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891 - 챕터 1900

2010 챕터

제1891화

“씨X, 이놈이 감히 이딴 장난을 쳐?”두목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저 녀석 당장 썰어버려!”그 명령에 열댓 명의 싸움꾼이 칼을 들고 우르르 달려들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슈슉!수많은 은침이 날아가 정확히 각자의 다리 혈 자리에 박혔다.그 순간, 싸움꾼 전원이 시간 정지가 된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상반신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두목은 이 장면에 그대로 멘붕이 왔다.아직 뭘 어떻게 당한 건지도 몰랐는데 이번엔 두목의 목덜미에 은침 하나가 꽂혔다.곧이어 두목의 전신에 마비감이 퍼졌다.“이딴 실력으로 뭘 빼앗겠다고 설쳐?”진서준은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아서 봐주는 거야. 내 기분이 더러웠으면 넌 이미 저세상에 갔을 거야. 하경준한테 돌아가서 제대로 전해. 앞으로 또 사람 보냈다간 그 녀석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이야.”그 말을 끝으로 진서준은 황예은과 함께 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반 시간 후, 하경준이 부하들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했다.“너희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내가 찾으라고 했던 물건은 어디 갔어?”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을 보며 하경준의 얼굴은 새까매졌다.“도, 도련님... 그 자식 완전 이상한 놈입니다. 손 한번 휘두르더니 우린 그냥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어요. 진짜 신선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니까요?”두목은 겁에 질려 더듬거리며 말했다.아까 그 남자가 마음만 먹었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었을 거다.“쓰레기 같은 놈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달려들었는데 시골 촌놈 하나 못 잡아? 너희들 도대체 어떻게 써먹어야 하겠어?”하경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쳤다.오늘은 정말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 지경이었다.경매장에서 공개적으로 1조 2000억 넘게 털렸고 심지어 싸움꾼까지 보냈는데 빈손으로 돌아왔다.이대로라면 오늘 밤부터 르벨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하경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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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화

안세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무슨 의사? 르벨에 있는 유명한 신의는 다 불러봤고 심지어 주 신의도 두 손 들었잖아. 네가 말한 사람도 사기꾼 아니겠어?”안진천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진서준 오빠는 사기꾼이 아니에요. 오늘 오후에 절 구해준 사람이 바로 진서준 오빠예요.”이때 안서현이 강하게 안진천을 반박했다.“어라? 널 구한 게 세린이 아니라 그 남자였어?”안진천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맞아요, 제가 도착했을 땐 그분이 이미 서현을 다 구해놓은 상태였어요.”안세린이 한마디 덧붙였다.“무도와 의술 실력을 겸비했다고? 보통 인물은 아니구나.”안진천 눈빛에 경계심이 번뜩였다.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엔 누구든 의심하는 게 맞았다.“콜록, 콜록...”그때, 안국성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피를 왈칵 쏟아냈다.얼굴빛은 최악이었고 당장 숨이 멎을 기세였다.“세린아. 지금 당장 그 신의한테 전화해 봐.”안진천이 급하게 외쳤다.“아빠, 아까도 말했잖아요. 그분은 지금 급한 일이 있어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했어요.”안세린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할아버지가 그때까지 못 버틴단 말이야.”안진천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그분이 저한테 약 한 알 주셨는데 그걸 복용하게 하면 내일 아침까진 괜찮대요.”안세린은 조심스레 진서준이 준 약을 꺼냈다.“세린아, 너 지금 장난해? 그게 뭔 약인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낯선 사람이 준 건데 어떻게 먹어?”안진각은 눈살을 팍 찌푸렸다.“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다른 속셈을 품고 일부러 독약을 준 거야. 우리 아버지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아.”안진아는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진서준 오빠는 절대 그런 나쁜 사람 아니에요.”안서현이 단호하게 진서준의 편을 들었다.“아빠, 시간이 없어요. 일단 한 번 믿어봐요.”안세린은 차마 눈앞에서 할아버지가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좋아,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으니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안진천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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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3화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이튿날 아침, 진서준이 막 눈을 떴을 때, 허사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일어났어? 밖에 어떤 미녀가 너 찾아. 그것도 이름까지 콕 집어서 말이야.”진서준의 말투엔 질투가 한가득 묻어나 있었다.진서준은 순간 멈칫하더니 허사연을 껴안으며 말했다.“그 여자 이름은 안세린이야. 할아버지 병 때문에 날 찾아온 거야.”“나 질투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어.”허사연은 눈을 부릅뜨며 대꾸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론 꽤 기분 좋았다.“얼른 세수하고 내려와. 아침 준비 다 했어.”허사연이 진서준을 툭툭 밀었다.“알았어, 금방 갈게.”세수를 마친 진서준은 1층 거실로 내려왔다.소파에는 안세린이 꼿꼿하게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다시 예전처럼 차가운 표정이 감돌았다.“안세린, 어젯밤에도 할아버지 병세가 도졌지?”진서준이 돌직구로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안세린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진서준이 설마 안씨 가문에 CCTV라도 달아놓은 건가?“그냥 감이야.”진서준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그리고 너 내가 준 약 먹였지? 먹이고 나서 좀 상태가 나아졌을 거고.”진서준이 설마 이것까지 예상할 줄은 미처 몰랐다진서준을 바라보는 안세린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너 나 몰래 따라온 거지?”“난 그럴 여유가 없거든?”진서준은 안세린의 말이 어이없었다.“그럼 어떻게 안 건데? 또 추측이라고는 하지 마.”안세린은 굳은 얼굴로 진서준에게 따졌다.안세린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남자를 평생 손절하고 다시는 보지 않았다.“맞긴 한데 이건 근거 있는 추측이야.”진서준이 천천히 설명했다.“그 근거, 한번 들어나 보자.”“날 믿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침부터 날 찾아오진 않았겠지.”진서준은 밥을 한입 먹고 말을 이었다.“할아버지 병이 도져서 내가 준 약으로 겨우 목숨을 붙였겠지. 그 약 효과에 깜짝 놀란 너는 나에 대한 신뢰도 올라갔을 테니 아침 일찍부터 날 찾은 거고. 아니야?”그 말에 안세린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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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4화

