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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461 - Chapter 470

1465 Chapters

제461화

조은서는 유선우의 이런 어두운 생각을 몰랐다.그녀는 평소처럼 부드러운 얼굴로 아들딸을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모든 남자가 꿈꾸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그것과 매우 닮아있었다.유이안은 얌전하게 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하지만 유이준은 두 살 남짓한 어린애가 어찌나 도도한지 무슨 음식이든 다 같은 맛이라는 듯 맛을 음미하지 않고 그저 입에 넣고 있었다.유선우가 그런 아들을 보며 물었다.“누굴 닮아서 저래?”그러자 조은서가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선우 씨도 예전에 이랬잖아요. 무슨 음식을 먹든지 같은 맛이라면서 먹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기 싫어했죠.”“지금도 그래.”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일이 훨씬 더 의미 있어.”그때, 으깬 감자를 먹고 있던 유이안이 순진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뭐가 의미 있는데요?”조은서가 테이블 아래로 유선우의 다리를 찼다.그는 감각이 없었지만 기민하게 눈치채고는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다리를 잡아챘다. 그러고는 시치미를 떼고 유이안에게 말했다.“아빠 일 말이야.”그러자 유이안이 흥이 식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 얘기하는 거였구나.유이안은 오늘 학교 간다는 소식에 들떠 밥을 맛있게 다 먹은 후 유이준을 돌아보았다.아침을 다 먹은 후, 김 기사가 차를 준비해 그들을 데리러왔다.조은서가 윗층으로 올라가 유선우의 정장 외투를 가지고 내려왔다.오늘은 유이안의 면접이 있는 날이었기에 그들 가족은 모두 갖춰 입었다. 유선우는 빳빳한 검은 양복에 흰 셔츠를 입었고, 조은서는 샤넬의 흰색 셋업을 입었다.면접은 사실 그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았다.이미 유선우가 유치원에 8억을 기부했기에 유이안은 유치원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녀도 된다. 게다가 유이안이 워낙 예쁘고 똑똑했기에 원장도 아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며 바로 반에 데려갔다.일을 끝낸 후, 조은서와 유선우가 아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 기사가 말했다.“시간 참 빠르네요. 이안 아가씨가 벌써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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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사실 그는 조은서가 화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자신이 차에서 내릴 때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조은서가 그를 챙겨주는 걸 즐기면서도 그런 스스로를 경멸했다.조은서는 2층의 베란다에서 유선우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이 다시 만나기로 한 뒤 유선우가 처음으로 그녀를 비꼬았다. 예전의 비꼼은 어느 정도 농담이 섞여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조은서는 차에 앉아 있는 유선우를 보았다. 그는 예전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그처럼 오만한 사람이 두 다리와 오른쪽 팔을 못 쓰게 됐는데, 그걸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밤이 깊어진 후.조은서는 샤워를 마친 후 침실의 화장대 앞에 앉아 피부관리를 하고 있었고 그녀의 허리는 유선우의 팔에 감겨있었다.조은서가 거울을 통해 유선우를 보았다.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그가 조은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아까는 내가 심했어, 용서해 줘.”조은서가 낮게 대답했다.“저도 신경 쓰지 않아요.”뒤이어 두사람이 키스했다...그는 침대에 누운 채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잡고 재촉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원한다고 말하며 키스하자 조은서가 천천히 그의 가운을 풀었다.그 후, 두 사람은 키스를 이어가며 서로의 몸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둘은 줄곧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자그마한 쾌감도 그 눈빛에 의해 더 크게 느껴졌다.유선우의 목덜미에 땀방울이 맺혔고 조은서의 검은 머리칼도 서서히 젖어갔다. 그녀의 머리칼이 그의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갈 때 두 사람은 서로 걷잡을 수 없는 숨결을 내뱉었다.그리고 또 얼마 후, 유선우가 자세를 바꿔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앉혔고, 조은서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온몸을 떨었다....그 일은 그렇게 지나갔다.두 사람은 함께 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오전에는 같이 아이들을 돌보고 저녁에는 서로의 몸을 탐하며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그런다고 마음속에 있는 자비심이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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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100평 정도 되는 사택은 빈티지풍으로 인테리어를 꾸몄는데 굉장히 분위기 있었다.서미연은 새로 사귄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와인잔을 손에 쥔 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조은서가 다가오자 서미연이 그녀의 뒤를 보며 물었다.“유선우 씨는 안 오셨나요?”조은서가 선물을 건네며 가볍게 웃었다.“네.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요.”그러자 서미연이 언제나처럼 듣기 좋은 말을 해주었다.“잘됐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선우 씨는 사람과 함께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스캔들도 거의 없었죠. 이건 저희 쪽에서는 되게 희귀한 케이스라는 거 아시죠?”그녀가 목소리를 깔며 이어서 말했다.“이지우도 이미 결혼했으니 이제 유선우 씨의 주변 관계는 깔끔해진 것 맞죠?”조은서가 서미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예전 일은 예전 일로 묻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서미연은 그런 그녀에게 잘 생각했다고 말했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던 중, 사택에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졌다. 