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061 - 챕터 2070

2130 챕터

제2061화

임유진은 탁윤의 얼굴에 아직 가라앉지 않은 붉은 부기 자국을 보며 다행히 겉에 난 상처일 뿐이고 다른 곳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강선현은 탁윤의 얼굴 상처를 보자마자 그 크고 예쁜 눈망울에 금세 눈물이 맺히더니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우와아앙!!”그 울음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몇 명은 깜짝 놀랐다.정작 아직 부기가 남아있는 탁윤도 울지 않았는데 아무 상처도 없는 강선현이 먼저 울다니...어린아이는 울면서 두 손으로 탁윤을 꼭 붙잡았다.“울지 마, 울지 마!”그러자 탁윤이 급히 달랬고 그러던 중 임유진이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야, 현이야? 왜 울고 있는 거야?”“그냥... 윤이 오빠가 많이 아플 것 같아서.”강선현은 훌쩍이며 말했다.사실 강선현은 예전에 자기가 실수했을 때 엄마에게 손바닥을 맞아 너무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었다.하지만 그때 자신의 손바닥은 조금 빨개지기만 했을 뿐 탁윤처럼 붉게 부어오르진 않았다.“안 아파. 이제 울지 마.”탁윤이 여전히 강선현을 달랬고 강선현은 그제서야 눈을 깜빡이더니 속눈썹에 맺힌 눈물을 닦고 물었다.“정말 안 아파?”“응. 붓기만 조금 남았을 뿐이야. 이제 안 아파.”탁윤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사실 아직 약간 아프긴 했다.그러나 눈앞의 어린 강선현이 마음 아파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고통을 감추었던 것이었다.탁윤은 말하면서도 휴지로 강선현의 눈물을 살살 닦아주었다.그러자 강선현은 콧잔등을 훌쩍이며 작은 손을 들어 조심스레 탁윤의 뺨을 어루만졌다.“정말 안 아픈 거 맞아?”“응. 안 아파. 걱정해 줘서 고마워, 현이야!” 현이의 눈물 덕분에 탁윤은 마음이 따뜻해지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그리고 그때 강선현이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진지하게 말했다.“앞으로 누군가 윤이 오빠를 괴롭히면 내가 오빠를 지킬 거야! 아빠가 호신술을 가르쳐주기로 했거든. 그때 내가 오빠를 지켜줄게!”“좋아. 네가 구해주길 기다릴게!”그러자 탁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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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2화

녹원시로 돌아가게 되면 진해원의 신분은 완전히 달라질 터였다.지금 비록 진해원이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신정우가 당장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노릇이었다.하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었다.이 아이는 언젠가 반드시... 녹원시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그리고 그 운명은 이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진해원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 작은 목소리에는 어딘가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네...”그러다가 문득 느껴졌다.임유진은 마치 그의 아버지가 찾아온 일을 이미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분명 그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잠시 후 강씨 저택에 도착하자, 강선현은 재촉하듯 해원의 손을 잡고 피아노 방으로 향했고 넓은 피아노 방은 어느새 두 아이만의 비밀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그렇게 둘은 나란히 베토벤 곡을 세 곡이나 연달아 연주했다.그건 어른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난이도였다. 하지만 두 아이의 호흡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네 개의 작은 손이 건반 위를 춤추듯 오가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곡을 완성해 냈다.연주가 끝난 뒤에도 방 안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여운이 흘렀고 강선현은 얼굴 가득 기쁨을 담아 말했다.“역시 나는 해원이랑 같이 치는 게 제일 좋아. 어른들이랑 치는 건 재미없어.”강선현은 선생님이나 실력 좋은 어른들과도 합주해 본 적 있지만 어딘가 재미는 덜 한 느낌이었고 진해원과 치면 마음이 가볍고 즐거웠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그 말이 오늘의 진해원에게는 기쁨이 되지 못했고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그럼... 그냥 피아노 때문에 날 좋아하는 거야?”“그것만은 아니야! 나 해원이도 좋아해!”“나... 어떤 게 좋은데?”그러자 강선현은 손가락으로 하나씩 꼽기 시작했다.“피아노 잘 치는 거! 그리고... 귀엽잖아. 진짜 인형 같고... 밤에 안고 자면 따뜻하고 나한테도 잘해주고... 음... 그냥 해원이는 다 좋아!”그 모습에 진해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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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3화

