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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Penulis: 류한나
고은서가 말을 마치고 일어서자, 곽승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을 꽉 잡은 곽승재의 큰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은서야, 송민준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될까?”

살짝 갈라진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스치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가슴 어딘가가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

곽승재는 민시후가 그녀를 쫓아다닐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고은서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우리 약속했잖아. 서로의 연애에 대해 묻지도, 간섭하지도 않기로.”

“은서야, 우리는 이제 정말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거야?”

“없어.”

고은서의 단호한 대답에 곽승재는 눈에 서글픈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고은서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 없이 가서 전등을 켜더니 연고를 꺼내며 곽승재에게 셔츠 단추를 풀라고 말했다.

곽승재가 정말 앓아누우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함께 맞서야 할 강적을 앞에 두고, 조력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곽승재는 고은서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 뒤, 농담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셔츠 단추를 풀자, 탄탄한 가슴근육이 드러났다.

곽승재가 고은서 앞에서 처음 웃통을 드러내는 건 아니었지만, 둘만 있는 폐쇄된 공간이라 약간 어색하고 이상했다.

고은서는 재킷을 가져다 그의 가슴근육과 복근을 덮은 후, 어깨로 시선을 옮겼다.

칼자국은 낫긴 했지만 흉터가 남아있었고, 총상 흔적은 더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이 상처들은 흰 피부와 대조되며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해 보였다.

고은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약을 발라주고 차가운 아이스팩으로 냉찜질을 해줬다.

곽승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없었고 기분이 더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런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아침, 고은서는 이미숙에게 문을 열어놓고 바깥 상황을 살피다가 곽승재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했다.

이미숙은 언제나 이런 임무를 기꺼이 수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숙이 급히 뛰어오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며 곽승재가 나간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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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164화

    고은서가 말을 마치고 일어서자, 곽승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을 꽉 잡은 곽승재의 큰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은서야, 송민준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될까?”살짝 갈라진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스치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가슴 어딘가가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곽승재는 민시후가 그녀를 쫓아다닐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고은서는 차분하게 대답했다.“우리 약속했잖아. 서로의 연애에 대해 묻지도, 간섭하지도 않기로.”“은서야, 우리는 이제 정말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거야?”“없어.”고은서의 단호한 대답에 곽승재는 눈에 서글픈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고은서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 없이 가서 전등을 켜더니 연고를 꺼내며 곽승재에게 셔츠 단추를 풀라고 말했다.곽승재가 정말 앓아누우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함께 맞서야 할 강적을 앞에 두고, 조력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곽승재는 고은서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 뒤, 농담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셔츠 단추를 풀자, 탄탄한 가슴근육이 드러났다.곽승재가 고은서 앞에서 처음 웃통을 드러내는 건 아니었지만, 둘만 있는 폐쇄된 공간이라 약간 어색하고 이상했다.고은서는 재킷을 가져다 그의 가슴근육과 복근을 덮은 후, 어깨로 시선을 옮겼다.칼자국은 낫긴 했지만 흉터가 남아있었고, 총상 흔적은 더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이 상처들은 흰 피부와 대조되며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해 보였다.고은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약을 발라주고 차가운 아이스팩으로 냉찜질을 해줬다.곽승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없었고 기분이 더 가라앉은 것 같았다.그런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어이없다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고은서는 이미숙에게 문을 열어놓고 바깥 상황을 살피다가 곽승재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했다.이미숙은 언제나 이런 임무를 기꺼이 수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숙이 급히 뛰어오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며 곽승재가 나간다고 알렸다.

