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의 모든 챕터: 챕터 1361 - 챕터 1370

1632 챕터

제1361화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임 사장님, 사실 그냥 저와 엇나가고 싶은 거죠?”“맞아요.”유미 사모님은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이에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내가 정 사장님께 빚진 걸 돌려받겠다는 건 모두 핑계일 뿐이었다. 유미 사장님의 진짜 목적은 나와 맞서는 거다.이미 내가 죽도록 미운 거겠지.사모님 마음속에 사장님은 대체 불가한 존재이기에, 내가 사모님 부모님의 양아들이 되어드리는 것도 사모님은 용납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걸 알고 나니 나는 마음이 미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기쁘기도 했다.“사모님, 마지막으로 사모님이라고 부를게요. 저한테 맞서는 게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하지만 전 이제 예전의 제가 아니에요. 저와 맞서려면 실력이 있어야 할 거예요.”“저, 정수호는 절대 예전에 사모님과 알던 사이라고 봐주지 않을 거예요.”내 말에 사모님의 눈동자는 선명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원래대로 회복하더니 피식 웃음을 흘리고 선글라스를 쓰고는 유유히 사라졌다.그때 민우가 다가와 물었다.“수호야, 괜찮아?”“응.”“정말 괜찮아?”현성도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이에 내가 대답했다.“정말 괜찮아. 사모님이 나랑 경쟁하려 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면 되지. 난 경쟁하는 것도 두렵지 않고 적도 두렵지 않아. 사모님은 더더욱 두렵지 않고.”꽤 평온한 나를 본 현성과 민우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비록 이번 일로 충격을 받고 이해되지 않는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좋게 끝난 듯싶다. 물론 앞으로 사모님과는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없고, 경쟁상대이자 적으로 지내야 하지만.하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러면 더 이상 헛된 망상을 할 리도 없고, 사장님께 미안한 짓을 할 리도 없으니까.다시 사무실로 들어온 나는 복잡한 생각을 뒤로 하고 얼른 일에 집중했다.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소비 능력이 뛰어난 단골을 만드는 거다. 소비 능력이 뛰어난 고객만이
더 보기

제1362화

현성과 민우는 주해진을 향해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조상부터 인체 기관까지 어느 곳 하나 욕하지 않은 곳이 없다.“수호야, 아무리 봐도 주해진과 김진호를 내쫓아야 해. 그 두 자식 때문에 불안해 죽겠어.”민우의 건의에 현성이 바로 맞장구쳤다.이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우선 너무 흥분하지 마...”그때 민우가 불쑥 끼어들었다.“어떻게 흥분을 안 해? 그 자식이 몰래 장부를 베껴 오라잖아. 그다음에는 뭐 할지 모른다고.”“몰래 장부를 베끼라는 건 우리를 믿지 못하는 거야. 우리가 장부에 손쓸까 봐.”“이런 수법은 너무 저급해서 신경 쓸 것도 없어.”민우는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오호? 설마 방법이 있는 거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있긴 있어...”나는 임화영을 보며 말했다.“알겠으니까 우선 가 봐.”임화영은 내가 자신을 경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럼 돌아가서 주해진한테는 뭐라고 말하면 돼?”“걱정하지 마. 내가 장부 줄 테니까.”“알았어. 그럼 갈게.”임화영이 떠난 뒤 우리 셋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때 민우가 다급히 물었다.“수호야. 대체 무슨 방법인데? 얼른 말해 봐.”“사실 아무 방법도 없어.”“뭐? 그런데 방금 왜 그렇게 말했어?”현성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나는 씨익 웃었다.“임화영 들으라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야.”“무슨 뜻이야? 임화영은 이제 우리 사람 아니야? 설마, 우리한테 넘어온 척 연기하면서 아직도 주해진을 돕고 있어?”“젠장. 진짜 비겁한 여편네네. 보아하니 다시 한번 혼내줘야겠어.”현성과 민우는 성격이 어찌나 급한지 길길이 날뛰었다.그때 내가 얼른 끼어들었다.“너무 서두르지 마. 내 말 우선 들어 봐.”그제야 두 사람은 조용해졌고, 나도 계속 말을 이었다.“임화영이 다시 주해진한테 빌붙은 건 아닐 거야. 내가 그렇게 말한 것도 이유가 있어. 임화영이 비록 주해진한테 빌붙지 않았어도 아마 약점 잡힌 게 있을 거야.”
더 보기

