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손문호가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다. 경찰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조건을 내걸고 마지막 발악을 하려 한다.아니, 마지막 발악이라고만 할 수도 없었다.손문호가 이렇게 많은 휘발유를 준비해 둔 상황에서 누구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곽승재는 손문호의 조건을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손문호가 자신들과 함께 불 속에서 최후를 맞는 걸 지켜보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누가 봐도 곽승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뻔했다.밖에서 곽승재가 여전히 확성기로 말을 이어가고 있을 때 손문호는 곧장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혼자 내려오고 모든 경찰들은 가까이 오지 마. 그렇지 않으면 휘발유에 불을 붙일 거야.”휘발유량이 너무 많아 누구도 섣불리 막아설 수 없었기에 경찰은 손문호의 요구대로 곽승재를 헬기에서 내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나도 같이 내려가.”그때, 곽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특수기동대가 급히 제지했다.“곽 회장님, 사모님이 걱정되시는 건 이해하지만 이건 장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곽현수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지만 결국 이 시점에서 일을 그르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곽승재 혼자 내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곽승재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밑에서 기다리던 보디가드들이 달려와 그를 제압하듯 붙잡았다.그리고 헬기에게 신호를 보내 떠나라는 표시를 했다.집 안에 인질이 있는 상황이라 특수기동대는 헬기를 더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곧장 상공으로 떠올렸다.헬기가 내린 지점은 손문호가 있는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곽승재는 보디가드들의 감시를 받으며 묵묵히 그곳으로 향했다.곧, 그는 낡은 집 한 채 앞에 도착했다.“여기서 멈춰! 움직이지 마!”보디가드 중 한 명이 거칠게 명령했다.곽승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낡은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더니 손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내 어머니와 은서는 어디 있지?”곽승재는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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