댄스로 막을 여는 파티였으니 오늘의 호스트인 서미연이 나서야 했다. 그녀는 조은서에게 미안하다는 듯 웃어 보이고는 남자 친구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서미연은 중년의 나이에 들었지만 그 춤사위가 아름답고 힘 있었다.그 덕분에 현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조은서는 주위를 둘러보며 임지혜를 찾아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녀가 보이지 않자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쯤, 그녀는 의외의 인물을 마주하게 되었다.박연준.딱봐도 박연준은 그녀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그는 구석에서 조은서를 빤히 쳐다보다가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조은서가 와인잔을 꽉 쥐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나 경계하지 마.”박연준은 조은서의 앞에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너한테 뭘 할 수 있겠어.”그는 말하며 조은서의 손에 들린 잔을 뺏어 들어 웨이터에게 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가녀린 손목과 허리를 잡아 반강제적으로 같이 춤을 췄다.이런 상황에서만 박연준은 그가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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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옆에 있던 벨보이가 공손하게 물었다.“유 대표님, 휠체어 밀어드릴까요?”밀어드린다라...그 단어가 유선우의 마음속에 있던 어느 한 스위치를 건드려 버렸다.그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어!”그 후, 유선우는 휠체어를 밀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껏 자신을 이렇게까지 증오했던 적이 없었다. 방금 그는 마치 버려진 강아지가 주인에게 매달리듯 그녀가 기뻐할 것을 상상하며 이 자리에 왔다. 그녀에게 자신이 드디어 이겨냈다고, 이제 정상인처럼 파티에도 참석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얼마나 우스운지.자신을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다니.유선우, 네 어디가 정상인데?다른 사람의 눈빛이 두려워 저런 장소에 참석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조은서에게 왜 아직도 저 절름발이와 만나냐고 말할까 봐 두려우면서.조은서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무표정하게 자리에 서있기만 할 뿐이었다.그녀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가 무슨 마음으로 왔는 지, 그리고 또 무슨 마음으로 가는 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기사가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지금 돌아가시려고요?”조은서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한 시간 뒤에 가죠.”유선우는 그가 이곳에 왔다는 걸 조은서가 모르길 바란다. 그러니 모른 척 해주는 수밖에.늦은 밤, 조은서가 몸에 걸친 외투를 여미며 조심스럽게 다시 들어갔다.그녀의 뒷모습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오늘 이 휘황찬란한 곳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오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서미연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 때도 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벨보이에게서 상황을 전해 들은 서미연은 그녀를 위로했다.“언젠간 나아질 거예요. 예전에 그렇게 오만하던 사람이었으니 잠시동안은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죠.”조은서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네.”그녀는 시간이 꽤 지난 것을 확인하고는 서미연에게 이만 가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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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조은서 또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왜일 것 같아요?”유선우가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기며 그녀가 아플 정도로 손을 꽉 쥐었다.“왜 안 들어갔냐고 물어봐!”“왜 안 들어갔는데요?”조은서가 기계적으로 묻고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말했다.“선우 씨 예전에는 이렇게 꼬이지 않았잖아요. 당신은 갈 자유도 있고 가지 않을 자유도 있어요. 제가 매 순간마다 당신 감정을 케어하면서 화나지는 않았나 전전긍긍할 수는 없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 둘 다 힘들어질 거예요.”그녀는 결국 그 말을 하고야 말았다.하지만 말을 뱉고 나서 후회가 밀려오자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선우 씨...”유선우는 조은서에게 후회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놓고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자신을 무한한 어둠 속에 가두어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조은서, 가끔은 사랑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조은서는 유선우와 한 발자국 떨어진 그 곳에 우두커니 서서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지 못하고 그저 나가라고 했다. 그의 마음에서도, 그의 곁에서도 떠나라고 했다.그 후, 조은서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말에 상처를 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두 아이의 존재가, 집안의 시끌벅적함이 두 사람의 관계를 겨우 유지시켰다.조은서는 이제 거의 침실에서 자지 않았고, 아이들과 함께 자거나 서재에서 잤다.가끔 유선우가 그녀를 찾아오면 두 사람은 관계를 가졌지만 예전에 비하면 텐션이 많이 떨어졌다. 유선우는 최대한 절제하려고 했고 조은서도 소리를 참았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즐기지 못했고 그저 유선우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의 행위에 맞춰주었다.유선우는 점점 더 거칠어져서 그녀의 느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때문에 조은서는 관계가 끝난 후 몸이 아팠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꿋꿋이 일어나 두 사람의 몸을 전부 깨끗이 정리하곤 했다.