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651 - Chapter 1660

1663 Chapters

제1651화

송석석 일행은 문밖에서 대기하라는 명을 받았다. 안에서는 장군들이 모여 기밀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이 작전이 과연 실행 가능한지, 다른 방책은 없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논의했다.만두는 회랑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몽동이를 힐끔 보며 물었다.“이제 너도 어쨌든 관직을 가진 사람이잖아. 네 생각엔 우리가 간다면 이길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 같냐?”그러자 몽둥이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송석석이 대답했다.“당연히 쉽진 않겠지. 하지만 병사 한 부대를 보내는 것보다는 성공 가능성도 높고 위험도 훨씬 적어. 우리는 설령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살아서 돌아올 수는 있을 거야.”신신도 덧붙였다.“맞아, 도망은 우리가 일등이지.”시만자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도망이라니? 경공이지. 우리 경공이 제일이잖아.”신신이 웃으며 답했다.“맞아, 우리 경공 실력은 최고지. 이 일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바로 그때, 친위병 하나가 다가와 문 밖에서 보고했다. 전북망과 이방이 뵙기를 청한다는 것이었다.송석석은 즉시 몸을 곧추세웠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스치고 있었다.그들이 녹분성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면 안됐다.소 대장군의 목소리가 서방 안에서 들려왔다.“밖에서 기다리게 하라.”친위는 명을 받고 나가 그들 역시 서방 밖에서 기다리도록 안내했다.전북망과 이방은 문밖에서 송석석 일행을 발견하자, 눈빛이 복잡해졌다.이방이 팔꿈치로 전북망을 쿡 찌르며 말했다.“옛사람이 계시네요? 가서 인사 한마디 안 하십니까?”전북망은 어색한 듯 송석석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없이 옆으로 비켜섰다.이방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아니, 지금 부끄러워하시는 겁니까? 별일도 아닌데요. 그래도 한 번 인연이 있었던 사이인데 당당히 인사 한 번 하는 거 아무 문제 없잖습니까?”신신이 이방을 힐끔 보더니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고모님, 이 사람은 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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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잠시 서 있던 이방은 무언가를 먼저 떠올리고는, 방금 전의 빈정거리는 태도를 거두고 몽동이에게 다가가 물었다.“너희도 양식 창고를 불태우러 가겠다고 청하러 온 거요?”“그럼, 그쪽도요?” 몽동이가 되물었다.“보니 무공도 제법이던데, 함께 가도 괜찮소. 단, 미리 말해두지만 모든 지휘는 나와 전 장군의 명령에만 따라야 하오.”이방은 전장에서 그들을 주의 깊게 보았는데, 몸놀림이 날렵하고 손이 빨랐으며, 두 차례 큰 전투에서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채 항상 선두에 있었다. 무공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벌써 죽었을 터였다.게다가 이방은 송석석이 소 대장군의 외손녀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함께 간다면 소 대장군이 병력을 더 지원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위험은 절반으로 줄고 승산은 더 높아진다. 어떻게 봐도 공을 세울 절호의 기회였다.사실 주 장군이 처음 그들에게 이 임무를 이야기했을 때, 이방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녹분성으로 잠입하는 일은 너무나도 위험했기에, 자칫하면 시신조차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는 공을 세울 절호의 기회였다.그녀가 누구인가?태후조차 입에 올려 칭찬했던 여장군이다!만약 성릉관에서 그녀의 활약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만 있다면, 그녀가 일등 공신이 되어 삼품 장군에 봉해지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었다.인생에서 진정 자기 것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녀는 그 모든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 생각을 전북망에게 말하자, 그도 즉시 동의했다. 그래서 오늘 밤, 둘이 함께 소 대장군에게 청하러 온 것이었다.몽동이는 이방을 두어 번 힐끔 보더니 말했다.“우린 장군 말 안 듣습니다. 석석이 말만 들어요.”“이 사람?” 이방은 송석석을 가리키며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진급이라도 했소?”그녀는 몽동이가 백부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일 작전이 있다면 송석석이 오히려 몽동이의 명령을 따라야 정상이었다.그녀가 조사해본 바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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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이방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렇게나 중대한 임무에 고작 일곱 명만 보낸다니?