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 파는 게 좋을 것 같아. 사실 나도 집 팔 생각이야.”애교 누나와 형수의 생각은 일치했다.아마 애교 누나는 빈털터리가 된 왕정민이 다시 돌아와 자신을 귀찮게 할까 봐, 괴롭힘에서 벗어나려고 집을 팔려는 게 아닌가 싶다.“태연아, 우리 또 같은 데로 사자. 예전처럼 이웃으로.”애교 누나는 형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 말에 형수는 싱긋 웃었다.“당연히 좋지.”두 사람은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예전에 나는 어떻게 하면 애교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고, 형수를 어떻게 꼬실지만 생각하느라 머릿속에 야릇한 장면만 가득했다. 그때는 아직 성을 접촉해 본 적도, 관계를 해본 적도 없기에 욕망에 쉽게 휘둘리곤 했었으니까.하지만 현재,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고 어떻게 하면 사업을 확장할 것인가 하는 생각뿐이다.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다.고아연도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있어 나는 팔꿈치로 그녀를 쿡쿡 찔렀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무슨 말? 난 집 살 능력도 없고, 바꾼다고 해도 월세방으로 알아봐야 하는데 어떻게 끼어?”고아연의 반문에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평소 찍는 쇼츠 인기 엄청 많잖아요. 그러면 돈 많이 벌었을 텐데, 돈은 어디 갔어요?”“그건 따로 쓸 데가 있어.”“쓸 데 어디요? 결혼도 안 했고, 매일 남자 친구를 바꾸면서...”“무슨 뜻이야?”고아연은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봤다.나는 다급히 해명했다.“별 뜻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요. 아연 씨가 독립적인 여자라 남자가 번 돈으로 살 필요 없다는 거 알아요. 난 단지 아연 씨가 평소 쓰는 돈도 없을 텐데 돈을 왜 못 모았는지 궁금한 것뿐이에요.”“말했잖아. 쓸 데 있다고.”고아연의 낯빛은 여전히 어두웠고 말투도 차가웠다.‘그래. 뭐, 나 때문에 대화 다 망쳤네.’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수호 씨, 나도 수호 씨 집 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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