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681 - Chapter 1690

1753 Chapters

제1681화

얼마가 지났을까, 한수희는 더 이상 한숨을 쉬지 않고 간절한 눈빛으로 전연우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전연우를 붙잡았다.장소월도 그녀의 부탁이 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전연우가 이우림을 도와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돕는단 말인가?곧이어 한수희의 입에서 나온 부탁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의견을 내기도 전에 전연우가 단칼에 거절했다.“안 돼요. 저한텐 가정이 있어요.”한수희는 절망에 빠져 울먹거렸다.“연우야, 내가 널 키우다시피 했잖아. 지금 우림이 상태가 너무 심각해. 조금만 도와줄 수...”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연우는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안 됩니다.”전연우는 이 집안사람들에게 늘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장소월과 관련된 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너무나 단호한 전연우의 태도에 한수희는 즉시 방향을 바꿔 장소월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엔 은은한 혐오가 담겨 있었다. ‘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우림이가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텐데...’“우림이 좀 도와줘, 제발!”한수희는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장소월은 어머니의 절망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인다면 장소월이 희생을 감내야 한다!한수희의 끊임없는 집착을 피해 전연우는 인사도 없이 장소월을 데리고 나갔다. 차에 오르자마자 비서에게 전화했다.“정신과 최고 의사를 찾아.”약물치료로 이우림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전문적인 진단으로 가족을 안심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장소월은 오랜 고민 끝에 이우림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예전엔 둘도 없는 사이였는 데다 별이도 그녀를 잘 따라주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전연우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였다.별이의 입에서 이우림을 도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전연우는 즉시 곁에서 태연히 화보를 보고 있는 장소월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른 척 회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장소월은 억지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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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2화

요가관에서 심수정을 자주 마주쳤지만, 장소월은 그녀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법인가 보다.“장소월 씨, 이 사물함은 내 거예요.”심수정이 장소월의 사물함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했다.장소월은 전연우를 만나러 급히 나가야 했기에 사물함에서 핸드백을 꺼내 들고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차에 오른 뒤에야 핸드백에서 반지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몇 번이나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심수정이 떠올랐다.“차 돌려요!”급히 운전 기사에게 지시하며 핸드백을 다시 뒤졌다.“뭐 잃어버렸어?”전연우가 다가오며 말했다.“다시 사면 돼.”장소월이 어이없다는 듯 흘끗 그를 쳐다보았다. 새로 사는 거로 해결되지 않는 물건도 있는 법이다. 그 반지는 전연우가 운무 마을에서 청혼할 때 준 것이었다!요가관 탈의실로 돌아와 보니 사물함은 텅 비어 있었고 반지의 흔적 또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요가 강사에게 물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전연우가 통화를 끝내고 도와주러 가려 한 순간 장소월은 씩씩거리며 요가 교실에 들어가고 있었다.“소월아.”전연우가 따라가 보니 장소월은 요가 매트 아래를 뒤지고 있었다.“도대체 뭘 잃어버린 거야?”장소월은 본래 전연우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맥없이 요가 매트에 주저앉았다.“반지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가 수업 전, 장소월은 늘 액세서리를 벗곤 했었다.그녀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탓할 수는 없었다.“괜찮아.”그 말에 장소월은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얼마나 아끼는 반지였는데!전연우의 말에 따라 장소월은 요가관을 나섰다. 떠나기 전 요가 강사에게 간절히 부탁했다.“선생님, 번거롭겠지만 제발 좀 찾아봐 주세요.”그 반지는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찾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찾지 못한다면 마음에 크나큰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돌아가는 길, 전연우는 계속 그녀를 위로했다.“반지 잃어버렸으면 다시 사면 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장소월은 말없이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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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3화

반지 사건은 장소월의 마음에서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았다. CCTV를 확인해보니 그 시간대에 탈의실에 들어간 건 심수정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찾아갔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포에 이상한 물건이 있을까 두려웠던 탓에 장소월은 전연우가 데리러 올 때까지 열지 않았다. 예상 밖으로 택배 안에는 낯익은 서류 봉투가 들어 있었다.가벼운 것 같았지만 꽤나 묵직한 봉투였다. 열어보니 사진 여러 장이 들어 있었다.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흐릿한 술집 조명 아래 익숙한 두 사람이 보였다. 이우림과 전연우였다.장소월은 머릿속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반면 전연우는 너무나 태연한 얼굴이었다.어느새 장소월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전연우는 방금 전까지 업무 생각에 빠져있다가 기초적인 구상이 끝난 뒤에야 장소월에게 주의를 돌렸다. 그녀의 이상함을 느낀 그가 급히 물었다.“왜 그래?”장소월은 말없이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전연우의 눈길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날 밤 술집에서 이우림을 집으로 돌려보내려던 순간이 찍혀 있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이를 이용해 장소월을 괴롭히려 한 것이다.“너랑 우림 씨 도대체 무슨 관계야?”장소월의 머릿속에 수많은 추측이 떠올랐다. 이우림의 정신적 혼란, 갑작스러운 해외행,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전연우는 순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장소월의 어깨를 붙잡았다.“날 믿으면 돼.”지금의 장소월에게 그 말은 아무런 의미도 되어줄 수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명확한 설명이지, 믿음이라는 두 글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남원 별장으로 돌아왔다. 별이는 메이린과 대회에 참가하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던지라 집엔 둘뿐이었다.침묵을 안고 침실로 돌아온 장소월은 사진을 다시 꺼냈다.사진에 포토샵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실제 상황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날 밤 전연우가 어디에 갔는지 말하지 않고 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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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4화

