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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 Chapters

제1241화

고은서는 여재훈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바라보며 놀란 듯 멍해졌다.그날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다가 말다툼 끝에 험하게 헤어진 뒤로 여재훈에게서 연락이 온 건 처음이었다.물론, 카톡으로 몇 번 메시지를 보낸 적은 있었지만 고은서가 볼 때쯤엔 모두 메시지가 삭제되었다고만 떠 있었다.이번에 전화를 건 이유는 아마도 게임 표절 논란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예흥 쪽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걸 보면 여재훈은 여시은을 크게 꾸짖지는 않은 모양이었다.그 생각에 고은서의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분노가 피어올랐다.여재훈이 여시은을 대신해 변명하거나 사과하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여재훈은 허탈한 듯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생각보다 더 차가운 고은서의 반응에 가슴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그날 오후, 어떤 네티즌이 예흥이 들여온 해외 게임이 서비스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곧이어 예흥은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다.예흥의 투자사는 자신들이 애국심을 가진 기업이라 강조하며 검토가 부족해 이런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그리고 모든 유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그저 여론에 밀려 서비스를 내린 것일 뿐, 진심 어린 반성이 없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였다.더불어 분노를 삭이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예흥의 신작 게임이 wor게임을 표절했다며 따져 물었다.해명하라는 요구가 거세졌고 이에 예흥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현재 관계 당국이 조사 중이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예흥을 비난하지 말아주십시오.”고은서는 이 상황을 지켜보다 단박에 눈치챘다.여시은이 시간을 끌며 wor 측을 지치게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걸.다음 날, 인터넷에서는 wor 측이 표절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이슈를 이용한 것이라는 식의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조작된 계정들, 이른바 ‘물량 투입’된 악성 댓글 부대가 슬슬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진짜 정품이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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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와, 고은서! 너 진짜 대단하다!”송민아는 또 한 번 감탄을 터뜨렸다.“게임 업그레이드를 조용히 진행한 것도 모자라 여론을 활용해서 관심까지 끌어올리다니! 어떻게 그렇게 촉이 좋아?”고은서는 이게 자신 혼자만의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말했다.사실 곽승재가 슬쩍 귀띔을 줬었다. 요즘처럼 이슈가 뜨거울 때는 그냥 흘려보내면 아깝다고.잘만 활용하면 wor 게임이 단숨에 성공할 뿐 아니라 ‘유일’이라는 브랜드까지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역시 곽 대표님이야. 우리가 정식으로 한턱내야지!”송민아는 갑자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아, 나 참. 곽 대표님은 당연히 너 혼자 초대하길 원하시겠지! 내가 뭐 하러 같이 가겠어. 분위기 깨게.”“네가 가서 제대로 밥 한 끼 대접해. 지난번엔 너 구해줬고 이번엔 또 우리가 도움받았잖아.”고은서는 웃으며 말을 흐렸다.곽승재가 많은 도움을 준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요즘은 또 무슨 일에 바쁜 건지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다.“나중에 보고 시간 되면.”고은서는 더 말하지 않고 오늘 MQ에 가야 한다고 했다.며칠 전 유성준이 해외에서 원료를 공수해 왔고 조향사도 사전 작업을 거의 마친 상황이라이제 그녀가 함께 최종 조향을 해야 했다.그동안 wor 게임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손도 못 대던 일이었지만 이제야 모든 게 정리돼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운전기사를 불러 MQ로 향하니 유성준은 이미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 곁엔 고은혜도 함께 있었다.두 사람은 뭔가 제품 포장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는데 제법 가까이 앉아 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함께 해외에 다녀온 이후, 두 사람은 더 친해졌고 사이도 부쩍 돈독해진 듯했다.고은서를 보자 고은혜가 반갑게 다가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언니! 왔구나? 회사 일 다 해결됐지?”