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1271 - Bab 1280

1303 Bab

제1271화

하여 지금처럼 아무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구승훈과 계속 경쟁하는 것보다 차라리 강하리를 이용해서 회사에 더 유용한 조건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조시욱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네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병실 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강하리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강하리! 이 나쁜 계집애!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와?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고! 오늘 너 죽고 나 죽어보자!”명서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마치 미친 사람처럼 강하리에게 달려들었다.다행히 눈치 빠른 구승훈이 노연정을 안은 채 한 손으로 강하리의 휠체어를 힘껏 뒤로 당기면서 달려오는 여자를 발로 차버렸다.“안 돼요!”조시욱도 다급히 소리쳤지만 구승훈은 이미 그녀를 멀리 차버려 곧 뒤로 넘어질 뻔한 걸 다행히 그가 부축했다.그러고는 한껏 차가운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 씨, 지금 저희 형수는 막 유산한 상태인데 어떻게 그런 여자한테 발길질할 수 있어요?”그러자 구승훈은 여전히 노연정을 안고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작정하고 달려드는 여자를 그러면 보고만 있으라는 건가요?”그러다가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이었다.“아니면 눈앞에서 우리 윤정이가 곧 다치게 생겼는데 이걸 참으라고요?”그의 물음에 조시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도 약간 켕기는 게 있는 듯 구승훈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강하리를 힐끔 바라보다가 다시 시비조로 답했다.“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발로 차버릴 필요는 없었잖아요!”그의 말대로 명서현은 유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많이 허약한 상태인데 방금 구승훈에게 걷어차이기까지 해서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바닥에 널브러져 강하리에 대한 욕설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구승훈이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제가 연정이를 안고 있었던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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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강하리는 구승훈을 힐끔 쳐다본 뒤 곧바로 조시욱 따라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조성진은 원래 나이도 많은 데다가 오늘 다시 보니 병세가 더욱 역력해 보였다.“할아버지랑 얘기 나누고 있어.”조시욱은 강하리만 남겨둔 채 병실 밖으로 나갔다.그가 떠나가서야 조성진은 한숨을 내쉬며 강하리에게 말했다.“이 할아버지가 귀찮게 해서 미안하구나.”조성진이 한껏 힘없이 말하자 강하리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이때, 조성진이 뭔가가 생각났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심씨 가문의 어르신도 쓰러졌다며?”그러자 강하리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랑 어르신은 원래 사돈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 밖으로 일이...”조성진은 기력이 딸려 말하기조차 매우 힘들어 보였으나 강하리는 이미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두 어르신이 사실 자신과 조시욱이 잘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갔다.그러나 감정이라는 게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지금은 두 어르신이 모두 병으로 쓰러졌는데 이게 자기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하여 강하리는 계속 죄책감이 느껴져 한참 동안 고민 끝에 겨우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할아버지, 실망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그러자 조성진은 애써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정, 정말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거야? 이 할아버지가 너한테 이렇게 빌게, 응? 너무 거절만 하지 말고 우리 시욱이도 좀 고려해 줘. 그 애는 여전히 널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야.”그러나 강하리는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답했다.“죄송해요.”“저는 단 한 번도 선배를 남자로 느껴본 적이 없어요.”이때, 조성진이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하더니 그 소리가 병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깜짝 놀란 강하리가 빠르게 호출 벨을 누르려 했지만 조성진이 그녀를 말렸다.“그럴 필요 없으니까 누르지 마.”조성진은 그 뒤로 몇 번 더 기침하더니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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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오늘 밤.”구승훈은 밑도 끝도 없는 답을 한 뒤 곧바로 강하리를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구승훈의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급한 일이 있으면 먼저 가 봐.”그러나 그는 화면을 한 번 확인하고는 곧장 꺼버렸다.“안 바빠.”강하리가 머뭇거리며 그에게 물었다.“혹시 이사회에서 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구승훈은 눈살을 찌푸리다가 다시 싱긋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몰래 엿들었어?”그러자 강하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굳이 엿들을 필요가 있을까?”순간 구승훈 얼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맞아, 굳이 엿들을 필요 없어. 난 너한테 숨기는 거 없이 다 말할 자신이 있으니까. 나도 네 거야.”그의 말에 강하리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순간 구승훈은 그제야 예전에 자기 자신이 벌였던 행동들이 생각났고 그때에도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 때문에 강하리가 많이 상처받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여 몇 번 침을 삼킨 뒤에 겨우 입을 열었다.