“내가 왜 거짓말을 해!”강선현은 콧잔등을 살짝 찡그리며 귀엽게 토라졌다.그러면서도 진해원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가슴이 간질거렸다.그의 웃음은 마치 따뜻한 햇살같이 보자마자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런 미소였다....그 시각 탁윤은 눈앞에 자신이 ‘아빠’라고 불러야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오늘 학교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누군가 자신을 불러 세웠고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경빈이었다.억지로 차에 올라탄 탁윤은 곧장 물었다.“그날 엄마랑 단둘이 있을 때... 무슨 말을 한 거예요?”탁윤이는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만약 그때 있었던 대화가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이 차에 타지 않았을 것이었다.그러나 이경빈은 대답 대신 잠시 말없이 아들을 바라보았다.분명 자신의 핏줄인데 아들의 지금 그 눈빛에는 자신을 향한 노골적인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당연히 엄마랑 네가 학교에서 괴롭힘당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지.”“엄마랑 그런 이야기 하지 마요! 나 괴롭힘당하든 말든 상관하지 말라고요!”탁윤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그에게 있어 ‘아빠’라는 존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있었다.그날... 엄마를 울린 그 남자를 본 순간부터 그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나는 아빠 같은 사람은 없어. 나한텐 오직 엄마뿐이야.’“나랑 상관없다고?”이경빈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네 몸속에 흐르는 피의 절반은 내 피야.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넌 내 아들임을 부정할 수 없어. 아직 성인도 안 된 녀석이 벌써부터 나와 인연을 끊겠다고?”그러자 탁윤은 입술을 꼭 다물었고 이경빈은 다시 말을 이었다.“그날 내가 제때 가지 않았다면 넌 지금 이렇게 멀쩡히 서 있지도 못했을 거야. 아직 병원에 누워 있었겠지.”그 말에 탁윤의 얼굴에 잠시 굴욕스러운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이내 눈빛을 굳히며 말했다.“나도 언젠가는 강해질 거예요.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언젠가?”이경빈이 비웃듯 말했다.“그게 언제지? 아직도 그 쓸모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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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4화

“이경빈!”탁유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윤이... 왜 지금 너랑 같이 있는 거야? 어디야 지금?”“윤이한테 보여줄 게 좀 있어서. 금방 데려다줄 거야.”이경빈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짧은 정적이 흐른 뒤 탁유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윤이 꼭 빨리 데려다줘!”전화가 끊기자 탁윤은 고개를 푹 숙였고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리고 표정에는 분명 괜히 자기가 여기를 따라와서 엄마를 걱정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드러나 있었다.“집에 갈래요!”탁윤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래.”이경빈은 미련 없이 대답했고 붙잡지도 설득하지도 않았다.잠시 후 차가 분식집 앞에 멈추자마자 가게 앞에서 서성이던 탁유미가 달려와 문을 열었다.“윤아!”그녀는 아들을 껴안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그 사람이... 너한테 무슨 짓 한 건 아니지?”탁윤은 대답 대신 세차게 고개를 저었고 그제야 탁유미의 시선이 이경빈에게로 향했다.“이경빈. 어떤 이유가 됐든 앞으로 애 데리고 나갈 거면 나한테 미리 말은 해줘.”“그래. 다음번엔 미리 연락할게.”말을 하는 이경빈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스쳤다.반면 탁유미는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다음번...?”그렇다. 또 그런 일이 있을 거란 뜻이었다.탁유미는 반박하고 싶었다. 다시는 ‘다음번’ 같은 게 없다고 그만 좀 하라고.하지만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이경빈은 아이의 법적 아버지로서 아이의 부권은 여전히 그에게 있었다.설령 지금 양육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해도 법은 그에게‘면접교섭권’이라는 이름의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그러니 현실 앞에서 그녀의 말은 그저 허공에 흩어진 듯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가자, 윤아. 할머니께서 저녁 차려놓고 내내 윤이 오기만 기다리고 계셨어.”탁유미는 아들의 손을 잡고 돌아섰고 탁윤도 아무 말 없이 순순히 걸음을 옮기던 그때.이경빈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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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5화

