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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1화

모든 말이 분노로 삼켜졌다!...그렇게 엔데스 명우는 화를 못 이기고 떠나갔다.그러나 소은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번 재판에 대한 파일을 계속 정리했다.바로 이때,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면서 안건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한 가지 일은 꼭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뭔데요?”“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졌던 재판이 바로 이수연 씨 사건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개입했더라고!”“설마 엔데스 명우인가요?”“맞아. 그러니까 너도 신경 좀 써야 할 것 같아.”“넌 그냥 이번 재판만 잘 처리해 주면 돼.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한껏 엄숙하게 말했다.그러나 소은지는 오히려 그의 말을 듣자마자 안심이 되었다.엔데스 명우가 이런 찌질한 방법 외에는 별달리 생각해 낼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수법마저 소은지는 혐오감이 들었다.엔데스 명우가 이러는 것도 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소은지는 당연히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남자는 그저 미친 듯이 그녀를 되찾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소은지를 몰아붙이기만 했다.그러다가 결국에는 그녀를 완전히 잃게 되어버렸다.전화를 끊자마자 진동 소리가 또다시 울려 화면을 확인해 보니 이번에는 이유영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영아.”“은지야, 도착했어?”“응.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소은지는 분명 이유영이 지금 자신을 만나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원래는 파리에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이유영을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손에 일이 너무 많았다.하여 말하자마자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고는 한 시간 안으로 만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나 지금 집이야!”“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자료들을 서류 가방에 넣은 뒤 코트를 들고 집을 나갔다.그러나 문밖으로 나와보니 엔데스 명우가 차 문에 기대어 어두운 얼굴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그러거나 말거나, 소은지는 못 본 척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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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2화

소은지가 이유영네 집에 와보니 그녀는 한창 소파에 앉아 은별의 옷을 안고 있었다.“은별이는 아직 못 찾았어?”그제야 이유영은 한껏 창백한 얼굴로 소은지를 올려다보았다.“은지야!”소은지는 살짝 쪼그려 앉아 이유영을 품에 안아줬는데 문득 그녀의 인생도 참 고달프다는 느낌이 들었다.강이한은 이제 이유영의 삶에서 완전히 지나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왜 아직도 그녀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히고 있을까?반복에 반복을 더해 가면서 말이다!이렇게 보면 자기 삶에 머물렀던 사람의 흔적은 그냥 쉽게 흘려보내기 힘들다는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았다.또한 이는 평생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 주고 있었다.“저번까지는 은별이가 청하 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었는데 확인하러 가기도 전에 또 잃어버렸어. 지금 단서는 있지만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대.”이유영이 울먹거리며 말하자 소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강이한은 진짜 미친놈이야. 그러니까 최대한 멀리해.”지금 강이한이 마구 폭주하는 모습을 보면 한 사람을 충분히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것 같았는데 그걸 이유영이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지금처럼 계속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멀리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그녀의 말대로 강이한은 이유영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어쩔 계획인데?”소은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금 은별이가 없어졌기에 무슨 일이 있든 자기 딸부터 되찾아야 했다.강이한을 어떻게 대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 남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 언제든지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었다.“...”계획이라...사실 그동안 온 신경이 은별이를 찾는 일에만 쏠리다 보니 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방금 소은지가 묻고 나서야 든 생각인데 아무리 은별이를 되찾았다고 해도 강이한이 계속 살아있는 한 두 모녀는 앞으로 안일한 삶을 살기 힘들어 보였다.그 생각에 이유영의 얼굴이 단번에 차가워졌고 그 모습을 소은지도 금방 알아채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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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3화