그녀가 아까 밖에서 송석석 일행을 데려가겠다고 말한 것은 송석석의 신분을 이용해 소 대장군에게 병력을 더 배정받아 자신을 보호하고 공을 세우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지금 들으니 동행하는 게 고작 일곱 명이니, 공을 세우는 건 고사하고 살아서 돌아오기만 해도 다행일 판이었다.이방은 어리석지 않았다. 위험이 이득을 뛰어넘는다면 그녀는 당연히 가지 않을 것이었다.그러나 그녀는 곧장 거절하지는 않고 몸을 일으켜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애초에 다섯 명이 가려고 했던 거요? 그렇게 적은 인원으로 정말 임무를 확실히 완수할 수 있다고 자신하오?”송석석도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답했다.“세상일에 절대란 없죠. 다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이방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럼 너희는 확신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 거지?”“육칠 할 정도요. 설령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무사히 돌아올 수는 있습니다.”사실 이 질문에는 답할 생각이 없었지만, 외조부와 장군들이 보는 앞이라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방에게 답한 것은 곧 모두에게 보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이방은 반박했다.“양식 창고라면 분명 주력 병력이 지키고 있을 텐데, 고작 다섯 명이 가서 어떻게 감히 육칠 할의 확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게다가 무사히 돌아온다는 말도 가당찮소. 만일 이번 작전이 실패하면 두 번 다시 이런 방식으로는 접근도 못 할거요.”그녀는 소 대장군을 향해 공손히 절하며 단호하게 말했다.“대장군, 소장이 생각하기로는 이는 중대한 작전이오니 반드시 정예 병력을 파견해야만 승산이 있습니다. 전 장군과 제가 정예 부대를 이끌고 녹분성으로......”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 장군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방금 소 대장군께서 이미 기습 작전으로 결정하셨소.”그러자 이방은 다시 한번 간청했다. “대장군, 일곱 명은 너무 적습니다. 불을 붙일 기름만 운반해도 버거울 텐데, 만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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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대장군부를 나서자, 송석석은 앞쪽에서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이방은 분노에 차 거칠게 말했다.“도대체 뭘 그렇게 잘났다고 나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작전에 정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까?송석석이라는 저 여자 말을 그대로 믿는다고요? 그쪽 말은 곧이곧대로 믿으시면서 제 말은 통 안 들으시네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나서시는 겁니까? 잊지 마세요. 장군 조상도 대장군을 배출한 가문 출신이에요. 하늘에서 그분들이 장군이 여자 하나한테 아부 떠는 꼴을 보면 눈을 감지 못하실 겁니다.”전북망도 이 말에 불쾌해졌는지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왜 꼭 말을 그렇게 밖에 못 하시오? 그녀 말을 믿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 병력이 서경군에 비해 한참 밀리잖소. 이틀을 싸웠지만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고, 죽거나 다친 형제들도 많소. 내일 전투에서 정예 병력을 일부라도 빼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거요.송석석이 말한 기습 작전이 지금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그 방법이 최선이라고요?”이방은 그의 말을 끊으며 더 격해졌다.“혹시라도 실패하면 장군 목숨이 녹분성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건 생각 안 해보셨어요?”전북망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안 가더라도 내일이면 어차피 전장에 나가야 하오. 계속 이렇게 싸우면 우리가 정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오늘 내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적의 칼은 내 목에 꽂혔을 거요. 그리고 오늘, 당신 오라버니가 대신 칼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당신도 지금쯤 죽었거나 크게 다쳤을 거요. 지금도 오라버니가 부상병 막사에 누워있다는 걸 잊지마시오.”그의 말은 점점 작아졌지만, 의지는 단단했다.이방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듯했다.송석석은 이방과 전북망을 뒤로 하고, 일행을 이끌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진쯤 휴식을 취하고 바로 출발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저 둘이 따라오든 말든 이번 작전에 큰 지장은 없었다.다만 그녀는 전북망은 결국 따라올 거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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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결국 만두와 몽동이가 전북망을, 신신과 시만자가 이방을 데리고 가며, 일행 일곱 명은 밤을 틈타 빠르게 길을 나섰다.