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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 Bab

제1271화

남자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아찔하게 유혹해 왔다. 고은서는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고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만을 알고 있었다.육체적인 고통은 고은서를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다. 몸속의 열기는 그녀를 태워버릴 듯했고 흐릿한 조명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 욕망에 따르고 싶었지만 겨우 남아있는 의식은 그녀에게 안 된다고 거절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고은서는 제정신을 차리기 위해 혀끝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통증으로 흐려져 가는 의식을 붙잡아 보려 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그녀는 심지어 환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나쁜 사람을 밀치고 도망치는데 누군가가 그녀를 뒤쫓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무기력했고 팔다리에도 힘이 없었다. 소리쳐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누군가가 그녀를 따라잡아 꽉 끌어안는 순간, 고은서는 온 힘을 다해 외쳤다.“살려줘... 민준 오빠...”그녀를 안고 있던 사람의 힘이 순간 약해진 듯했지만 고은서는 더는 머리의 통증과 몸속의 열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관자놀이가 찌르듯 아팠다.고은서는 아픈 머리를 움켜잡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몸은 축 늘어져 힘이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주위는 온통 하얀색이었다. 병원인 것 같았다.어떻게 병원에 오게 된 걸까?고은서는 문득 자신이 호텔 복도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쫓기다가 당시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없던 차에 도망칠 곳이 없자 3층의 한 룸에 송민준이 있다는 생각이 나서 무작정 그 방으로 뛰어 들어가 살려달라는 말만 내뱉고 쓰러졌던 기억이 났다.그렇다면 그녀를 구해서 병원에 데려온 사람은 송민준인 걸까?“은서야, 깼어?”송민아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가 몸을 움직이려 하자 송민아는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몸은 어때? 의사 부를까?”고은서는 몸이 많이 불편했지만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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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송민아는 고은서가 방금 한 행동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몇 시간 뒤 우리 오빠가 문자를 보냈어. 네가 이 병원에 있다고.”고은서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그렇다면 어젯밤 일은 송민준과 관련 있는 걸까? 그가 일부러 기회를 노려 고은서에게 약을 먹이게 하고 CCTV도 고장 낸 뒤 그녀를 데려간 것일까?몇 시간이 지나서야 송민아에게 연락한 것도 의심스러웠다. 그동안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은서야!”고은서가 계속해서 송민아에게 질문하려 하는데 갑자기 병실 밖에서 곽승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훤칠한 모습의 곽승재가 병실로 들어왔다.“깼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제대로 쉬지 못한 듯 곽승재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눈 밑엔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답했다. 그때 문 쪽에서 또 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여재훈이었다.여재훈의 눈에도 걱정과 초조함이 가득차 있었다. 심지어 걱정스러워하는 눈빛에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까지 담겨있는 듯했다.“은서야, 곽 대표님도 어젯밤에 같이 왔어. 곽 대표님이 계속 네 곁을 지키고 있다가 방금 여 대표님이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마중 나갔었어.”송민아가 설명했다.“먼저 이야기 나눠. 난 물 좀 사 올게.”송민아는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갔다.조심스레 고은서에게 다가온 여재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조심스레 손을 거두었다.“고은서 씨.”여재훈은 잠시 호칭을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곽 대표에게서 사고를 당했다고 듣고 걱정돼서 왔어요. 지금은 좀 어때요?”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고은서는 여재훈의 목소리에 약간의 울먹임이 섞여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억지로 감정을 억제하고 있어서 명확하진 않았다.고은서는 여재훈이 지난번 공원묘지에서처럼 무언가 이상한 것 같았다. 할 말은 많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전 괜찮아요. 여 대표님께 걱정을 끼쳐 드렸네요.”고은서는 담담하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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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휴대폰 화면 속 내용을 확인한 고은서는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화면엔 자극적인 뉴스 기사가 떠 있었다.【북성 송가 가주 송민준, 열애설 의혹】단순히 기사 제목만 봐서는 별일 아닌 듯했지만 아래에 실린 두 장의 사진이 문제였다. 두 사진 모두 분위기가 상당히 묘했다. 한 장은 송민준이 한 여성을 꽉 끌어안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여인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다른 한 장은 송민준이 품 안의 여인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 눈빛은 마치 사랑이 가득한 사람 같았다.그 여인은 다름 아닌 고은서, 그녀 본인이었다.사진의 배경은 차량 내부였고 두 사람은 꽉 껴안은 채 다정하고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송민준의 그 애틋한 눈빛이 더해지면서 해당 뉴스는 이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단에 올라 있었다.댓글 창엔 하나같이 부러움의 글들뿐이었다.북성에서 유명한 다이아몬드 싱글이자 평소에 신사적이고 우아한 이미지의 송민준이기에 많은 이들이 그가 누굴 만나도 비밀리에 사귈 거라 예상했는데 이번엔 너무도 공개적으로 애정을 과시한 셈이었다.