“이거 심수정 아니에요?”장소월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요가 강사는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코너 쪽 CCTV는 원래 고장으로 영상이 나오지 않았었는데, 측문에 언제 설치됐는지 모를 카메라가 있었다.전연우는 눈썹을 찌푸렸다. 장소월이 반지를 찾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사람을 시켜 CCTV 영상을 가져왔다.“하지만 요즘엔 요가관에서 심수정 못 봤어.”장소월의 시선이 전연우에게로 향했다.지난번 사진 사건으로 둘은 일주일 동안 틀어져 있다가 이제 겨우 화해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또 전연우와 관련 있는 듯했다.전연우가 없는 틈을 타 요가 강사에게 물었지만 답은 부정적이었다.“그럴 리가요?”장소월은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반지를 찾긴 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께름칙했다.똑같은 반지 두 개가 생겼다. 하나를 잃어버려도 또 하나가 남아 있게 된다. 대체 가능한 물건은 오히려 그 소중함이 떨어진다... 그 생각에 장소월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도 전연우에게 그런 존재일까?“왜 그래? 음식이 입에 안 맞아?”전연우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장소월의 약지에 손을 얹었다.반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포크에 반사돼 유난히 눈부셨다.장소월은 고개를 저으며 과일을 깨작거렸다. 잡다한 생각을 떨쳐내려 해도 머릿속엔 자꾸만 그 장면들이 떠올랐다.약지의 반지는 전연우의 독보적인 애정을 담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야는 흐릿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심수정은 그 후로 자취를 감췄다. 장소월은 요가관에 갈 때마다 그녀의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얼굴이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왜 반지 안 꼈어?”전연우의 질문에 장소월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두 개 있잖아.”전연우의 의문 담긴 눈빛에 장소월은 불편해졌다. ‘반지를 안 낀 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그런 장소월의 태도에 전연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반지를 안 꼈다는 건 그의 아내 자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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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화

전연우는 한번 흘끗 보고는 그림을 덮어버렸다.“오래전 그림이야.”그리고는 그림을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장소월은 그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화풍... 행복한 삶은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그녀는 급히 일어나 전연우 앞을 막았다.하지만 전연우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지나쳤다. 그 당당하고 태연한 태도에 장소월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내 그림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거지?’서재에 따라 들어가 보니 전연우는 지문으로 금고를 열고 있었다. 금고 안은 가득 차 있는 듯했지만 불이 꺼져 있어 내용물은 보이지 않았다.장소월이 다가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내 그림을 금고에 넣으려고?”“너무 낡은 그림이야.”또 그 말! 장소월은 화가 나 전연우의 큰 손을 붙잡았다.“낡으면 난 갖고 있을 수 없는 거야?”전연우는 장소월이 단지 심통 부리는 거라 생각했다.“착하지. 얌전히 굴어.”전연우가 금고를 닫으려 하자 장소월은 손을 뻗어 막아 세웠다.이에 전연우는 그림을 넣는 걸 포기하고 부드럽게 장소월의 손을 잡았다. 그녀를 품에 안으려 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만지지 마!”장소월의 목소리엔 설움이 섞여 있었다.“왜 나한테 숨기려 하는 거야?”최근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장소월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다. 그런데 왜 전연우는 늘 그녀를 속이고 통제하려는 걸까?전연우도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장소월이 옛 기억을 떠올리는 건 좋을 바가 없다.그가 다시 다가가려 하자 장소월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뒀다.화가 난 장소월은 전연우를 무시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별이가 보이지 않자 곧바로 문으로 직행했다.최근 남원 별장에서는 전연우의 지시로 장소월의 외출을 제한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녀가 평소처럼 문으로 향하자 문지기는 별다른 제지 없이 문을 열었다.별장 문을 나온 순간 장소월은 막막함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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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6화

