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정의 질문에 손문호는 다정하게 말했다.“연정아, 곧 끝날 거야. 네가 이혼만 하면 우리 바로 떠날 수 있어. 내가 새 신분으로 바꿔 줄게. 우리 외국에 가서 혼인신고 하면 진짜 부부가 될 수 있어.”서연정이 냉담한 표정을 짓자 손문호는 다시 말했다.“승연이는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먼저 자리를 잡고, 사람을 시켜 우리한테 데려오면 돼.”이런 터무니없는 말은 어린 애조차 믿지 않을 텐데 서연정이 더더욱 믿을 리 없었다.“문호 씨, 헛소리 그만해요. 내가 당신과 같이 떠난다 해도, 경찰한테 감시될 텐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승연이랑 다시 만나요?”서연정은 일부러 연약한 말투로 자조하듯 말했다.“지금 날 속이고 있어요. 당신 애초에 승연이를 데려갈 생각 없었어요.”“연정아, 나 거짓말하지 않았어. 우리 서로 안 지 30년이나 넘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손문호는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었다.“그래요. 문호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아요.”서연정은 간절한 눈빛을 담아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문호 씨, 우리 이제 오십 넘은 사람들이에요. 제발, 이제 그만 집착해요. 네? 문호 씨도 자신이 지금 모든 걸 다 걸었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요. 제발,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말고 여기서 멈춰요.”서연정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시은의 말처럼 당신이 독을 탔다 해도 주범은 아니잖아요. 지금 자수하면 형량 줄일 수 있어요. 내가 정말 문호 씨한테 마음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곽현수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고, 이혼도 벌써 했겠죠. 문호 씨, 다 알면서 왜 이렇게 집착해요? 우리 나이도 있는데 이런 헛된 감정에 매달릴 필요가 있어요?”서연정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그녀의 붉어진 눈과 간절한 눈빛을 바라보며 손문호의 표정이 고통스러워 졌다. 그의 눈빛은 계속 흔들렸고 결국 이를 악물며 서연정의 어깨를 붙잡았다.“내가 너한테 집착하는 걸 알면서도 왜 나를 피하고 있었어? 곽현수와 결혼한 걸 원망하지 않아. 어차피 그때 나는 곽현수에 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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