게다가 주변에 기자가 있었음에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놀라움을 자아냈다.고은서는 휴대폰을 세게 움켜쥐었다.어젯밤 그녀는 약에 취해 정신을 잃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친밀한 장면이 사진으로 찍히다니!송민아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사라진 지 몇 시간 후에야 송민준이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그럼 그 몇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고은서는 무의식적으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곽승재도 이미 그 뉴스를 본 상태였다. 잘생긴 그의얼굴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마침 곽승재의 전화가 울렸고 고은서는 시선을 거두었다.어젯밤 곽승재는 식당 주변 CCTV를 여러 갈래로 추적해 겨우 송민준의 차량을 찾았다.그런데 이 두 장의 사진은 너무도 선명했다.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 같지 않았다.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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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하지만 떠나기 전 여재훈은 고은서에게 당부하듯 말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고은서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예의를 차릴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여재훈이 떠난 뒤 통화를 마친 곽승재가 말했다.“이번 사진 유출 건, 송민준이 한 짓이야.”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일이지만 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어려웠다.송민준은 고은서 앞에서 줄곧 신사인 척 행동했다. 고은서가 그와 전혜라의 관계를 알게 되었을 때조차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일관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짓이라니! 고은서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던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졌다.“송민준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짓을 했을까? 뭔가 단서라도 있어?”고은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곽승재에게 물었다.곽승재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설명했다.“그날 폭주족 둘은 경찰서에서 풀려난 후 레이싱클럽 사장을 찾아갔대. 뭔가 협상이 잘 안 됐는지 큰 다툼이 벌어졌지. 결국 어제 그 둘이 직접 연중서를 칼로 찔렀대.”범인은 다시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둘의 자백은 이러했다. 연중서를 찾아가 돈을 받으려 했는데 주지 않자 충돌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돈을 요구했다는 건 뭔가 빌미가 있었다는 건데, 연중서의 약점이라도 쥔 건가?”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곽승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은서의 추리를 긍정했다.“경찰의 심문 끝에 그들이 외할아버지를 해치려 했던 건 연중서의 지시였다고 진술했어. 그와 관련된 기사는 원래 오늘 보도될 예정이었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묻힐 가능성이 아주 커.”그럼 송민준은 더 큰 이슈를 만들어 기존 사건의 주목도를 낮추려는 의도였던 걸까? 고은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연중서는 우리 외할아버지와 원한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송민준이 뒤에서 조종한 건 아니야?”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중서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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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곽승재는 비록 그녀와 거리를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본래 제멋대로이고 독점욕이 강한 남자임은 변함이 없었다.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약에 취해 의식을 잃고 그런 상태로 송민준과 몇 시간이나 함께 있었다. 게다가 지금 송민준은 일부러 그런 사진까지 유포했다. 그러니 곽승재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그런데도 곽승재는 지금껏 그 사진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오히려 그녀에게 불안한 눈빛으로 사과하고 있었다.고은서는 다시 한 번 곽승재의 변화를 느꼈다.“송민준의 목적이 무엇이든 난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야.”곽승재가 안도의 숨을 내쉬기 전에 전에 고은서가 덧붙였다.“나와 내 가족을 해친 사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원래부터 불안해하던 곽승재는 그 말을 듣고 더욱 고통스러워졌다.그는 과거에 고은서에게 많은 상처를 줬었다. 하여 그는 고은서가 송민준을 선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서와 송민준의 뉴스는 더 크게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GS 그룹의 전문 홍보팀도 이 여론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몇몇 네티즌은 고은서의 신상을 파헤쳤고 그녀가 유일 투자은행의 대표라는 사실도 드러났다.또 어떤 내부자는 최근 유일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송민준이 가져온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송민준이 예비 처가 집에도 수많은 오더를 물어다 줬고 MQ의 신제품 향수 런칭을 위해 시장 기반까지 마련해줬다고 했다.이런 대규모의 지원은 곧 두 집안이 경사스러운 일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었다.이 소식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은 고은혜였다.“언니, 이거 진짜야? 어제 전화할 때만 해도 아무 말 없었잖아. 어떻게 갑자기 송민준이랑 그렇게 된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고은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저번에 같이 밥 먹었을 때 난 언니가 형부, 아니 곽 대표님과의 관계를 다시 고려해 보는 줄 알았는데!”고은서도 이렇게 일이 순식간에 커질 줄은 몰랐다.게다가 유일과 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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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민아야, 넌 나랑 네 오빠 사이 일에 끼어들지 마. 