  • 어게인, 비긴   제1163화

    ‘10층인데 계단으로 올라가려는 건가?’고은서는 곽승재의 이상 행동을 신경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니 이미숙이 퀸을 안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왜 혼자예요? 도련님이 사모님 찾으러 내려가셨는데.”이미숙의 말을 듣고, 고은서는 그제야 곽승재가 내려간 이유를 알았다.그녀가 휴대폰과 가방을 집어 던지고 부랴부랴 내려가는 것을 본 이미숙이 퀸을 데리러 온 곽승재에게 내려가 보라고 부탁한 것이었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곽승재가 비상계단을 통해 올라왔다.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은 여전히 어두웠다.“도련님, 왜 계단으로 올라오신 거예요?”이미숙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까 어깨가 아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힘들게 계단을 오르신 거죠?”곽승재는 대답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이미숙의 손에서 고양이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도련님...”이미숙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불렀다.“계단을 오르는 데 팔을 쓰지 않으니 괜찮아요.”고은서가 말하면서 방으로 향했다.이미숙이 그녀의 뒤를 따라오며 말을 이었다.“도련님이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니에요. 예원 별장에 거주할 때도 날씨가 변할 때마다 어깨 통증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곤 했어요.”곽승재는 어깨에 총상과 칼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음습한 날씨가 되면 통증이 심해진다고 육현석한테 들은 바 있다.하지만 고은서는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곽승재 바라기’인 육현석이 곽승재에게 유리한 말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 말이 사실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방금 곽승재의 입술도 핏기가 없었던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고은서는 주민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곽승재가 아픈 것 같으니 약을 좀 보내주라고.그녀는 휴대폰을 내던지고 욕조에 몸을 담갔고, 스킨케어도 꼼꼼히 했다.그녀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가득 들어와 있었다.모두 주민기에게서 온 것이었다.고은서는 주민기에게

  • 어게인, 비긴   제1162화

    송민준이 지난번에 고은서와 함께 사찰에 가려고 라이트문 아파트를 찾았을 때 곽승연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곽승재의 근황을 알고 있었다.송민준의 반문에 곽승재는 말문이 막힌 듯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은서가 불편해하면 당연히 떠나겠죠. 하지만 그건 송 대표님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뭐 하는지 설명해 주시죠?”“곽승재, 민준 오빠가 나랑 같이 저녁을 먹고 데려다줬어.”고은서가 대신 대답했다.한밤중에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보 시대인 만큼 누군가가 몰래 찍어 온라인에 퍼뜨리기라도 하면 또 사회면에 오를 것이다.“민준 오빠, 늦었는데 일찍 들어가 쉬어.”송민준은 고집을 부리지 않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이만 가볼게.”그는 손에 든 토토로 인형을 흔들며 덧붙였다.“은서야, 고마워.”말을 마친 송민준은 차에 올라탔다.송민준이 떠난 후에도 곽승재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왜 내려왔어?”고은서의 질문에 곽승재는 입을 꽉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같은 남자로서, 그는 송민준이 고은서에게 은근한 소유욕을 보인다는 것을 눈치챘다.아까 반문할 때 송민준의 눈빛에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적대심을 읽었기 때문이다.“은서야, 송민준이 들고 있던 인형은 네가 준 거야?”곽승재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엉뚱한 걸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우연히 송민준의 생일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소소한 선물을 건넸을 뿐이라고 말했다.곽승재는 가슴 깊은 곳이 먹먹해졌다. 이혼 얘기를 꺼낸 이후로, 고은서는 단 한 번도 그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오랫동안 기대했던 양복은 연예인 주인혁에게로 갔고, 그녀의 선물이라고 믿었던 넥타이핀은 사실 외할아버지의 작품이었다.고은서가 정성 들여 고른 팔찌는 민시후의 손에 들어갔고, 그녀가 항상 경계하는 송민준마저 선물을 받은 상황이다.‘나는 철저히 잊힌 건가?’“무슨 일이 있어? 왜 내려왔냐고?”고은서는

