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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 Bab

제1231화

송민준의 무심한 반응을 본 여인은 날카로운 어조로 따졌다.“너 어떻게 된 거야?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무시하더니 이젠 사람을 보고 인사 한마디 없냐?”송민준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어머니.”전혜라는 여전히 싸늘하게 말했다.“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이틀이나 됐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송민준은 한층 더 무덤덤해진 표정으로 말했다.“어머니께서 무슨 일이세요?”그 말에 전혜라는 더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나랑 시은이가 계획을 얼마나 완벽하게 짜놨는데! 고은서가 쓸데없이 착한 척을 하다가 그들에게 납치당한 거잖니! 그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사고가 나더라도 경찰이 우리 쪽으로 수사할 일도 없었어! 그런데 너 뭐야, 괜히 끼어들어서 결국 고은서는 멀쩡하게 살아 있고 정작 너만 이렇게 다쳐서 누워있다는 게 말이 돼?”전혜라는 분노를 참지 못한 듯 말했다.그때, 전혜라의 휴대폰에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여시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줌마, 그만 물으세요. 제가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송 대표님은 고은서한테 마음이 생긴 거라고요.”전혜라는 휴대폰을 송민준의 얼굴 앞에 들이밀며 물었다.“시은이 말이 사실이니?”그 말에 송민준은 고개를 들어 이마에 흉터가 있는 여시은을 힐끔 바라보고 나서 다시 전혜라를 향해 말했다.“제가 여자한테 마음을 줄 사람으로 보이세요?”전혜라는 송민준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 필경 송민준은 어릴 때부터 누구도 믿지 않았고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겼으며 일 처리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쓸모없는 감정에 시간 낭비할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여시은은 믿지 않았다.“아줌마, 믿지 마세요. 고은서한테 마음이 없었으면 여태껏 그깟 여자 하나 해칠 기회를 못 잡았을 리가 없잖아요?”여시은은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정말 의외네요. 항상 냉정하고 차가운 송 대표님도 결국은 여자 때문에 일을 그르치다니!”송민준은 냉랭한 눈빛으로 휴대폰 속 여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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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여시은이 계속해서 날을 세워 따지려는 찰나 전혜라가 그들을 제지했다.“이렇게 소란스럽게 굴어서야 뭐가 되겠니!”“시은아, 너는 일찍 쉬어라. 난 얘랑 이야기 좀 나눠야겠다.”전혜라는 단호하게 말했다.여시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영상통화를 종료했다.전혜라는 휴대폰을 치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고은서한테 마음이 없다고 해놓고 왜 그냥 놔뒀어?”송민준은 금테 안경 너머로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내비치며 말했다.“곽승재는 고은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고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는 절대 우릴 그냥 놔두지 않을 거예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곽승재를 적으로 돌리면 일이 훨씬 더 어려워져요.”송민준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고은서와 내가 함께 납치당했기에 고은서가 나를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나에 대해 더 신뢰할 수 있어요. 고은서의 신뢰에 비하면 여시은의 기분 따위는 자기 절로 감수하라고 해요. 어차피 그 일은 여시은이 자초한 일이니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죠.”이 말에 전혜라의 분노가 한층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송민준을 완전히 못 믿는 눈치였다.“그래서 지금 고은서의 신뢰를 얻었다는 거야?”“원래는 가능했는데 지금은 곽승재가 어머니와 나의 관계를 알아버렸어요.”전혜라는 낯빛이 확 바뀌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 네가 계속 사람을 시켜서 그가 조사 못 하게 막고 있었잖아!”송민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일어난 일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죠. 곽승재가 마음먹고 조사하는 한 언젠가는 꼬리를 잡힐 수밖에 없었어요. 다만 생각보다 속도가 훨씬 빨랐을 뿐이에요.”“그럼 당장 곽승재가 더 조사하지 못하게 막아! 들키면 너도 결과가 뭔지 잘 알잖아!”송민준은 인상을 쓰며 말하는 전혜라를 바라보다가 넌지시 물었다.“여시은이 게임 회사 인수하는 거 어머니가 도와준 건가요?”전혜라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 일은 매우 은밀히 진행되었고 게임 회사 측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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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고은서는 송민준의 번호를 보고 조금 놀랐다. 