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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Kabanata 1251 - Kabanata 1260

1276 Kabanata

제1251화

정은은 핸드폰 화면을 힐끔 봤다.재석이었다.“여보세요? 자기야, 새...”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거칠게 몰아쉬는 남자의 숨소리가 들렸다.정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당신...?”[나와, 정은아.]“뭐라고?”[집 앞이야. 나와.]순간, 뭔가를 직감한 정은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렸다.“어, 정은아...”소진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에서 불렀지만, 이미숙이 남편의 팔을 잡아끌었다.“됐어요. 보내 줘요.”“아니, 정은이 어디 가는데? 2분 뒤면 새해야...”“방금 그 전화, 조 교수였잖아요.”“네? 조 교수 전화면 그냥 안에서 받아도 되는 거 아니에요? 꼭 밖에 나가서...?”이미숙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별장 밖, 철제 대문 너머로 가로등 불빛 아래 정은의 눈에 익숙한 남자가 들어왔다.두꺼운 점퍼에 캐리어 하나, 얼굴에는 먼 길을 다녀온 사람이 보이는 특유의 피곤함과 미소가 동시에 얹혀 있었다.재석이었다.그가 정은을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렸다.정은은 그대로 대문을 열고,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두 사람이 맞닿은 순간, TV 프로그램 속 진행자가 외쳤다.“삼! 이! 일...!”머리 위로 폭죽이 터졌다.순간, 밤이 대낮처럼 환해졌다.재석은 정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드디어 그 말을 꺼냈다.“정은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우리의 네 번째 해가 왔다.”정은은 재석에게 꼭 안긴 채, 귀 옆으로 느껴지는 남자의 뜨거운 숨결과 가슴 너머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을 또렷하게 느꼈다.쿵-쿵-정은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불꽃을 배경으로 재석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재석 씨, 재석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두 사람은 찬란하게 터지는 불꽃 아래, 말없이 서로를 더 깊이 끌어안았다....이른 아침,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방 안을 부드럽게 물들였다.정은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어젯밤 터진 불꽃놀이, 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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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거울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고 있을 때, 뒤에서 재석은 이미 옷을 다 갖춰 입은 상태였다.정은의 뒤로 다가온 재석이 가볍게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장난치지 마요. 이제 막 정리했단 말이에요...”정은이 남자를 밀어내며 말했다.“이것 봐요, 립스틱도 다 번졌잖아요.”“정은이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진짜 큰일이라도 한 줄 알겠네?”‘겨우 뽀뽀 두 번 했을 뿐인데...’정은은 웃기면서도 어이가 없었다.‘정말 하고는 싶었나 보지?’“그런 눈으로 보지 마! 감히 그런 생각도 못 해. 아버님께 맞아 죽을까 봐 무서워.”재석이 손사래를 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푸흣...”그때 아래층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은아, 조 교수는 일어났어?”‘이름만 나와도 분위기 바뀐다니까...’정은은 후다닥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 계단 난간에 기대어 외쳤다.“일어났어요!”재석도 그 뒤를 따라 나와 인사했다.“아버님, 좋은 아침입니다.”“응, 좋은 아침.”소진헌은 짧게 답하며 두 사람을 식탁 쪽으로 불렀다.정은이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아빠, 왜 안 드세요?”소진헌은 이미 상차림을 마치고 주방 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아까 먹었어. 너희 둘이 먹어. 뚝배기에 갈비탕 데우고 있으니까 그거 좀 볼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아침부터 갈비탕?”재석이 웃으며 묻자, 정은이 간단히 설명했다.“어제는 큰아버지 댁에서 보냈고, 오늘은 우리 집이에요. 특별한 일 없으면 내일은 작은아버지 댁에 갈 거예요.”L시에서는 형제 많은 집들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명절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정은네 가족은 늘 아버지 소진헌이 주방을 책임졌고, 이미숙은 손님들 응대와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아버님이 그 많은 음식 혼자 준비하셔? 밖에서 먹으면 되잖아?”재석이 의아한 듯 물었다.정은은 삼각 샌드위치 하나를 조심스럽게 베어 물며 대답했다.“설 연휴엔 문 닫는 식당이 많거든요.”