유일과 예흥의 사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만큼, 고은혜도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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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전화는 곽승재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다.고은서가 전화를 받자 그는 전할 소식이 있다며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은서야, 전에 X국에서 나랑 밥 먹기로 한 거 기억나지? 이젠 좀 시간 낼 수 있는 거야?”고은서는 지금 MQ에 있고 고은혜와 유성준과 함께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고 솔직히 말했다.그래서 할 말이 있으면 이따가 라이트문 아파트에서 하자는 말을 남겼다.그러자 곽승재가 다시 물었다.“나도 지금 근처인데...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그의 말투엔 살짝 조심스러운 뉘앙스가 배어 있었다.고은서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난감해서 옆에 있던 고은혜와 유성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사람 한 명 더 와도 괜찮을까?”고은혜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누가 오는데?”“곽승재.”고은혜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은서에게 살짝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난 괜찮은데...”그러고는 슬쩍 유성준을 쳐다보았다.마치 저 사람은 별로일 수도 있다는 뜻이 담긴 눈빛이었다.고은혜 마음속에는 여전히 유성준이 고은서를 오랫동안 좋아해 왔다고 믿고 있었기에 그런 유성준이 곽승재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 밥을 함께 먹는 걸 달가워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고은서는 고은혜의 속내를 단박에 알아차리고 어이없다는 듯이 흘겨보았다.그때 유성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차피 밥 먹는 자리잖아. 젓가락 하나 더 얹는 거지. 나야 상관없어.”그 말에 더 이상 반박할 필요 없었기에 고은서는 식사 장소를 곽승재에게 알려주었다.고은혜는 고은서를 빤히 보다가 무언가 물으려는 듯 입을 뻥끗거렸다.하지만 유성준이 옆에 있어서인지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고은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전생에서도 은혜가 그렇게 불쌍했던 게 다 이유가 있어. 우리 자매 둘 다 사람 보는 눈도 멀었고 마음도 상했어. 정말 멍청하긴 멍청했지.’지금 이 상황만 봐도 그렇다.유성준은 자신에게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데 고은혜는 여전히 유성준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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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고은혜는 입가의 립스틱을 닦으며 중얼거렸다.“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쪽으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래. 언니, 설마 유 대표님 마음 정리시키려고 일부러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지?”그 말에 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은혜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언니라면 그런 일은 안 하겠지.”그러곤 곧이어 의문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근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유 대표님이 나한테 도대체 언제 특별하게 대했는데?”고은서는 천천히 설명했다.“너 혹시 성준 오빠 사무실에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거 기억나? 그 사람이 너한테 화내는 거 본 적 있어? 너는 무슨 일이든 다 말하고 그 오빠는 항상 네 편이잖아. 너한테 정말 인내심도 많고 네 말 하나하나 다 귀 기울이고 네가 뭘 알레르기 있는지도 기억하고 있어. 이 정도면 특별한 거 아니야?”고은혜는 살짝 흔들렸다.“유 대표님은 원래 성격이 좋은 편이잖아. 이런 거, 나한테만 그런 건 아니지 않을까?”고은서는 질문을 바꿨다.“성준 오빠랑 같이 있을 땐 어때? 편안하고 즐겁지 않아?”그 질문에는 고은혜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맞아. 대표님은 많이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 통하고 성격도 좋아. 그리고 배려심도 깊고 나 사실 좋아하...”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고은혜는 스스로 놀란 듯 입을 다물었다.그리고는 당황한 듯 말을 고쳤다.“아, 그... 그런 뜻은 아니었어!”고은서는 속으로 웃었다.드디어 동생이 눈치를 챈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다시 물었다.“만약에 말이야, 성준 오빠가 자기 비서나 디자인부에 있는 다른 미혼 여자들한테도 지금 너한테 하듯 똑같이 잘해준다고 생각해 봐. 불편하거나 질투 날 것 같지 않아?”고은혜는 반사적으로 목을 쭉 빼고 대답했다.“전혀!”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보이는 거울 너머로 누군가 다가오는 모습이 비쳤다.유성준이었다.