가시덤불이 숲처럼 뒤엉켜 지나갈 수 없었고, 내공을 낭비하기도 싫어 낫으로 길을 냈다. 길은 밤인지 낮인지도 모른 채 이어졌다. 이방과 전북망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놨고, 차라리 날개라도 돋아서 스스로 날아갔으면 싶을 만큼 질질 끌려가며 걷고 있었다.체면이고 위신이고, 다 내팽개쳐진 지 오래였다.그들 스스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일이었건만, 날이 밝고 보니 어느덧 그들은 이미 녹분성 밖 산 아래에 도착해 있었다.그것도 그저 횡산을 내려온 것이 아니라 녹분성에서 송진을 채취하던 산을 넘어 내려온 터라, 결국 산 하나를 더 넘은 셈이었다.송석석은 그래도 매정하진 않았다. 산을 내려오자마자 길가에 멀쩡히 앉아 말없이 사람들에게 건조식량을 꺼내 나눠줬다. 이미 모두 녹분성 산민 복장으로 갈아입은 터였지만, 이방은 여전히 이렇게 대놓고 행동하는 게 너무나 위험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허기는 극심했으며 입 안은 바짝 말라붙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길바닥에 쓰러져 한 시진쯤 자고 싶었다. 어젯밤 전투 이후, 겨우 한 시진 눈을 붙였을 뿐인데 그것마저 제대로 잠들지도 못했다. 계속 이번 작전의 승산을 머릿속에 되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원래 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젯밤 진영으로 돌아가던 길에 문득 생각이 미쳤다. 지금 송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전장에서 전사했고, 송씨 부인에게 외동딸인 송석석 하나만이 남았다는 사실이었다. 소 대장군은 그녀의 외조부이니, 결코 이 손녀가 위험에 빠지는 걸 두고 보진 않을 터였다. 오히려 그녀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힘껏 밀어줄 것이다.그래서 생각했다. 분명 다섯 명만 보낸 게 아니라, 분산되어 따로 작전을 맡은 병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껏 누구 하나 보이지 않았기에, 이방은 냉혹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임무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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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그는 이방과 함께 뒤쪽에서 걷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소. 소 대장군이 그녀를 밀어주려는 게 분명하오.”이방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정말요? 누가 몰래 따라온 거라도 봤어요?”전북망은 조용히 답했다.“양식창고가 있는 곳이 녹분성이니 우리가 오는 길에 초병 순찰쯤은 반드시 마주쳤어야 하는데, 한 번도 마주치질 않았소. 게다가 우린 산을 돌아서 외진 길만 골라 다녔고, 지나친 마을도 꽤 되지.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길을 알았겠소? 내가 살펴보니, 누군가가 길목마다 표식을 남겼더군. 즉, 우리보다 먼저 누가 길을 미리 답사했다는 뜻이지. 어쩌면 지금쯤 이미 양식창고 근처에 숨어 있을 수도 있소.”이방은 애초부터 소 대장군이 외손녀를 위험하게 내버려둘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북망의 말을 듣고 나니, 속으로는 경멸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쨌든 자기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따라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니었으면 이번 공을 놓칠 뻔했으니 말이다.“역시 장군께선 선견지명이 있네요.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하신 건 잘한 것입니다.”전북망은 무심결에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이제야 눈치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방의 눈에 담긴 그 칭찬을 보고는 입을 다물고 미소로 대신했다.두 사람은 자신들이 조용히 얘기했으니 앞쪽 다섯 명은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고스란히 송석석 일행 귀에 다 들어갔다.시만자는 낮게 중얼거렸다.“속물 같긴.”그들은 송석석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혹은 누군가의 지원을 받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석석이 부르면 함께할 뿐이었다. 어떻게든 맡은 일을 잘 해내는 것만이 그들의 마음이었다.해가 저물 무렵, 일행은 양식창고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객잔에는 들르지 않고 허름한 빈집을 찾아 들어가 쉬었다. 전북망은 집 바깥에 버려진 진달래꽃 하나를 보고는 바로 확신을 굳혔다. 누군가가 정말 이 작전을 뒤에서 돕고 있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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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이방은 신신의 말에 분해서 이를 앙하고 다물었지만, 무공이 딸리는 건 사실이었기에,괜히 맞서봤자 창피만 당할 뿐이었다. 어차피 밤을 새는 보초를 안 서게 됐으니, 이 정도 모욕쯤은 참을 수 있었다.