제1363화

“임화영이 그 소식을 주해진한테 흘리고 난 뒤에는 어쩌려고? 적어도 주해진과 김진호를 쫓아낼 방법은 생각해야 하지 않아?”민우가 다시 화제를 돌렸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지금은 적절한 계기가 필요해. 아무 계기도 없이 주해진과 김진호를 내칠 수 없어.”“하지만 약속할게. 만약 그 계기가 생기면, 두 사람을 기꺼이 나가게 할게.”민우와 현성은 나한테 대체 얼마나 대단한 방법이 있는지 무척 궁금한 모습이었다.이에 나는 웃으며 뜸 들였다.“아직은 비밀.”그 후, 나는 고수연더러 가짜 장부를 만들게 하고 우리 셋이 개인적으로 받았던 주문은 모두 숨겼다.사실 전에는 주해진과 김진호와 그 돈을 평균적으로 나눌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꾸만 일을 엉큼한 속내를 드러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때문에 가게 매출만 정리하고 우리가 개인적으로 번 돈은 우리 셋만 나누기로 했다.그날 오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가게를 키울지 계획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맞다. 수호야. 내일 네가 설아 아버지랑 만나 봐.”민우가 문뜩 귀띔했다.이에 내가 대답했다.“당연하지. 참, 민우야. 너 혹시 J시 고객이 언제 오는지 알아?”“상세한 건 나도 몰라. 그래서 네가 먼저 설아 아버지와 만나봐야 해. 그리고 J시에서 온 고객 신분이 아주 특별해서 우리 가게로 직접 오지는 않을 거야. 그때 가서 직접 만나러 가야 해.”“그 외 주의해야 할 세부 사항은 네가 설아 아버지한테 물어봐.”민우가 알고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때문에 내일 임설아의 아버지를 만나 더 알아봐야 했다.“됐어. 오늘은 우선 이렇게 하고 내일부터 각자 움직이도록.”모두 다른 의견은 없었다.그 뒤로 현성은 월세방으로 돌아가고 민우는 임설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형수 집으로 향했다.다만, 내가 한의관에서 나왔을 때 늘씬한 인영 하나가 내 앞길을 막아섰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소여정이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
더 보기

제1364화

“다, 당장 비켜요.”나는 두 손을 벌린 채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허둥댔다.하지만 소여정은 비키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더 꼭 껴안았다.“싫어. 나 지금 힘 빠졌는데 어디로 가라는 거야? 응? 네 마음속으로 들어가라고?”“미쳤어요? 나 죽는 꼴 봐야겠어요?”정태곤도 강북에 왔다는 걸 나는 잊지 않았다.만약 정태곤이 나와 소여정이 이랬다는 걸 알면 아마도 나를 고기 다지듯 다져버릴지도 모른다.소여정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나를 위해 죽으라면 죽을 거야?”“아니요!”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소여정이 나와 무슨 사이인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소여정을 위해 죽어야 하지?소여정은 힘껏 꼬집었다.“양심도 없는 것. 내가 전에 그렇게 도와줬는데.”“뭐예요? 이제야 내가 S성에 갔을 때 도와준 거 인정하는 거예요?”“흥. 내가 몰래 뒤에서 돕지 않으면. 그 돈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 잊지 마. 그곳은 임천호 구역이었어.”“고맙네요.”소여정은 씩씩거리며 나를 째려봤다.“고마움의 표시가 고작 그거야?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야?”나는 기회를 틈타 서둘러 소여정을 밀쳐냈다.“원하는 대로 보답할게요. 하지만 더 이상 나 해치지 마요. 정태곤도 강북에 왔다고요.”“알아.”소여정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질러넣고 가볍게 말했다.그 태도에 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알아요? 아는데 이런다고요? 정태곤이 얼마나 미친놈인지 알면서, 만약 그 자식이 우리가 이런 걸 알면...”“음흠, 그래서? 정태곤이 너 죽일까 봐 두려워?”소여정은 싱긋 웃으며 물었다.나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소여정의 괴상야릇한 표정을 보니 하려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렇다고 말하면, 내가 여전히 겁쟁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나는 겁쟁이가 아니다. 겁쟁이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두려운 게 아니면, 뭘 그렇게 걱정해?”소여정은 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누나 오늘 기분 안 좋은데 나랑 같이 밥 먹자.”“소여정
더 보기

