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이영희는 또 나를 바라봤다.“그리고 자네, 정수호라고 했던가? 이름도, 분위기도, 옷차림도, 심지어 그 외무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네.”“우리 언니가 동의해도, 난 지은이 자네랑 결혼하는 거 무조건 반대야. 오늘은 이쯤에서 멈추겠지만, 내가 죽기 전에 지은이랑 결혼할 생각은 접어!”윤지은은 이모가 이 정도로 극단적인 말까지 내뱉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난처해졌다.그때 이영희의 남편이 그녀를 잡아당겼다.“여보, 그만해. 그래도 첫 만남인데, 분위기가 어색해지잖아. 자기 언니와 형부가 오면 그때 얘기해.”남자는 비록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았지만, 나를 보는 눈빛은 경멸이 가득 차 있었다.내가 아무리 뻔뻔하고 멘탈이 강해도, 그걸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나도 어찌 됐든 살과 피로 되어 있고, 자존심 있는 사람이다.만약 이런 상황에서마저 히죽히죽 웃을 수 있다면, 나마저도 내가 다른 의미로 존경스러워졌을 거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외투를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윤지은이 얼른 달려와 나를 붙잡았다.“어디 가? 우리 엄마랑 아빠 이따가 곧 오는데.”나는 애써 분노를 삭이며 말했다.“나라고 남아 있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지은 씨도 봤잖아요, 나 도저히 여기 있을 수 없어요.”“저 집 식구들이 나한테 계속 핀잔을 주고 공격하고 내 자존심을 짓밟는데, 나더러 어떻게 계속 남아 있으라고요?”“알아. 나도 알아. 나도 강제로 붙잡으려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화가 난 채로 떠나는 게 싫어.”윤지은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내가 처리할게.”“우리 이모네 식구는...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정말 이러지 않았어.”“나도 알아요. 이해해요. 어쨌든 저 사람들은 지은 씨 가족이고, 난...”“됐어. 그만 화 풀고 가서 휴식해. 나를 믿어. 내가 이 일 꼭 제대로 처리할게.”윤지은은 재차 약속했다.윤지은이 나를 이렇게 감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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