대체 언제부터 강이한은 이유영 쪽이 통하지 않으면 소은지한테로 달려오게 된 걸까?소은지는 순간 화가 슬슬 몰려왔다.“여기에는 무슨 일이야?”어쨌든 여기는 이유영이 살고 있는 곳인데 강이한이 이렇게 아무 때나 나타난다면 이유영의 삶에도 꽤 영향이 클 것이다.사실 엔데스 신우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종래로 이유영한테 따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만약 그 사람이 엔데스 명우였다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유영의 삶만 더 고달파지게 했을 것이다.하여 이런 거만한 모습에 소은지는 혐오감만 더 몰려왔다.강이한이 길을 살짝 비켜주는 모습에 소은지가 막 자기 차에 올라타려는데 갑자기 그가 먼저 소은지 차의 조수석에 올라탔다.“...”순간 소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만약 다른 사람이었어도 이런 행동은 상대방에게 거부감만 안겨줬을 것이다. “안 타? 그럼 여기서 말할까?”그의 뻔뻔함에 소은지는 할 말을 잃었고 저 말은 분명 오늘 할 말이 꽤 길다는 걸 의미했다.하여 어쩔 수 없이 소은지는 불쾌한 마음을 억지로 참고 차에 올라탔고 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그에게 말했다.“난 지금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차가 멈추기 전에 할 말을 다 끝내줬으면 좋겠어!”말을 마치자마자 차는 떠나갔다.강이한이 묵묵히 안전벨트부터 매는 모습에 소은지는 코웃음이 나왔다.“자기 목숨은 또 소중한가 보네!”“지금 내가 죽기만을 바라는 사람이 많아서 조심해야 하거든.”“참나!”남의 인생은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려 놓고, 자기 목숨은 소중히 여기는 그의 모습이 너무 얄미웠다.특히 남자의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소은지는 이제 이 사람은 완전히 맛이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예전에 청하시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과연 무엇이 이 남자를 이토록 차갑고 무자비한 사람으로 변하게 했을까?사실 아무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맞다. 강이한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그가 초래한 결과였다.그는 소은지를 한번 힐끔 바라보았다.“유영이가 사람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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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4화

하여 그녀에게 도움 요청하는 건 완전히 문제를 일으키려고 작정한 거라고 볼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이유영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소은지 외에 누가 있을까?“강이한, 예전에 너희 두 사람이 같이 있게 됐을 때 아무리 유영이가 가진 게 없어도 난 네가 한참 모자라다고 느꼈는데 그 원인이 뭔지 알아?”소은지는 강이한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강이한이라는 사람을 알았을 때, 그녀는 진작에 강씨 가문을 몰래 조사해 봤다.그리고 그런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분명 훌륭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는데 지금 보니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강이한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강씨 가문이 아무리 부유하다고 해도 모자란 것도 많더라고. 특히 인품 면에서 말이야...”아무리 청하 시의 60%의 재산이 그들의 손에 있다고 해도 소은지는 인품 같은 건 돈으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순간 그녀의 말에 강이한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더니 얼굴도 아까보다 많이 어두워졌다.“너무 화낼 필요 없어. 내가 근거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 네가 뒤에서 몰래 했던 짓들은 충분히 유영이를 지금까지 괴롭게 만들고 있으니까!”“...”“무덤을 뒤집는 게 뭐 어때서? 내 생각에는 이제 다음 순서가 네 어머니랑 네 여동생 차례인 것 같은데?”소은지는 이유영이란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강이한은 온몸으로 살기를 마구 뿜어내며 설마 그녀가 그런 무지막지한 일까지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이정한테서 전화가 왔다.“여보세요.”“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사모님 무덤마저...”수화기 너머의 이정은 차마 뒤의 말을 잇지 못했다.역시나 소은지의 말대로 이유영은 지금 폭주 중이이었다.그리고 흘러나오는 말소리를 자연스레 듣게 된 소은지는 이유영이 너무 기특해서 당장에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다.이렇게 뻔뻔스러운 인간에게는 더 뻔뻔스러운 행동으로 맞서야 했다.그러다가 강이한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니 역시나 눈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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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5화

