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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 Chapters

제1501화

곽승재가 더 설득하려 하자 고은서가 단호하게 남자의 말을 끊었다.“나 어젯밤 제정신 아니었어. 그 상태에서 한 대답은 무효 처리할 수 있는 거 몰라? 그러니까 선택해. 결혼식만 하든지, 아니면 지금처럼 지내든지.”그 말에 박지연이 톡 쏘아붙였다.“이게 뭐야! 그냥 혼인신고 하지 말자는 뜻이잖아! 은서 너 설마… 아직도 곽승재 씨한테 확신이 없는 거야?”박지연이 묻자, 고은서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야.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믿고 이제 나를 상처 입히지 않을 거란 것도 믿어. 다만 굳이 혼인신고로 사랑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마음만 있다면 혼인신고 없이도 평생 함께할 수 있으니까.”아까까지만 해도 그 말을 억지라고 생각하던 박지연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후회가 밀려왔다.‘난 왜 그렇게 급하게 혼인신고를 한 거지? 아쉽다… 나도 은서 방법 써먹을 수 있었을 텐데…’물론, 박지연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바로 육현석이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곽승재의 이야기를 들은 그날, 그는 바로 박지연을 데리고 이모 집으로 향했다.박지연은 이미 부모님께 인사를 마친 상태였고, 육현석의 부모님은 하루라도 빨리 두 사람이 결혼하길 바라는 입장이었다.이모의 동의까지 얻은 육현석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와 혼인신고를 해버렸다.곽승재가 형이니 결혼식은 그의 결혼이 끝나면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이었다.“참, 곽승재 씨가 자기 명의의 자기 명의의 모든 자산을 너한테 증여하려고 했는데 네가 거절했다며?”갑자기 그 일을 떠올린 박지연이 눈을 빛내며 고은서에게 물었다.“응. 자산은 나도 충분하니까 굳이 필요 없거든. 그리고 결혼한다 해도, 우리는 독립된 개인이야. 모든 걸 얽어매야 할 이유가 없잖아.”어깨를 주무르던 손을 멈춘 박지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잠깐만, 이거 적어놔야겠다.”고은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고은서의 웨딩드레스는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이었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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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2화

곽승재의 손가락이 조여드는 걸 발견한 고은서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초대해야지. 민 도련님이 내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F국에서도 날 챙겨줬어. 안 부르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의외의 대답에 곽승재가 머뭇거렸다.“그… 듣기로는 최근 많이 바쁘다던데… 굳이 연락 안 해도 되지 않을까?”“괜찮아.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올 수 있는데, 뭐.”고은서는 당장이라도 민시후에게 전화할 듯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러자 곽승재가 급히 그녀의 핸드폰을 붙잡았다.“뭐 하는 거야?”고은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곽승재가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그냥 안 부르면 안 돼…?”“왜?”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곽승재가 괜히 헛기침했다.그러다 결국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민시후가 당신 뺏어갈까 봐…”“풋.”고은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부르기 싫은 거면 애초에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건데? 대인배 흉내 내려고?”고은서가 처음부터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남자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녀를 침대에 눕힌 곽승재가 고은서의 목덜미에 거칠게 입술을 박았다.남자의 입술이 스친 자리에 찌릿한 감각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온몸의 힘이 빠지는 동시에 정신이 몽롱해졌다.“그만…!”고은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남자의 귀를 간질였다.“후…”참지 못한 곽승재는 결국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한 시간 후.기운이 빠져 사지를 축 늘어뜨린 채 침대에 누워 있던 고은서는 가녀린 다리로 만족스러운 듯 웃고 있는 곽승재를 툭, 찼다.“짐승 같은 놈.”남자는 기분 나쁜 기색은커녕 고은서를 끌어안고 축축하게 젖은 이마에 입을 맞췄다.“민시후 얘기를 꺼낸 건… 그냥 당신 반응이 궁금해서였어. 근데 정말 부르겠다고 하니까 순간 겁이 났어. 그래도… 민시후한테는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민시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고은서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할 수 있었고, 또 정당한 명분도 있었다.그날 밤, 민시후가 정원 근처에 곽승재가 있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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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3화