그리고 부모님께도 알리지 말아줘.”고은서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네 오빠가 한 짓은 이것뿐만이 아니야. 내가 증거를 손에 넣기만 하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고은서의 말에 송민아는 조금 놀란 듯했다.왜 그녀의 말투가 이토록 싸늘한 걸까? 마치 오빠와 큰 원수라도 진 것처럼……하지만 더 물어볼 새도 없이 고은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외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고은서는 정원에 주차되어 있는 송민준의 차를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송민준은 어제 식당에서 입었던 정장보다 더 세련된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있었다. 고급스러운 짙은 갈색 슈트에 라이트한 색상의 셔츠, 금테 안경까지 걸친 전형적인 성숙되고 성공한 남자의 이미지였다.그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바둑을 두고 있었고 거실 곳곳에는 그가 들고 온 듯한 값비싼 선물들이 쌓여 있었다.송민준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던 일들, 해찬시에서 하마터면 외할아버지를 다치게 할 뻔한 폭주족들, 그리고 전생의 방화 사건으로 비롯된 비극까지...고은서는 당장이라도 그를 쫓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해 그녀는 억지로 분노를 눌렀다.“은서야, 왔어?”송민준은 마치 진짜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태도로 부드럽고 다정하게 인사했다.“은서야, 거기서 뭐 하고 있어? 어서 와서 외할아버지에게 너랑 민준 군 사이가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 좀 해줘 봐.”외할아버지가 손짓하며 그녀를 불렀다.고은서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외할아버지, 이 일은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먼저 민준 오빠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송민준은 그녀의 말에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은서야, 네가 우리 관계를 아직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 어젯밤 일이 갑작스러운 것도 알고. 나도 이렇게 빨리 퍼질 줄 몰랐어. 화 풀어. 오늘은 일부러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리러 온 거야.”“나랑 너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함부로 말 하지 마.”고은서가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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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송민준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고은서를 바라보며 여전히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내 목적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 이렇게 오래 널 쫓아왔고, 이제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가 되었으니 당연히 프러포즈하려는 거지.”그는 말하면서 무심한 듯 셔츠 깃을 정리했다. 고은서는 그제야 그의 목덜미에 할퀸 자국이 몇 개 있다는 걸 발견했다.순간 몇몇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몸이 너무 답답하게 뜨거웠고 누군가에게 안겨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고은서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밀쳐내다가 손톱으로 뭔가를 긁은 감촉도 느꼈다.하지만 기억은 거기까지, 더 이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송민준과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온몸이 불편했지만 기억 속에서 겪었던 느낌과는 또 어딘가 달랐다. 만약 아무 일도 없었다면 송민준이 이런 짓을 꾸며내면서까지 그녀를 가만둘 이유가 뭘까?하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의 결혼이 이런 일로 결정되지는 않을 터였다.“송민준, 목적이 뭐야? 나랑 결혼해서 고씨 가문을 손에 넣으려는 거야?”고은서의 목소리는 더욱 싸늘해졌다.전생에 백유미는 원지훈을 이용해 고은혜에게 접근했고 결국 MQ를 장악해 고씨 가문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생엔 고은혜 쪽이 통하지 않자 자신을 겨냥한 것일가?그 말을 들은 송민준은 피식 웃었다.“은서야, 넌 너무 의심이 많아. 내 능력이 대단하진 않지만 향수 회사 하나쯤 손에 넣는 건 어렵지 않아.”송민준의 뜻을 고은서가 모르는 건 아니었다. 고씨 가문 사업을 손에 넣는 건 송민준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실제로 MQ는 아직 기반이 약했고 그가 마음만 먹으면 굳이 결혼 같은 수단 없이도 충분히 가져갈 수 있었다.그렇다면 그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일까?“은서야, 내 진심을 그렇게 믿지 못하겠어?”송민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말해봐. 어떻게 진심을 보여주면 돼? 내가 다 들어줄게.”고은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여시은의 가면을 벗겨서 감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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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송민준의 낯빛이 변했다. 반격하려다 참고는 있었지만 그 따뜻하고 온화하던 표정은 어느새 싸늘하게 얼어붙었다.그는 경찰에게 말했다.“보셨죠? 상대방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저는 고소하겠습니다.”결국 곽승재도 함께 경찰서에 끌려갔다. 어쨌든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이었고 목격자도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은서는 곽승재가 왜 참지 못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송민준이 일부러 도발한 걸 뻔히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손을 댄 것이다.그런데 곽승재가 무마시켜 버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순순히 따라나서는 걸 보면 아마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있는 건 아닐까?고은서는 복잡한 심정으로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이미 후원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외할아버지가 물었다.“어쩌다 싸움까지 벌어진 거냐?”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서야, 너랑 민준 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민준 군 말로는 계속 너를 쫓아다녔다던데?”