“여초연 씨의 그 약은 사실 처음에 민준이 형조차 부작용이 뭔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를 판단하기 힘들었고 해독약이 없어 더 절망적이었어. 그래서 매일 잠도 못 자고 혹시나 이성을 잃게 될까 봐 하루하루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내야 했어.”구승훈은 말하다가 갑자기 힘없이 웃었다.비록 낮은 소리로 덤덤하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강하리만은 그의 목소리에서 씁쓸한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그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었고 아무리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이라고 해도 그런 삶을 너랑 같이 감당해 내기 싫었어...”구승훈은 핸들을 꼭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여보, 정말 미안해. 그때는 정말 여보한테 말할 수 없었고 두려운 마음이 너무 컸어. 여보랑 혹시나 끝까지 갈 수 없을까 봐, 여보는 싫은데 내가 정신을 잃고 억지로 나랑 같이 가자고 할까 봐, 그래서 난 그냥 이 모든 걸 말하지 않고 감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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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강하리와 구승훈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같이 연휘정을 만나러 갔다.정주현은 특별히 그를 외지에서 모셔 왔는데 눈앞의 강하리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마구 스쳐 지나갔다.원래 그는 환자를 다시 맡을 계획이 없었고 아무리 자기 친손자가 직접 와서 부탁하더라도 거절하려 했다.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하여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해서 이미 몇 년 전부터 환자를 받지 않고 있었다.그래서 정주현이 그를 찾아온 의사를 밝혔을 때도 단번에 거절했다가 자기 사위가 한 일에 대해 알게 되자마자 망설임 끝에 결국에는 받아들였다.그런데 오늘 강하리의 그 창백한 얼굴을 직접 눈으로 보니 그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자, 어디 한번 보자.”구승훈은 강하리를 연휘정의 앞까지 밀어준 뒤 진찰이 끝나자마자 다시 강하리를 밀고 나왔다.왠지 모르게 두 사람이 자기 앞에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에 강하리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내가 들으면 안 되는 거라도 있어?”자기 건강 상태가 그토록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자 구승훈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 그저 어르신이랑 내 상황에 대해서도 얘기 좀 나누려고. 넌 주현 씨랑 밖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결국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구승훈의 몸 상태가 지금 어떤지 자세하게 물어보지 않아 그녀도 모르는 상황인데 몸에 난 상처들만 봐서는 그다지 좋지 못해 보였다.하여 일단 그의 말대로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방안.연휘정은 구승훈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네 몸은 내가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어.”그러자 구승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알고 있습니다.”신경계통은 한번 손상되면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그도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왜...”구승훈은 연휘정에게 한껏 미안한 얼굴로 다시 답했다.“지금 어르신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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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그의 물음에 구승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뭐든지요.”“그럼 내가 만약 네 명의의 모든 자산을 전부 주현이에게 넘기라고 하면 넘길 거야?”구승훈은 머뭇거리더니 결국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의 이런 모습을 예상이라도 한 듯, 연휘정이 코웃음을 치면서 막 뭐라 하려는데 갑자기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절반이면 안 될까요? 저도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는 남겨줘야 할 것 같아서요.”순간 그의 대답에 연휘정이 멍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만 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그럼 절반이라도 주겠다는 소린가?”“지금 변호사에게 전화 걸게요.”말을 마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당장에라도 전화를 걸려 하는 구승훈의 모습에 연휘정이 냉큼 손사래를 치며 그를 말렸다.“됐어, 나를 뭐로 보고. 내가 진짜로 화났으면 여기까지 오라고 했겠어? 그리고 이왕 나한테서 치료받는 거면 아무리 큰 원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낫게 할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가봐. 그리고 앞으로 하리가 올 때 넌 따라오지 않아도 돼, 봐도 짜증 나니까.”그러나 구승훈은 전혀 갈 생각이 없는지 아무 말도 없이 연휘정을 빤히 바라만 보았다.“왜 그렇게 봐? 아직도 못 믿겠어?”그러자 구승훈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어르신, 혹시 제가 뭐하나 여쭤봐도 될까요?”“뭔데?”“혹시 여초연 씨라고 아실까요?”순간 연휘정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구승훈이 왜 뜬금없이 그 여자에 대해 묻나 싶었다.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구승훈이 피식하고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역시나 이미 아는 사이군요.”연휘정이 한껏 난감한 얼굴로 구승훈에게 물었다.“방금 했던 말들은 혹시 내 경계심을 없애기 위해서인가?”그러자 구승훈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방금 한 말은 전부 진심이고 이 물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순간 연휘정은 두통이 몰려왔다.이런 새파란 젊은이한테 자신이 말려들어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그래, 나랑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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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여초연은 그때 사실 구동근과 같이 아이 낳으러 갔었다.