“봤다는 게... 도대체 뭘 봤다는 거야?”탁유미는 아까 이경빈이 남긴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사람이 싸우는 걸 봤어요. 그냥 싸움이 아니라... 진짜로 몸으로 부딪치는 연습이었어요.”탁윤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이내 눈동자가 빛나며 신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그건... 태권도랑 완전히 달라요.”그건 복잡한 동작도 멋 부린 기술도 없었고 단순하지만 정확하고 단 한 번의 움직임에도 힘이 실려 있었다.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반격할 수 있는... 진짜 싸움을 보여주고 있었다.“그게 그렇게 좋았어? 그럼 태권도는 이제 싫어?”탁유미는 살짝 떠보듯 물었지만 아들의 대답은 예상보다 단호했다.“그게 더 강하잖아요. 그래야... 엄마를 더 잘 지켜줄 수 있으니까요.”그 말에 탁유미는 마음이 뜨거워졌다.그건 너무 어른스러운 말이었다.아이는 고작 초등학생인데 세상에 맞서겠다는 눈빛이 너무 진지했으니까.“윤아...”탁유미가 조용히 손을 뻗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를 지키는 건 네가 할 일이 아니야. 그건 아직은 엄마 몫이야. 너는 그냥 천천히 크면 돼. 언젠가 네가 정말 어른이 되면... 그때 엄마를 지켜줘.”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차가운 현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그 언젠가’가 오기까지 십 년은 더 걸릴 터인데 그때까지 자신이 과연 이 아이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세상의 시선과 편견 그리고 이경빈이라는 그림자까지...그 현실에 탁유미는 순간 큰 돌멩이에 짓눌린 듯 가슴이 막막하게 조여왔다....다음 날.오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쬘 무렵 이경빈이 분식집 앞에 나타났다.“어제 윤이 데리고 나간 거. 애한테 뭐라 화 안 냈지?”그러자 탁유미는 고개도 돌리지도 않은 채 말했다.“내 화를 낼 이유가 뭐가 있어. 넌 윤이의 아빠인데.”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담담히 덧붙였다.“만약 언젠가 윤이가 네 곁에 가길 원한다면... 난 막지 않을 거야.”탁유미는 아들이 누굴 선택하든 간에 아들이 더 행복할 수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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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6화

이경빈이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때 탁유미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곽동현.“동현 씨? 무슨 일이에요?”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상대의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유미 씨 혹시 연아가 유미 씨네 가게 쪽에 간 거 아닌지 조금만 유의해 줘요.혹시라도 보이면 바로 나한테 전화 좀 부탁드릴게요.”“왜요? 연아가... 사라졌어요?”말을 하는 탁유미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네. 오늘 가게에 같이 나왔는데 갑자기 손님이 몰려서 잠깐 정신이 없는 사이에 애가 없어졌어요. CCTV를 확인했더니 혼자 어린이 자전거를 타고 길 건너로 갔더라고요. 그 뒤로는 사각지대라서... 지금 경찰에 신고했어요.”곽동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전에 연아가 윤이랑 또 놀고 싶다고 했잖아요. 혹시라도 그쪽으로 간 게 아닐까 해서요.”말을 마친 곽동현은 한숨을 내뱉었다.솔직히 그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곽연아는 이제 겨우 세 살. 전에 같이 탁유미의 가게에 들른 적이 있어도 그 나이에 길을 제대로 기억할 리가 없었으니까.“알겠어요. 근처부터 찾아볼게요. 혹시 먼저 찾으면 저한테도 꼭 알려주세요.”“네, 부탁드립니다.”전화를 끊은 탁유미는 급히 안쪽을 향해 외쳤다.“엄마! 잠깐만 가게 좀 봐줘요. 연아가 없어졌대요.”그러자 김수영이 나오더니 가게 안에 서 있는 이경빈을 보고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유미야, 저 사람 또 왔네. 이번엔 무슨 일이야?”“윤이 일 때문에 잠깐 왔어요.”탁유미는 짧게 답하고는 곧 곽연아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그럼 얼른 찾아야지! 여긴 내가 볼게.”김수영은 걱정스레 손을 내저었다.그리고 탁유미가 문을 나서려고 하자 이경빈이 곧장 그녀를 불러 세웠다.“내 차 타. 내가 데려다줄게. 걸어 다니는 것보다 훨씬 빨라.”잠시 망설이던 탁유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감정보다 곽연아를 찾는 게 먼저였으니까.이경빈의 차는 천천히 S시의 좁은 도로를 따라 움직였고 탁유미는 창문을 열고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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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7화