이 늦은 시간에 왜 전화했을까?고은서는 오늘 병원에 머물지 않고 호텔로 돌아가 있었다. 곽승재는 당연히 그곳에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고은서는 결국 송민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납치 사건은 이미 경찰의 수사로 진상이 밝혀졌고 그들을 납치한 남자들도 모두 체포됐고 자백 내용도 공범들의 진술과 일치했다.병원 밖에서 고은서가 도왔던 모녀는 실제로 일정한 거처 없이 주위를 떠돌며 구걸하고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그날 밤, 아기 엄마는 음식을 사는 모습을 지켜본 괴한들에게 돈을 빼앗겼고 그중 한 명이 돈의 출처를 듣고는 큰 건 한탕 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어차피 외국 여자 하나일 뿐이니 돈을 써서 문제를 무마하려 할 거라며 납치 후 몸값을 요구하자는 계획이었다.모두가 그 말에 수긍했고 함께 납치를 계획했다. 초반까지는 순조로웠지만 뜻밖에 중도에 또 다른 동양 남자가 나타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둘 다 납치하자는 식으로 일을 벌였다. 사건 전체에서 송민준은 단지 피해자일 뿐이었고 전혜라와 여시은에게도 특별한 의심점은 발견되지 않았다.하지만 제일 먼저 납치를 제안했던 남자는 사건이 실패한 걸 알자마자 사라졌고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거처를 수색했을 때 중요 물품과 신분증 등이 모두 사라진 상태로 보아 처음부터 도주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고은서와 곽승재는 그 남자는 아마도 전혜라 쪽에서 미리 매수해 둔 사람이고 고은서가 그 모녀와 우연히 마주친 것도 사실은 그의 배후 조작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X국의 치안과 관리 체계는 국내보다 허술했고 그 남자가 돈을 들고 몰래 출국해 버렸다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결과적으로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금전을 노린 납치 범행’으로 결론지었고 관련 범죄자들은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예정이었다.송민준은 더 이상 용의자가 아니었다. 경찰이 그의 혐의를 벗겨주었음에도 고은서는 더 이상 그를 믿을 수 없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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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그럼 WOR 게임은 어떻게 하죠? 오픈 베타도 끝났고 곧 정식 출시인데요!"부하 직원이 다급히 물었다.“다른 게임 회사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어요.”고은서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여러분. 이번 X국 출장은 성과 없이 돌아가게 됐어요. 그래도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분명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지금 당장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없었던 고은서는 그저 이렇게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우리가 WOR 게임 출시가 급하다고 해서 급한 마음에 아무 대책이나 급히 세우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송민아가 말했다.“나는 고 대표님의 분석이 맞다고 봐요. 그 게임을 인수하는 건 위험 부담이 커요. 이 시점에서 손을 떼는 게 현명해요.”고은서와 송민아가 이렇게 말하자 부하 직원들도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숙소로 돌아온 후 고은서는 송민아에게 물었다.“내가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내 결정을 지지해 준 거야?”“당연하지. 유일 투자은행은 네 회사잖아. 네가 회사를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내가 뻔히 아는데 네가 설마 자기 노력을 헛되게 만들 리가 없잖아?”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송민아를 와락 안았다.“민아야, 넌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송민아는 그녀를 밀치며 말했다.“저리 비켜, 그런 닭살 멘트는 못 견디겠어! 고은서, 너 다른 계획이 있는 거지?”송민아는 시름이 안 놓이는 듯 다시 물었다.고은서는 송민아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비밀이야.”고은서와 송민아는 웃으며 장난을 치는 반면 여시은의 기분은 엉망이었다.그녀는 방 안의 고급 장식품들을 집어던지며 분노했다.“고은서 그 쌍년! 갑자기 왜 국내 저작권을 안 사겠다는 거야!”전혜라는 길고 가느다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가격이 높았던 건 사실이잖아. 고은서가 감당 못 한 것도 이해는 돼.”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여시은은 고은서가 조급한 마음에 분명 합리한 가격이 아닌 줄 알면서도 구매할 거라 확신했었다. 그런데 계약을 코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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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전혜라는 여시은의 추측을 반박했다.“걔 그렇게 멍청한 애 아니야.”하지만 여시은은 전혜라만큼 송민준을 믿지 않았다.