장소월은 빛을 잃은 멍한 눈빛으로 앉아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 눈을 떴을 때의 무력함과 막막함만 떠올랐다.일련의 사건들로 장소월의 심신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남원 별장으로 돌아와서도 전연우의 손을 꼭 잡고 놓지 못했다.전연우는 그녀가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병원에 가볼까?”전연우의 큰 손이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는지 그의 옷깃을 더욱 꼭 말아쥐었다.장소월은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쳐버렸다.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장소월은 간신히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전연우는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조심스레 소파에서 잠든 그녀를 안아 위층 방 침대에 눕혔다. 이불을 덮어주려는데 그녀가 또다시 그의 소매를 잡았다.그녀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연우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했었다. 이젠 사건의 경위를 명확히 파악해볼 때다.그는 한 손으로 장소월을 안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열었다. 부하가 보낸 사진 몇 장을 본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진 속 흐릿하게 귀부인 같은 여자가 보였다. 옆모습이 한수희와 비슷했다.장소월이 이우림의 존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전연우는 이미 이용재와 솔직히 얘기했었다. 이후 다행히 이용재는 이우림을 해외로 보내 치료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한수희는 이우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동의하지 않았고 전연우와 따로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조금의 소득도 없었다.이우림은 반드시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한 성격의 장소월은 마음이 약해질 것이고 결국 또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그날 밤, 장소월은 불안함에 깊게 잠들지 못했다. 전연우는 밤새 뜬눈으로 그녀의 곁을 지켰다. 품 안의 그녀가 경련할 때마다 그의 심장도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새벽 5시, 장소월은 흐릿한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괜찮아?”전연우의 눈빛은 더없이 부드러웠다. 장소월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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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7화

장소월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버린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두 번째 검진에서도 장소월의 몸엔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신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전연우는 장소월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조금이라도 먹어.”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려 입맛이 없었다.전연우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휴식이 부족한 지금 비행기를 타는 건 적절치 않았다. 하여 일단 집에서 먼저 회복시키기로 했다.“역시 그놈들이었어.”전연우는 얼굴을 굳히며 부하가 가져온 영상을 확인했다. 한수희가 사람을 고용해 장소월을 납치하고 마을에 버린 것이 거의 확실했다.그 반지가 없었다면 장소월을 찾는 건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전연우는 망설임 없이 이용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부부인 건 사실이지만, 이번 한수희의 행동은 선을 넘었다.“확실한 거지?”마음속으론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이용재가 이런 질문을 한 건 전연우의 태도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네.”전연우가 차갑게 대답했다. 이용재는 그의 단호한 성격과 그에게 장소월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무력하게 말했다.“그래. 네가 알아서 해.”병원에서 잘 지내고 있던 한수희와 이우림에게 감시 인원이 붙었다. 누군지 물어본 뒤 사흘간 실랑이를 벌였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감시받는 생활을 받아들였다.이용재는 모녀에게 다시 한번 소란을 피우면 신용 카드를 끊어버리겠다고 경고했다. 한수희는 못마땅했지만 축 늘어져 있는 딸이 안타까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전연우의 보살핌 아래 장소월은 서서히 건강을 회복했다. 반지를 건네받으며 그녀는 감개무량함을 감추지 못했다.“이 반지가 날 구했어.”그날 장소월은 반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걷다가 입이 막혔고 마을로 가는 길에 손발의 속박을 풀려다 반지를 떨어뜨렸다.멍하니 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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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8화

저녁, 동창들이 열정적으로 장소월을 붙잡았다.“소월아, 다들 오랜만에 만났잖아. 같이 밥 먹자!”그들의 성의를 거절하기 어렵기도 했고, 내심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기에 그녀는 애교를 부리며 전연우의 팔을 잡아당겼다.그 모습에 전연우의 눈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넘실거렸다.저녁 모임에는 20여 명의 동창들이 모두 참석했다. 분위기 메이커인 마이는 이번에도 어느새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장소월은 그저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전연우를 데리고 동창들에게 가려던 순간, 오만한 기세의 여자가 눈앞에 나타났다.마이가 가장 먼저 진무희임을 알아차리고 반응했다.이번 동창회에 진무희는 초대되지 않았다. 방학 초 모두와 연락을 끊었고, 그 후 돌연 화려한 모습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복귀했다.석조 분야에서 그녀는 순조롭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동창들이 진무희를 부르지 않은 건 질투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먼저 안하무인으로 행동했기 때문이었다.오늘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장소월이 인사를 건네려 하자 전연우가 그녀를 붙잡았다. 결국 마이가 동창들을 대표해 진무희에게 인사했다.오늘의 진무희에게선 예전의 수수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밝은 노란색의 몸에 딱 붙는 힙업 드레스에 까만 직모가 어깨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진무희는 마이의 인사에 답하지 않고 장소월과 전연우 쪽만 쳐다보고 있었다.이젠 전연우도 더는 장소월을 막을 수 없어 결국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진무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장소월에게 손을 내밀었다.“소월아, 오랜만이야.”너무나 낯선 진무희였지만, 옛 동창으로서 장소월은 진심으로 반가워했다.“오랜만이야.”장소월도 손을 내밀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전연우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장소월을 품에 감쌌다. 진무희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서 말이다.그럼에도 진무희는 열정적으로 전연우에게 인사했다.“전 대표님, 다시 만나니 정말 기쁘네요.”그녀의 노골적인 애정 어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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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9화

