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Bab 1701 - Bab 1710

1716 Bab

제1701화

마이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무서운 남자다.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매일 그녀의 일정을 알아내고는 먹을 것과 선물을 보내곤 했다.장소월은 마이가 오경호를 피하도록 돕고 싶었지만 전연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장소월은 걸음을 멈추었다.오경호는 꽤나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과도하게 열정적인 방식은 마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했다. 이 생각을 전연우에게 전하자 그는 어두워진 눈동자로 말했다.“글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어.”최근 전연우는 종종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하곤 한다. 장소월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마이와 오경호 두 사람의 감정 문제에 그녀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마이는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반대 방향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오경호는 선물을 들고 마이를 쫓아갔다. 퍽이나 용감해 보이는 그 모습에 장소월은 감동을 받았다.오경호에게 붙잡힌 마이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은 넉넉했지만, 그 시간을 장소월과 보내고 싶었다.장소월과 전연우는 오경호의 선물을 받아드는 마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연우는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듯 담담했지만, 반면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많은 경험을 한 덕분인가? 사람 감정 분석을 어쩜 이렇게 정확하게 하지?’“솔직히 말해. 당신, 예전에 여자친구 엄청 많았지?”질투가 가득 묻어나 있는 그 말을 내뱉자마자 장소월은 후회막급이었다. 전연우와 눈도 차마 마주치지 못했다.전연우는 흥미롭게 장소월을 바라보았다.“넌 어떻게 생각해?”이 여자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그를 많이 신경 쓴다는 것을 설명한다.장소월은 그의 시선을 피하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 답을 알았다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기억도 잃어버렸는데 알 리가 있겠는가?“아무튼, 당신 따라다니던 여자 많았을 것 같아.”장소월은 몰래 그를 훔쳐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죄지은 사람처럼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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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2화

별이는 마이 누나가 떠났다는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마이 누나 간다고 왜 저한테 안 알려줬어요!”별이가 마이를 보내기 힘들어할 거라는 걸 알기에, 장소월은 아침 일찍 전연우와 함께 마이를 배웅했다. 하지만 별이는 역시나 눈물이 터져버렸다.별이를 겨우 달랜 뒤, 전연우가 핸드폰을 들고 장소월에게 다가갔다.“저녁 약속 있는데 같이 갈래?”최근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갈 때면 전연우는 늘 장소월을 데려갔다. 그녀도 기꺼이 따라갔었지만 오늘은 내키지 않았다.“안 갈래.”그때 별이가 태블릿을 들고 와 장소월과 전연우 사이에 끼어 앉았다.“아빠, 엄마, 저 고양이 갖고 싶어요.”장소월은 반려동물 키우는 데 반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전연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기억했다.“엄만 좋아.”두 사람의 시선이 전연우에게 쏠렸다. 한참을 모른 척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그냥 키우지 말자.”전연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별이는 아직 어리니, 키우다 싫증을 내면 곤란할 것이다.별이와 장소월은 그에게 애교를 부리며 조르기 시작했다.“아, 제발요! 한 마리만 키울게요. 정말 잘 돌볼 자신 있어요!”30분 동안 이어진 실랑이 끝에 전연우는 마지못해 고양이를 키우는 데 동의했다.장소월은 결국 전연우를 따라가지 않고 별이와 함께 펫샵에 가기로 했다.전연우도 잠시 고민하다가 식사 약속을 미루고 두 사람을 따라 펫샵으로 향했다. 하지만 펫샵 입구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은 순간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장소월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전연우, 우리랑 안 들어갈 거야? 설마 고양이가 무서워서 그래?”전연우는 정색하며 옷깃을 정리했다.“그럴 리가.”이 세상에 전연우가 무서워하는 게 있다고? 장소월은 의문스러움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녀와 별이가 펫샵에 들어가 고양이를 보는데도 전연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별이와 장소월은 장난감을 들고 고양이와 놀아주다가 속닥속닥 귓속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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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3화

