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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141 - Chapter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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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1화

"인정한 적 없어!"구승훈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고 소파에 앉히더니 구급상자를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일 저지른 사람이 책임져야지."강하리는 그를 노려보다가 결국 소독약을 꺼내 그의 상처를 닦아주었다.그녀의 손길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고 오히려 거칠었지만 구승훈은 그저 말없이 그녀를 지켜볼 뿐이었다."너랑 결혼 못 하겠어."갑작스러운 구승훈의 말에 강하리는 약을 바르던 손길을 멈칫했지만 이내 못 들은 척,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자기를 비웃듯 말했다. "가끔, 난 정말 행복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린 분명 함께 마주할 수 있었는데 난 한 번 또 한 번 널 밀어냈어. 결국 다 내가 자초한 일이지."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고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후회하진 않아."구승훈은 말을 마치고 강하리의 손가락을 살며시 걸었다. 강하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피했고 소독약을 구급상자에 넣은 뒤 힘겹게 일어섰다."갈게요."구승훈은 뒤에서 그녀를 잡아당겨 다시 한번 품에 안았다."예전에 한동안은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완전히 이성을 잃곤 했어." 구승훈의 나직한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지만 강하리의 가슴은 이유 없이 떨렸다."그 모습은 정말 보기 추했지." 이 말을 하는 구승훈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알아? 매번 이성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게 뭔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다행이다, 네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네가 없어서’였다는 거야.""네가 미친놈 같은 내 모습을 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지."남자의 따뜻한 숨결이 강하리의 목덜미에 닿자 강하리의 몸이 경직되었지만 목소리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그럼 앞으로도 계속 기뻐해야겠네. 난 이제 없을 테니까.""가지 마!"구승훈은 다시 한번 그녀를 세게 안고 품으로 더욱 끌어당겼다."하지만 매번 혼자 침대에 누워 상처를 치료할 때면 또 이런 생각을 했어. 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있다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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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강하리는 결국 구승훈에게 그가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았다.창밖 풍경은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 안의 침묵을 깨기로 했다.“구승훈 씨, 지금 몸 상태는 어때요?”앞에서 운전하던 준봉은 멍해졌다가, 곧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사모님 그래도 대표님 걱정하시는구나.’“아직 좋지 않으십니다.” 준봉은 백미러로 강하리의 표정을 살피며 슬픈 얼굴로 입을 열었다.“비록 여초연이 해독제를 넘겨주긴 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중추 신경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최근 계속 어지러워하시고 잠들기 힘들어하십니다. 노민준 원장님 말씀으로는 될 수 있으면 대표님께서 마음 편히 지내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준봉은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말에 유독 힘을 주며 마치 강하리가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강하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준봉을 보았다.“구승훈 씨가 월급은 얼마나 줘요?”준봉은 정색하며 말했다. “사모님, 저는 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절대 대표님께서 월급 많이 주셔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강하리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는데 얼굴에는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준봉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아닌 척 헛기침을 했다. “사모님, 정말입니다. 대표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날 밤에도 저와 노진우를 전부 사모님 곁에 남겨두셨습니다.”“여초연의 수하를 만나러 가시면서도 저와 노진우를 전부 사모님 곁에 남겨두신 건 그만큼 사모님을 자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는 겁니다.”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창밖에서 거두었다.준봉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초조했다.“대표님께서 사모님과 따님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혼자 얼마나 큰 압박을 견뎌내셨는지 모릅니다.”“저희는 대표님께서는 사모님과 따님 곁에 있을 때만 진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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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말을 마친 강하리는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돌아섰다. 그때, 준봉이 갑자기 뒤에서 외쳤다.“사모님, 임희주 씨 식물인간 되셨다는 소식, 모르고 계셨습니까?”강하리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눈에 분명 놀람이 스쳤다. 정말 몰랐던 것이다.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임희주 일은 아무도 그녀에게 보고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가 이 일을 알 리가 없었다.“언제 일이죠?”“대표님께서 상처 입으시고 사모님을 뵈러 가신 날입니다.”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쳤다고요?”