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름은 정신이 혼미해지며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 ‘구승재 뭐라고 한 거야? 어떤 신분?’ 천아름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너 다 컸다? 이젠 누나 놀릴 줄도 아 알고.”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자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구승재를 밀쳐냈다. “애기야, 정말 도구인간이 되고 싶어? 근데 난 아까워서 못 그러겠다.”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표정은 평온하고 걸음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구승재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날 놀리고 바로 도망가? 역시 아름 누나 답네.” 그녀는 어렸을 때처럼 그를 놀리고 떠났다. 예전에도 그녀는 그의 얼굴을 부둥켜 잡고는 계속 뽀뽀를 하며 그가 너무 귀엽다고, 나중에 크면 남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했지만 금방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게다가 몇 년씩이나 말이다. 그는 아직도 고등학교에 갓 합격한 여름방학에 혼자 B시에 왔다가 천아름이 조명현의 팔짱을 끼고 수줍어하던 모습을 봤던 것을 기억한다. 진달래꽃 아래, 화려하게 꾸민 소녀는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조명현에게 투정을 부렸다. “방학만 되면 나 안 보려고 하잖아. 집안에서 우리 관계 아는 게 그렇게 두려워?” 그때 조명현이 뭐라고 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다만, 천아름이 조명현에게 가기 전에 키스해 달라고 조르던 모습만이 선명했다.꽃잎이 흩날리며 그녀의 눈썹 위를 스쳐 지나갔고 그녀의 깜박이는 속눈썹은 마치 그의 마음속에서 날갯짓하는 나비 같았다.그 순간, 그의 세상이 흔들렸다.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그의 첫사랑은 무너져 내렸다.‘누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저런 모습이구나. 전에 했던 말들은 그저 장난이었을 뿐이구나.’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천아름이 그를 불렀다. 대학생이 된 그녀는 그보다 키가 작았지만 여전히 그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구승재, 너 왜 여기 있어?" 그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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