‘이깟 일?’소은지가 봤을 때 당했던 걸 그대로 돌려주기에는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았다.그러나 강이한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너 자신한테 물어봐. 만약 은별이한테 사고가 생기지 않았으면 지금 엔데스 명우랑 뭘 하고 있었는지?”‘뭘 하고 있었냐고?’그녀의 말대로 그들은 파리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모든 걸 다 계획해 뒀으나 유일하게 은별이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니까 빨리 돌아가. 그때 가서 유영이 손에 죽고 싶지 않으면. 유영이가 진짜로 돌아버리면 무슨 일이든 해내는 사람이란 걸 네가 제일 잘 알잖아?”지금의 이유영은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자신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능력과 제법 독한 수법도 쓸 줄 알았는데 무엇보다도 자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소은지는 아무리 오늘 이유영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강이한과 대화를 나누고 보니 현재 그녀가 하는 일이 강이한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안겨줬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강이한은 그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너한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괜히 유영이를 망치려 하지 마. 이런 생각은 두 사람한테 모두 위험한 거니까.”소은지는 단호하게 지금 두 사람에 대한 현실을 말해줬다.이유영도 아마 강이한의 이런 점을 보고 수법이 더욱 거침없어졌을 것이다...반드시 강이한보다 더 악독해져야 한다는 생각도.“하하, 위험하다고?”강이한이 갑자기 코웃음 치며 되물었다.“서주 쪽에는 누가 남았어? 누가 남았든 유영이는 똑같이 전부 뒤집어엎을 거야!”서주.그렇다.그곳은 강이한이 박연준한테 모든 걸 맡겨둔 곳인데 일이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가는 서주 쪽도 안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강이한은 서주라는 두 글자에 얼굴이 단번에 변했고 그걸 마침 소은지도 알아챘다.아무리 서주의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갔다고 해도 일이 그리 간단한 것 같지 않았다.강이한은 대체 이유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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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6화

이유영과 강이한 두 사람이 예전에는 얼마나 애틋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서로 맞은편에 서서 피터지게 싸워야 했다.소은지가 별장에 돌아와 보니 몇 대의 차들이 입구 쪽에 세워져 있었다.이때, 집사가 냉큼 그녀에게 달려왔다.“아가씨.”“누가 왔어요?”소은지가 가방을 건네주며 묻자 집사가 공손하게 답했다.“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순간 소은지의 얼굴이 단번에 어두워졌다.이번에 돌아온 후 할리 가문과는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비너스 타운에 간 이후로 할리 가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그러다가 문득 그때 할리 가문에서 하선희의 병이 악화했다면서 그녀가 파리로 돌아와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기를 바랐던 일이 떠올랐다.그러나 그것마저도 소은지는 단칼에 거절했다.그리고 지금...파리로 돌아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할리 민상이 벌써 찾아왔다?소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이미 검은색 양복 차림의 경호원이 여러 명이 서 있었고 소파 정중앙에 앉아 있는 할리 민상의 모습이 보였는데 가까이 가지 않아도 그의 위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소은지는 순간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이때, 그도 인기척을 느끼고는 곧바로 뒤돌아보았는데 눈앞의 소은지를 마주친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특히 그녀의 눈빛이 자신과 꼭 닮은 것 같았다.지금 보니 이렇게 닮았는데 왜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을까?이게 하늘이 할리 가문에 내린 벌이였을까?“안녕하세요. 할리 민상 씨.”소은지는 한 발짝 다가서며 이 숨 막힐 듯한 침묵을 먼저 깨뜨렸다.아까까지만 해도 거실에서 누군가가 바늘 하나를 떨어뜨려도 다 들릴 정도로 정적이 흘렀었는데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마저 곧 질식할 것 같았다.그러나 이 와중에도 할리 민상은 소은지의 입에서 들리는 ‘할리 민상 씨’라는 호칭에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특히 오늘따라 유독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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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7화

