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창밖이 훤해져 있었다.폭신한 이불 속에 누워 잠깐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갑자기 밖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그러나 겨우 눈을 뜨고 밖으로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삼촌?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증조할아버지까지, 다들 무슨 일로 오셨어요?”그러자 심준호가 그녀에게 웬 열쇠 꾸러미를 던져주며 말했다.“네가 전에 차 갖고 싶다고 했잖아. 자, 새해 선물.”심예진도 그녀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말을 이었다.“설인데 당연히 가족끼리 같이 보내야지. 네가 오기 불편할 것 같아서 우리가 왔지?”“몸은 좀 괜찮아?”백아영이 걱정스레 묻자 강하리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내가 얼마나 놀랐다고, 너도 참... 분명 천천히 치료받아도 되는 걸 꼭 이렇게 사람을 괴롭힌다니까?”그러자 강하리는 고개를 수그리고 답했다.“못 기다리겠어요, 할머니.”진태형이 지금 잡혀가서 심문받고 있을 텐데 어떻게 천천히 회복되기만을 손 놓고 기다릴 수 있겠는가?이때, 백아영이 말했다.“사실 할머니가 도와...”“할머니, 이건 제 책임이니 제가 직접 해결해 볼래요.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백아영은 하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 그저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강하리는 백아영과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구승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발견하고 두리번거리던 이때, 갑자기 주방에서 그가 앞치마를 두른 채 걸어 나왔다.구승훈은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셔츠 소매를 팔 가운데까지 가지런히 걷어 올려 튼튼한 팔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그리고 팔뚝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깨났어?”구승훈은 뜨거운 뚝배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뒤 곧바로 강하리 쪽으로 다가왔다.“어디 아픈 곳은 없어?”그러나 강하리는 대답 대신 그의 팔뚝에 남은 이빨 자국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그의 몸 곳곳에도 상처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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