“좋아.”아침 식사가 끝나고 진서준과 안세린은 차를 타고 출발했다.“그래도 겉보기엔 꽤 믿음직해 보였는데 알고 보니 너 바람둥이였네.”차 안에서 안세린이 갑자기 한마디 툭 내뱉었다.그 말투에는 냉기가 철철 흘렀다.“오해야. 방금 거기 있던 셋 중에 내 여자친구는 허사연 하나뿐이야.”진서준이 해명하듯 말했다.“그래, 네가 뭐라고 해도 다 믿을게.”안세린은 아예 믿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비꼬았다.진서준은 고개를 젓고는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안씨 가문.집안 사람들 모두 노인의 병상 앞에 모여 있었다.“아까 세린이 전화했어. 자기가 데리고 온 의사가 곧 도착한대.”안진천이 조용히 말했다.“세린이 꼭 부탁하더라. 그 의사가 도착하기 전까진 아무도 아버지 몸에 손대지 말라고 말이야. 괜히 사고 나면 수습할 수 없다고 했어.”“뭐라고? 근데 아까 셋째가 변방에서 모신 명의가 곧 온다고 하지 않았어?”안진아가 살짝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안진해가 긴 흰 수염을 한 노인을 데리고 들어왔다.“형, 내가 소개할게. 이분이 바로 변방의 명의 서재운이야. 이분 별명은 귀면 신의야. 그만큼 대단한 명의라는 말이지.”안진해는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대박, 너 어떻게 귀면 신의를 모셔 왔어?”형제들 전부 깜짝 놀랐다.귀면 신의는 변방 최고의 명의였는데 은침 한 번 들면 귀신도 쫓겨난다는 전설의 인물이었다.물론 좀 과장된 건 있지만 서재운이 치료한 환자들은 하나같이 건강을 되찾았다는 사실만은 진짜였다.“서 신의님, 안녕하십니까.”안진천이 바로 앞으로 나가 서재운과 악수했다.“긴말하지 맙시다. 제 시간은 많지 않으니 얼른 환자 상태부터 보죠.”서재운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확실한 자신감과 거만함이 배어 있었다.하지만 이 자신감과 거만함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귀면 신의쯤 되면 조금 잘난 척하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이런 거물들은 다 자기만의 독특한 성격이 있는 법이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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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5화

