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가 말을 마치고 일어서자, 곽승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을 꽉 잡은 곽승재의 큰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은서야, 송민준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될까?”살짝 갈라진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스치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가슴 어딘가가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곽승재는 민시후가 그녀를 쫓아다닐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고은서는 차분하게 대답했다.“우리 약속했잖아. 서로의 연애에 대해 묻지도, 간섭하지도 않기로.”“은서야, 우리는 이제 정말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거야?”“없어.”고은서의 단호한 대답에 곽승재는 눈에 서글픈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고은서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 없이 가서 전등을 켜더니 연고를 꺼내며 곽승재에게 셔츠 단추를 풀라고 말했다.곽승재가 정말 앓아누우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함께 맞서야 할 강적을 앞에 두고, 조력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곽승재는 고은서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 뒤, 농담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셔츠 단추를 풀자, 탄탄한 가슴근육이 드러났다.곽승재가 고은서 앞에서 처음 웃통을 드러내는 건 아니었지만, 둘만 있는 폐쇄된 공간이라 약간 어색하고 이상했다.고은서는 재킷을 가져다 그의 가슴근육과 복근을 덮은 후, 어깨로 시선을 옮겼다.칼자국은 낫긴 했지만 흉터가 남아있었고, 총상 흔적은 더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이 상처들은 흰 피부와 대조되며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해 보였다.고은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약을 발라주고 차가운 아이스팩으로 냉찜질을 해줬다.곽승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없었고 기분이 더 가라앉은 것 같았다.그런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어이없다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고은서는 이미숙에게 문을 열어놓고 바깥 상황을 살피다가 곽승재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했다.이미숙은 언제나 이런 임무를 기꺼이 수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숙이 급히 뛰어오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며 곽승재가 나간다고 알렸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