  • 어게인, 비긴   제1161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별다른 설명 없이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갔다.10분쯤 지났을 때,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이때 송민준은 차에서 내려 차창에 무심히 기댄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얼굴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민준 오빠.”고은서가 부르는 소리에 그는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준수한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내려왔어?”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짙은 회색의 토토로 인형을 내밀었다.“선물이야. 생일 축하해.”정장 차림에 성숙되고 세련된 송민준이 인형을 들고 있으니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고은서가 살짝 민망해하며 말을 이었다.“오늘 생일인 줄 몰라서 미리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 이 토토로 인형은 새것이야. 줄곧 장식장에 넣어두고 사용한 적 없어.”“좀 유치한 선물이고 오빠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토토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고 치유와 따뜻함을 상징한다고 생각해.”그녀는 토토로 손에 들린 큰 나뭇잎을 가리키며 말했다.“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렇게 주물러 봐. 감촉이 좋고 스트레스가 풀려.”“외할아버지께서 생일은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특별한 날이고, 의미 있는 의식을 가져야 생명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고은서가 말을 이었다.“이전에 오빠가 나와 민아는 어릴 적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순탄하게 자랐다고 말할 때 표정이 좀 어두워 보였어. 오빠가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왜 생일을 챙기지 않는지 모르지만 다 지나간 일이야.”고은서는 귀여움이 철철 흐르는 토토로를 손으로 꼬집으며 미소를 지었다.“이 유치한 선물은 어린 시절의 송민준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줘.”말을 마친 후에야 그녀는 송민준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왠지 어색해진 그녀는 급히 토토로를 만지던 손을 거둬들였다.“미안해. 내가 좀 웃겼지? 나중에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할게.”고은서가 토토로를 가져가려는 순간, 송민준이 잡아챘다.“그럴 필요 없어. 이것으로

  • 어게인, 비긴   제1160화

    단은숙이 초대한 자리였지만, 송민준이 이미 방을 예약하고 음식까지 시켜놓았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매니저가 친절하게 맞이하며 그들을 방으로 안내했다.식사하는 동안, 송민준은 신사다운 매너로 고은서와 단은숙을 세심하게 챙겼다.단은숙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송민준을 칭찬했다. 다만 고은서가 싫어할까 봐 둘을 엮어주는 말은 하지 않았다.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고국성이 단은숙에게 전화를 걸어와 식사했냐고 묻자, 그녀는 자기도 집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고 대답했다.“은서야, 삼촌이 요즘 너무 피곤한지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잘 안 하셔. 내가 들어가서 좀 챙겨야 해. 민준 군이랑 천천히 먹어.”단은숙은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민준 군, 오늘 정말 고마웠어. 다음에 은서랑 한번 식사 자리를 마련할게.”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심히 들어가십시오.”숙모가 떠난 후 고은서도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때 호텔 매니저가 정교하게 포장된 장수면과 케이크 상자를 들고 왔다.“송 대표님, 생신 축하합니다. 이건 저희 호텔에서 준비한 장수면과 케이크입니다. 약소한 선물이지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고은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송민준을 쳐다보았다.“오늘 생일이었어? 왜 말하지 않았어?”‘생일인데 왜 옆에 아무도 없지?’송민아조차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우리랑 같이 식사하지 않았다면 송민준은 이 시간에 야근하고 있었겠네.’‘송씨 가문에서 송민준을 이렇게 대할 리 없는데.’송민준은 선물을 받으며 가볍게 인사하고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말했다.“나는 평생 생일을 챙겨본 적이 없어. 식구들도 다 알고 있어서 언급하지 않아. 호텔에서 선물을 주지 않았으면 나도 모르고 지나갔을 거야.”고은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어떻게 생일을 기억 못 하고 안 챙길 수가 있지?’문득 송민아가 송민준과 이복형제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송민준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설마 생일만 되면 친