“서 신의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안진해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노인이 서재운이 침을 놓자마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이럴 리가 없는데... 난 그저 가볍게 진맥하고 시험 삼아 침 몇 개 놓은 것뿐입니다. 절대 이런 반응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는데...”서재운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서재운은 반평생을 의술에 바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서 신의님, 그럼 지금 어떡하죠? 방법 좀 생각해 보셔야죠.”안진해가 다급하게 외쳤다.이대로 두면 진짜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고 노인이 오늘 넘기지 못할지도 몰랐다.“내가 오기 전에 혹시 다른 사람이 환자를 진료한 적 있습니까?”서재운이 갑자기 물었다.“네?”안진해 일행은 그 질문에 멈칫하더니 이내 이실직고했다.“어젯밤, 아버지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긴급한 상황인지라 제 딸이 어떤 의사에게서 받은 약을 그냥 드시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좀 나아진 거였죠.”그 말을 들은 서재운은 다시 물었다.“그게 무슨 약이었는지 알고 있습니까?”“그건 잘 모르겠네요.”안진해는 고개를 저었다.어제 너무 급해서 안진해는 약 이름조차 까먹고 물어보지 못했다.“참 당신들도 대단하군요. 정체도 모르는 걸 그냥 복용하면 어떻게 합니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했던 겁니까?”서재운은 얼굴이 까매지며 버럭 화냈다.“이제야 원인을 알겠네요. 다 그 약 때문입니다. 그 약이 제 침과 상극이어서 제가 침을 놓자마자 환자 상태가 악화한 거죠.”“뭐라고요?”안진해는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 약 같은 거 먹이지 말아야 했어. 괜히 이상한 거 먹여서 일이 이렇게 커졌잖아.”“근데 안 먹였으면 아버지가 오늘 아침을 못 넘기셨을 수도 있어.”안진천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서 신의님, 지금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모두의 시선이 서재운에게 쏠렸다.이제는 서재운에게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다.“귀의 칠침을 써보겠습니다. 그거라도 안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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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6화

사실 이런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예쁘고 어린 여자들이 40대나 50대 아저씨랑 결혼하는 이유는 거의 백이면 백 돈 때문이었다.이렇게 나이가 든 남자가 매력이 넘쳐나서 결혼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요즘 젊은이들이 다 순진한 줄 알면 큰 오산이다.요즘은 인터넷 같은 언론이 발달해서 젊은 청년들은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고 눈치도 빨랐다.병실에 도착했을 때, 딱 마주친 건 서재운이 귀의 칠침을 시전하고 있는 장면이었다.“아빠, 제가 아까 전화했잖아요. 다른 사람은 절대 할아버지에게 손대지 말라고요. 왜 제 말을 안 들어요?”이 장면을 본 안세린은 바로 분노가 폭발했다.“이분은 변방의 귀면 신의 서재운 선생님이야. 네 삼촌이 어렵게 모셔 온 귀한 분이야. 어떻게 이분에게 치료를 부탁하지 않고 그냥 세워둘 수 있겠어?”안진천이 이 상황을 해명했다.“그런데 저분이 정말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나요?”안세린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그분이 치료하지 못하면 네가 데려온 의사한테 맡기는 수밖에 없겠지.”안진천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혼자 서 있는 진서준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근데 네가 말한 의사는 어디 있어? 안 보이는데?”“이분이 제가 데려온 의사 진서준이에요.”안세린이 손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소개했다.“뭐? 이 사람이 의사라고?”안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딱 봐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다들 이렇게 젊은 의사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병원에서 이런 나이 또래는 대부분 심부름이나 하는 존재였다.“맞아요. 어젯밤 드린 약도 진서준이 준 거예요.”안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세린아. 너 그 약 때문에 할아버지가 죽을 뻔했다는 걸 몰라?”안진해는 잔뜩 굳은 얼굴로 안세린을 꾸짖었다.“이 사람은 자칫 네 할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 될 뻔했어.”“뭐라고요? 어젯밤 진서준이 준 약을 먹지 않았으면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을걸요?”안세린은 고개를 갸웃했다.“방금 서 신의님이 침놓고 나니까 할아버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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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7화

