 신기해서라도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만 한데...한참을 팔짱을 낀 채 그를 훑어보던 강유리는 먼저 내민 육경서의 손이 불쌍하게 느껴질 때쯤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제 사무실로 가서 얘기하시죠.”“네.”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 방금 전까지 조용하던 사무실 분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뭐야! 정말 육경서잖아. 정말 우리가 육경서 전속 계약 따내는 거야?”“강유리 대표라고 했나? 보기보다 대단하잖아.”“와, 육경서 매니저로 일하고 싶다...”한편, 워낙 건물 방음이 별로인 탓에 직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오고 육경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엔터회사면 연예인들 얼굴 실컷 봤을 텐데 왜 저렇게 호들갑이지? 우리 형수님... 창피하겠다.’하지만 여전히 침착한 표정의 강유리가 싱긋 웃어 보였다.“귀한 분께서 누추한 곳에 오셨네요.”상대를 띄워주는 형식적인 인사였지만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 육경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아, 아닙니다. 강유리 대표님이 새 대표로 부임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찾아왔습니다.”‘목이 타네...’말을 마친 육경서가 테이블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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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임강준의 말에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우리 회사에 필요한 건 간판 연예인이잖아요? 저쪽에서 먼저 찾아온 이상 저희 쪽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죠.”한편, 성신영 역시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실크썬에 도착했다. 오늘은 특별히 남자친구인 임천강도 함께였다.강유리 때문에 그 동안 비밀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이제 관계도 밝혔겠다 그 동안 참았던 자랑을 실컷 뽐낼 생각이었다.하지만 예약한 룸 앞에 도착한 성신영이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고 멈춰선다.“왜 그래?”임천강의 질문에 성신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언니를 본 것 같아서.”“하, 잘못 본 거겠지. 지금 유강엔터 그 난장판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이런 데 놀러올 새가 있겠어?”‘하긴...’임천강의 말에 설득당한 성신영이 고개를 끄덕이곤 임천강에게 기대 애교를 부렸다.“오빠, 정말 언니 도와 안 줄 거야? 그날은... 언니가 많이 흥분해서 그런 거니까 이만 화 풀어.”그녀의 애교에 사르르 녹은 임천강 역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으이그, 우리 신영이 이렇게 착해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강유리 걔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했는데 아직도 걔 편이야?”“그래도 언니잖아. 언니 힘든 거 어떻게 두고 보고만 있어.”“걱정하지 마. 걔가 우리 사진 찍어간 거 까먹었어? 궁지에 몰리면 그 사진으로 딜 들어올 거야.”임천강의 말에 성신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날 밤 강유리가 찍어간 나체 사진이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린 게 벌써 며칠째. 이제 겨우 데뷔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런 사진이 유출되면 연예계 생활은 물론이고 더 이상 얼굴 들고 거리를 다닐 수나 있을까 싶었다.그래서 오피스텔로 찾아갔었지만... 비밀번호도 바꿔버린 탓에 허탕을 친 것도 모자라 경비원에게 쫓겨나기까지 했었다.아빠한테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임천강이 먼저 이렇게 말해 주니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오늘따라 더 멋지게 보였다.“오빠, 고마워. 역시 나 생각해 보는 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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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갑작스러운 협박에 강유리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나올 지경이었다.“얼른 가봐. 너랑 나 중에 누가 먼저 망하게 될지 두고 보면 알겠지.”현재 육경서는 유강 엔터의 간판이자 유일하게 내놓을만한 연예인.성신영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육경서를 끌어내리려 한다?그녀가 가만히 있는다 해도 회사 이사들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이때,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진동하더니 메시지가 연속 몇 개 도착했다.‘임천강?’발신인을 확인한 강유리가 성신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임천강이 먼저 연락을 해온 건 눈치도 채지 못한 채 그저 육경서가 그녀와 사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 안심하는 표정이었다.“아빠가 유강그룹을 얼마나 성장시켰는지 이제 알겠지? 그러니까 그 사진들 어서 지워! 안 그럼 아빠한테 당장 얘기할 거야! 언니가 유강그룹 돈은 단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하게 할 거라고.”“마음대로 해.”