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진영숙에 대해서 만큼은 이해도 공감도 할 수 없었다.이런 이유영의 마음을 박연준은 진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혹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진영숙과 마찬가지로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어쨌든 지금 이 모든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유영아,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알 필요 없어!”박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매섭게 말을 잘랐다.그녀의 단호하고도 냉정한 태도에 박연준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이토록 차갑게 변해버린 걸까?’“너에겐 그럴 자격이 없어, 알아?”한참의 침묵 끝에 박연준이 입을 열었다.그의 말에는 좌절과 체념이 묻어 있었다.이유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덧붙였다.“진영숙은 아이의 할머니야. 아이를 만나는 걸 막을 권리는 없어.”“아니, 나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이유영은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의 어조는 더욱 단단해졌다.이미 박연준과의 관계는 끝나 있었다. 지금 와서 그의 감정을 신경 쓸 이유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기에 직설적으로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유영아!”박연준이 목소리를 높이려는 찰나, 이유영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때 황산이 쏟아졌을 때, 넌 이미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지?”박연준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지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그 이야기를 꺼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아무 말 없이 침묵만 이어지자 이유영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그렇다면 내가 뭘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거지? 응?”물론 이유영의 마음 한편에는 아주 작은 여지가 남아 있었다.하지만 지금 박연준의 모습을 보며 그 여지조차 사라지고 말았다.박연준은 무언가를 말하려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유영 역시 더는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그녀가 강이한에게 씻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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