준봉은 심호흡한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대표님이 다치신 일은 사모님께서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대표님은 여초연에게 보복을 당해 상처를 입으셨는데도 기어코 병원에 사모님을 뵈러 오셨습니다. 그날 대표님은 그 병원에서 하마터면 돌아가지 못하실 뻔했습니다, 이 일은 대표님이 저희에게 함구를 지시하셨지만 정말 더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계셨을 때, 사모님께서는 아마 다른 남자분과 병실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계셨겠지요. 대표님의 심정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강하리는 준봉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가슴 한가운데서 묵직한 통증이 치밀어 올랐다.그 통증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아팠다.미안함 때문일까?강하리는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미안해야 해? 분명 구승훈도 나에게 똑같은 짓을 했었지. 내가 수술실에서 생사를 오갈 때 그 개자식은 임희주와 함께 있었잖아. 근데 왜 내가 미안한 감정을 느껴야지?’하지만 미안함이라는 감정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틈새를 파고들어 마음을 찢어 놓고 있었다.강하리는 생각했다. 잔인함에 있어서라면 그녀는 아마 구승훈을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말이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준봉을 바라보았다.“그럼 준봉 씨 생각엔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죠? 구승훈 씨를 용서해야 할까요? 준봉 씨, 내 사랑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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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강하리는 조시욱이 이끄는 대로 주택 안으로 들어섰다.잠시 침묵하던 조시욱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구승훈 또 만났어?"강하리는 특별한 감정 없이 담담히 대답했다."네, 만났어요."조시욱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그때, 강하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구승훈 씨를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했어요."조시욱은 입을 살짝 벌리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괜찮아."강하리는 자신이 설득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조시욱의 얼굴엔 오히려 안도한 기색이 역력했다."난 네가 화낼 줄 알았어."강하리는 눈을 내리깔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화낼 것도 없어요. 게다가 선배도 다 일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조시욱이 웃으며 말했다."근데 예전의 넌 항상 나한테 네 역린을 건드린 것처럼 느끼게 했어."강하리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시욱은 다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하리야,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구승훈도 널 위험에 빠뜨리고 싶어 하진 않을 거고,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걱정 마. 내 임무가 뭐든 어떤 위험이 닥치든, 내가 너 지킬 거야."그의 말은 마치 굳은 맹세처럼 유난히 진지했지만 강하리는 시선을 떨군 채 그의 이름을 불렀다."시욱 선배.""응?" 조시욱이 조용히 물었다."왜 그래?""오늘은 가족들께 우리 사이엔 가능성이 없으니 더 이상 약혼 얘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요."그 말에 조시욱은 발걸음을 멈칫했다.그는 강하리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지는 않았다.어쨌든 심씨 가문과 진 장관 모두 구승훈과 강하리가 함께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고 자신은 강하리 앞에선 불리할지 몰라도 최소한 심씨 가문 내에서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강하리가 기꺼이 타협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다.하지만 강하리가 그에게 이렇게 짧은 시간만을 허락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내가 전에 했던 말들 때문이야?""그것 때문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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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심문석이 강하리를 향해 손짓했다."시욱이는 왜 안 데리고 들어왔니?"강하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증조할아버님, 외할머니, 할아버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심문석의 얼굴에서 금세 웃음기가 사라졌다."왜? 시욱이랑 다퉜어?"강하리는 휠체어를 밀며 다가갔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시욱이 들어왔다."하리야."그가 그녀를 불렀다."나도 너한테 할 말 있어."강하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시욱 선배, 이건 의미 없어요."하지만 조시욱은 그녀의 휠체어를 다른 방향으로 밀며 말했다."알아. 그래도 내 말부터 들어줘."그는 강하리를 반대쪽 방으로 데려가며 말했다."네가 좀 도와줬으면 해."강하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조시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고 난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어. 몇 년째 내 결혼 문제로 할아버지가 골머리를 앓고 계셔. 네가 나 안 좋아하는 거 나도 알아. 근데 겉으로만이라도 이 관계 유지하면 심씨 가문도 우리 할아버지도 마음 놓으실 수 있어. 약혼은 내가 말해서 잠시 미루기로 할게. 어때?"강하리는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안 되겠어요, 시욱 선배. 결국 양쪽 어르신들께 다 상처만 남을 뿐이에요."조시욱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설 지나고, 우리 할아버지 아흔 번째 생신 지나고 다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적어도 할아버지 생신은 기분 좋게 보내시게 해드리자."그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덧붙였다."한 달이면 돼."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기색이 남아 있었다.조시욱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계속 여자친구 찾아볼게. 괜찮은 사람 찾으면 한 달도 안 걸릴 수도 있지.""고마워, 하리야. 그냥 날 한 번만 도와준다고 생각해 줘."