도우미는 빠르게 미온수를 가져왔지만 할리 민상은 원래 마실 생각이 없었다.그러다가 문득 이건 자기 딸이 직접 바꿔 달라고 한 물이라는 생각에 그는 갑자기 컵 안의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한 잔만 더 가져다줄 수 있어요?”순간 소은지와 도우미 모두가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특히 할리 민상과 함께 온 사람들은 여태껏 위풍당당하고 기가 센 그의 모습만 봤었기에 그의 이런 행동이 더욱 믿어지지 않았다.단지 물 한 잔 뿐이지만 딸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았다.“그냥 끓인 물일 뿐인데 왜 이러세요?”소은지가 도우미에게 눈빛을 보내자 그녀는 냉큼 다시 주방으로 달려갔다.그러나 아무리 뭐라 해도 할리 민상은 지금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이건 자기 아내인 하선희가 죽기 전까지도 이루지 못했던 소원이었고 남의 눈에는 단지 물 한 잔뿐이지만 그들의 삶에서 딸이 주는 물을 마셔보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도우미가 빠르게 물 한 잔을 다시 가져다주자 할리 민상은 무의식적으로 또다시 한 번에 들이키려 했다.“그만해요!”소은지는 더 이상 보고만 있기가 불편했다.이때, 할리 민상이 그녀에게 말했다.“혹시 나중에라도 네가 시켜주는 물을 다시 마실 수 있을까?”“...”그의 말에 소은지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그리고 거실에 있던 사람들도 그제야 할리 민상의 저 씁쓸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단순히 물 한 잔이지만 소은지가 직접 다른 사람에게 시켜서 가져온 물이라면 할리 민상에게는 확실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오늘에는 일단 무턱대고 여기까지 찾아와 소은지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하지만 나중에는?과연 소은지와 계속 만남을 이뤄갈 수 있을까?소은지는 파리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마음이 식어버린 채로 차갑기만 했는데 오늘 할리 민상을 본 순간 이상하게 자꾸만 숨이 턱턱 막혀왔다.“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소은지는 할리 가문에서 당했던 모든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그때의 마음가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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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8화

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소은지의 말을 듣고 하나같이 할리 민상이 측은해 보였다.아무리 소은지에게 여러 번 해명해도 그녀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그러나 사람들과는 다르게 할리 민상은 이렇게 자기 딸과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로서는 지금 이 순간이 그저 행복했다.“그 말 한마디면 난 됐어!”“...”소은지는 할리 민상이 이렇게 말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살짝 의아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특히 그의 눈 밑에는 어둠이 잔뜩 깔려 있었다.분명 예전에 파리에 있을 때도 할리 민상을 만났었는데 그때의 남자는 그저 차갑고 매번 찬 바람만 쌩쌩 불었다.“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저도 할 일이 많이 남아서 바쁘거든요.”그녀는 결국 할리 민상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한눈에 봐도 그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 했다.하선희가 죽었을 때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것 또한 할리 가문에 대한 그녀의 태도를 분명히 보여줬다.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첫 느낌을 믿는 게 아니라 당시 돌아가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믿게 되는 경우가 있다.어쨌든 할리 가문이 예전에 어떤 상처를 줬는지 소은지는 직접 겪어봤던 사람이다.명줄이 길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에 하선희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그러나 할리 민상은 소은지가 이렇게나 빨리 자신을 집에 돌려보낼 줄은 몰랐는지 살짝 놀란 눈치였다.본인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매달려서도 안 될 것 같았다.“그럼 이만 가볼게.”말을 마치자마자 할리 민상은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소은지는 자기 자리에서 일어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였다.그녀의 쌀쌀맞은 모습에 할리 민상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애써 참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같이 왔던 경호원들도 전부 그의 뒤를 따라섰는데 몇 걸음 가다가 갑자기 할리 민상이 뒤돌아 소은지에게 한마디했다.“은지야, 미안했다.”“...”그녀도 할리 민상과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예전에 일이 일어났을 때도 할리 가문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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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9화