이 장면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노인이 또다시 피를 토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서재운은 얼굴에 화끈한 통증을 느끼며 비명을 연달아 질렀다.“어서 따뜻한 물 좀 가져오세요. 저 피에 독이 있어요.”상황을 파악한 진서준이 급히 외쳤다.아무도 움직이지 않자 안세린이 부하들에게 호통쳤다.“뭐해? 얼른 물 가져와!”그제야 부하가 허겁지겁 가서 따뜻한 물 한 대야를 들고 왔다.“서 신의님. 어서 세수하세요.”서재운은 재빨리 따뜻한 물로 얼굴의 검붉은 피를 씻어냈다.얼굴을 다 씻고 나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서재운의 얼굴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달 표면처럼 움푹 팬 흉한 자국들이었다.이것들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흔적들이었다.설마 노인이 뿜은 피가 강한 부식성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서재운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급히 거울을 들여다보더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내,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됐어?”서재운의 절망에 찬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환자를 아직 치료하지도 못했는데 본인이 되려 얼굴까지 망가진 꼴이 된 것이다.“서 신의님, 우리 아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안진해가 조심스레 물었다.“끝났네요. 어르신은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도 못 살릴 겁니다.”서재운은 일그러진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자기 꼴이 이런데 안국성 따위를 신경 쓸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뭐라고요?”다들 그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설마 이대로 장례를 치러야 한단 말인가?“진서준,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봐줘.”안세린이 진서준의 팔을 끌어당기며 애원했다.“내 귀의 칠침으로도 못 치료한 걸 저 젊은이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어?”서재운은 코웃음을 쳤다.“네가 치료하지 못한다고 다른 사람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잖아.”진서준은 담담하게 서재운의 도발을 받아쳤다.“이봐, 너 이 어르신이 누군지나 알아? 이분은 변방에서 가장 유명한 신의인 귀면 신의 서재운 신의님이야.”안진해는 진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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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8화

안진해는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천천히 말문을 뗐다.“내가 사과했는데 이 녀석이 우리 아버지를 살려내지 못하면 어쩔 건데?”“이 신의인지 뭔지 하는 사람도 살려내지 못했잖아? 너희가 이 사람한테 배상을 요구했어?”진서준은 서재운을 손가락질하며 코웃음을 쳤다.“그건 네가 정체불명의 약을 먹였기 때문이야. 그 약만 없었더라도 내가 실수할 일은 없었을 거야.”서재운은 즉시 언짢은 표정으로 차갑게 받아쳤다.“약 안 먹였어도 네 재간으론 치료할 수 없어.”진서준도 바로 반박했다.“네 그 귀의 칠침으로는 병은 치료해도 독은 제거할 수 없어.”“헛소리 마. 귀의 칠침의 비밀은 너 같은 풋내기가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야.”서재운은 얼굴까지 붉어지며 소리쳤다.“됐고, 둘 다 그만 싸워요. 셋째야, 얼른 와서 사과해.”안진천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시간을 더 끌었다간 안국성이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미안해.”안진해는 이죽거리듯 차갑게 사과했다.“이게 사과야?”진서준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너 적당히 해. 사과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야?”안진해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과한 것만 해도 수치스러운데 이젠 사과의 톤까지 태클을 거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적당히 하고 싶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진서준은 오히려 당당하게 되받아쳤다.“셋째야!”안진천이 굳은 얼굴로 동생에게 호통쳤다.“정말 어이없네. 너 두고 보자.”안진해는 이를 악물고 허리를 굽혔다.“미안해. 아까는 내가 경솔했어.”이번에는 사과의 톤이 좀 부드러워졌다.“청년, 이제 만족했어요? 어서 우리 아버지 좀 봐주세요.”안진천은 조급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그러자 진서준은 안국성 옆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맥을 짚었다.30초쯤 지나자 진서준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요. 이분은 지금 독충의 독에 중독된 겁니다.”“뭐라고요? 독충의 독이요?”방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얼굴이 확 굳어졌다.다들 독충의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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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9화