유선우는 관계가 끝난 후 자리를 떠났고, 혼자 남겨진 조은서는 카펫에 멍하니 앉아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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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그는 매우 진지한 마음으로 조은서에게 미안해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조은서를 기다리겠다고 했었지만 임도영은 그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약속을 어긴 것이다.조은서는 그 자료들을 손에 쥐고 매우 기뻐했다.“정말 고마워요, 도영 선배. 저한테는 이 자료들이 너무 소중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건... 우리 그냥 지나간 인연이라고 생각해요.”“그래요. 다 지나간 인연이죠.”임도영은 담담히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식사를 마친 후 조은서를 주차장으로 데려다주었다.조은서는 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서 바닥에 있는 구덩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몸이 불안정하게 비뚤어졌다.그러자 임도영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부축해 일으켜주었다... 순간의 스킨쉽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 것인지 조은서를 바라보는 임도영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워졌다.“유선우가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이 자료들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조은서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임도영은 신사 같은 모습으로 조은서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고 그날 밤,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조은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남자로서 여자를 바라보는 그런 눈빛이었다. 임도영 역시 그와 조은서 사이에는 그 어떤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조은서가 좋아하는 사람은 줄곧 유선우였다.동정이 아니라 마음을 다한 사랑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텐션은 타인이 아무리 상대보다 좋은 사람일지라도 영원히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차가운 밤바람이 날카롭게 스쳐 간다.임도영은 조심스럽게 조은서를 끌어안은 채 입술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누르며 입을 열었다.“꼭 행복해야 해요. 알겠죠?”순간 조은서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했다.“꼭 행복할게요, 선배님.”꼭 끌어안았던 두 몸이 떨어지며 그들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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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하지만 유선우는 거절했다.그는 말없이 조은서를 바라보며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난 지금 충분히 차분해. 은서야, 난 네 동정 필요 없어. 너의 베풂은 더더욱 필요 없고... 너 이제 가.”조은서는 제자리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이유를 물었다.하지만 유선우는 답해주지 않았다.그는 검은 동공으로 한참 동안 조은서를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담배를 꺼내 한 손으로 불을 붙였다...하지만 유선우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불을 붙인 담배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연기를 바라볼 뿐 담배를 피우진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선우의 가물가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때 네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었는지 계속 궁금해했지? 그래 맞아. 난 알고 있었어. 네가 떠나는 그 날, 진 비서가 네 임신 테스트 시트를 가지고 날 찾아왔어. 진 비서는 네가 임신했다고, 네가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돌아갔다고, 그리고 난 널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어... 은서야, 그때 내 심정을 알아? 난 진심으로 널 되찾고 싶었어. 하지만 난 휠체어에 앉아있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땅에 넘어지면 일어날 수조차 없는 몸이라고... 그리고 그날, 나는 내가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어.”“네가 돌아오고 난 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유혹을 저버리지 못했어.”“하지만 너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난 매번 이제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이 관계는 달콤함과 짜릿함을 제외하면 사실 고통스러운 것이 더 많아.”...이윽고 유선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조은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은서야, 우리 이제 끝내자.”조은서는 즉답하지 않았다.그녀는 하이힐을 내려놓고 실내화 한 켤레를 찾은 뒤 다시 입고 있던 얇은 트렌치코트를 벗어 입구 캐비닛에 걸어두었다...문이 살짝 닫히고 조은서는 여전히 시선을 문짝에 두고 중얼거렸다.“선우 씨, 잘 생각하셔야 해요. 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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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물론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조은서는 이제 과거의 어린 소녀가 아닌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조은서의 말처럼 이제 떠나면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유선우를 돌봐 주겠지만 이제 예전과 달리 거리를 둘 것이다.은색의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별장을 빠져나왔다.유선우는 서재에 앉아 조은서의 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으로 그녀를 쫓았다.조은서가 떠났다.조은서는 그의 모욕적인 말에 떠난 것이다. 유선우 역시 어젯밤 조은서에게 내뱉었던 그의 말이 얼마나 듣기 거북한지 잘 알고 있다.담배에 불을 붙이려 했지만 계속하여 떨리는 손에 결국 불을 붙이지 못했고 유선우는 초조한 마음에 곧바로 담배를 반으로 접어버렸다...이윽고 그는 휠체어를 끌고 객실로 향했다.조은서가 떠나간 객실은 마치 누구도 이곳에서 살지 않았던 것처럼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객실을 나와 다시 침실로 향했다. 