그리고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문 열어주세요.”사람도 참...잠깐이지만 소은지는 마치 청하 시에 있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때에도 그녀는 업무 능력이 강했기에 매일 바삐 돌아쳤다.그러나 출근 시간이든 퇴근 시간이든 언제나 누군가가 계속 그녀를 찾아오긴 했다.지금도 이제 막 파리에 도착했는데 지금 문지방이 닳도록 누군가가 계속 찾아오고 있었지만 예전 청하 시에 있을 때랑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집사가 문을 열어보니 문밖에는 차가운 얼굴을 한 엔데스 명우가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도련님, 지금 아가씨가 너무 바쁘신데 일단 제가 한 번 가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집사도 사실 소은지가 지금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 바로 엔데스 명우와 할리 민상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하필 두 사람은 집사인 그녀가 함부로 막을 수 없는 신분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소은지에게 먼저 알려야 했다.소은지는 다시 엔데스 명우의 얼굴을 보게 되어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그러나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의 소은지를 보고 엔데스 명우는 또다시 화가 슬슬 치밀어 올랐다.이때, 남자는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성큼성큼 소은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가 들고 있던 서류를 닫아버렸다.그러고는 한껏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지만 여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나한테 할 말 없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그의 이런 행동이 어이없기만 했다.그리고 왜 저런 걸 묻는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소은지가 다시 서류를 뺏으려고 하자 엔데스 명우는 아예 바닥에 모든 자료를 내팽개쳤다.그 모습에 소은지는 그제야 남자를 올려다보며 물었다.“미친 거야?”맞는 소리다.소은지의 눈에는 지금 엔데스 명우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주변 사람들을 그저 피곤하게만 했다.그리고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이유 없이 이렇게 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와 함께 있는 사람은 간도 커야 하지만 심장도 튼튼해야 했다.아니면 언젠가는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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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0화

“소은지, 넌 이수연 씨가 나한테 잡히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할 거야. 아니면 내가 너랑 현우를 절대 살려두지 않을 테니까!”엔데스 명우의 분노가 극에 달한 듯했다.사실 이 세상에서 아무도 그를 상대로 이런 짓을 벌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자신이 누군가에게 농락을 당해보니 어이없는 한편 웃기기도 했다.소은지를 만난 이후로 그는 이미 여러 번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절망에 빠졌었다.그리고 이 순간에도 소은지는 마치 그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그저 여유롭게 미소만 짓고 있었다.“이수연 씨?”대체 이수연을 잡는다는 게 무슨 소린지 전혀 몰랐다.“지금 내 앞에서 연기하는 거야?”원래도 화가 난 상태인데 소은지의 모습을 보고 나니 더욱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수연 씨가 뭐가 어쨌다는 건데?”‘이수연 씨를 잡는다고?’‘분명히 죽었...’‘그리고 이 일이 엔데스 현우 씨와는 또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소은지는 여태껏 자기 사고가 매우 명확하고 치밀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엔데스 명우의 몇 마디 말로 순식간에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옷자락을 잡고 물었다.“말해. 이수연 씨가 왜?”순간 소은지는 점점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귀가 먹먹해지기 시작했고 정신이 아찔해지더니 그녀의 세계가 또다시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버렸다.원래 파리를 떠난 뒤에 모든 것이 매우 명확해졌는데 왜 아직도 그녀를 방해하려는 사람이 있는 걸까?그리고 그녀가 예전에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길래 매번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걸까?“참나, 소은지, 아주 머리를 썼더라? 현우더러 이수연 씨를 데려가게 하고 그걸 빌미로 나랑 결판을 보겠다?”“그런 구린 일을 저질러놓고 지금도 내 앞에서 모른 척 시치미를 떼? 넌 능력도 좋고 모든 걸 용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었어? 왜? 이제 와서 인정하려니까 겁나?”남자는 악에 받쳐서 하고 싶은 말을 마구 쏟아냈다.그리고 소은지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수연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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