“아줌마, 만약 송 대표가 진짜 고은서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어떻게 하죠? 송 대표가 정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민준이는 알아서 잘해. 몇 달 전 술집에서 민준이가 술에 취했을 때 네가 데려온 그 깡패들 있잖아. 민준이는 그걸 알면서도 네 말에 따라 고은서를 그곳으로 유인했어. 경찰서에서도 아무 말 안 했잖아?”여시은도 물론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래 사람이 보고한 데 의하면 송민준은 끝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고은서가 운 좋게도 신고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제대로 큰코다쳤을 것이다.그 뒤 절에서 마주쳤을 때 여시은이 송민준에게 상황을 묻자 송민준은 태연하게 그 사건 가담자들이 잡혔으니 시끄러울지 모른다고 조용히 경고했었다.“송 대표 예전엔 아주 차분하게 연기 잘했었는데 이번엔 정말 뭔가 이상해요.”여시은이 말했다.“그가 말한 대로 고은서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고를 일부러 안 낸 거라 쳐요. 그런데 지금 고은서가 분명 그를 믿지 않는 상황에서 왜 복수하지 않는 거죠? 그는 절대 손해 보는 사람이 아니잖아요!”전혜라는 단호하게 말했다.“민준이가 누굴 좋아하든 절대 고은서는 아닐 거야. 분명 다른 의도가 있어. 이 문제로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어. 마음 정리하고 귀국 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해.”그때 전혜라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으러 갔다.여시은은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그녀는 해성 집에서 불러온 가정부 박미화를 소리쳐 불러왔다.“미화 언니, 방금 내가 실수로 이거 몇 개 깨뜨렸는데 이 조각들 좀 치워줄래?”여시은은 부드럽게 말했다.“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꼭 수건으로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줘.”밀걸레로 하면 될 텐데도 여시은은 일부러 수건으로 하라고 했다. 박미화는 여시은이 자신한테 화풀이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난번 손을 다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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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어머, 나 좀 봐, 미안해서 어떡해?”여시은은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다.“미화 언니, 이번에도 아빠한테 들키면 안 되는데, 그렇지?”박미화는 아파서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시은 아가씨, 저번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여 대표님이 알아차릴 줄도 몰랐어요. 아가씨 마음이 불편하시면 제가 사직할게요, 바로 사직할게요. 앞으로는 절대 아가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그냥 깨진 조각 좀 치우는 건데 무슨 사직이야? 미화 언니가 그렇게 사직하면 아빠가 또 나를 의심하게 될 거 아니야?”여시은은 이번엔 발로 박미화의 손을 밟으며 코웃음을 쳤다. 박미화의 손바닥에서 천천히 피가 스며 나오는 걸 바라보며 여시은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게다가 미화 언니, 언니네 아들 결혼시키려면 돈 필요하지 않아? 그나저나 언니네 아들이 하는 일도 참 위험하더라. 그 기계들이 조금만 고장 나도 손이나 팔이 잘려 나가는 건 일도 아니겠던데? 아들한테 꼭 조심하라고 일러줘야겠어, 언니.”박미화는 듣자마자 온몸이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손 아픈 것도 잊고 겁에 질려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애원했다.“저 사직 안 해요, 바로 바닥 다 치울게요! 시은 아가씨, 저번에도 다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드려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 아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걔는 그냥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에요. 제발 관대한 마음으로 봐주세요...”여시은이 아랑곳하지 않자 박미화는 급기야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유리 조각이 이마를 찔러 피가 나도 개의치 않고 그녀는 계속 애원했다.여시은은 이마에서 피가 흐르며 애원하는 박미화를 마치 개미 보듯 냉정하게 쳐다봤다.마침 통화를 마친 전혜라가 돌아와 피투성이가 된 박미화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적당히 해, 문제 일으키지 말고.”그제야 여시은은 박미화의 손을 놔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미화 언니, 다쳤구나. 우리 곧 귀국할 텐데, 아빠가 또 보면 어떡하지?”박미화는 고개를 들어 달콤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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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일주일 후 여시은의 예흥 투자은행은 해외 신흥 게임의 국내 저작권을 계약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나서 그날 밤 바로 게임을 출시했다.