시큰둥하게 대답한 강유리가 메시지를 클릭했다.[육경서랑 전속 계약 맺었다면서?][육경서는 로열 엔터 소속 아니었어? 계약 기간도 남았는데 갑자기 왜 소속사를 옮긴 건데?][강유리, 너 도대체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야.][지금 시간 있어? 실크썬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 얘기 좀 하자]연속으로 몇 개나 보낸 메시지에서 임천강의 다급함이 그대로 느껴졌다.[이제 겨우 시작인데 벌써 이러면 어떡해...]귓가에는 여전히 떽떽거리는 성신영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강유리는 신경 쓰지 않고 메시지를 전송했다.[실크썬 문앞에 둔 장미꽃 예쁘더라.]“강유리,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아?”한참을 혼자 떠들던 성신영이 강유리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지만 강유리는 민첩하게 휴대폰을 돌려 공격을 피했다.“아니. 다시 한번 얘기해 줄래?”“뭐?”성신영의 커다란 눈이 강유리를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강유리...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변한 거야. 무슨 말을 해도 아무 반응도 안 해주니까 나만 바보 된 거 같잖아.’주먹을 꽉 쥔 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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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품에 안기 조차 힘든 장미 꽃다발을 바라보던 강유리의 입가에 살짝 비릿한 미소가 실렸다.‘역시 실망시키지 않네.’이 모든 걸 예견하고 있었던 듯 담담한 강유리와 달리 성신영의 눈은 어느새 더 커다래지고 말았다.살짝 어두운 룸의 조명과 가슴이 터질 듯한 음악소리에 강유리는 정말 이게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붕 뜨는 기분이었다.‘천강 오빠... 회사 갔다면서... 어떻게 여기에...’한편 임천강의 눈에는 오직 강유리 한 사람만 보일 뿐이었다.임천강 본인도 눈은 달려있으니 강유리가 예쁘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빛나는 여자였던가?이 공간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에게 쏠린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게다가 이렇게 예쁜 여자가 똑똑하기까지 하다니...“시간도 늦었는데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까? 마침 너한테 할 말도 있고.”며칠 전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강유리를 모욕하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 사귈 때도 이렇게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준 적이 있었던가?잔뜩 일그러진 성신영을 힐끗 바라보던 강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러든가. 그런데 네 여자친구 두고 가도 괜찮겠어?”강유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임천강이 그제야 성신영을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네가 어떻게 여기에...?”“어떻게... 어떻게 자기 여동생 남자친구한테 꼬리를 칠 수 있어!”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치던 성신영이 앞에 놓인 술을 강유리를 향해 퍼부었다.한편,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이 상황을 육시준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있던 육경서가 벌떡 일어섰다.“조심해!”하지만 먼저 움직인 건 바로 임천강, 빨간 와인이 강유리 앞에 막아선 임천강의 셔츠를 물들이며 핏빛 꽃무늬를 만들기 시작했다.“성신영! 너 미쳤어? 어쨌든 유리는 네 언니야. 언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지금 나한테 소리친 거야? 저딴 여자 때문에 나한테 화낸 거냐고. 저번엔 분명...”“그만!”눈시울을 붉히는 성신영의 모습에도 임천강은 흔들리지 않았다.“너야말로 네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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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퍽!”게다가 빈 손도 아니고 술병까지 들고 나타난 육경서는 다짜고짜 임천강의 머리를 내리쳤다.유리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임천강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그 모습에 성신영은 물론 강유리마저 벙찌고 말았다.저 멍청한 남녀가 서로 물어뜯는 꼴을 보려 했는데 육경서가 갑자기 끼어든 바람에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그때, 손님들 중 한 명이 신고를 한 건지 경찰들이 도착하고...오늘 오후 강유리와 가장 크게 부딪혔던 여한영 이사가 육경서를 보물이라도 되는 듯 꽁꽁 싸맨 뒤 뒤로 잡아당겼다.“다른 사람 연애에 왜 끼어드십니까?”그리곤 신고를 받고 다가온 경찰을 향해 바로 고자질을 시작했다.“저기 저분들 저희가 아무리 말려도 도저히 듣질 않으시네요. 바 영업에도 방해될 것 같고 일단 서로 연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 저 자식이 정말... 소속 연예인을 챙기겠다고 대표를 버려?’한편, 뒤로 물러선 채 멍하니 서 있던 육경서가 다시 다가가려 했지만...“저기...”“경서 씨 마음은 이해해요. 좋은 마음에서,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남녀사이 갈등은 당사자들이 해결하는 게 맞아요. 제3자인 우리는 빠집시다.”하지만 그의 말을 잘라버린 여한영이 끊임없이 육경서를 향해 눈치를 주었다.