침대 시트는 그가 좋아하는 짙은 회색빛으로 바뀌어 있었고 드레스룸에는 여전히 다림질 냄새가 남아 있었다. 유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였다. 그뿐만 아니라 약 상자에는 그가 평소에 자주 먹던 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가느다란 목걸이 아래, 못 보던 서류가 깔려 있었다.목걸이는 조은서가 돌아온 뒤, 유선우가 정성껏 골라준 선물이다. 고급 제작도 아니고 쇼핑몰 매장에서 두 시간 동안 골라서 준건데 그때 선물을 받은 조은서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뻐 보였는지... 사실 조은서는 항상 쉽게 만족했다.유선우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이윽고 목걸이 아래에 놓여 있던 서류를 꺼내든 유선우는 스페인어로 되어있는 서류 내용은 그의 병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었고... 곧바로 임도영이 전에 이 나라로 갔음을 기억해냈다.그렇다면 어제 두 사람이 만난 건, 이 서류 때문이란 말인가?유선우의 손가락이 하염없이 떨려 나기 시작했다.서류가 마지막 페이지로 넘겨지고 유선우는 조은서가 남긴 손편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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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유선우의 검은 동공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진 비서는 진즉 아래층의 고용인으로부터 아침에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기회를 틈타 입을 열었다.“이젠 오해가 풀렸으니 빨리 은서 씨를 데려오세요.”하지만 유선우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품속에서 가느다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꺼내어 애정이 어린 두 눈으로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하지만 진유라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이 모습으로 어떻게 조은서를 데리러 간단 말인가?유선우의 몸 상태로는 잠시 화해하더라도 앞으로 그들은 여전히 이 갈등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조은서는 분명 떠날 때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을 남겼다...하지만 유선우는 여전히 조은서를 잡지 않았다.진 비서의 마음이 점점 다급해질 무렵 유선우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나 대신 임도영 씨 좀 불러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일이 있어.”진 비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결국 임도영과 약속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유선우와 임도영이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한 곳은 여전히 그 호텔이었다.그리고 임도영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어린 아가씨는 임도영의 말을 매우 잘 들었고 계속하여 그의 몸에 기대 게임을 했다.유선우는 곧바로 그의 여자 친구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부잣집 외동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하지만 유선우는 그 여자를 신경 쓰지 않았고 눈앞에 차려진 음식을 즐기지도 않았다. 그는 호화로운 식당에 단정히 앉아 정식으로 임도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자료는 이미 실험실에 보냈고 듣기로는 실용가치가 매우 높다더군요... 임도영 씨, 정말 감사합니다.”전에 임도영은 이미 진 비서로부터 유선우가 조은서를 쫓아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마음속으로 상당히 언짢았지만 결국 그 불쾌함을 다시 삼켜냈다. 조은서를 위함도 있었지만, 막상 유선우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가혹하게 그를 비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임도영은 옆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툭툭 치며 잠깐 다른 곳에 가 놀라며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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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유선우의 말에 김병훈은 즉시 핸들을 돌려 조은서가 살고 있는 별장으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지금 가면 마침 밥 먹을 때인데 거기서 밥 한 끼 드실 수 있겠네요... 사돈 어르신이 해주신 요리가 가장 입맛에 맞으시잖아요.”“말이 많네요.”유선우는 창문을 다시 올리고 가죽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잠시 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헤어진 지 불과 10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마치 기나긴 세월이 흐른 것마냥 멀게 느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번쩍거리는 검은색 캠핑카가 천천히 별장으로 들어섰다.차 문이 열리고 바깥세상은 이미 노을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져 있었다. 김병훈의 말대로 마침 식사시간이었는지 별장의 부엌에서 먹음직스러운 음식 향기가 전해져 왔다.그 시각, 이안이는 푸른 잔디밭에서 동생과 함께 작은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유선우의 캠핑카가 별장에 들어오자 이안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아빠!”이안이는 두 발짝 뛰어가더니 동생 생각이 났는지 다시 고개를 돌려 동생을 안아 들고 콩콩거리며 유선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조그마한 두 아이는 다짜고짜 유선우를 에워싸더니 한 명은 팔짱을 끼고 한 명은 다리를 껴안고는 열정적으로 뽀뽀를 해댔다. 이윽고 이안이는 다시 차 쪽으로 달려가더니 설이도 따라왔는지 확인했다.그러자 유선우는 빙긋이 웃으며 설명했다.“잠깐 온 거라 설이는 안 데려왔어.”하지만 그런데도 이안이는 여전히 뛸 듯이 기뻐했다.그녀는 콩콩 뛰어오더니 유선우의 팔을 껴안고 나지막이 속삭였다.“동생이 아빠를 너무 보고 싶어 해요. 조금 전엔 울기까지 했다니까요.”그러자 유선우는 시선을 돌려 막내를 바라보았다.이준이는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 작은 얼굴을 파묻고는 결코 아빠한테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유선우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앞으로 아빠가 자주 보러 올게, 아니면 너희들 데리고 아빠 집에서 잠깐 지내도 되고.”그러자 이안이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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