펫샵에서 고양이와 장난을 치며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별이가 배고프다고 투덜거려서야 장소월은 창밖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는 집에 돌아갈 시간임을 깨달았다.소파 위 전연우는 이미 진저리가 날 대로 나 있었다. 주변에 고양이가 있을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귀찮아했다. 다행히 고양이들이 늘 그의 곁을 맴돌진 않아 전화 받을 시간은 있었다.몇 번이나 장소월과 별이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려 했지만, 너무나 즐거워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떠나기 전, 장소월은 처음에 선택해 두었던 은백색 고양이를 샀다. 별이도 동의했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과 헤어지는 것 또한 아쉬웠다.“엄마, 고양이들 다 너무 귀여워요.”별이는 몸을 숙여 자신에게 달려온 흰 고양이를 쓰다듬었다.장소월도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없으니 일단 한 마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전연우까지 나서 별이를 달래고 나서야 아이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두 사람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집에 돌아온 뒤 별이는 배고프다면서도 고양이 집을 꾸미고 용품을 정리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장소월은 아이를 설득해 죽 한 그릇을 먹이고는 전연우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최근 장소월은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되었다. 시간이 없어 요가관에 가지는 못했지만 매일 운동하는 습관은 유지하고 있었다. 매일 밤 저녁밥을 먹고 시간이 나면 전연우와 함께 산책을 하곤 했다.산책은 점차 그녀의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을 정리하거나 전연우와 대화하기도 했고, 때론 사람들을 만나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영감을 떠올리기도 했다.“정말 고양이 키울 거야?”전연우는 되돌리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장소월은 사실 상관없었다. 다만 중요한 건 별이가 마음을 쏟았다는 점이었다. 그 아이의 열정이 빨리 식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전연우의 팔을 꼭 잡으며 장소월은 단호히 말했다.“이미 샀는데 후회하면 안 되지.”오늘 펫샵에 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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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4화

그렇게 고양이는 무사히 집에 남게 되었다. 장소월과 별이가 집에 없을 때는 메이린이 돌봤다.별이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고양이를 데리고 집 안팎을 뛰어다녔다. 덕분에 즐거움이 한층 더해졌다.장소월은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한 마리만 있으면 덜 외로워하겠지.”원래 고양이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던 전연우도 이제는 시야에 이 작은 녀석이 나타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너랑 별이가 알아서 해. 한 마리 더 들여도 돼.”집에 고양이가 생기니 별이도 마음을 둘 곳이 생겼다. 부모님이 매일 외출해도 더는 칭얼거리지 않았다.며칠 전 펫샵에 사료를 사러 갔을 때, 장소월은 금빛 고양이를 봐두었었다. 전연우의 허락까지 받으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장소월은 그림을 그리다 붓을 내려놓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중요한 일 먼저 처리해야지!”그림도 미뤄둘 정도로 중대한 일이 생겼나 했더니, 고양이를 사러 가는 것일 줄이야... 두 사람은 금빛 털의 고양이를 데리고 남원 별장에 돌아왔다. 별이는 은색 고양이에게 줄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안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는 금빛 고양이가 나타나자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와! 금색이야!”별이는 곧바로 우리 문을 열고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장소월이 아이를 말렸다.“방금 데려왔으니까 고양이가 먼저 집에 적응하게 해주자.”은색 고양이가 외롭지 않도록, 며칠 전 장소월은 장인을 불러 고양이 집 시설을 완비했다. 이제 고양이 집은 놀이터이자 아늑한 층간 침실이 되었다.별이는 그게 부러웠는지 고양이와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싶다며 어리광을 부렸다.별이는 아쉬운 듯 손을 거뒀지만, 눈빛은 금색 고양이에게 끈적하게 붙어 있었다.맛있게 밥을 먹고 있던 은색 고양이는 새 식구를 본 순간 동공이 몇 배로 커졌다. 그러고는 우리 안의 금색 고양이를 빤히 쳐다보았다.장소월과 전연우는 금색 고양이를 우리에 데려갔다. 우리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는 날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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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5화