곽승재가 고은서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내게 기회를 줘서 고마워. 이제 절대 당신 실망시키지 않을게.”남자의 품에 갇혀 숨이 막혔던 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곽승재의 팔을 뿌리쳤다.“그때 민시후가 성당에서 만나자고 한 것도 그냥 당신 불러내려고 그런 거잖아. 알면서 뭘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야?”곽승재가 다시 고은서를 끌어안았다.그렇게 안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듯했다.“그건 그때 얘기고… 사람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거잖아.”“….”고은서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고은서는 외할아버지 댁으로 거처를 옮겼다.항구도시와 해성은 차로 몇 시간이 걸리지만 그녀는 어릴 적부터 외할아버지 집에서 자랐고, 꼭 이곳에서 시집가고 싶었다.여재훈도 당연히 그것을 반대하지 않았다.오히려 사업 중심을 천천히 해성 쪽으로 옮길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고씨 집안은 위아래로 분주하게 결혼식 준비에 매달려 집 안은 잔치 분위기로 들떴다.정작 주인공인 고은서는 한가하게 송민아를 붙잡고 2층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민아 너 요즘 인혁 씨랑은 어때?”주인혁은 작년에 북성으로 이사해, 그곳에 작업실을 차리고 몇몇 아티스트를 영입했다.그는 드라마와 예능 활동을 줄이고 음악에 전념하며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송민아는 주인혁이 북성으로 이사 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그냥… 뭐… 잘 모르겠어. 나한테 딱히 관계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도 없고… 그냥 가끔 친구처럼 전화해서 공연 보러 오라고 할 때는 있는데…”“내가 보기엔, 네 부모님이 인혁 씨가 연예인이라고 달가워하지 않을까 봐 그런 것 같아. 북성까지 간 것도 민아 너 때문일 가능성이 커.”고은서의 말에 송민아가 살짝 웃었다.“나도 주인혁 씨한테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에게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래. 요즘 ST 그룹 일로 하루 종일 정신없어서 연애할 여유가 없네.”옅은 한숨을 내쉰 그녀가 말을 이었다.“진짜 직접 부딪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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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4화

민시후는 정말로 외할아버지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은서가 남자에게 다가가며 물었다.“귀국했네요?”민시후는 두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장난스럽게 웃었다.“내일 결혼한다길래 오늘 은서 씨랑 멀리 도망가려고.”고은서가 민시후를 흘기며 말했다.“근처에 아는 카페 있어요. 내가 살게요.”“좋아요.”민시후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카페.고은서가 민시후의 앞으로 딸기 라떼 한 잔을 내밀었다.“내가 좋아하는 거예요. 예전에 우리 민 도련님이 준 거랑 달리 독도 없고 아주 달죠. 한번 마셔봐요.”고은서의 담담한 얼굴을 바라보던 민시후가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괜찮네요.”고은서도 한 모금 들이켜며 물었다.“요즘 잘 지내요?”“그럭저럭.”“오늘은 왜 날 찾은 거예요?”잔을 내려놓은 민시후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대답했다.“아까도 말했잖아요. 혹시라도 결혼 상대를 바꾸고 싶진 않을까 해서.”“… 미안해요.”민시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투덜거렸다.“뭐예요, 재미없게… 농담인 거 알면서 장난으로라도 좋다고 해 줄 수는 없는 거예요?”“…”고은서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앞에 놓인 잔을 바라볼 뿐이었다.“장난은 이쯤 하고, 결혼하는데 친구로서 선물은 줘야죠.”말을 마친 남자가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봉투를 꺼냈다.“이게 뭔데요?”“해성 동물원 양도 계약서.”민시후는 고은서에게 거절할 틈조차 주지 않고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그거, 애초에 은서 씨 주려고 산 거였거든요. 조금 늦긴 했지만, 드디어 주인을 찾았네요.”민시후의 고집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눈치챈 고은서가 조심스레 봉투를 건네받았다.“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미안해하지도 말고요. 사랑에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어요. 은서 씨는 누구든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민시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끝에 미묘한 힘이 실렸다.“난 내가 곽 대표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운이 조금 없었을 뿐. 그냥 곽 대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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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5화