고준석이 다시 물었다.고은서는 할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했다.송민준의 이른바 ‘구애’는 모두 목적이 있었고 지난번 해찬시에서 있었던 일도 그가 배후일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도 말했다.고은서의 말을 들은 고준석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민준 군이 왜 그런 일을...?”고은서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본 고준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민준 군이 오늘 이 많은 선물을 들고 나를 찾아왔어. 너를 오래 전부터 좋아해 왔고 너희 둘 사이의 소문이 너한테 악영향을 줄까 봐 관계를 명확히 하고 싶다고 말이야. 태도도 진지해 보였는데 이럴 줄이야...”고은서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는 저를 좋아한 적 없어요. 저와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그럼 그 친밀해 보이던 사진들은 뭐야?”고준석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고은서에 대한 기사나 영상은 인터넷을 잘 하지 않는 고준석에게도 하인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소식을 전해줘서 알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를 걱정하게 만든 걸 후회하며 고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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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이번 뉴스는 북성의 송 씨 그룹과 관련된 것이었다.송 씨 그룹의 연간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에 갑작스럽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고 처리를 제때 하지 못하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하지만 송민준은 현재 경찰서에서 조사 협조 중이라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송 씨 그룹 고위층은 속이 타들어 가며 우왕좌왕했다.원래 이런 상업적인 이슈는 일반 네티즌들의 관심 밖이었지만 이번에는 ‘송민준 열애설’과 ‘곽승재의 라이벌 폭행’ 등의 이슈로 인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몰려들어 주시하기 시작했다.사람들은 과감하게 추측했다.이번 송 씨 그룹의 위기는 곽승재가 만든 것이며 그들의 다툼은 단순한 주먹싸움이 아니라 이제는 비즈니스 영역까지 번져 서로 물고 뜯는 치열한 집안싸움으로 확장되었다고 봤다.송민준이 경찰서에 갇힌 것도 곽승재의 계획 중 일부일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하지만 송민준은 사업에서 항상 딱 부러진 스타일로 알려져 있었기에 이번에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그리하여 모두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어 이슈가 너무 뜨거워지자 당일 밤 핫이슈를 빠르게 캐치하는 작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팬 픽션을 써서 올렸고 많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난무하자 송민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은서에게 물었다.“곽 대표님이 우리 오빠랑 너 사이의 루머 때문에 ST를 공격한 거야?”고은서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ST 그룹은 GS 그룹과 맞먹는 수준이고 곽승재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ST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우리 아빠도 벌써 나한테 전화해서 너랑 오빠 사이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어. 나는 오해라고 했는데 아빠는 믿지 않더라.”송민아가 말했다.“그래서 내가 해성에 오지 말라고 했어.”“은서야, 그날 일은 정말 우리 오빠가 한 짓이야? 아니면 그냥 우연히 널 데려간 것뿐인 거야?”송민아가 물었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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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고은서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송민아는 언제나 조건 없이 그녀를 믿고 지지해 주었기에 정말 가능하다면 그녀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고은서는 주인혁의 카톡을 찾았다.지난번 XX 국에서 주인혁이 고은서를 찾았을 때 고은서가 솔직하게 자신의 뜻을 밝힌 뒤로는 두 사람은 연락이 거의 끊겼었다.주인혁도 그녀와 송민준의 열애설을 보았는지 오늘 아침 안부 메시지를 하나 보내왔다.고은서는 주인혁에게 시간이 되면 송민아를 위로해 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주인혁은 곧바로 송민아에게 연락해 보겠다고 답했다.고은서가 그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곽승재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이틀 전 송민준을 때려 함께 경찰서에 끌려간 곽승재는 사실 예전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위장했던 남자들을 만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곽승재는 그 남자들에게 현장에서 송민준을 직접 지목하게 하여 그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송민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으로 그들이 무고했다고 고소하려 했으며 결국 그 남자들이 겁을 먹고 그저 돈을 받고 한 일이라며 지시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진술을 바꿨다.곽승재가 이 이야기를 고은서에게 전했을 때 고은서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송민준의 성격상 그렇게 허술하게 직접 나설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승재 씨, 당신 지금 어디야? 송민준 쪽은 어떻게 됐어? 뭔가 자백했어?”고은서가 물었다.외할아버지를 해치려고 했던 그 사건에서 연중서가 받았던 전화는 송민준의 비서에게서 온 것이었다. 비서는 연중서에게 슬쩍 부탁을 암시했지만 그들의 통화는 녹음도 없고 계좌 거래 내역도 없는 탓에 단순한 진술만으로는 송민준에게 죄를 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요 며칠 동안 곽승재는 계속 관련된 사안들을 쫓느라 매우 바빴다.“송민준의 비서가 연중서와 만났던 증거를 확보했어.그리고 그 비서가 입을 열었어. 경찰 조사만 끝나면, 송민준은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그제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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