둘이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전 세 노인은 긴장한 얼굴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백아영은 강하리의 안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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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손연지는 안쓰러운 마음뿐이었다.예전 같았으면 강하리를 욕해서라도 정신 차리게 했을 테지만 노민우와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감정이란 게 정말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랑 때문에 힘들어할 리 없었다.“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정 못 잊겠으면 다시 받아들여 보는 것도 괜찮지.”강하리는 그저 웃기만 했다.받아들일 수 있다면 차라리 이야기가 쉬웠을 것이다.지금 문제는 구승훈에게 마음이 약해지면서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언제부터인가 그녀 마음에 트라우마처럼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마치 구승훈과 다시 잘되면 반드시 상처받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그래서 그냥 이대로가 나았다.강하리는 조금 피곤해 손연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침실로 들어가 샤워하러 갔다.손연지도 일어나 주방으로 가려는데 거실 문이 밖에서 열리더니 노민우가 한 손에는 구연정을 안고, 다른 한 손에는 마트에서 사 온 장바구니를 든 채 어색한 자세로 걸어 들어왔다.연정이는 손연지를 보자 웃으며 달려갔다.“나도 안아 줘요.” 노민우는 손연지 앞으로 다가와 손연지와 구연정을 함께 끌어안았다.“아, 존나 행복하네. 손연지, 나 딸 하나 낳아 줘!”그러자 손연지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꺼져!”말을 마친 그녀는 구연정을 안고 강하리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녀가 강하리 방에서 다시 나왔을 때 노민우는 갑자기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내려놔! 셋 셀 동안 안 내려놓으면 죽어! 하나, 둘...”손연지가 셋까지 세기도 전에 노민우는 그녀의 입술을 막고 옆에 있는 게스트룸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노민우는 손연지를 문에 밀어붙였고 손연지가 습관적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며 공격하자 노민우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손연지, 너 진짜 네 평생 행복을 발로 찰 셈이야? 나 오늘 하루 종일 아팠다고. 아직도 부어 있단 말이야.”손연지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부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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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손연지가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거 부은 거야? 그럼 평소에 안 부었을 때는..."노민우는 그녀가 하려는 말을 알아채고 버럭 화를 내며 입을 맞췄다. "나 오늘 너 제대로 박아줄 거야!""살살해. 그러다 고장 나겠다." 손연지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노민우는 손연지의 손바닥에 힘껏 두어 번 비벼대며 소리쳤다. "누굴 무시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민우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옆으로 돌아누웠는데 얼굴 전체가 아픈 건지 화가 난 건지 모를 정도로 붉게 달아올랐다."벌써 끝이야?"노민우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 "손연지, 네가 진짜 내 상전이다, 상전."그러고는 손연지의 손을 잡고 주무르며 말했다. "아파. 뽀뽀.""꺼져!"손연지는 그의 팔을 한 대 치고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하지만 노민우는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갑자기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고 손연지는 그가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몇 걸음 갔을 때도 노민우는 여전히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어깨까지 가늘게 떨고 있었다.손연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진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노민우?"“어.”노민우가 힘없이 웅얼거리자 손연지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돌리고 물었다. "정말 그렇게 아파? 어디 좀 보자!"노민우는 힘겹게 몸을 뒤척이다가 손연지가 방심한 틈을 타 그녀를 확 끌어당겨 자신의 아래에 눕혔다."네가 이렇게까지 날 걱정할 줄은 몰랐네."손연지는 발끈하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 "네가 나한테 뒤집어씌울까 봐 그런 거야!"하지만 노민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연지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중얼거렸다. "몰라, 아무튼 넌 날 걱정하고 있는 거야."손연지가 뭐라고 하려는 순간, 노민우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불쑥 말했다. "손연지, 설날에 너희 집에 같이 가도 돼?"손연지는 순간 몸이 굳었다. "우리 집에 뭐 하러?"노민우는 고개를 들고 나른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결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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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손연지는 원래 성격이 불같았다.여명주를 본 후로 안 그래도 속이 답답했는데 노민우의 말에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화가 나서 침대 위 베개를 집어 노민우의 몸을 향해 세게 내던졌다.연이어 몇 번을 내리치더니 베개를 노민우의 얼굴에 던지고는 몸을 돌려 나가 버렸다.“네 약혼녀나 잘 모셔. 누가 너랑 같이 있고 싶대? 잘 들어, 나 좋다는 남자 줄 섰거든!”그녀가 문을 쾅 닫고 방을 나가자 노민우는 속에서 불이 치밀어 올랐다.그는 손연지를 따라 나와 소리쳤다. “손연지, 너 미쳤어?”손연지는 그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밀어냈다.“꺼져!”눈앞에서 닫히는 문을 보며 노민우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내가 이렇게 먼 길을 달려온 게 뭐 때문인데? 두 번이나 쫓겨난 건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소중이까지 다쳤는데.’“네가 꺼지라고 하면 내가 꺼질 줄 알아? 절대 안 꺼져!”