한편,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맞아 여전히 혼이 반쯤 나간 얼굴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 임천강, 성신영 커플과 달리 강유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화장을 고치고 있는 모습이다.“네, 제가 때린 거 맞습니다. 경찰서로 가시죠.”세 사람이 경찰에 연행된 뒤에야 여한영 이사는 육경서를 풀어주었다.아직도 상황파악 중인 듯 멍한 표정을 짓던 육경서가 짜증스런 얼굴로 술병을 차버렸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그럼 두 사람이서 저희 대표님 괴롭히는 걸 보고만 있어요?”“경서 씨. 경서 씨는 공인이에요. 경찰과 엮인 걸 기자들이 눈치라도 채봐요. 연예인들은 이미지가 생명인 거 몰라요?”하지만 여한영의 해명에도 육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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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톡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 육경서에게서 메시지가 잔뜩 도착해 있었다.[와, 파티에 형수님 전 남자친구랑 그 전 남자친구의 현 여자친구까지 왔어. 대박, 나 너무 재밌어, 어떡하지?][하, 저 자식 우리 형수님한테 아직 미련 남은 것 같은데? 그런데 자기 여친이 여기 온 건 몰랐나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지]전 남자친구와 전 남자친구의 현 여자친구? 육시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이미지를 클릭한다.소파에 요염하게 기대어 있는 강유리, 하얀 손으로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사진으로 봐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그리고 장미꽃다발을 든 채 멍하니 강유리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여자...대충 상황 파악을 끝낸 육시준이 말했다.“어느 경찰서인데?”통화를 마치고 주소를 확인한 육시준은 바로 그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여전히 조용하지만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무거워진 분위기에 기사는 물론 임강준 역시 숨소리를 내는 것마저 조심스러워졌다.조수석에 앉은 임강준이 몰래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역시나...[얼마전 귀국한 재벌 2세, 이복동생과 삼각관계로 엮여?]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가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아이쿠, 대표님이 아시면 큰일나겠네.’임강준은 바로 화면을 캡처하여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장 기사 내려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한편, 경찰서.강유리에게 다가온 건 경찰이 아니라 임천강이었다.어느새 옷매무새를 다시 깔끔하게 정리한 임천강이 강유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신영이는 검사 받으러 병원에 갔어. 난 뭐 대충 합의하기로 했고...”‘그래서 뭐 어쩌라고?’그를 흘겨보던 강유리가 고개를 돌렸다.“아버님, 어머님 두 분 모두 신영이한테로 가셨어. 보호자가 한 명이라도 와야 풀려날 텐데.”“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한참을 침묵하던 임천강이 의자를 끌어와 그녀의 맞은 편에 털썩 주저앉았다.“너랑 육경서 무슨 사이야? 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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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성홍주를 견제하느라 대외적으로는 스타인 엔터와 아무런 관련 없는 듯 보이게 했지만 임천강은 어디까지나 바지사장에 불과했고 회사 실무에 대한 결정은 지금까지 강유리가 내려왔다.바지사장을 임천강으로 내세웠던 이유도 단 한 가지, 남자친구라서, 임천강이라면 그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였다.하지만 그 신뢰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다는 걸 이 뻔뻔한 자식은 알고 있을까?이를 빠득빠득 갈던 강유리는 생각했다.‘경찰서에서 때리는 건 좀 심했나?’‘아니지. 어차피 오늘 안에 나갈 수도 없겠다. 그냥 성격대로 엎어버리고 며칠 구치소로 들어가?’강유리가 벌떡 일어서자 잔뜩 겁 먹은 임천강 역시 뒤로 물러섰다.“뭐... 뭐 하는 짓이야! 지금 밖에 경찰들 쫙 깔렸어. 내 몸에 손끝 하나 대봐. 끝까지 고소해서 너 파산하게 만들 거니까.”하지만 임천강의 협박 따위에 겁 먹을 강유리가 아니었다.이미 분노에 사로잡힌 그 눈동자를 바라보던 임천강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뭐야? 강유리... 원래 이렇게 폭력적인 사람이었나?’이 상황을 어떻게 무마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성홍주의 개인 변호사가 들어왔다.“강유리 씨, 성신영 씨와 임천강 씨는 합의를 원하십니다. 이건 합의 조건이니 확인해 보세요.”그를 쳐다도 보지 않는 강유리를 힐끗 바라보던 변호사가 파일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사인펜을 건넸다.“대표님께서 설득에 힘써주셨고 임천강 씨와 성신영 씨 역시 너그럽게 용서해 주셔서 이 정도로 끝나는 겁니다. 그러게 왜 사람을 때리셨어요?”하지만 강유리가 캐치한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었다.“아빠가 중재를 했다고요?”“네.”그제야 합의서를 확인한 강유리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픽 웃었다.