  • 어게인, 비긴   제1159화

    단은숙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는 송민준이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단은숙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하게 웃었다.“그래, 그래! 가자!”고은서는 송민준이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 숙모의 체면을 생각해서 동의했을 것이다.문을 나선 고은서는 단은숙에게 먼저 차에 가 있으라 하고는 송민준에게 말했다.“민준 오빠, 방금 우리 편을 들어줘서 고마워. 더 이상 시간을 뺏을 수는 없으니 바쁘면 가도 돼.”송민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방금 내가 나서지 않아도 당하고만 있을 네가 아니라는 걸 알아. 그저 너한테 좀 더 호감을 사려고 나선 것이니 감사할 필요 없어.”“하지만 이번 식사는 뻔뻔하게 같이하고 싶어.”송민준은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숙모님의 지지를 얻는다면 너를 사로잡을 확률도 조금 올라갈 테니까.”“...”거절하는 말을 수없이 했지만 송민준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오늘 일을 그녀가 해결할 수 있었든 아니든 송민준이 도움을 준 건 사실이고, 식사도 숙모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고은서는 정중하게 말했다.“식사는 물론 환영이야. 다만 다른 건... 아마 실망하게 될 거야.”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실망도 희망 없는 것보다는 낫지.”“...”고은서는 속으로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생각했지만 송민준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그가 좋다면 그걸로 됐다.차에서 조수석에 앉은 송민준이 부하 직원에게 전화해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니 남은 일은 내일 사무실에서 논의하자고 했다.“민준 군, 오늘 정말 고마웠어.”전화를 끊자, 단은숙이 송민준에게 말을 걸었다.단은숙은 김지숙의 표정을 생각하니 또 속이 후련했다.“김 여사가 그 한심한 아들을 두고, 우리 은서를 무시하다니! 정말 어이없네!”고은서는 약간 민망했다.‘숙모는 누가 그 소개팅 자리를 마련했는지 잊으신 건가?’“숙모가 김 여사님 아들이 굉장히 출중하다며 저한테 친구로 소개해 주려고 한 것이 아니었어요?

  • 어게인, 비긴   제1158화

    고은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송민준의 뒤편을 살폈다. 그쪽 테이블에 음식들이 놓여 있고 그의 부하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대기 중이었다.이 커피숍은 간단한 양식도 제공하고 있어 식사와 미팅을 병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의도된 우연이 아니라 송민준이 여기서 누군가와 미팅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송민준이 어느새 그녀 곁에 왔다.“누구시죠?”김지숙은 경멸에 찬 눈으로 송민준을 바라보며 극히 불친절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언짢게 굴지 마세요.”김지숙의 오만한 말투에도 송민준은 흐트러짐 없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언짢게 해서 죄송합니다.”“김 여사님은 정말 건망증이 심하시군요. 지난번 만찬 때, 하 대표님과 함께 저를 찾아오셔서 북성 지역 대리권을 따낼 수 있도록 좀 연결해달라고 부탁하시더니, 고작 며칠 지났는데 벌써 저를 잊으셨네요.”조금 전까지도 기고만장하던 김지숙은 안색이 확 변했다.“어머, 송 대표님이었군요. 제가 눈이 침침해서 못 알아봤어요. 정말 죄송합니다.”김지숙의 얼굴에 비위를 맞추려고 알랑거리는 미소가 번졌다.“괜찮습니다. 김 여사님도 이제 그 나이가 되셨으니 가끔 눈이 흐려지시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어요.”김지숙은 평소에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제일 듣기 싫어했지만 송민준 앞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했다.“네에, 제 실수입니다. 송 대표님, 고은서 씨와 아는 사이인가 봐요?”송민준은 고은서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제가 지금 고은서 씨를 쫓아다니고 있어요. 어때요? 제가 좀 보는 눈이 있나요?”“네, 있다마다요.”김지숙은 오버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고은서 씨는 분위기부터 남다르고 우아하면서 아름다우세요.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고,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아요.”김지숙의 말을 듣고 단은숙이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아까는 조건 좋은 남자들이 우리 은서를 보지도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기가

