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요새.몇 해 전만 해도, 극악옥의 중범죄자들은 모두 이곳에 수감되었다.그러다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고 보초군이 죽게 되자 자연스럽게 범죄자들의 주둔지가 되었다.적룡 존주의 유력한 측근 세 명 중에서 백곰이 바로 이곳의 주인이었다.오늘 백곰요새는 곳곳이 붉은 비단으로 물들어, 경사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왜냐면 오늘은 백곰이 결혼하는 날이었다.그런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흑포를 입은 한 사람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백곰, 내가 아는 염구준은 곧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어요.”염구준에 관련된 일이라면 흑풍 존주는 항상 신중하게 처신했다.주인공 자리에 턱시도를 입고 앉은 백곰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지금 내게 가르치는 겁니까?”두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해졌다.“뭐?”흑풍 존주는 버럭 화를 내려다가 곧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신이야 말로 백곰요새의 주인인데요.”백곰도 일극 반보천인 무술인이지만 그보다 실력이 약했다.하지만 이곳은 백곰의 구역이라 흑풍 존주는 어쩔 수 없이 속으로만 이를 갈았다. “하하하.”백곰은 호탕하게 승자의 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이제 늙었어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냥 앉아서 지켜보세요. 그리고 오늘 내 결혼식인데, 누가 기분 잡치게 굴면 체면을 봐주지 않을 겁니다.”백곰의 협박에 흑풍 존주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기운을 끌어올렸다.실력으로만 본다면, 그가 불구의 몸이라도 명실상부한 일극 반보천인이고 기운도 극한에 도달했으니 백곰을 이기는 것은 문제없었다.하지만 흑풍 존주가 공격하려고 할 때, 적룡 존주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일어서서 백곰의 편에 서는 것이다.이것으로 본인들의 입장을 표했다.흑풍 존주는 강하지만 극악옥에서 외부인에 불과했다.특히 라이오넬의 사건이 소문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겁쟁이라 생각했다.“흥, 죽든 살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흑풍 존주는 옷소매를 뿌리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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