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꿈속에 있었다.아침의 첫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자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습관처럼 옆자리에 손을 뻗었으나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온다연이 벌써 일어난 건가?’이상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낯익으면서도 낯설었다. 전통 가구 검은색 침대 시트 벽에는 유강후의 전통 무기 컬렉션이 가지런히 걸러져 있었다.이곳은 다름 아닌 소년 시절 그가 살던 유씨 가문의 방이었다.온다연과 함께한 뒤로 단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는데, 왜 하필 오늘 아침 이곳에서 눈을 뜬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또 술에 취해 이곳으로 돌아온 건가?’그는 고개를 저었고 그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했다.온다연을 찾아내 북미로 돌아간 일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는 사실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가슴이 서늘하게 식어 내렸다.‘혹시... 온다연을 찾은 건 그저 꿈이었던 걸까? 사실은 그녀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이미 생을 마감했다는 걸까?’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비릿한 맛이 치밀더니 입술 가장자리에 피가 번졌다.유강후는 침대 위에 주저앉듯 무너져 내렸다.‘다연아...’온다연이 세상을 떠난 지 3년, 이제는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그녀의 사진을 확인하려 했다.그러나 순간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손에 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쓰던 구형 휴대전화였고 화면에 떠 있는 날짜는 그가 열여섯 살이던 해 4월 20일을 가리키고 있었다.마치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 같았지만, 곧 그런 짓을 감히 자신에게 할 사람은 없다고 확신했다.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욕실로 달려갔다.거울 속에는 소년 시절의 앳된 얼굴이 비쳤다. 풋풋한 기운이 남아 있는 믿을 수 없는 자기 모습이었다.그는 떨리는 손끝으로 얼굴을 더듬으며 목소리를 높였다.“장 집사, 장 집사.”잠시 후 장화연이 들어왔다.평소보다 훨씬 젊어진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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