제1365화

‘이 정도 양을 먹고 배부를까?’‘역시 한식이 좋아. 배불리 먹을 수 있고.’하지만 너무 배고팠던 지라, 나는 가리고 말고 할 것 없이 바로 포크를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소여정은 내 행동에 웃음을 흘렸다.“왜 웃어요? 저 나이프와 포크 쓸 줄 몰라요.”내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그거 웃는 게 아니야. 그냥 허세도 안 부리고 멋 부리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뭐라는지 모르겠네요.”“칭찬하는 거야.”“고맙네요.”나는 스테이크를 포크로 찔러 바로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역시나 맛이 없었다.나는 이런 스테이크보다는 소고기볶음이나 무침이 더 좋다. 무엇보다 스테이크 하나를 다 먹어도 전혀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나는 결국 접시에 담긴 풀떼기와 장식용 꽃까지 모두 먹고 와인잔까지 깨끗이 비웠다.그때 옆 테이블에 있던 여자가 나를 비웃었다.“촌구석에서 왔나? 먹을 줄 모르면 이런 데 오지나 말지.”여자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나와 소여정은 똑똑히 들었다.하지만 나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소여정이 바로 나이프를 내려놓고 다가가더니 ‘짝’하고 여자의 귀싸대기를 날렸다.그 순간 여자는 욱해서 벌떡 일어섰다.“뭐 하는 거예요? 왜 때려요?”소여정은 냉소를 흘렸다.“때리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미친. 나 당신 신고할 거야...”소여정은 두말없이 현금 2백만 원을 꺼내 여자 앞에 뿌렸다.“필요 없어. 경찰이 와도 벌금 몇만 원에 10일간 구속하는 게 다야. 여기 2백만 원이야. 이 정도 보상이면 충분하지?”“누, 누가 돈 달래?”여자는 말로는 아닌 척하지만 시선은 바닥에 떨어진 돈을 향했다. 그건 분명 마음이 흔들린 눈빛이었다.여자는 겉보기에 화려한 것 같아도, 사실 몸에 걸친 옷과 장신구는 모두 임대한 것이다. 그것도 돈 많은 남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하지만 2백만 원이면 그녀가 진짜 브랜드를 살 수 있기에 충분했다.호여정은 단번에 여자 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자기
더 보기

제1366화

소여정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지금 나 칭찬한 거야? 놀랍네, 나를 다 칭찬하고. 정수호, 우리 안 지 꽤 되는데, 나 처음 너한테 칭찬받은 거 알아?”소여정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런 모습은 그동안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지금껏 소여정을 만날 때 그녀의 신분 때문에 나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심지어 대부분의 경우 소여정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면이 있는지 일부러 무시했다.하지만 지금껏 소여정은 나에게 장난치는 것뿐 선 넘는 행위는 한 적이 없다. 매번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던 거다.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관찰하니, 소여정은 매력적인 외모 뒤에 총명하고, 성숙하고 귀여운 모습이 숨어 있었다.소여정은 현재 30살이다. 하지만 임천호의 정부로 지낸 지는 벌써 7, 8년 정도 되어간다. 그렇다는 건 소여정이 22, 23살 때부터 임천호의 정부 노릇을 했다는 뜻이다.그 나이는 여자가 이제 갓 대학을 나와 사회에 호기심이 가득할 때다. 소여정은 그때 얼마나 성숙하고 지혜로웠기에 늙은 남자의 정부가 되었을까?소여정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사실 이런 방식으로 물질적인 만족을 얻을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답은 희생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소여정에게 존경심까지 생겼다.“맞아요. 칭찬하는 거예요.”나는 진심으로 말했다.소여정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눈을 반짝거렸다.“더 칭찬해 줘.”“왜요?”나는 소여정 눈에 맺힌 반짝이는 눈물을 바로 발견했다.내 말에 소여정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니, 그냥 네가 진심으로 나 칭찬하는 거 듣고 싶어서. 내가 임천호 정부가 된 뒤로 그런 칭찬 들은 적 없거든.”“그럴 리가요. 백 쌤도 있고, 유미 사모님도 있고, 이분들 다 소여정 씨 친구잖아요. 친구들은...”나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소여정의 친구들이 소여정을 칭찬할 리가 있나? 최대한 소여정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뒤에서는 도덕적인 기준을 들이대며 평판을 나누기 일쑤였다.나는 순간 소여정이 불쌍해
더 보기