이번에 토한 검은 피는 아까 서재운에게 튀었던 피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악취가 풍겼다.시꺼먼 피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치지직하는 섬뜩한 소리가 났다.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다들 등골이 오싹해졌다.그 핏속에서 붉은 벌레들이 꿈틀꿈틀 기어다니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설마 저게 아버지 뱃속에 있던 독충이야?”안국성 뱃속에 저렇게 많은 벌레가 들어있을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꿈틀거리는 독충을 보자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맞아요, 저게 바로 독충입니다. 이제야 내 말 믿겠어요?”진서준은 심호흡을 길게 내쉬더니 주변 사람들을 둘러봤다.서재운은 이 광경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진짜 독충이었어? 너 어떻게 해낸 거야?”“아까도 말했지만 네 귀의 칠침으론 이 독충의 독을 제거할 수 없어.”진서준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서재운은 얼굴이 화끈거렸다.아까까지만 해도 진서준이 안국성을 치료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했는데 지금은 진서준이 말끔히 골칫거리를 해결해 버린 상황이 되었다.그야말로 따귀를 제대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검은 피를 토한 안국성은 점점 안색이 좋아지고 호흡도 안정되며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딱 봐도 이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안진해는 차라리 땅이 갈라졌으면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아까는 어떻게든 진서준의 치료를 막아보겠다고 발악했는데 결국 진서준이 손 한번 휘두르니 아버지가 멀쩡해져 버린 것이다.“진서준, 우리 할아버지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안세린이 앞으로 나와 정중하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진 신의님, 앞으로 진 신의님은 우리 안씨 가문의 귀빈입니다.”안진천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안국성이 살아남은 건 안씨 가문의 엄청난 행운이었다.이틀 뒤면 안씨 가문이 3년마다 열리는 가족 대잔치의 날이었다.그날은 안씨 가문의 친척, 기업 고위층, 비즈니스 파트너와 권력을 손에 넣은 유명 인사들까지 전부 오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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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0화

“용의 호위대 안진천이 용자님께 문안드립니다.”안진천은 바로 무릎을 꿇고 경건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올려다봤다.“안진천 씨, 일어나세요. 방금 말한 그 용자란 게 뭔가요?”진서준은 급히 안진천을 일으키며 물었다.“진서준 씨, 용자에 관한 걸 하나도 모릅니까?”안진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전혀요. 전 제 신분에 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용맥의 일족과 용의 호위대인 아홉 후손 가문에 관해서도 오영수한테 들은 게 전부입니다.”진서준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렇군요.”안진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악한 정보를 천천히 털어놓았다.“용맥의 일족은 사실상 한 나가의 실질적인 지배자인데 용맥의 일족을 용주라고 부르죠. 용주가 낳은 수많은 자식 중 단 한 명만이 등에 오조금용의 문신이 나타납니다. 그 문신이 있는 용자만이 차기 용주가 될 자격이 있죠. 하지만 백 년 전, 용맥의 일족 내부에 내란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자들이 용자와 권력을 빼앗으려다 결국 용맥의 일족끼리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죠. 우리 용의 호위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용족 저택은 시체로 가득했고 살아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우린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용주도 용자도 끝내 찾지 못했죠. 용맥의 일족이 사라진 이후, 우리 아홉 후손 가문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용자를 찾는 일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약 십 년 전, 스스로 용맥의 일족 직계라고 주장하는 자가 우리 가문을 찾아왔고 우리 안씨 가문에게 충성을 요구했죠.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그자가 용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우리 아홉 후손 가문은 오직 용자만을 섬기며그 외의 자는 우리에게 충성을 요구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 일 이후, 매년 우리 집안에서는 누군가가 원인 모르게 죽어 나갔고 우리는 이게 그자의 소행이라 보고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중독된 독충의 독 역시 그자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진서준은 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진서준 자신이 바로 그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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