  • 어게인, 비긴   제1157화

    구석의 상황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고은서가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단은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김 여사님, 그 말씀은 지나치시네요.”단은숙이 고은서 편을 들며 말했다.“이혼녀 주제에 눈이 높다니요? 우리 은서를 좋아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요?”“저는 여사님이 성의를 보이고 아드님 조건도 괜찮은 것 같아서 소개시키려고 했는데, 이런 태도로 나올 줄 알았으면 아예 나오지도 않았어요.”평생 아첨만 받아온 김지숙은 단은숙 같이 억지로 상류층에 끼려는 부류를 업신여겼다.하지만 단은숙이 눈치가 빠르고 평소에 비위를 잘 맞춰주기 때문에 김지숙은 그녀를 심부름꾼 정도로 곁에 두고 있었다.어제 오후, 그들이 차를 마시고 있을 때 김지숙의 아들이 옆에서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단은숙이 슬쩍 보더니 자기 조카딸이 그 게임에 투자했다고 말했다.단은숙은 또 조카딸이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출중하며, 애정운이 좀 없을 뿐이지 다른 건 다 완벽하다고 한바탕 자랑했다.김지숙의 아들이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소리를 들은 단은숙은 두 사람을 위해 소개팅 자리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유일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김지숙도 다른 부잣집 사모님한테서 들은 바 있었는데, 차세대 기업 중에서는 성장세가 꽤 좋고,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전망이란다.살짝 마음이 동한 김지숙은 못 이기는 척하며 동의했다.고은서의 외모를 보고 나서는 사실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훗날 집안에 들였을 때 고분고분 자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흠을 잡아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고은서가 버릇없이 대들 줄이야.게다가 단은숙까지 감히 이런 태도로 말하고 있다.단은숙이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커피숍에 있던 사람들이 시선을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김지숙은 더욱 창피하고 분했다.“단은숙, 네가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내가 아들을 데리고 이 자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에 이것저것 따지고 있어?”그녀의 독설은 계속됐다.“네가 조카딸을 하늘로 떠받들면 뭐 해? 진짜 그렇게

  • 어게인, 비긴   제1156화

    고은서는 은근한 속내가 있었다. 낯선 타국에서 사이가 가까워지기 쉬우니 고은혜와 유성준이 함께 출장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한편 MQ의 조향사들과 다양한 향료 배합 비율과 조합 방식을 논의했다. 각자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해 보라는 고은서의 격려에 팀원들은 창의적인 시도를 이어갔고, 그중에서 최상의 조합을 추려내기로 했다.그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가고, 고은서가 어깨를 주무르며 작업실을 나설 때 마침 회사에 나온 단은숙과 마주쳤다.단은숙은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며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고은서는 삼촌, 숙모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마음이 있던 터라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유성준의 출장으로 업무가 많아진 삼촌은 회의가 있어서 동행하지 못했고 고은서와 단은숙 둘만 갔다.그 고급 커피숍에 들어선 고은서는 모피 코트를 입고 온몸을 장신구로 치장한 부인과 올백 머리에 정장을 차려입은 평범한 외모의 남자를 보고 즉시 경계했다.“숙모, 왜 다른 사람이 있는 거죠?”단은숙은 손을 내저으며 설명했다.“저 부인을 너도 만난 적 있어. 남편이 해성에서 탄탄한 재력가야. 아들은 유학파에, 외모도, 능력도 출중해. 생각도 깨어 있어서 돌싱도 괜찮다고 하길래 한번 보라고 데려온 거야.”‘숙모가 나를 소개팅시키려고 데려온 거였어?’고은서는 어이없었다.“숙모, 저는 소개팅이 필요 없어요. 당장 결혼할 생각도 없고요.”“아이고, 숙모도 네 마음을 알아. 하지만 어쨌든 옆에 누군가 있긴 있어야 하잖아?”“승재랑은 재결합할 마음이 없고, 시후는 해외로 떠났고, 송민준도 마음에 안 든다며. 마침 조건 좋은 사람이 있길래 만나라도 보라고.”“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는 될 수 있잖아.”단은숙은 열정이 대단했다.“저는 정말 필요 없어요. 아니면 남겼다가 은혜한테 소개해 주실래요?”나만 죽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고은서가 제안했다.자기가 숙모의 잔소리를 듣는 것보다 고은혜가 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은혜 그 계집애는 출국했잖아. 그리고 네가 두 살 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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