다음 날.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해성, 항성 양 도시의 주요 인사들이 거의 모두 결혼식에 참석했다.손님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웃음을 띤 채 신랑, 신부를 축복했다.홀 안에서는 우아한 웨딩 행진곡이 흐르고 있었고, 고은서는 정교하게 맞춘 고급 맞춤 웨딩드레스를 입고 고준서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곽승재에게 걸어갔다.곽승재는 몸에 꼭 맞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섞인 얼굴로 어색하게 자리에 서 있었다.고준서가 고은서의 손을 곽승재에게 넘기자, 남자는 더 이상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이제 다시는 당신 손을 놓지 않을 거야.”고은서의 눈가도 뜨거워졌다.“좋아.”혼인 서약.고은서의 입에서 긍정의 답이 나오자 곽승재가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그 순간, 홀 안에서 천둥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두 사람의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축복했다.결혼 6개월째, 고은서와 곽승재는 첫 다툼을 겪었다.발단은 고은서의 임신 소식이었다.그녀는 계속 일을 하다가 출산 시기에 맞춰 두세 달만 쉬겠다고 했지만,곽승재는 당장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몸을 돌보길 원했다.의견이 맞지 않자 고은서는 결국 그를 방에서 내보냈다.아래층으로 내려간 곽승재는 고준석에게 전화해 고은서를 설득해 달라 부탁하려 했지만, 그 일로 고은서가 더 화를 낼까 싶어 결국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대신 주방으로 가서, 우유를 데우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 했다.익숙하게 불을 켜고 요리를 시작했지만 물이 끓어 넘치는 걸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그 순간 뜨거운 김에 손을 델 뻔했고, 뒤로 물러서다 발이 미끄러져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얼마 후, 바닥에 쓰러져 있던 곽승재가 눈을 떴다.잠시 자신의 손을 살핀 남자가 급히 가슴께를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도련님? 왜 바닥에 앉아 계세요?”바닥에 앉아 있던 곽승재에 놀란 이미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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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6화

고은서는 순간 곽승재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그저 나가 달라고 한 것뿐인데 왜 손을 떠는 거지?’“아프니까 이거 놔!”그녀가 화를 내며 그를 밀었지만,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곽승재는 잠시 고은서를 바라보다가 순순히 손을 놓았다. 깊은 눈동자 속엔 묘한 의문이 깃들어 있었다.“왜 요즘은 승재 오빠라고 안 불러?”고은서가 눈을 흘기며 단호하게 말했다.“말 돌리지 마! 그거 현석 씨가 알려준 거지? 어쨌든 나 일 그만둘 생각 없어! 나가! 이 문제로 합의 안 되면 당분간 서재에서 자!”말을 마친 고은서는 그를 문밖으로 밀어낸 뒤 단호히 문을 잠갔다.그날 밤.서재로 간 곽승재는 주민기와 30분 넘게 통화를 하고, 컴퓨터 앞에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한 뒤 그대로 그곳에서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이미숙이 아래층으로 내려온 곽승재에게 물었다.“도련님, 사모님 아침은 오늘도 직접 준비하시나요?”곽승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평소 아침을 제가 한다고요?”이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시간 나실 때면 저녁도 하시고요.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요?”“아뇨, 전 급한 일이 생겨서 회사로 가봐야겠어요. 오늘 아침은 아주머니께 부탁드릴게요.”“네, 알겠습니다.”잠시 후.이미숙은 아래로 내려온 고은서에게 곽승재가 회사로 갔다고 전했다.고은서는 단순히 일이 있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날 오후.고은서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들은 양가 부모님이 두 사람의 신혼집으로 찾아왔다.전화로 소식을 전해 받은 곽승재도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집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곽승연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은서의 배를 쓰다듬고 있었고, 서연정은 고은서에게 과일을 건네고 있었으며 전미자는 고은서의 손을 잡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런저런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곽승재는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졌다.“승재 너 이 녀석! 거기 서서 뭐 하고 있어!”그를 발견한 전미자가 호통쳤다.“늦은 것도 모자라 신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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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7화

