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여기 와서 왜 이런 짜증 나는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자기 대신 구승훈이 와야 했을 일인데 말이다.그러다가 문득 어제 손연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 노민우는 또다시 가슴 한편이 쓰라렸지만 혹시나 여씨 가문을 제치면 손연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돌아서지는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하여 여러 번 고민 끝에 그는 여명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마당에 들어가자마자 노민우는 정원에 서 있는 여명희를 보게 되었는데 그녀는 노민우를 보고 한껏 차가운 얼굴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어머, 귀한 사람이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일이세요?”노민우는 대꾸하기도 귀찮아 못 들은 척, 계속 여명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명주야.”이때, 여명희가 갑자기 부르는 소리에 여명주가 신경질적으로 뒤돌았다.“왜 그래, 언니?”그러자 여명희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민우 씨는 우리 집에 한두 번 와 본 것도 아니고 충분히 혼자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여기 와서 언니 좀 도와줘. ”여명주는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여명희의 말을 따르는 별다른 이유는 없으나 예전부터 아버지가 여명희는 앞으로 두 번째 백아영이 될 수 있다고 줄곧 말했었는데, 만약 진짜로 여명희가 그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여명주도 이제 모든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겠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여 여명주는 한껏 아쉬운 얼굴로 계속 뒤돌아 노민우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본 체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여명희가 노민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여명주에게 물었다.“너랑 잘해보려고 온 것 같아?”그러자 여명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아니면?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연지 씨보다 얼굴도 예쁘지, 가정 환경도 이만하면 괜찮지. 내가 예전에도 말했잖아, 연지 씨를 그냥 심심풀이용으로 데리고 논거야. 충분히 놀다가 재미없어지면 다시 나한테 오게 되어있어. 더구나 지금 아빠가 곧 외교부의 권력을 크게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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