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재훈이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을 고은서는 박지연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삼촌, 숙모에게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니 서연정 역시 모르는 게 당연했다.서연정의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보자 고은서가 말했다.“어머니, 저도 최근에야 알았어요. 아직 공개할 계획은 없고요. 앞뒤 사정은 나중에 시간 될 때 자세히 말씀드릴게요.”서연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 생각 밖의 소식을 소화해 내려 했다.“그 사람들, 즉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하고 협력하자고 한 사람은 전혜라겠네요?”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손문호에게 물었다.전혜라는 자신의 속내를 깊이 숨기면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손문호의 정체를 알았다면 절대 놓치지 않고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하지만 손문호는 결코 고은서의 질문에 답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는 못 들은 척하며 서연정을 일으켜 세웠다.“연정아, 너 많이 힘들어 보여. 내가 부축해 줄게. 방으로 들어가 쉬는 게 어때?”서연정은 화가 난 듯 손문호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문호 씨, 지금까지 나랑 은서를 여기로 데려온 목적이 뭔지, 여기가 어디인지 얘기 안 했어.”손문호는 텅 빈 손을 바라보더니 크게 개의치 않고 그녀 옆에 기대앉으며 말했다.“연정아, 우리는 아주 은밀하고 안전한 곳에 있어. 걱정하지 마, 널 해치지 않아.”손문호는 자기 외투를 벗어 서연정에게 덮어주며 말을 이었다.“연정아, 우리 어렸을 때는 함께 살았잖아. 요 며칠간 아무것도 묻지 말고 편히 여기서 나랑 지내면 안 될까?”서연정의 몸 상태는 정말 좋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 아직도 듣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더 이상 캐묻거나 싸울 힘이 없었다.“은서를 다치게 하지 마.”서연정은 머리를 감싸며 힘들게 말했다.“알았어.”서연정의 고통을 알아챈 손문호는 그녀의 반감을 무시한 채 반쯤 안아 침실로 데려가 의사를 불렀다.고은서도 서연정의 상태가 걱정되었지만 팔다리가 묶여 움직일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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