그날 밤, 본래는 몽동이와 만두 두 사람이 번갈아 밤을 샐 예정이었지만, 송석석은 다들 너무 지쳐 보인다고 판단해 다섯 명이 나눠 돌아가며 보초를 서자고 했다.첫 순서는 송석석이었다. 그녀는 채찍을 곁에 두고 문가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문은 부서져 있어 잠글 수도 없고, 그저 대충 닫아두는 게 전부였다.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오래도록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런 것쯤은 각오한 일이었기에 심지어 시만자조차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드러누워 잠들었다.송석석은 분명 지쳐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은 또렷했으며 온몸에 경계심이 가득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서경 태자가 지금 이 녹분성 안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성 안의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그녀는 그와의 모든 접촉을 피하려 했다. 그의 생사는 상국 사람들과 털끝만큼도 엮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송석석은 잘 알고 있었다. 서경 태자가 녹분성에 나타난 것은 서경 조정 내 당쟁이 얽힌 결과였고, 이는 음모와 계산이 뒤섞인 일이었다. 그녀는 개입할 수 없으며 휘말려서도 안 되었다. 일단 휘말리기만 하면 어느 한 세력을 반드시 적으로 돌리게 되고, 그것은 결국 상국에 불필요한 화를 불러오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녀는 반 시진 정도를 그렇게 깨어 있었다. 졸리지도 않았기에 만두를 깨우지 않고 그대로 계속 자리를 지켰다.대략 시각이 된 듯하여 그녀는 다른 이들을 깨웠다.“왜 우릴 안 깨웠어?” 몽동이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그제서야 두 시진이 다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숨도 안 자고 있었던 거야? 그럼 안 되지.”“난 하나도 안 졸려. 방금 잠시 앉아서 기를 돌렸더니 오히려 정신이 아주 맑아.” 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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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이방은 감히 송석석의 말에 맞받아치지 못하고, 꿈 참고 전북망에게 말했다."장군, 저랑 하시죠."전북망은 담담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우린 그냥 명령대로 따르는 것이 좋을 듯 하오. 공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소. 임무를 완수하고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지."그도 송석석이 진짜 혼자서 양식 창고에 들어갈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주변의 장작에 불이 붙으면 창고는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안에서 불을 지핀다면 그 불길을 어떻게 빠져나온다는 말인가?그러니 전북망은 추측했다. 주위에서 불을 지필 때, 이미 양식 창고 안에 잠복해 있던 사람이 불을 붙일 거라고 말이다. 송석석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역할을 맡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전북망은 처음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관직 사회가 참으로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문벌 귀족은 대대로 이어지고, 조상과 부친의 힘만 있으면 손쉽게 출세하거나 공을 세워 가문을 빛낼 수 있었다.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자신의 부친은 평범한 인물이었고, 만약 조부가 전장에서 공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부친은 관직 하나 얻지 못했을 것이며, 이 장군부조차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었다.그리고 그가 지금껏 분투해온 의미도 결국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자신의 자손들이 자신의 덕을 입어 전씨 가문의 문벌을 다시 빛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게다가 송석석은 무공이 엄청나게 뛰어났다. 그녀는 능력이 있었다.조상 대대로 내려온 복이 있고 스스로의 실력도 있으며, 또 누군가의 뒷받침까지 있다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설령 여인일지라도 말이다.그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전북망은 더는 괴롭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자신의 처지와 자신의 능력으로 조금이라도 덕을 볼 수 있다면 다행일 뿐이었다.그는 기름통을 짊어지고 함께 어둠 속으로 출발했다.녹분이성은 신시부터 제진이 시작되어 날이 밝을 때까지 이어지는데, 지금은 제진 시간 안이었기에, 그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심지어 경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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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송석석은 모두가 무사히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후, 불길이 좀 더 번지기를 기다리고 나서야, 경공을 사용해 양식 창고로 날아갔다.