이 게임은 해외에서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고 국내 게이머들도 들어본 적 있는 게임이었다. 이렇게 국내에 들어오자 자연히 모두가 가장 먼저 다운받아 체험하고 싶어 했다.며칠도 안 돼 이 게임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때를 놓칠세라 예흥 투자은행은 자신들이 새로 투자한 또 다른 게임을 출시했다.새 게임이 출시되자 많은 게이머들은 이전에 공개 테스트했던 WOR 게임과 캐릭터부터 스토리 설정까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이 게임은 제작 기간이 촉박했던 탓인지 배경 화질과 캐릭터 의상 등에서 WOR 만큼 정교하지는 않았다.유일 투자은행과 WOR 측은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유사한 게임이 나오자 몹시 화가 났다. 다행히 유일 측에서 게임 내 테스트 초기에 이미 대응책을 마련해 두었던 터라 즉시 성명을 발표하고 증거를 수집해 예흥 투자은행의 표절을 관련 부서에 고발했다.다만 권리 보호 문제는 하루 이틀에 결론이 나지 않거니와 게이머들은 이런 세부 사항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여 현재 예흥 투자은행 상황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예흥에서는 심지어 공개적으로 반격하며 법으로 자신들의 명예와 권리를 지키겠다고 성명했다.송민아는 이 공지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당장 예흥에 가서 여시은과 따지려 했다.“정말 너무해! 여시은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 분명 그녀가 손을 써서 우리껄 표절했으면서 무슨 염치로 우리를 욕하는 거야!”송민아는 가슴속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안 돼, 당장 오빠한테 연락해서 이 일을 분명히 하고 진실을 밝혀서 여시은을 뭉개야 해!”요 며칠 동안 송민준은 북성에서 치료 중이었기에 송민아는 그를 만나지 못했었다.“오빠까지 끌어들이지 마.” 고은서가 송민아를 말렸다.“여시은은 일부러 일을 크게 만들어 게임 노출도를 높이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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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송민아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가슴 속에 쌓였던 화도 다 사라진 듯했다.“이번엔 여시은이 자기 발등을 찍었어! 하지만 예흥이 이미 표절 게임을 출시했으니 우리가 다시 출시해도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WOR이 표절한 줄 오해할 수도 있겠어.”송민아는 갑자기 걱정되었다.“우리가 진짜라고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어도 게이머들이 헷갈려서 예흥의 불법 표절 게임을 다운받을 수도 있고.”고은서는 송민아의 팔을 토닥이며 위로했다.“괜찮아, 우리 게임은 예흥과 똑같이 내지 않으면 돼.”“그렇다고 출시 안 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무용지물이 되는 거 아냐?” 송민아가 초조하게 물었다.고은서는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정확한 답을 듣지 못했지만 송민아는 그래도 다소 마음이 놓였다. 고은서가 분명 대응책을 마련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었다.며칠 동안 예흥 투자은행이 들여온 해외 게임의 반한 논란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심지어 실시간 검색어 1~3위를 차지했다.네티즌들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지적한 게임 캐릭터와 논란이 된 부분을 찾아냈을 뿐 아니라 배경 그림 속 건물이나 인물의 눈빛 등 세세한 부분에서도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증거를 찾아냈다.또한 아니꼽게 보던 동종업계 사람들이 분위기를 이끌면서 네티즌과 게이머들은 이 게임을 보이콧하기 시작했다.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여시은은 사무실에서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과 체면 때문에 화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시은은 도움을 청하려 전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오히려 꾸중을 들었다.“이 정도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하다니. 이 게임 회사를 인수하려고 얼마나 많은 인력과 돈을 들였는데 다 물거품이 됐잖아!”“고은서가 이렇게 교활할 줄은 몰랐어요!”여시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글쎄 왜 갑자기 국내 저작권을 포기하나 했더니 이 꿍꿍이였던 거예요! 아줌마, 중간에 송민준의 도움이 없었을까요?”여시은은 여전히 의심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은서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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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여시은은 여재훈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손에 쥔 가위를 내려놓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그녀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여재훈을 한번 보고 나서 손에 든 가위로 인형을 계속 찔렀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화가 나 투정 부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힘 조절을 했다.