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은 핸드폰 화면을 힐끔 봤다.재석이었다.“여보세요? 자기야, 새...”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거칠게 몰아쉬는 남자의 숨소리가 들렸다.정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당신...?”[나와, 정은아.]“뭐라고?”[집 앞이야. 나와.]순간, 뭔가를 직감한 정은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렸다.“어, 정은아...”소진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에서 불렀지만, 이미숙이 남편의 팔을 잡아끌었다.“됐어요. 보내 줘요.”“아니, 정은이 어디 가는데? 2분 뒤면 새해야...”“방금 그 전화, 조 교수였잖아요.”“네? 조 교수 전화면 그냥 안에서 받아도 되는 거 아니에요? 꼭 밖에 나가서...?”이미숙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별장 밖, 철제 대문 너머로 가로등 불빛 아래 정은의 눈에 익숙한 남자가 들어왔다.두꺼운 점퍼에 캐리어 하나, 얼굴에는 먼 길을 다녀온 사람이 보이는 특유의 피곤함과 미소가 동시에 얹혀 있었다.재석이었다.그가 정은을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렸다.정은은 그대로 대문을 열고,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두 사람이 맞닿은 순간, TV 프로그램 속 진행자가 외쳤다.“삼! 이! 일...!”머리 위로 폭죽이 터졌다.순간, 밤이 대낮처럼 환해졌다.재석은 정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드디어 그 말을 꺼냈다.“정은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우리의 네 번째 해가 왔다.”정은은 재석에게 꼭 안긴 채, 귀 옆으로 느껴지는 남자의 뜨거운 숨결과 가슴 너머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을 또렷하게 느꼈다.쿵-쿵-정은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불꽃을 배경으로 재석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재석 씨, 재석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두 사람은 찬란하게 터지는 불꽃 아래, 말없이 서로를 더 깊이 끌어안았다....이른 아침,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방 안을 부드럽게 물들였다.정은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어젯밤 터진 불꽃놀이, 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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