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강하리는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돌아섰다. 그때, 준봉이 갑자기 뒤에서 외쳤다.“사모님, 임희주 씨 식물인간 되셨다는 소식, 모르고 계셨습니까?”강하리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눈에 분명 놀람이 스쳤다. 정말 몰랐던 것이다.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임희주 일은 아무도 그녀에게 보고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가 이 일을 알 리가 없었다.“언제 일이죠?”“대표님께서 상처 입으시고 사모님을 뵈러 가신 날입니다.”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쳤다고요?”준봉은 심호흡한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대표님이 다치신 일은 사모님께서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대표님은 여초연에게 보복을 당해 상처를 입으셨는데도 기어코 병원에 사모님을 뵈러 오셨습니다. 그날 대표님은 그 병원에서 하마터면 돌아가지 못하실 뻔했습니다, 이 일은 대표님이 저희에게 함구를 지시하셨지만 정말 더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계셨을 때, 사모님께서는 아마 다른 남자분과 병실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계셨겠지요. 대표님의 심정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강하리는 준봉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가슴 한가운데서 묵직한 통증이 치밀어 올랐다.그 통증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아팠다.미안함 때문일까?강하리는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미안해야 해? 분명 구승훈도 나에게 똑같은 짓을 했었지. 내가 수술실에서 생사를 오갈 때 그 개자식은 임희주와 함께 있었잖아. 근데 왜 내가 미안한 감정을 느껴야지?’하지만 미안함이라는 감정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틈새를 파고들어 마음을 찢어 놓고 있었다.강하리는 생각했다. 잔인함에 있어서라면 그녀는 아마 구승훈을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말이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준봉을 바라보았다.“그럼 준봉 씨 생각엔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죠? 구승훈 씨를 용서해야 할까요? 준봉 씨, 내 사랑은 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