그러자 고은혜는 갑자기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사람처럼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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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고은서가 고개를 들자 어느새 그녀 앞에 서 있는 이는 한동안 보지 못했던 송민준이었다.그날 X국 절벽 아래에서의 처참하고 나약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송민준은 완전히 예전의 신사 그 자체로 돌아와 있었다.그는 진회색 정장 차림에 금테 안경 너머로 부드러운 눈빛을 띠고 있었으며 입가엔 적당히 절제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마도 식사 자리인 듯 송민준의 뒤로는 몇 명의 엘리트들이 함께하고 있었다.“송 대표님,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곽승재 역시 송민준을 발견하고는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송민준은 변함없이 공손한 태도로 웃으며 답했다.“곽 대표님, 그 말씀 좀 이상하네요. 식당에 왔으면 당연히 식사하러 왔겠죠. 설마 우연히 대표님을 만나려고 일부러 왔겠습니까?”송민준 뒤의 일행들도 그 말에 맞춰 웃음을 지으려 했지만 그가 곽승재라는 걸 인지하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송민준도 대단하지만 GS 그룹의 곽승재는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양쪽 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이니 그들은 이내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존재감을 줄였다.곽승재 역시 송민준 말 속의 비꼼을 모를 리 없었다.그의 미간이 잠깐 찌푸려지려는 순간, 고은서가 막아섰다.“곽승재, 가자.”그녀의 짧고도 단호한 말에 곽승재는 마음속의 불쾌함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오히려 가슴 한편이 약간 벅차오르기까지 했다.그동안 늘 자신은 뒤에서 고은서를 바라보기만 했지 그녀가 이렇게 자신 편을 들어주는 순간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응. 좋아.”곽승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은서의 손을 꽉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그때 송민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은서야, 내일 시간 있어? 밥이나 같이 먹자. X국에서 헤어진 이후 나에 대해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설명하고 싶어서 그래.”그러자 곽승재는 고개를 돌려 송민준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송민준 씨,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은서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송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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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곽승재가 고개를 숙이려던 그 순간 앞쪽에서 고은혜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미안! 나... 나 아무것도 못 봤어!”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고은혜는 당황하며 사과했고 곧장 몸을 돌려선 뒤, 급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 바람에 고은서의 감각과 생각도 순간적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이내 곽승재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음을 인지한 그녀는 재빨리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곽승재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센스 있게 몸을 바로 세웠다.고은혜가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꼬치꼬치 캐묻지 않게 하려는 듯, 고은서는 그녀를 무시한 채 곧장 룸으로 들어가 버렸다.곽승재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고은혜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네 언니 들어갔어.”고은혜가 뒤를 돌아보니 정말 고은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곽승재에 그럼 이제 들어가자고 말하려다가 곽승재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발견했다.예전의 곽승재는 워낙 차갑고 거리를 두는 사람이라 고은혜는 그에게 자연스레 위축되고 긴장하게 되곤 했는데 지금 그가 짓고 있는 그 살짝 기대에 찬 표정은 고은혜에겐 너무 낯설었다.‘혹시 내가 분위기를 깨서 화난 건가? 그런데 왜 화난 게 아니라 기대하는 얼굴이지?’“혹시... 아까 언니만 부른 거야?”곽승재가 조용히,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제야 고은혜도 상황을 알아차렸다.곽승재는 자기까지 부르길 기다렸던 것이다.‘일찍 말하지. 괜히 나 혼자 불안하게 만들어놓고.’“형부.”고은혜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겉으론 얌전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역시나 그 말이 떨어지자 곽승재의 잘생긴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응. 들어가서 주문하자. 네 언니 오래 기다렸겠다.”저녁 식사의 분위기는 뭔가 이상하게 어색했다.