그날 밤, 곽승재는 고은서에게 우유를 가져다주었다.고은서가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하고 말도 별로 없잖아.”곽승재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고은서는 그가 이 기회를 틈타 억지로 본채에 머물겠다고 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는 그날 밤도 서재에서 잠을 청했다.그 후 며칠 동안 곽승재는 몹시 바빴다.아침 일찍 GS 그룹으로 출근해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다.그럼에도 그는 매일 고은서에게 작은 선물과 메시지를 보내고, 집에 오면 오랫동안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고은서는 곽승재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에 혹시라도 그에게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했다.그리고 다음 날 점심, 직접 GS 그룹으로 향했다.하지만 곽승재는 사무실에 없었다.비서가 말했다.“외부 일정으로 나가셨어요. 곧 돌아오실 텐데 기다리시겠어요?”“네, 그럴게요.”비서가 나간 후 유유히 사무실을 둘러보던 고은서는 책상 위에 놓인 두 사람의 사진을 발견했다.책장에는 그녀의 단독 사진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책을 꺼내려는 순간 고이 접힌 종이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뭐지?’종이를 펼쳐 보니 거기엔 곽승재와 고은서의 거주지와 함께 며칠 전 발급된 날짜가 적힌, 혼인관계증명서라는 글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곽승재가 장난삼아 가짜 증명서를 둘 리 없었다.구청의 스탬프까지 확인한 고은서는 그것이 진짜임을 확신했다.하지만 자신은 곽승재와 함께 발급을 받으러 간 적이 없었다.‘그렇다면 이 증명서는 어떻게 생긴 거지?’고은서는 곧바로 곽승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남자는 받지 않았다.고은서가 분노를 억누르며 핸드폰 위치 추적 앱을 열었다.그것은 결혼 초기의 곽승재가 그녀더러 언제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깔아준 것이었다.위치 표시가 뜬 곳은 한 요리 학원이었다.고은서는 혼인관계증명서를 손에 쥔 채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프런트에서 안내를 받고 한 강의실 앞으로 향하니 강사에게 칼질을 배우는 곽승재가 보였다.요리가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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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8화

하지만 곽승재의 말에도 고은서는 흔들리지 않았다.“변명할 필요 없어요. 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겠죠. 오늘부턴 별장에서 혼자 살아요. 이혼 문제는 변호사에게 맡길 테니까요.”말을 마친 고은서는 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곽승재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아냐… 난 너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이혼도 싫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떠나지만 마…”“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나 몰래 이런 짓을 벌이지도 않았겠죠.”고은서가 남자의 품을 밀어내며 말했다.“당신은 지금의 삶이 천국인 것 같죠? 하지만 당신이 정말 천국에 있을 자격이 있나요? 당신이 전생에 내게 준 상처를 생각하면 당신에게 행복할 권리가 있을까요?”곽승재가 눈가를 붉힌 채 고개를 떨궜다.“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보상할게… 다시는 은서 너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 다치게 하지도 않을게… 나는 나야. 단지 전생의 기억이 더해진 것뿐인 곽승재라고… 이번 생의 일은 그냥 잠시 기억하지 못할 뿐이고, 치료받으면 곧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요리도 배울 거고… 우리 생활도 변함없을 거야…”곽승재는 고은서의 손을 잡은 채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이번 한 번만 날 믿어주면 안 될까?”그 말에 고은서가 눈가를 붉히며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말, 어딘가 낯익지 않나요? 그때도 외할아버지 뵈러 간 거라고, 당신과 백유미의 결혼식을 망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순간 곽승재의 머릿속에 절망으로 가득 찬 고은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는 당장이라도 고은서를 꼭 안고 싶었다.“은서야, 난 널 믿어. 그때의 나는…”하지만 말이 목구멍에 걸려 입밖에 내뱉을 수가 없었다.과거의 곽승재가 어떤 마음이었든, 고은서는 그 때문에 고통과 절망을 겪었고, 결국에는 생명까지 위협받았기 때문이었다.고은서가 다시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가요. 더는 얼굴 보고 싶지 않으니까.”말을 마친 고은서가 차갑게 돌아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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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9화