클라이언트와의 식사 자리에서도 전연우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유 없이 이런 술을 받아마실 리 만무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요.”간단명료하고 단호한 대답에 진무희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때 마이가 다가와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렸다.“여기 서서 뭐해? 빨리 와서 춤춰!”장소월이 마이에게 끌려가자 진무희는 그 틈을 타 전연우와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전연우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쪽으로 걸어갔다.장소월은 마이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술기운에 정신이 살짝 몽롱해졌고 기분이 들떠 말도 많아졌다.에문이 다가왔을 때 장소월은 더 이상 춤추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다른 손으로 포크를 들어 과일을 먹었다.저녁 내내 얘기하고 술만 마신 탓에 배가 고팠다. 위가 텅텅 빈 것 같아 갈증을 해소할 무언가가 퍽이나 당겼다.진무희는 전연우가 통화를 끝낸 뒤에도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장소월의 정신은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시야 속 사물들이 상하좌우로 흔들렸다.진무희는 전연우를 따라 장소월 앞까지 와서는 뻔뻔하게 입을 열었다.“전 대표님, 연락처 주세요. 우리 협업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지금의 진무희는 예전과 달랐다. 큰일을 도모할 능력과 자본을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하지만 전연우는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관심 없어요.”몸을 숙여 장소월의 몽롱한 눈빛을 본 순간, 그는 그녀가 술에 취했음을 짐작했다. 그녀는 예전부터 주량이 약해 평소 별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오늘은 그녀가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 즐거워하니, 전연우는 그녀가 술을 마시는 걸 제한하지 않았다.“어지러워?”전연우는 부드럽게 장소월을 일으켰다.진무희는 그 모습을 질투의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선심 쓰듯 전연우를 돕겠다고 나섰다.그때 마이가 급히 다가와 진무희가 손을 뻗기 전에 먼저 말했다.“진무희, 이쪽으로 와서 우리랑 같이 놀아! 다들 오랜만에 만났잖아!”진무희는 가고 싶지 않아 못 들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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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0화

“같은 질문에 넌 뭐라고 답할 거야?”답하기 어려운 전연우의 질문에 장소월은 침묵에 빠졌다. 그러다 순간 머리가 번쩍였다.“내 생각엔... 상황에 따라 다르지!”전연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뭐 어쩌겠는가, 귀여우니 봐주는 수밖에!저녁, 동창 몇 명이 장소월을 술집에 가자고 꼬드겼다. 그녀는 가고 싶었지만 전연우가 반대할까 걱정이었다.마이가 한참 설득하자 장소월은 망설이며 말했다.“그럼 먼저 그 사람한테 물어봐야겠어!”전연우의 허락을 받고 나니 불안했던 마음이 완전히 홀가분해졌다. 최근 전연우가 자신에게 관대해진 게 느껴졌다.갑작스러운 변화가 믿기지 않아 장소월은 다시 물었다.“정말?”전연우는 곧바로 대답했다.“당연하지.”잠시 멈췄다가 말하려 했지만 장소월이 급히 끼어들었다.“당연히 같이 가는 거야!”마이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장소월과 전연우가 해외에 온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소월아, 우리랑 춤추자!”마이가 옆에 있는 전연우를 보며 말했다.“전 대표님도 같이 갈 거죠?”전연우는 술집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늘도 단지 장소월 때문에 온 것이었다. 춤추자는 제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장소월이 대신 대답했다.“이 사람은 안 갈 거야. 여기서 우리 기다리라고 하면 돼.”말을 마친 그녀는 마이를 끌고 빠르게 댄스플로어로 향했다. 이미 춤을 추고 있던 다른 여자 동창들은 두 사람이 오자 더욱 신나게 흔들었다.한편 진무희는 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장소월과 마이가 정신없는 틈을 타 빠르게 전연우의 옆자리에 앉았다.그들이 이곳에 왔다는 소식은 린다에게서 전해 들었었다. 전연우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예민한 감각으로 다가온 이가 진무희일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장소월의 동창이기 때문에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전 대표님, 우리 한잔할까요?”진무희가 가까이 다가갔다.그녀는 이 남자에게 너무나 큰 끌림을 느끼고 있었다.전연우는 곧바로 일어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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