방금 전 임천강이 말한 것처럼 육경서 전속 계약을 양보하고 피해보상으로는 자경원 아파트를 넘기는 것이 바로 합의 조건이었다.‘정말 욕심을 숨길 생각이 없으시구만.’“유리야, 사람 마음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란 거 너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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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딱 봐도 고급스러운 원단의 정장을 입은 우아한 분위기의 육시준이 차가운 눈으로 임천강과 변호사를 훑어보았다.“언제부터 유강그룹 입김이 그렇게 셌지? 경찰까지 뒤흔들 정도로 말이야.”들리는 목소리에 자연스레 시선을 문쪽으로 돌린 강유리의 눈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어? 호스트. 아니지... 내 남편이잖아!’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선 강유리가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일단 다친 데는 없는지 강유리의 얼굴, 몸 구석구석을 훑어본 육시준이 대답했다.“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삼각관계인지 궁금해서.”그의 말에 뒤를 지키던 임강준이 고개를 숙였다.‘대표님이 보시기 전에 기사 내리려고 했는데... 그건 또 언제 보셨대. 평소 가십 뉴스는 보지도 않으셨으면서...’“삼각관계는 무슨. 내가 2대 1로 싸웠고 이겼어. 그게 끝이야.”강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런 것 같네.”임천강의 얼굴에 생긴 멍을 힐끗 바라보던 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갑자기 나타난 낯선 남자의 기분 나쁜 눈빛에 임천강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강한 포스에 기가 눌려 찍 소리도 하지 못하던 그때 변호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실례지만 누구신지...”“강유리 씨 남편되는 사람입니다.”쿠궁!육시준의 대답에 임천강은 강유리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지분 때문에 그냥 대충 혼인신고만 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경찰서까지 찾아온 걸 보면 완전 비즈니스는 아닌 거잖아. 게다가 저 눈빛하며 입은 옷까지... 딱 봐도 평범한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강유리 너 진짜...’“강유리, 너 도대체 나 몰래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하, 몰래 추잡한 짓 하고 다닌 게 누군데.’강유리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리고 육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합의 보는 걸로 하죠. 나머지는 저희 측 변호사가 알아서 할 겁니다. 그럼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하지만 육시준의 대화 상대는 임천강과 그 변호사가 아닌 공손한 태도로 뒤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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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유리 씨, 말 조심하십시오!”“어머, 어머. 이것 보세요. 아까는 이것보다 훨씬 더 무섭게 굴었다니까요. 못 믿으시겠으면 당장 CCTV 영상 확인해 보시던가요!”강유리가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변호사를 가리켰다.방금 전까지 당당한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듯한 눈빛이라니.오스카 여우주연상 뺨치는 메소드 연기에 경찰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한편, 서장은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LK그룹 육시준 대표가 경찰서에 등장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2차 출근을 한 것도 언짢은데 육시준 대표의 와이프까지 엮여있다니...“금액이 지나치게 큰 건 사실입니다. CCTV 영상 확인해 보고 정말 협박에 가까운 언행이 있었다면 공갈 혐의는 충분합니다.”합의서 내용을 확인한 서장이 다시 조심스럽게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속 영장도 발부될 건가요? 협박범이 밖에서 돌아다닌다면 제 와이프가 많이 무서워할 것 같아서요.”“아, 물론입니다.”육시준과 경찰 서장의 몇 마디 말로 구치소에 갇히는 사람이 강유리에서 임천강으로 바뀌어버리자 참다 못한 임천강이 벌떡 일어섰다.“무슨 근거로 날 구속해요. 난 피해자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유강그룹 예비 사위예요. 날 구속하면 유강그룹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하지만 경찰서장은 근엄한 표정으로 반박했다.“저희 경찰의 수사는 재벌의 입김 따위로 방해받지 않습니다. 법 앞에서는 그게 누구든 평등한 법이에요. 어서 취조실로 연행해.”“알겠습니다.”두 형사의 손에 끌려 취조실로 향하는 변호사는 도대체 왜 갑자기 경찰서장이 나타나게 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겨우 이 정도 사건에 경찰서장이 나서? 말이 안 되잖아...’하지만 다음 순간, 취조실 밖에 서 있는 임강준을 발견한 변호사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임천강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강유리 씨 남편...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아십니까?”한편, 마른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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