만약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여초연이 대단한 능력이 있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구해낸 것도 모자라 또 몰래 데리고 나가 키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당시 진심으로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아니면 여초연이 그 정도로 수동적일 리가 없다.구승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과 그 남자가 연관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 남자에 대해 아무리 조사해 보아도 지극히 평범한 가정과 배경이었고 딱히 눈에 띄는 의심스러운 점이 없어서 오히려 이게 더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그토록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구동근의 눈을 피해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까?게다가 여초연은 이상하게 연씨 가문 명의로 된 어느 보육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자기 옆에 두려 했다.또한 그 보육원이 설립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그 아이가 태어난 해라 연씨 가문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연미숙과 정양철과의 관계도 문제가 있어 보여 구승훈은 연씨 가문과 여초연 사이에 어떠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더 확신할 수 있었다.하여 구승훈이 오늘 이와 같은 물음을 묻게 된 것이다.그러나 연휘정은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오늘 그저 병 보이러 온 줄 알았던 사람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켜온 비밀을 한 번에 들춰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그러자 구승훈이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오래전은 아닙니다.”정양철이 제일 잘 나가고 있을 때 정주현이 이상한 점을 발견해 내면서 구승훈도 뭔가 눈치챘다.만약 일찍 알아냈더라면 여초연이 이렇게까지 기고만장하게 일을 벌이지도 못했을 텐데 말이다.어쩐지 자기 아들을 아들처럼 여기지 않고 털끝만큼의 모성애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이 여초연의 유일한 자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그녀가 벌인 모든 일이 다 그 아이를 위한 계획이었다.“지금 그 아이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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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그러면 누가 고칠 수 있대?”이때, 구승훈이 갑자기 가까이에 다가가 강하리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너.”“너만 내 옆에 있으면 난 하나도 아프지 않아.”순간 강하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더니 단번에 그를 밀어냈다.“장난치지 말고, 어르신께서 대체 뭐라고 말씀하셨는데?”그러자 구승훈은 다시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짜야.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물어보든지. 이런 경우에는 이중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셨어.”강하리는 능글스러운 그의 모습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었다.“그런 거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아파야겠네.”말을 마치자마자 강하리는 휠체어를 밀고 자리를 뜨려 했다.구승훈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채 그녀의 뒤를 따라갔는데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정주현이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염치없는 놈! 이중 치료는 개뿔, 빨리 죽어버리지!”그러자 구승훈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를 힐끔 쳐다보며 낮은 소리로 답했다.“정주현 씨, 연정이도 듣고 있는데 욕설은 좀 자제해주시죠?”그제야 정주현은 한창 옆에서 꽃잎을 주워 흩날리고 있는 노연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당신 같은 아빠를 둔 연정이만 불쌍하지.”그러나 구승훈은 들은 체도하지 않고 노연정을 불렀다.“바보야, 이리 와.”노연정은 바닥의 꽃잎을 한 번에 움켜쥐고 구승훈에게 달려갔다.“아빠!”그리고 그 꽃잎을 구승훈의 머리에 꽂아주고는 깔깔거리며 그에게 안겼다.구승훈은 그녀를 공중에 붕 띄워준 뒤 다시 품으로 안았다.이때, 노연정이 매화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모습에 그는 냉큼 꽃 한 송이를 꺾었다.“엄마한테 줘요!”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연정은 비명을 질렀는데 그 모습을 본 구승훈은 그녀의 말대로 매화꽃을 강하리의 다리 위에 놓았다.“거기 예쁜 아가씨, 혹시 오늘 저녁 시간 되시면 저녁이나 같이할까요?”옆에 서 있던 정주현은 더는 봐주기 힘든지 한마디 거들었다.“밥 먹고 또 이중 치료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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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진시연은 자랑하듯 강하리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그저 뜨뜻미지근하게 답했다.“축하해요.”그러자 진시연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축하할 필요까지야, 우리 가족은 매년 설은 그렇게 보냈는걸요. 올해도 똑같을 것 같은데 하리 씨는 혹시 아빠가 오라고 하지 않던가요?”얼굴은 덤덤해 보였지만 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그래도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거기는 제가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제 집인데, 굳이 아빠가 불러야 할까요?”순간 진시연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가 다시 억지웃음을 지었다.“참, 잊어버리고 말하지 않았네요. 사실 저희는 매년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설을 보냈는데 이것도 몰랐나 봅니다?”그녀의 말에 강하리의 얼굴도 삽시에 어두워지더니 눈빛은 아까보다 많이 차가워졌다.진씨 가문의 두 노부부는 그때 구승훈이 진강석을 데려가 며칠 동안 가둬둔 뒤로는 아주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건 단지 예전과 비교할 때만 해당했다.강하리는 지금도 그 어르신들이 자신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걸 종종 들을 수 있었다.