노민우는 안을 향해 고함쳤고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노민우는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래야지. 우리 잘 지내자. 앞으로 우리 집 경제권은 네가 가져.”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가 그의 이마를 향해 날아왔고 동시에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노민우가 손을 들어 그것을 받아 들자마자 방문은 다시 한번 가차 없이 그의 앞에서 닫혔다.노민우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렇게 쪼잔하게 굴기야? 손연지, 나 농담한 거야. 정말이야. 밖은 춥고 난 소중이도 아픈데, 너 책임 안 질 거야?”그러자 최연지는 곧 연고 한 통도 밖으로 던져졌다.노민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다소 울적한 듯 혀를 차며 휴대폰을 보고 전화를 받았다.저편에서 여명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보경시에 왔어요? 제 친구가 마트에서 오빠 봤다고 하던데요.”노민우는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네, 왔어요. 왜요? 여명주 씨와 상관없잖아요. 그쪽 보러 온 것도 아니고.”“민우 오빠...” 저편에서 여명주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좀 보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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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구승훈 씨가 데리고 서산 퍼스트 빌리지로 돌아가요.”“안 돼.” 구승훈이 단칼에 거절하자 강하리는 할 말을 잃었다. 곧이어 구승훈이 뻔뻔하게 말했다. “난 남자는 별로야. 너만 좋아해.”그러자 강하리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요.”그렇게 말하고 휴대폰을 구연정의 손에 쥐여 주었다.그러자 구연정은 휴대폰을 끌어안고 외쳤다. “아빠!”구승훈은 원래 능글맞은 말을 몇 마디 더 하려 했지만 ‘아빠’라는 한마디에 말투가 금세 부드럽게 바뀌었다.“우리 딸, 아빠 보고 싶었어?”“네, 연정이 아빠 보고 싶어요.”구승훈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럼 엄마 말 잘 듣고, 아빠가 너랑 엄마 데리러 집에 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네.”구승훈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리고 엄마 잘 감시해야 한다? 엄마가 다른 아저씨들이랑 너무 가까이 지내게 두면 안 돼. 안 그러면 아빠 못 보게 될 수도 있어, 알겠지?”구연정은 입을 삐죽였다. “아빠 보고 싶어요.”구승훈이 웃었다. “그럼 엄마 잘 지켜. 이건 아빠가 우리 연정이한테 주는 임무야. 다른 아저씨들 엄마 집에 못 들어오게 하고, 다른 아저씨들이 엄마 손 못 잡게 하고, 더더욱 다른 아저씨들이 엄마 안거나 뽀뽀 못 하게 해야 해. 알겠지?”“노민우 아저씨가 연지 이모 안아주고 뽀뽀했어요.”구승훈은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노민우를 곁눈질로 보더니 발을 들어 그의 다리를 툭 찼다.“내 딸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마!”노민우는 끙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이더니 다시 잠들었다.구승훈이 다시 연정이에게 말했다. “엄마한테 전화 바꿔 줘.”강하리가 휴대폰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볼일 없으면 그냥 끊어요.”구승훈이 말했다. “내일 내가 데리러 갈게. 기자회견도 너랑 같이 참석할 거고.”“그럴 필요까지 있어요?” 강하리의 탐탁지 않은 말투에 구승훈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필요하지. 어쨌든 나도 에비뉴 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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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강하리는 순간 멍해지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무슨 일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손연지 쪽 전화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번엔 휴대폰 전원마저 꺼져 있었다.강하리는 노민우와 손연지, 그리고 방금 전 걸려 온 낯선 번호까지 번갈아 수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끝내 아무도 받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구승훈에게 다시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고 구승훈 쪽에서는 잔잔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전화를 받은 그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지금 갈까?”강하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직 술집이에요?”“아니, 나 원래 술집 같은 데 안 다녀. 오늘은 노민우가 불러서 나온 거지. 다 걔가 나 물들인 거야.”하지만 강하리는 지금 농담을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다.“연지한테 무슨 일 생긴 것 같으니 지금 가서 좀 봐줘요.”구승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대답했다.“알았어, 걱정 마. 도착하면 전화할게.”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하리는 전화기 너머로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액셀을 세게 밟는 듯한 굉음을 들었다.입술을 꾹 깨물던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덧붙였다.“안전 운전해요.”그러자 구승훈이 갑자기 낮게 웃었더니 살짝 잠긴 듯한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다정하게 흘러나왔다.“알겠습니다, 주인님.”특히 ‘주인님’이라는 단어는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 마음을 간지럽히는 데가 있었다.강하리는 탁 소리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끊긴 전화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더니 그녀에게 유쾌한 목소리가 담긴 음성 메시지를 카톡으로 보냈다.“주인님, 필요할 때 저 떠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구멍뭉이가 기꺼이 모시겠습니다.”강하리는 음성 메시지를 재생하다가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곧바로 카톡을 꺼버리고 휴대폰을 옆으로 던지더니 잠시 두 눈을 감고 미간을 지그시 문질렀다.그때, 가정부가 그녀에게 국밥 한 그릇을 가져다주었다.강하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안 먹을래요.”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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