제1367화

“누구보다 뭐? 불쌍하다고?”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소여정이 또 싱긋 웃었다.“나 동정하지 마.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거야.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어.”소여정은 또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나도 그냥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여정 씨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거 나도 알아요. 후회할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요.”“하지만 오늘 확실히 달리 봤어요. 소여정 씨도 울 때가 있네요. 난 또 강철로 만든 줄 알았거든요.”소여정은 내 말에 웃음을 흘렸다.“내가 강철 인간이라고? 내가 얼마나 부드럽고 여린데. 형용할 줄 모르네.”‘내가 알던 소여정이 다시 돌아왔네.’“혹시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돼?”“뭔데요?”나는 이번에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물었다.그러자 소여정이 대답했다.“나랑 좀 같이 걸어줘.”“그래요.”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우리는 강가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한참 동안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다.나는 가끔 소여정을 바라봤다. 그녀는 걱정이 많아 보였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한참 걷다 보니 피곤해져 우리는 강가의 벤치에 앉아 휴식했다.소여정은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나 대학 다닐 때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남자 친구가 있었어. 사이도 꽤 좋았고. 그래서 졸업하면 결혼해서 애도 낳을 줄 알았어...”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듣기만 했다.소여정은 다시 말을 이었다.“하지만 내가 그 남자를 저버리고 배신하고 상처 줬어.”나는 여전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소여정이 갑자기 피식 웃었다.“지금껏 8년이 흘렀는데, 우리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한 적 없어. 그런데 그 사람이 곧 강북에 온대.”‘어쩐지 수심에 차 있다 했더니, 이런 거였네.’“그 사람 혹시 소여정 씨 만나러 오는 거예요?”“아니. 만약 내가 그리웠으면 진작 찾아왔겠지. 왜 지금까지 기다리겠어? 그 사람 임천호 만나러 오는 거야.”“임천호를
더 보기

제1368화

소여정은 계속해서 내 어깨에 기댔다.“난 가망 없는 일에 희망을 걸지 않아. 사람은 바라는 게 너무 많으면 안 돼. 희망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야.”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하지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 살아가는 게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현실은 안 그래도 잔혹한데, 꼭 잔혹한 현실로 자신을 마비시켜야 해요?”“그래서 내가 너 놀리는 거 좋아하잖아.”소여정은 말머리를 돌리며 나에게 기댔다.나는 순간 넋이 나갔다.“나를 놀리는 게 재미를 위해서예요?”“나도 일부러 놀리는 건 아니야. 하지만 매번 너를 놀리면 엄청 편안하고 자유롭거든. 그래야 내가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소여정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왜? 화났어?”“아니요. 그냥 어이없어서요. 난 소여정 씨가 장난칠 때마다 무서워 죽겠어요. 심지어 일부러 나 죽는 꼴 보려고 놀린다는 생각까지 들어 미워요. 그런데 말 들어보니, 그거로 소여정 씨가 편해질 수 있다면 괜찮은 것 같아요.”“아주 공평무사하네.”소여정은 나에게 바싹 다가왔다. 저녁 날씨는 조금 쌀쌀했는데, 옷을 얇게 입어 추운 모양이었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소여정을 끌어안았다.“난 공평무사한 게 아니라, 소여정 씨가 유미 사모님과 백연우 씨 절친이라 내 친구기도 해서 그래요.”“추워. 나랑 같이 집에 가지 않을래?”소여정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스톱! 소여정 씨 옆에 앉아 있는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거예요. 너무 과분한 요구는 하지 마요.”“하지만 정말 추워. 넌 안 추워?”나도 사실 추웠다. 하지만 소여정이 사는 곳에 가는 건 싫었다.내가 그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다.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건 안다.“조금만 더 있다 가요.”“난 아직 가고 싶지 않아. 먼저 가. 난 혼자 더 앉아 있을게.”소여정은 갑자기 이해심이 많아졌다.나는 가고 싶었지만 옷을 얇게 입은 소여정을 보니 이대로 앉아 있으면 감기에 걸리겠다는
더 보기