평소 수다스럽던 고은혜는 말수가 확 줄었고 언제나 세심하던 유성준도 생각이 복잡한 듯, 몇 번이나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았다.그 와중에 유일하게 기분이 좋아 보인 사람은 곽승재였다.그는 고은혜와 유성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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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유성준은 평소에 강하게 말하는 법이 드문 사람이었다.언제나 부드럽고 배려심 깊은 태도가 그의 특징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고은혜가 분명히 자신을 피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고 그는 그냥 넘기지 않고 직접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나섰다.그 모습을 본 고은서는 마음속으로 조금 기뻤다.유성준이 반응을 보인다는 건, 고은혜에게 감정이 있다는 뜻이니까.“괜찮아요. 유 대표님까지 번거롭게 하실 필요 없어요! 저...”고은서가 말하기도 전에 고은혜가 급히 끼어들며 손을 저었다.“그냥 언니랑 차에서 잠깐 얘기나 하려던 거예요. 시간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고 언니랑 형부도 신경 안 쓰실 거잖아요. 그렇죠, 형부?”유성준과 단둘이 있는 걸 피하고 싶었던 고은혜는 급기야 곽승재에게 도움을 청했다.그렇지만 곽승재는 고은서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은혜에게 이렇게 대답했다.“난 너희 언니 말 들을게.”고은서는 고은혜가 아직 유성준과 감정적인 대화를 나눌 준비가 안 됐다는 걸 알아차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성준 오빠, 나랑 은혜 정말 오랜만에 만났거든요. 오늘은 저희가 데려다줄게요.”“두 사람은 매일 보잖아요. 은혜랑 얘기할 기회야 얼마든지 있고... 제 말이 틀려요?”고은서가 이 정도로 말했는데 계속 고집을 부리면 분위기만 어색해질 터였다.그래서 유성준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부탁할게.”그 말을 듣자 고은혜는 한숨 돌린 듯 안도했고 고은서의 손을 잡고 얼른 차 쪽으로 향했다.어느새 곽승재의 차만 남아 있었고 운전기사는 이미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더 이상 머뭇거릴 틈도 없이 고은혜는 고은서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곽승재는 아직 유성준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너 아까 곽승재한테 형부라고 불렀더라? 아주 자연스럽던데?”고은서가 놀리듯 물었다.그러자 고은혜는 고통스럽다는 듯 머리를 감싸안았다.“언니 제발 내 머리 때리지 마. 나 바보 될까 봐 무서워.”“아니, 성준 오빠가 무슨 괴물도 아니고 왜 그렇게 피하고 무서워하는데?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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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알고 보니 그저 곽승재 혼자 착각했을 뿐이었다.하지만 곽승재는 금세 마음을 추슬렀다.지금의 고은서는 자신을 신뢰하고 무슨 일이든 말해주며 도움을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심지어 오늘처럼 복잡한 자리에도 그가 동석하는 걸 허락했으니 사랑이 식었을 뿐, 고은서의 태도는 다른 누구보다 곽승재에게 호의적이었다.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곽승재는 아직도 고은서를 사랑하니까.부부가 되지 못하더라도 곁에서 그녀를 지키며 살아가기로 곽승재는 마음을 굳혔다.그래서 이제 더는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곽승재는 요즘 자기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고은서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전에 해찬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쳤던 두 남자를 어떤 사람이 추적에 성공했다고 한다.곽승재는 사람을 보내 직접 뒤를 쫓게 했다고 했다.고은서는 그 말을 듣자 바로 물었다.“그럼 지금은 사람을 찾았어?”곽승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미 잡아서 경찰에 넘겼어. 게다가 사건 관련 서류들도 해성시로 이관 요청했어.”해찬시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니 중간에서 누군가 손을 써도 막기 어려웠다.그렇지만 해성은 곽승재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그가 개입했으니 이번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고은서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예전에 그 둘에게 후원금 줬던 사람은? 그 사람 아직 해성에 있어?”고은서는 문득 그 생각이 나서 물었다.예전에 곽승재는 그 두 명의 용의자에게 막대한 보너스가 지급된 걸 밝혀냈고 그 후에 폭주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었다.후원금을 줬던 연중서는 송씨 가문과 연관이 있었기에 곽승재는 그 당시 송민준을 만나 그와의 연관성을 떠보려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땐 증거가 없어 송민준과의 연결 고리를 밝힐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인증 가능한 인물들이 확보되었고 이제 더는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물론이지.”곽승재가 답했다.“그 사람이 운영하는 레이싱 클럽이 해성에 정착했어.”