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주변을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느껴졌다.이유영이 아무것도 볼 수 없었을 때, 그의 모든 미세한 변화를 다 알아차렸던 것을 떠올리며 문득 궁금해졌다.‘그때 유영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이유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의 모든 감정을 다 느끼고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강이한의 가슴이 먹먹해졌다.“말해 봐. 무슨 일이야.”결국, 강이한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신시욱의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한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신시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께서 오늘 오후, 박연준 씨와 이혼하십니다.”“...”“게다가 태도가 매우 강경하십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쾅’ 하고 울리는 듯했고 이마의 핏줄이 꿈틀거리며 고통이 밀려왔다.“엔데스 가문의 그 도장은 아직 소식 없어?”“아직 없습니다.”‘그런데도 지금 이혼하려 한다고?’‘엔데스 가문의 상속자가 되려면 정씨 가문의 지지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는 있는 걸까?’이혼을 강행한다면 정씨 가문은 엔데스 가문과 정면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건가?’“그리고...”신시욱의 목소리엔 걱정이 깊게 실려 있었다.“그리고 뭐?”강이한은 이미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마음이 무거웠다.‘이유영,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어젯밤, 사모님께서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함께 계셨습니다. 박연준 씨는 굉장히 초조해 보였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 사모님이 먼저 이혼을 제안하셨고 태도는 단호했습니다. 그래서...”신시욱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어젯밤, 이유영은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함께 있었고 그다음 날 아침 박연준에게 이혼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그렇다면 이 일에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상관있지 않을까?셋째 도련님의 이름이 언급되자 강이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그 바보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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