제1369화

왠지 남주 누나가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듯했다.나는 문에 바싹 기대에 엿들었다. 곧이어 남주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고정훈, 더 이상 나한테 매달리지 마. 더 좋은 사람 찾을 수 있으면서 왜 나를 놔주지 않는 건데?”남주 누나와 대화 중인 사람은 고정훈이었다.곧이어 고정훈이 말했다.“자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내 아이의 엄마야...”“그만해! 할 수만 있다면 그때 당신이랑 결혼하지 말고, 가족이 되지 말았던 걸 그랬어. 고정훈, 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해. 애초에 결혼도 천용권한테 나도 받아주는 상대가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한 거야.”“당신이랑 이 작은 도시에서 가정 꾸리고 사는 거 이젠 질렸어. 난 더 이상 이런 생활하기 싫어. A시로 돌아갈 거야.”“A시로 가고 싶다면 나도 안 막아.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게 가족 품에 돌아오는 것과 뭐가 모순 되는데?”“당연히 되지. 당신과 아이는 나한테 짐밖에 안 돼. 내 발목 잡는다고.”남주 누나는 강수를 두었다.나는 비록 고정훈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안색이 얼마나 안 좋을지 상상이 갔다.‘하!’나는 더 이상 듣기 힘들어 형수 집으로 들어갔다.형수는 샤워를 마치고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형수, 혼자 씻은 거예요?”나는 형수가 넘어지거나 부딪힐까 봐 걱정되어 얼른 형수 옆에 다가가 앉았다.형수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목발 짚어서 괜찮아요. 수호 씨가 너무 늦게 와서 혼자 씻었어요.”“오늘은 상황이 좀 특수했어요. 앞으로 일찍 일찍 다닐게요.”“나한테 약속할 필요는 없어요. 수호 씨도 남자고 사업 때문에 바쁘잖아요. 난 수호 씨가 결혼하기 전에 수요를 해결해 주는 것뿐이에요.”나는 진지한 얼굴로 형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됐어요. 난 수호 씨가 이렇게 진지한 모습이 제일 싫어요.”형수는 자기 다리를 내 몸 위에 올려놓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형수의 다리를 주물렀다.그때 형수가 물었다.“수연은 요즘 무
더 보기

제1370화

그 노크소리는 매우 다급해 듣는 사람의 마음마저 불편하게 했다.나는 상대가 고태식일까 봐 걱정되어 형수를 방에 들여보내고 문 쪽으로 가서 확인했다.그때 문밖에서 고아연의 목소리가 들렸다.“나야.”나는 얼른 문을 열었다.“왜?”“우선 들어가서 얘기할게.”집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고아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형수는 셋째 동생을 보더니 얼른 방에서 나왔다.“아연아,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렇게 허둥대?”“언니, 둘째 언니가 맞았어.”“누구한테?”형수는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고아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아빠.”“아빠한테 맞았다고? 아빠가 왜 수연을 때리는데?”상황을 보니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결국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사실 수연 씨가 집에 안 온 건 일 처리할 게 있어서예요. 형수가 화낼까 봐 말 안 한 거고요.”형수는 얘기를 듣더니 너무 화가 나 씩씩거렸다.“진짜 너무하네! 당장 돌아가서 따질 거야!”고아연은 얼른 형수를 잡았다.“언니, 둘째 언니가 이미 갔어. 언니더러 상관하지 말래. 집에 돌아오지도 말고.”“사실 언니가 돌아갈까 봐 걱정돼서 다 말한 거야. 아빠는 지금 우리 세 자매가 모두 쓸모없다고 여겨. 그래서 얼른 예물 받고 팔아버려 노후 자금이라도 벌 생각이야.”“점점 미쳐가네!”형수는 너무 화가 나 얼굴이 시뻘게졌다.그때 고수연이 말했다.“맞아. 점점 심해지고 있어. 나도 이제 아빠 꼴도 보기 싫어. 앞으로 우리 다 집에 가지 말자. 두 분 알아서 살라고 해.”“아마 어려울걸요.”내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이에 나는 고태식이 전에 이곳에 찾아왔던 일을 털어놓았다.“형수 아버지가 여기 주소 알아요. 찾지 못하면 아마 직접 찾아올걸요. 정말 벗어나고 싶으면 이 집 팔거나 임대하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해요.”“그거 괜찮네. 내가 내일 다른 곳 알아볼게. 언니, 이 집 팔아. 우리 같은 동네 알아보자.”고아연이 말했다.형수는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혹시 집
더 보기
이전
1
...
135136137138139
...
164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