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이유영은 이정을 보자마자 얼굴부터 어두워졌다.어차피 강이한 쪽의 사람이라 그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사모님, 이쯤에서 그만두시죠.”이정이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그도 요 며칠 계속 생각해 봤지만 강이한은 지금 파리에서 절대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만큼 이번에 이유영이 제대로 칼을 갈았다는 걸 의미했다.이정의 말에 이유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싱긋 미소를 짓다가 앞에 놓인 찻잔을 들더니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이정 씨,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네요. 분명 그 사람이 여태껏 저한테 어떤 악행들을 저질렀는지 곁에서 다 보셨잖아요. 그런데도 지금 그 사람을 두둔해서 말하는 건가요? 혹시 불쌍해서?”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지금 강이한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처지가 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예전에는 고고하게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던 사람인데 지금은 파리에서 발이 묶인 채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까지 되었으니.그런데 강이한이 미쳐 날뛰고 있을 때 곁에서 왜 말리지 못했을까?그때까지만 해도 분명 자기 주인이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정말 충성심이 강한 개나 다름없네요!”이정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이유영은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찻잔을 내려놓았다.그녀의 거침없는 말에 역시나 이정은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개?’여태껏 봐왔던 이유영은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왜 저렇게 변했을까?“그만 돌아가세요. 그리고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짓을 했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테니까, 지금의 저를 원망할 자격이 없다고 전해요.”맞는 말이다. 강이한은 지금 이유영이 무슨 짓을 해도 원망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이미 너무 많은 잘못을 했지만 이번에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온유에 대한 일이었다.수법이 너무 고약해서 이유영은 그 일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절대 봐주기 싫었다.이정은 이유영의 태도가 여전히 쌀쌀맞은 걸 보고 남은 일도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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