이 과정에도 곽승재가 물밑에서 움직인 덕이 있었음을 고은서는 알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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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고은서는 여재훈에게 섭섭한 마음이 조금 있었지만 그의 됨됨이는 믿을 수 있었다.여재훈은 항상 원칙을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다.여시은처럼 잔인하고 비열한 방식은 절대 택하지 않는 사람.아마 이번 사건은 여시은이 그의 한계를 건드려 깊은 실망감을 안긴 결과일 것이다.하지만 고은서는 기뻐할 새가 없었다.생각해 보면 그날 경찰서에서 여재훈이 여시은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그 장면만 떠올라 왠지 모르게 속이 답답하고 묘한 감정이 남았다.“너 혹시 여시은이 이 일로 나한테 화풀이할까 봐 걱정돼?”고은서가 조심스레 물었다.곽승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동안 해온 짓을 보면 그럴 가능성 충분히 있어.”정말 그럴 수 있다.여시은은 고은서를 병적으로 미워했고 그렇기에 몇 번이고 해를 끼치려 했었다.“그러니까 앞으로는 외출할 땐 경호원 꼭 데리고 다녀.”곽승재가 단호히 말하자 고은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이제는 또 다른 사고를 겪고 싶지 않았다.경호원이 곁에 있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안전하니까....다음 날, 각종 매체들은 예흥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단순히 표절 논란뿐 아니라 내부 소식통의 발언이라며 다음과 같은 분석도 나왔다.예흥 폐쇄의 깊은 이유는 강성의 여씨 가문 측근들이 들썩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그들은 이 사건을 빌미 삼아 여재훈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 했다.물론 에흥은 여재훈이 개인 자산으로 설립한 투자사였지만 밖에서 보기엔 리 가문 전체와 연관된 일처럼 느껴졌고 모두 그에게 잘못을 덮어씌웠다.그래서 여재훈은 가문 전체의 입을 막기 위해 딸을 꾸짖고 회사를 폐쇄하며 강력한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딸을 책망하고 공개적으로 화를 내는 것도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고은서 역시 그 보도들을 봤고 내용이 꽤 정확하게 분석되었다고 느꼈다.그렇지 않고서야 여재훈이 그렇게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리 없었다.고은서는 마침 박지연게 연락해서 근황을 묻고 조수연의 뒷일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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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송민아는 듣자마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고은서, 우리 오빠 만나는 거에 대해 동의한 거지? 차는 비서한테 부탁 안 해도 돼. 내가 직접 가져올게!”송민아가 송민준을 부르러 가는 사이 고은서는 휴대폰을 꺼내 녹음 기능을 켰다.첫째는 송민준이 함정을 꾸밀지 몰라 대비하려는 거고, 둘째는 혹시라도 그의 입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서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민아가 송민준을 데리고 들어왔다.“고마워, 고은서. 대화가 끝나면 내가 다시 와서 사과할게!”말을 끝내고 송민아는 차를 따르러 갔다.“은서야.”송민준은 태연하게 고은서에게 인사를 건넸고 고은서는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송민아가 차를 가져온 뒤, 고은서는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렇게까지 하면서 절 보러 온 이유가 뭐죠? 저희 둘 다 알잖아요. 그 납치는 우연이 아니었어요. 변명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당신 말을 믿지 않으니까.”말을 들은 송민준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 사라졌다.“고은서, 네 친모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은 건 내 잘못 맞아. 하지만 네가 내 친모와 내 관계 때문에 나를 납치 사건에 연루시킨 건, 누명을 씌우는 거야.”고은서가 비웃듯 낮게 한숨 쉬었다.“중요한 건 오빠가 친모가 누군지 말했는지 아닌지가 아니에요.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오빠 엄마가 여시은과 가까운 사이고 여시은이 저를 미워한다는 걸 몰라요? 오빠가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제가 왜 말해야 하는 거죠?”송민준은 고은서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오빠가 하려던 해명이 이거면 그냥 가도 될 것 같네요. 저도 제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요.”고은서가 냉정하게 말하자 침묵하던 송민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은서야, 네가 납치당한 그날 밤, 내가 몇 번이나 네게 물었어. 네 결정 후회하냐고. 그래서 지금은 후회해?”송민준이 의미심장하게 묻자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그의 얼굴에서 그동안의 완벽한 ‘신사’ 가면이 벗겨지고 조금은 비웃는 듯한 표정이 드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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