“나 이경빈이야. 지금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 곽연아. 세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 실종된 곳은 곽동현 씨 가게가 있는 시장.”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전화를 이어갔고 시장 이름까지 정확하게 말해줬다.통화를 마친 뒤 탁유미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잠깐만... 연아가 세 살인 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그 시장 이름까지... 내가 말한 적 없잖아.”그녀의 눈동자에는 경계가 번졌고 이경빈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짧게 말했다.“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어.”“혹시 나랑 동현 씨... 조사한 거야?”그것 말고는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이경빈은 대답 대신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고 그것은 곧 묵인이었다.그러자 탁유미는 곧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동현 씨한테 뭐라도 하려는 거야? 그 사람 건드리지 마!”그때 이경빈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안전벨트를 풀더니 몸을 기울여 탁유미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그의 기척이 가까워질수록 탁유미는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갔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뭐, 뭐 하는 거야?”탁유미는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며 이경빈과 거리를 두었다.그러나 이경빈은 깊은 눈동자로 말없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그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웃는 게 예쁜 맑고 밝은 사람이었다.그러나 이제 세월이 흘렀고 지금 그녀의 눈빛 속에는 그때의 순진함 대신 버텨온 세월의 무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더... 오히려 미치도록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그 감정은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죄책감과 후회가 뒤섞인 사랑이었다.그의 뼛속 깊은 곳에 새겨진 듯한 감정...지금 가까워지는 이 순간조차 그에게는 두려울 만큼 소중했다.“동현 씨한테 손대지 말라고?”이경빈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지금 명령하는 거야? 다른 남자 때문에 나한테 명령하는 거냐고?”그 순간 차 안의 공기가 싸늘해지며 탁유미는 잠시 말문을 닫았다.괜히 자극했다가 그 분노가 곽동현에게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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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8화

이경빈은 바로 시동을 걸었고 차는 곧장 경찰서 방향으로 향했다.탁유미는 그를 흘깃 보더니 물었다.“어느 경찰서야?”그리고 이경빈에게서 짧게 답을 들은 탁유미는 곧장 곽동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곽동현은 막 실종 신고를 마친 참이었다.그러나 아직 경찰 쪽 정보가 정리되지 않아 오히려 탁유미가 먼저 소식을 전하게 된 상황이었다.“동현 씨, 연아 찾았어요.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정말요?”곽동현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높아졌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허겁지겁 경찰서로 향했다.잠시 뒤 탁유미와 이경빈이 먼저 도착했고 경찰서 안에서 곽연아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러던 중 아이는 탁유미를 발견하고는 눈이 반짝였다.“유미 이모!”탁유미는 즉시 경찰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작은 아이를 품에 안았다.“연아야, 너 혼자 나왔다고 너희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그러자 곽연아는 시무룩해 고개를 숙이며 작게 중얼거렸다.“난 그냥 윤이 오빠 보러 가고 싶었어요. 아빠는 맨날 바빠서 데려다줄 시간도 없잖아요.”탁유미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쓸어올렸다.“연아 아빠는 일하느라 바쁘니까 그렇지. 다음에는 오고 싶으면 그냥 이모한테 전화해. 그러면 이모가 윤이 오빠랑 같이 데리러 갈게, 응?”그러자 곽연아의 얼굴에 금세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정말요? 좋아요!”“그런데 아빠 오면 꼭 ‘미안해요’라고 해야 된다. 다음부터는 절대 혼자 나오면 안 돼, 알았지?”곽연아는 얼굴을 붉히며 탁유미 품을 파고들었고 그러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고는 볼을 비비며 애교 섞인 표정을 지었다.탁유미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손끝으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다정히 쓸어내렸다.이경빈은 그 옆에서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그 품에 안긴 아이의 모습이... 마치 진짜 모녀 사이 같았다.문득그의 기억 속에서 옛 장면이 스쳤다.‘경빈아, 우리 나중에 아들 하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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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9화