심지어 다른 장소에서 서로 마주쳐도 매번 냉담하게 대했는데 여태껏 이런 것들을 강하리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여전히 자기 앞에서 턱을 한껏 쳐들고 우쭐거리는 진시연에게 강하리는 막 뭐라고 하려는데 갑자기 구승훈이 덤덤한 얼굴로 받아쳤다.“됐다. 저런 집구석으로 돌아갈 바에는 우리끼리 즐겁게 보내는 게 나을 듯?”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강하리에게 건네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심씨 가문에 가거나 아니면 그냥 연정이랑 우리 세 식구가 쇠도 되지. 다들 너랑 같이 설을 보내려고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그게 자기한테 진심으로 한 말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형식상 와서 설을 보내라고 하니 그저 기뻐서는, 쯧쯧.”구승훈의 농락에 진시연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그리고 두 주먹을 꽉 말아쥐고 구승훈에게 되물었다.“구승훈 씨, 지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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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그러나 그녀의 이런 감정 변화된 모습도 구승훈에게는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그러다가 문득 두 사람이 사뒤었을 때도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은 척했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을까 싶어 강하리에게 점점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기분 나빠?”구승훈이 허리를 굽히고 그녀와 눈을 맞추며 묻자 강하리는 그저 말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그 모습에 구승훈도 싱긋 미소만 지을 뿐, 더는 묻지 않고 휠체어를 밀고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리고 먼저 노연정과 강하리를 차에 앉히고 물건까지 다 실은 뒤에 문득 그녀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궁금하면 이참에 아빠한테 전화나 걸어보든지. 혼자 낑낑거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잖아.”강하리는 그의 말을 들은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지만 곧바로 전화를 걸지 못했다.“나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걱정돼서.”저번에 심준호가 아빠랑 연락했냐고 물어봤을 때도 자꾸만 그녀를 떠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오늘에 또 이런 일까지 생기니 강하리는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에 잠긴 강하리를 구승훈은 말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노연정에게 눈빛을 한번 보냈다.그러자 그녀는 냉큼 알아듣고 강하리에게 안기며 핸드폰을 가리켰다.“할아버지도 연정이가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그리고 강하리의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풀었다.그 모습에 강하리는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외할아버지 보고 싶어?”그러자 노연정은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답했다.“외할아버지도 연정이가 보고 싶을 거예요.”강하리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노연정의 볼을 꼬집었다.“외할아버지 쪽은 아직 밤일 거야. 이따 날이 밝으면 우리 한번 전화해 보자, 응?”노연정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 못 했는지 여전히 핸드폰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그 모습에 구승훈은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말했다.“그만하면 됐어. 도와줘서 고마워.”그러나 노연정은 입을 삐쭉거리며 못 들은 척했는데 구승훈이 다시 핸드폰을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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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아파트 입구.노민우는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채 초췌한 얼굴로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입고 있던 옷도 이미 쭈글쭈글 구겨져 있었고 평소 깔끔하게 빗어 넘겼던 머리도 엉망진창이 되어있어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노민우는 여기서 밤새 기다린 듯 구승훈과 강하리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구승훈이 먼저 그를 부르고 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쭈그리고 앉아서 그런지 일어날 때도 겨우 몸을 일으켰다.구승훈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그래도 한 손으로 그를 부축해 주며 그에게 물었다.“왜 여기에 있어? 연성에 있었던 거 아니었어?”그러자 노민우가 갑자기 강하리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되물었다.“연지는요?”강하리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고민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들어가서 말해줄게요.”순간 노민우가 휘청거리더니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아직 어디도 안 간 거 맞죠? 제가 몇 번이고 출입국 기록을 확인했는데 연지의 이름은 없었어요. 아직 가지 않았죠?”이미 목도 많이 쉬어 있던 탓에 거의 소리를 내질렀다고 봐야 했다.그런 노민우의 모습에 구승훈이 어두운 얼굴로 다그쳤다.“무슨 말버릇이야?”그제야 자기 태도를 인식한 노민우가 다급하게 사과했다.“하리 씨, 미안해요. 전 그냥 연지 소식이 너무 궁금해서... 혹시 저한테만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그러자 강하리가 한숨을 내쉰 뒤 덤덤하게 답했다.“아마 만나주지 않을 겁니다.”그녀의 말에 마음이 더욱 조급해진 노민우는 막 뭐라고 되물으려다가 옆에 차가운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는 구승훈 때문에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저도 이미 많이 반성하고 있는데 저더러 여기서 뭘 더 어떡하라는 걸까요? 어디 혼자만 괴롭나요? 저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요!”“연지 때문에 우리 집사람들과 그렇게 싸웠는데 이대로 가버리면 저는 어떻게 해요? 제 감정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있잖아요.”“저는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짐이라고 했다면서요? 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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