장소월은 무언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곧바로 쇼핑몰의 먹거리들이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전연우는 차를 몰고 장소월을 쇼핑몰로 데려갔다. 그녀는 곧장 전에 눈여겨보았던 훠궈집으로 향했다. 훠궈집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으니 이제 와 후회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커튼이 드리워진 의자에 자리 잡았다.장소월은 신나게 메뉴판을 두어 번 훑어보더니 이내 먹고 싶은 걸 정하고는 전연우에게 건넸다. 그가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자 그녀가 말했다.“뭘 먹을지 모르겠어?”“그럼 내가 주문할게.”훠궈 육수와 고기, 그리고 채소까지 주문한 뒤, 장소월은 턱을 괴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단정하고 기품 있는 모습의 전연우를 바라보았다.“다 먹고 영화 보러 갈까?”대부분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다. 장소월은 이 시간이 꽤 달콤하다고 느꼈다.전연우 또한 반대하지 않고 그녀의 뜻을 받아들였다.장소월은 접시 두 개를 들고 양념을 뜨러 자리를 떴다. 돌아와 보니 훠궈 육수, 고기와 채소가 차례로 테이블에 올랐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먼저 곱창을 데쳐 전연우에게 건넸다.전연우는 곱창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어두운 눈빛으로 무언가 생각하더니 양념 접시에 두어 번 담갔다가 입에 넣어 천천히 씹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다. 그 우아하고 여유만만한 모습은 그야말로 신사 같았다.“어때?”장소월은 자신이 데친 곱창이 분명 맛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전연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네.”그의 입에서 나오는 ‘괜찮다’는 평가는 꽤 높은 점수를 의미했다. 장소월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젓가락을 들어 다른 음식을 안에 넣었다.훠궈 한 끼에 장소월은 마음이 뿌듯해졌다. 많이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전연우는 그녀가 집어준 음식을 모두 먹었다. 테이블 위 모든 접시가 깡그리 비어져 있었다.평소엔 전연우와 둘이서 먹든 별이와 함께 외식할 때든 항상 음식이 많이 남았었는데,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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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6화

영화가 시작되기 전, 주변의 여대생 몇 명이 자꾸만 이쪽을 힐끔거렸다. 심지어 장소월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요청하는 이도 있었다.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전연우의 매력은 정말이지 너무나 치명적이다.두 사람이 산 자리는 가운데 자리였다. 장소월의 옆에는 젊은 남자가, 전연우 옆에는 여대생 몇 명이 앉았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다른 자리로 바꿨다.하지만 전연우의 옆자리도 한 여학생으로 바뀌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여학생은 영화엔 눈길도 주지 않고 줄곧 전연우만 쳐다보았다.전연우는 짜증이 차올라 몇 번이나 장소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 무심한 여자는 영화 스크린에 푹 빠져 팝콘을 먹으며 즐기고 있었다.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전연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장소월은 점점 더 영화에 몰입했다. 영화 속 사람들이 재난을 겪는 장면에서는 잔뜩 긴장하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긴장되는 장면이 지나가면 그 손은 다시 팝콘을 집으러 향했다... 전연우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옆 여학생의 뜨거운 시선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영화는 하나도 보지 못했지만, 장소월을 보는 건 꽤나 즐거웠다.영화 스크린 빛이 장소월의 옆얼굴에 비쳤다. 정교하게 빚어진 얼굴 윤곽과 영화 줄거리에 따라 변하는 풍부한 표정이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장소월은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럽게 영화를 즐겼다. 끝난 뒤에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그녀가 일어나 전연우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멍하니 앉아 있었다.“왜 그래?”그제야 장소월은 그에게 눈을 떼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옆자리 여학생을 발견했다. 그녀는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고 전연우만 쳐다본 게 분명했다.장소월은 살짝 몸을 숙이고 애교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보, 이제 갈까?”남자라면 누구나 사르르 녹을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그녀에게 분노의 눈초리를 보냈다.장소월은 이런 질투 어린 적대적인 시선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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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7화