예전 같았으면 딸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다정하게 걱정하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여재훈이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그는 분명 여시은이 가위를 잡았을 때 얼굴에 스친 잔인한 표정을 본 것 같았다.평소엔 그토록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던 시은이가 어떻게 그런 잔인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잘못 본 걸까?“아!”여재훈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여시은이 비명을 질렀다.“시은아, 무슨 일이니?”여재훈은 급히 다가가 가위에 손바닥을 다쳐 피가 나는 여시은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어떻게 다친 거야?”여재훈의 걱정 어린 말에 여시은은 서러운 듯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이 인형들이 나를 괴롭히잖아. 얘네 때문에 그만 실수로 손을 찔렀어!”이렇게 투정 부리고 심술부리는 딸의 모습은 여재훈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그렇다면 방금 본 딸 얼굴의 잔인한 표정은 그의 착각이었을까?여재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시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방금 자신의 진짜 모습을 여재훈이 본 건 아닐까 두려웠다.여시은은 항상 자신을 위장하는 데 능숙했다. 그동안 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사랑스럽고 얌전하며 착한 재벌 집 딸의 모습을 유지했고 아무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고은서 때문에 계속 좌절을 겪다 보니 참을성이 없어진 것이다.여시은은 갑자기 경계심이 생겼다. 더는 방심하지 말아야 하고 경솔하게 행동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겠는가!“아빠, 왜 오셨어요? 혹시 최근 예흥에서 일어난 일 들으셨나요?”여시은은 억울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렸다.“다 제 잘못이에요.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저랑 아줌마 둘 다 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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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며칠이 지나지 않아 관련 책임자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게임 팀을 찾아왔어요. 그 팀의 스토리가 WOR보다 더 낫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제작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두의 의견을 따라 교외에 집 한 채 빌려서 그쪽을 사무실로 쓰게 했어요.”여시은은 여재훈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아빠, 투자은행에는 업계에서 대단한 선배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눈여겨본 프로젝트는 절대 틀리지 않아요. 표절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그분들이 해결하겠다고 해서 저는 마음 편히 맡겼어요.”“그런데 방금 들은 소식으로는 그 게임팀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대요...”여시은의 눈은 다시 빨개졌다.“정말 일이 이렇게 될 줄 예상 못 했어요. 그래서 계속 저 자신에게 화가 났던 거예요! 저 자신이 너무 쓸모없어 보여요. 사람 쓰는 법도 모르고 사람 보는 눈도 없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여시은은 다시 울먹이며 말했다.그 모습을 본 여재훈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회사 책임자들과 상의는 했어? 이 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지?”여시은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아직 못했어요. 지금은 어쨌으면 좋을지 판단도 안 서요. 아빠가 실망하실까봐 두려워서 말도 못 했어요. 아빠, 이제 어쩌죠? 아빠가 대신 방법 좀 생각해 주세요.”여재훈은 단호하게 말했다.“외국 게임이 이미 반한 의혹을 받고 있으니 즉시 서비스 중단하고 설득력 있고 진심 어린 사과문을 내야 한다.”“그리고 새 게임도 바로 내리도록 해. 표절이 아니라면 상황을 공개하고 다시 출시하면 되고 만약 표절이 사실이라면 네가 알고 있었든 아니든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배상도 해야 하고 공개 사과도 해야 해.”“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책임자들과 회의해서 정하도록 하려무나. 하지만 이 일은 미루면 안 된다. 즉시 처리하지 않으면 결과가 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거야.”여시은은 딱한 눈빛으로 여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외국 게임은 말씀하신 대로 하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출시한 새 게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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