대부분 사람들이 불을 끄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양식 창고는 가장 중요한 장소인 만큼 여전히 수십 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산골 주민 복장을 한 송석석을 보고 다가오려 했다.그러자 송석석은 곧장 들고 있던 기름통을 들어 올리며 서경 말로 크게 외쳤다.“불이야! 불!”그녀는 이렇게 외치며 동쪽 화재 지점으로 달려갔는데, 누가 봐도 불을 끄러 가는 듯한 모습이었다.마침 인근 백성들도 불을 끄기 위해 몰려오고 있었기에, 맨 앞줄을 달리는 송석석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두꺼운 천으로 불을 덮는 사람, 물통을 들고 뛰는 사람, 모래를 퍼붓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방법이 총동원되었다.하지만 화력이 강했기에, 불길이 양식 창고로 번지는 것을 막는 건 쉽지 않았다.송석석은 기름통을 든 채 인파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틈을 노려 병사들을 피해 양식 창고 안으로 잠입했다.창고 안에는 양식이 마대자루에 담겨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양만 봐도 수란석이 성릉관을 반드시 함락시키겠다는 결의를 짐작할 수 있었다.송석석은 양식 더미에 기름을 끼얹은 뒤 불씨를 던졌다. 그런데 그 순간, 등 뒤에서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거기 멈춰!”송석석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나 빨리 들켰단 말인가?하지만 불길이 이미 치솟는 것을 본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곧바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수비병들과 한판 붙을 각오로 탈출할 기회를 노리며 손에 채찍을 쥐었다.하지만 두 발짝 채 뛰기도 전에 놀란 듯 도망쳐 들어오는 이방을 보았다.송석석은 당황했다. 모두 도망쳤던 게 아니었나? 설마 다시 잡혀온 건가?주변을 재빨리 둘러봤지만 이방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수비병들은 무려 열댓 명이나 뒤따라 들어오고 있었다.송석석은 전투 태세로 전진함과 동시에 채찍을 휘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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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신신과 만두는 그들을 밖으로 빠져나가게 한 뒤, 다시 돌아와 송석석의 탈출을 도왔다.이방이 죽으려고 작정해서 몰래 되돌아온 탓에, 그녀가 석석의 발목을 잡을까 두려워 그들도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전북망은 이방을 업은 채 마치 머리 잃은 파리처럼 이리저리 헤매며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고, 이방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아직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수비병의 칼이 그녀의 다리 위로 툭 떨어졌다.찢어질듯한 비명이 양식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전북망은 자신을 향한 칼날들을 간신히 막아내며 뒤를 돌아봤는데,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져 있었다. 이방의 왼쪽 다리에는 이미 칼이 깊게 박혀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장군! 살려주세요......”이방은 비명을 질렀고, 고통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병사들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생포하려는 듯, 더 이상 치명타는 가하지 않았다.한 병사의 칼날이 그녀의 목에 들이대졌다. 누군가가 그녀를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격분한 병사들이 무슨 말을 중얼거리며 고함쳤고, 이내 다른 병사가 밧줄을 들고 와 그녀를 결박하려 했다.그때,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한 소장이 몇몇 병사들과 함께 달려왔다. 그 소장은 피곤에 지친 듯했지만 눈빛은 날카롭고 기품이 느껴졌으며, 분명 평범한 가문 출신은 아닌 듯 했다.그를 보자 병사 둘이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이방은 그를 보는 순간, 결코 보통 인물이 아님을 직감했다. 목에 칼이 닿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전북망에게 소리쳤다.“장군! 저 사람을 인질로 잡아야 우리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소장은 이방의 말을 알아들은 듯,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전북망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정신도 흐려졌다. 하지만 이방의 말에 반사적으로 그 소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검은 빛이 번쩍이는 순간, 전북망이 치켜든 팔이 뚝 잘려 나가 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장군!”이방은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목에 칼이 얹혀 있어 꼼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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