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가 다가와 그녀의 머리칼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온다연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며 그 손길을 피했다.그녀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그를 거부한 건 처음이었다.유강후의 미간이 희미하게 좁혀졌다. 이내 손짓을 하자 누군가가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대표님, 방금 전달되었어요.”뚜껑이 열리자 안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머리핀들이 빛을 뿜으며 들어 있었다.“네 생일 때 할아버지가 보내신 거야. 하지만 그다음 날 네가 도망쳐 버려서 보여주지도 못했어. 이번에 네 부모님을 뵐 때 쓰면 딱 좋을 거야.”온다연은 힐끔 안을 들여다보았다.다이아몬드와 보석이 박힌 머리핀들이 일고여덟 개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하나같이 진귀한 수집품 같은 품격을 풍겼다.유강후는 그중 파란 나비 모양 장식을 집어 그녀의 머리칼에 꽂았다.“오늘 옷이랑 잘 어울리네.”따뜻한 손끝이 머리카락을 스치자 온다연은 간지러운 듯 몸을 움찔하며 또다시 한 발짝 물러났다.“제가... 제가 직접 할게요.”그녀는 황급히 머리핀을 빼 귀 옆에 다시 꽂으며 분명 그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그 순간 유강후의 얼굴이 굳어졌다.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겼다.“온다연, 내가 널 이렇게 키워 온 게 나한테서 멀어지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온다연은 얼어붙은 채로 그를 올려다봤다.“아저씨...”유강후의 시선은 싸늘히 내려앉아 있었다.“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넌 벌써 도망치려 들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어?”순간 온다연의 머릿속이 하얘졌다.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손가락을 초조하게 꼬아 쥔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꼼짝도 못 했다.“죄송해요... 죄송해요...”유강후는 하늘의 달처럼 닿을 수 없는 존재였고 온다연은 그 빛을 더럽혀 버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과뿐이었다.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그 말밖에 할 게 없어?”온다연이 경원시에 있을 땐 염지훈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오히려 이곳에 와서야 우연히 마주쳤다는 것까지 그는 이미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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