이경빈의 존재감은 원래부터 강렬했다.그런데 지금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곽동현이 탁유미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걸 무언의 기세로 막아서는 듯했다.공기 속에 묘한 긴장감이 퍼지며 순식간에 주변이 싸해졌다.그때 탁유미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동현 씨, 오늘은 연아 먼저 데리고 가세요. 이경빈이 절 데려다준대요.”곽동현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네.”탁유미는 짧게 대답했고 곽동현은 경찰서에서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곽연아를 품에 안은 채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이경빈이 유미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말투로 물었다.“너는 나한테는 ‘이경빈’이라고 하고 그 사람한텐 ‘동현 씨’라고 부르네?”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하게 서늘했다.탁유미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문질렀다.“그럼 뭐라고 불러? 너도‘경빈 씨’라고 하면 되겠어?”그러자 이경빈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입술이 굳게 다물리며 한동안 말이 없어졌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지금처럼 불러.”“배고프지 않아? 뭐라도 먹고 가자.”이경빈이 시간을 흘끗 보며 말했다.“괜찮아. 나 가게 다시 가봐야 해. 오늘은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연아 찾았어.”틱유미가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이경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잠깐.”탁유미의 손목을 잡은 그의 손끝에는 힘이 들어갔다.“아까는 내 차 타고 같이 돌아다니더니 지금은 필요 없어지니까 그냥 가겠다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야. 나 그냥...”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경빈은 그대로 손을 이끌어 단호하게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이경빈은 차 문을 열고 조수석을 가리켰다.“타.”탁유미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걸 깨닫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차는 천천히 출발해 탁유미의 가게 쪽으로 향했고 한동안 말없이 운전하던 이경빈이 불쑥 말을 꺼냈다.“윤이는 이제 태권도 그만두게 하지. 아무리 배워봤자 운동일 뿐이야. 진짜 위험한 상황에선 쓸모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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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0화

“괜찮아... 그냥 조금 아플 뿐이야. 얼른 운전해. 빨리 집에 가고 싶어.”탁유미가 힘없이 말했다.이경빈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잠시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하지만 차가 멈춘 곳은 탁유미의 가게 앞이 아니라 병원 응급실 앞이었다.“나 병원은 필요 없어. 그냥...”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경빈은 이미 차 문을 열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이, 이경빈!”탁유미가 놀라 손끝을 움찔했지만 이경빈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곧장 응급실로 들어가 의사를 찾았다.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인맥을 통해 병원 간 전문의에게 연락했다.그는 마치 당장이라도 탁유미의 생명이 위태로운 것처럼 서둘렀고 한참 후 검사 결과가 나오자 의사는 차분히 설명했다.“이건 간이식 수술 후에 간혹 나타나는 정상적인 통증입니다. 특별히 위험한 건 아니고 진통제로 완화시키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줄어들 거예요.”결과를 들은 이경빈은 전혀 민망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진통제는 집에 있어?”“응. 있는데 오늘은 안 가져왔어.”“이런 통증 자주 와?”“그럭저럭. 가끔.”이경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그녀의 옆구리 그 통증 부위를 살짝 눌렀다.그러자 탁유미의 순간 얼어붙었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지금은 응급실의 임시 침대 위, 움직일 공간조차 없었다.곧 이경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다행이야. 네 몸이 내 간을 거부하지 않아서.”말을 하는 그의 시선은 묘하게 흔들렸다.“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혹시 이걸 위해서였나 하고.”이경빈이 살아 있는 이유... 탁유미에게 내어준 자신의 일부가 지금도 그녀의 안에서숨 쉬고 있으니까.그러나 탁유미는 경계심을 세우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경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정말 몰라?”이경빈은 조용히 씩 웃었다.“그때 네 골수 덕분에 내가 살았고 지금은 내 간 일부가 네 몸속에 계속 살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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