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재는 육현석의 쏟아내는 말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나 은서 포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민시후와 이어주겠다는 것도 아니야. 요즘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잠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이제 나가. 좀 쉬고 싶어.”그 말을 끝으로 곽승재는 더 이상 육현석을 상대할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육현석은 곽승재가 무엇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은 들었으니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알았어, 금방 나갈게.”...고은서는 박지연과 함께 라이트문으로 돌아왔다.이미숙은 그녀를 보자마자 눈가가 촉촉해지며 감격한 듯 말했다.“사모님, 그렇게 바쁘게 일하면 어떡해요. 출장만 열흘 넘게 다녀오더니 사람 하나가 반쪽이 됐잖아요! 혹시 그쪽 음식이 입에 안 맞았어요? 제가 사모님 좋아하는 반찬들 많이 해놨어요. 곧 상 차릴 테니 얼른 식사해요.”출장이라는 이유는 곽승재가 미리 만들어 둔 이야기였다.고은서는 돌아오기 전 이미숙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려둔 상태였다.이미숙이 밥을 준비했다는 말에 고은서는 문득 허기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박지연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이미숙이 반찬을 내오자 고은서가 말했다.“고생 많으셨어요, 아줌마. 같이 앉아서 드세요.”“아유, 아니에요! 저는 주방에 있을 테니 두 분 얘기 나누세요. 방해하지 않을게요.”이미숙은 주방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참, 며칠 전에 승연 양이 한번 왔었어요. 사모님이랑 도련님한테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알겠어요.”고은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곽승연은 요즘 본가에만 있다 보니 많이 지루해했을 것이다.서연정은 ‘외국에 있고’, 곽승재와 곽현수까지 모두 바빠서 얼굴 보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식사하기 전, 고은서는 곽승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서의 목소리를 들은 곽승연은 금세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언니, 언니 어디 갔어요? 나 한참이나 찾았어요. 엄마는 전화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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