고은서가 검지로 곽승재의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머리 다친 건 아니지?”곽승재가 고은서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은서야, 사랑해...”농담 몇 마디를 던지려던 고은서는 순간 목덜미에 따뜻하고 축축한 무언가가 번지는 걸 느끼고는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곽승재는 고은서를 무척이나 세게 끌어안았다.손을 놓는 순간 그녀가 떠나버리기라도 할 것처럼...고은서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그녀가 다정한 손길로 곽승재의 등을 두드려주며 속삭였다.“나도 사랑해.”9개월 후.고은서는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원래는 두 아이 모두 여씨 성을 따르게 하거나, 또는 한 명은 여씨, 한 명은 고씨 성을 따르도록 하려 했는데 고준석이 고은서의 이마를 툭 치며 그녀를 나무랐다.“승재, 그 애는 네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잖니. 혼인 신고 안 하겠다는 네 고집도 받아줬고. 그런데 쌍둥이를 낳고도 아버지 성 하나 안 따르게 한다는 게 말이 돼?”그에 고은서가 이마를 부여잡고 투덜거렸다.“곽승재는 내가 낳은 아이는 전부 다 자기 아이라면서 성은 아무래도 상관없대요...”그러자 고준석이 다시 고은서의 이마를 툭, 두드렸다.“말이 그렇지! 너 설마 아직도 예전에 곽 회장이 널 못마땅하게 봤던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냐?”곽현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꽤 많이 달라졌다.서연정을 존중해주고 그녀와 여러 행사에 함께하며 곽승연에게도 다정해졌다.하지만 고은서는 여전히 그와 가까워지지 못했다.“내가 여씨 가문 딸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날 못마땅해했을걸요.”고은서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난 아이들이 그 성을 따르게 하고 싶지 않아요.”“네가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승재네 어머니며, 할머니며 다 널 아끼잖아. 그래도 집안 어른 체면은 세워줘야지. 특히 할머니는 연세도 많으신데, 집안일로 남들 입방아에 오르면 네 마음이 편하겠어?”“...”고은서가 결국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결혼을 앞둔 고은혜와 유성준은 첫째에게 고씨 성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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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0화

결혼한 지 4년째 되는 해.고은서는 또 딸 고신영을 낳았다.작은 얼굴에 새초롬한 이목구비가 조각처럼 단아한 동시에 피부까지 뽀얘 사랑스러움을 더했다.하지만 쌍둥이 오빠들에 비하면 훨씬 더 말썽꾸러기였다.겨우 두 살밖에 안 됐는데, 이미 집안의 말썽꾸러기가 되어 모두를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그럼에도 집안 모두가 그녀를 끔찍이 예뻐했다.특히 곽승재와 두 쌍둥이 오빠는 하루 종일 그녀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안달이 났다.어느 날은 곽승재가 딸을 안고 놀고 있는데, 두 아들이 서로 먼저 동생을 안겠다며 다투자 고은서가 단호히 규칙을 정했다.“너희들은 하루에 딱 한 시간씩만 안아. 나머지 시간은 아빠 차지야.”집안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는 단연 고은서였다. 세 남자는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주말.고은서는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고, 쌍둥이는 학교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그리하여 집에서 딸을 돌보는 임무는 곽승재에게 떨어졌다.고신영은 얌전히 블록을 쌓으며 놀고 있었고, 곽승재를 그를 지켜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아빠, 힘들까 봐 조용한 것 좀 봐. 누구 딸이라 이렇게 사랑스러운 거지?”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여보세요?”전화를 받은 곽승재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와 십여 분쯤의 대화를 나누고 통화를 끝냈다.“…”문득 집안이 너무 조용하다는 걸 깨달은 곽승재가 급히 집안을 뛰어다니며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고신영이 이렇게 조용할 때면 항상 대형 사고를 쳤기 때문이었다.그것은 몇 년간 아이들을 키운 ‘베테랑 아빠’ 로서의 본능이었다.그 순간, 드레스룸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급히 달려가 문을 연 곽승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눈앞의 광경에 머리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딸은 손에 닿는 모든 옷을 바닥으로 끌어내렸고, 바닥에 떨어진 옷 위에는 온통 파운데이션, 립스틱, 에센스로 가득했다.한바탕 옷장을 어질러놓은 아이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고은서의 보석함을 뒤적이기까지 했다.곽승재를 발견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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