2주에 한 번씩 전연우의 옷장은 전부 비워지고 전문가가 맞춘 옷으로 새로 채워 졌다.전연우의 팔을 잡고 남성복 매장에 들어선 장소월은 갑자기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되어 남편에게 뭘 사줄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부족한 게 없는 것 같았다.반면 그가 그녀에게 사준 선물은 집에 쌓여 넘칠 지경이었다.주기적으로 잘 쓰지 않는 보석과 옷을 정리해야 할 정도였다. 값비싼 최고급의 물건들일지라도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전연우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더 안 돌아?”장소월은 맥없이 대답했다.“너무 많아... 집에 다 있는 물건들이잖아...”일상에서 쓰는 물건은 전연우가 늘 최고급으로 보냈다. 게다가 고객들이 선물한 것 또한 전부 최상품이니 쇼핑몰 물건들은 모두 평범해 보였다.전연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언제나 보석과 옷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여자 아닌가? 그런데 장소월 이 바보 같은 여자는 너무나 쉽게 만족한다.“그럼 바에 가서 조금 앉아 있을까?”전연우는 장소월의 기분이 적잖이 들떴다는 것을 알았지만 바에까지 가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술 마시고 싶어?”그녀의 건강을 위해 전연우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조금은 너그러워질 여지는 있었다.사실 장소월은 그저 바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전연우와 함께 가보고 싶었다. 지난번 마이와 가기로 했지만 일 때문에 미뤄졌었다.전연우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며 장소월은 솔직히 말했다.“술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앉아서 분위기만 느끼고 싶어.”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집에 가면 그림만 그릴 텐데, 바에 가서 노래를 듣는 게 더 편안할 것 같았다.가까운 바에 도착한 뒤 장소월과 전연우는 밤바람을 느낄 수 있는 강변에 자리 잡았다. 커튼 너머로 기타를 치는 잘생긴 청년과 어깨까지 드리운 긴 머리의 가수가 보였다. 한 명은 노래하고, 한 명은 연주를 하는 듯했다.가수의 음색은 맑고 깨끗했다.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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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8화

장소월이 뒤로 물러서며 종업원을 부르려 할 때, 아까 기타를 쳤던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이거 성추행이에요.”중년 남자는 눈앞 매끈한 피부의 청년이 감히 자신을 막아서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넌 뭐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날 가르치려 들어?”그는 테이블 위 유리컵을 집어 청년에게 던졌다.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한 탓에 청년의 이마가 찢기며 피가 흘러나왔다.전화를 끝내고 들어온 전연우의 눈에 장소월 쪽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빠르게 다가가 보니 장소월은 젊은 청년을 부축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대각선에 있는 중년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청년은 왠지 낯익어 보였다. 현장 상황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전연우는 종업원과 경비원을 불렀다.중년 남자는 두 명의 경비원에게 붙잡힌 채 다리를 버둥거리며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렸다.장소월은 품에 있는 청년에게만 신경을 쓰느라 전연우에겐 눈길도 주지 못했다.“괜찮아요?”장소월의 얼굴엔 다급함과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후 전연우를 발견한 그녀는 청년을 부축한 손에 약간 힘을 풀며 말했다.“전연우, 의사 좀 불러줘.”청년은 자신을 돕다 다쳤으니 끝까지 책임져야 마땅했다.전연우는 일찌감치 사람을 불러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계속 무언가 대화하는 바람에 끼어들기 어려웠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그의 냉랭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장소월은 그가 이미 꽤나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것을 깨달았다.청년은 두 명의 종업원에게 부축을 받으며 문을 나섰고 장소월도 뒤따라갔다.전연우는 장소월은 은혜를 입은 사람에겐 책임을 다하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질투심이 타올랐지만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청년의 머리는 붕대로 감겨 있었고 손엔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다.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의사는 3일간 입원 관찰을 권했다.장소월은 간병인을 구한 뒤 전연우의 손을 잡고 병실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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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9화

하성재는 장소월이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전연우의 위압적인 기세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장소월 또한 하성재는 누군가의 관심과 위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고, 지금 하성재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병원을 떠나기 전, 장소월은 간병인에게 주의할 점을 꼼꼼히 당부한 뒤 전연우의 팔을 잡고 나왔다.돌아가는 길, 장소월은 여전히 하성재 얘기를 늘어놓았다.“하성재 씨 너무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던 것 같아. 혼자 외롭게 지내기 쉽지 않았을 거야.”말을 하면 할수록 장소월은 마음이 저릿해졌다. 급기야 하성재를 의남매로 삼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전연우는 그녀의 말이 단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장소월이 하성재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 인지해 두었다.다음 날 아침, 장소월은 주방 아주머니에게 하성재의 아침 식사를 부탁했다. 그러고는 일부러 병원에 전화해 끼니를 가져다주라고 당부했다.“하루 세끼 다요.”그렇게 신신당부한 뒤에야 장소월은 식탁에 앉았다.별이는 오전에 수업이 없어 오랜만에 외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소월이 병원에 간다고 하자 어두워진 얼굴로 머뭇거렸다. 필경 병원은 좋은 곳이 아니니 말이다.장소월은 웃으며 말했다.“거기 입원한 형이 있어. 어젯밤에 엄마를 도와준 형이야.”그 말을 들은 별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를 도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좋은 형일 테니 직접 만나고 싶었다. 전연우는 아무 말도 없이 질투로 부글거리는 마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놈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다니! 왠지 자신에게보다 더 잘해주는 것 같았다.병원으로 가는 길에서도 전연우는 말이 없었다. 반면 장소월은 별이에게 하성재의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있었다.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형이 그렇게 불쌍할 줄은 몰랐어요.”가엾은 사람들에게 별이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운전기사가 장소월과 별이를 병원에 내려주자 전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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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0화

연속 사흘 동안 병원에서 하성재를 돌보며 장소월은 눈에 띄게 야위었다. 그녀가 하성재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는 모습이 전연우는 마음에 걸렸다.퇴원하는 날, 장소월은 하성재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물었다.“하성재 씨, 집이 어디예요?”하성재는 그 질문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대답했다.“원래 친구랑 같이 세 들어 살았었는데 요즘 돈이 빠듯해서... 바 손님들이 다 떠나면 거기서 자고 있어요.”며칠간의 대화를 통해 장소월은 하성재가 바에서 노래하며 생계를 이어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형편이 궁핍했을 줄이야.전연우는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두 사람의 더이상의 접촉은 막고 싶었다. 책임은 이미 충분히 다했다. 이젠 그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한다고?장소월은 잠시 생각하다 하성재를 돕기로 했다.“그러면 일단...”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연우가 끼어들었다.“우리가 살 곳 마련해줄게요.”그는 장소월이 하성재를 집에 데려오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전연우에겐 부동산이 많아 하성재에게 아무거나 하나 던져주면 될 것이다.하성재는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고마워요, 누님, 형님. 그래도 폐는 끼치고 싶지 않아요.”그가 이런 말을 할수록 돕고 싶다는 장소월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집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많이 안정될 테니 말이다.“우리한테 예의 차릴 거 없어요. 성재 씨가 날 누나라고 불렀잖아요. 나도 이미 성재 씨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전연우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장소월은 모든 면에서 훌륭했지만 마음이 너무 여리고 사람을 쉽게 믿는 게 문제였다.장소월은 하성재를 집에 데려오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남원 별장은 충분히 넓으니 사람 한 명이 더 산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나? 하지만 전연우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었다.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까 말을 끊지도 않았을 것이다.결국 하성재는 장소월과 전연우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바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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