“그럼 이따가 나도 아버님 도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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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소진호는 늘 그렇듯 조용히 주덕순 뒤를 따랐고, 그 옆에서 시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입은 끝내 열지 않았다.“형님네 오늘은 참 부지런하시네요. 매년 이렇게 일찍 오셨나요? 올해는 뭔가 다르긴 다르네요.”주덕순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대충 들으면 그냥 인사치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뒤끝은 묘하게 씁쓸했다.‘누가 들어도 꼬투리 잡는 말투잖아.’수십 년째 동서지간인 박나영이 그런 뉘앙스를 모를 리 없었다. 일찍 온 걸 괜히 눈치 주는 것도 모자라, 이미숙에게 잘 보이려는 거 아니냐는 뉘앙스까지 담겨 있었다.박나영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집에 있어 봐야 뭐 하겠어. 일찍 와서 혹시 도울 일 있나 둘러보려고. 예전엔 막내 서방님이 워낙 바쁘셔서 우리가 움직이기 어려웠는데, 이젠 인훈이가 도와주니까 한결 여유로워졌지.”‘우리가 바빠서 못 왔던 거지, 못마땅한 건 아니었거든.’그러자 주덕순도 지지 않고 말을 받았다.“아유... 형님은 좋으시겠어요. 철밥통에, 일도 안정적이고 체면도 서고... 명절에도 여유롭게 시간 낼 수 있으니, 남들이 얼마나 부러워하겠어요.”“그럼 동서는? 해마다 그렇게 한가했으면서 한 번도 먼저 온 적 없잖아?”미소 짓던 주덕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눈길이 자연스럽게 인훈에게로 옮겨졌다.반듯하게 앉아 있는 인훈을 본 그녀의 눈빛이 옆에서 여전히 핸드폰에 빠진 딸에게로 옮겨지며, 어김없이 시작됐다.“형님 말씀이 맞아요! 인훈이는 정말 자랑스러운 아들이에요. 혼자 밖에서 회사 차려서 사업도 잘하고, 정은이한테 받은 프로젝트 하나만 해도 몇십억은 족히 된다면서요?”“앞으로 얼마나 잘 될지, 기대가 커요. 우리 시율이랑은 비교도 안 되죠.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아이돌이랑 드라마에, 게임 삼매경, 뭘 좀 해볼 생각은 없는지...”‘또 시작이네.’갑자기 소환된 시율은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었다.“엄마, 말 좀 하려면 그냥 하라고. 왜 꼭 날 끼워 넣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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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아버지가 말릴 틈도 없이 주덕순의 말 폭탄이 계속되자, 시율은 더 참지 못하고 폭주했다.“엄마, 진짜 그만 좀 해. 이렇게 몰아붙이면 나 진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야.”“어머머, 얘 하는 말 좀 봐라? 내가 너를 몰아붙인다고? 누가 누구를 몰아붙이는 건데?!”시율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엄마 기분 나쁜 걸 왜 나랑 아빠한테 푸는 건데? 진짜 자신 있으면 그 ‘원인 제공자’한테 직접 따지든가.”“너...!”주덕순의 목이 턱 막혔다. 말문이 막히고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슬쩍 옆을 본 그녀는 박나영과 이미숙의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살짝 식은 눈빛을 목격했다.그 순간, 주덕순의 기분은 바닥까지 추락했다.시율은 멈추지 않았다.“직장 동료가 승진하고 표창받는 게 나랑 뭔 상관인데? 나는 내 할 일 하고, 월급 제때 받으면 된 거 아냐?”“말 잘한다고 직장에서 다 말재주로 승진해? 엄마도 말 참 잘하시잖아? 근데 엄마가 일할 땐 그 말재주 어디 가셨을까?”“너... 이게 진짜... 어디서 엄마한테 그렇게 말 대답해?!”주덕순의 얼굴은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일그러졌다.시율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시작은 엄마가 먼저 했잖아...’“내가 시작했어? 내가 틀린 말 했냐? 집에선 손 하나 까딱 안 해, 직장에선 상사 눈치도 못 봐, 서른이 코앞인데 남자친구 하나 없으니, 내가 뭐라고 말 안 하게 생겼어?”“봐, 네 큰어머니 얼마나 싹싹해? 사람 대하는 태도가 그냥 달라! 핸드폰 좀 덜 보라 하는 것도, 그런 눈치 좀 배우라고 하는 말이지. 그래야 어디 가서 눈치껏 굴 수 있는 거야!”“그리고 인훈이 좀 봐! 사람은 사업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여기저기 인맥도 넓고, 집안 이득 되는 건 다 알아서 챙기잖아! 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어?!”“남자친구 얘기 나와서 말인데, 정은이는 벌써 남자친구 두 명이나 사귀었어. 하나는 잘나가는 재벌 2세, 하나는 대학교수. 근데 넌? 모태 솔로에, 매일 웃고만 다니지. 속 터져 진짜.”주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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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현관 앞에 선 재석은 곧게 뻗은 어깨와 날 선 눈매로 공간을 압도했다.그 곁엔 정은이 서 있었다.표정 하나 없이, 조용하게.주덕순이 당황한 듯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아니, 저기... 누구시죠?”재석은 정은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고, 거실 중앙까지 성큼성큼 다가왔다.“작은어머님이 말씀하신 그 ‘노인네’, 접니다.”그 한마디에 거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주덕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표정도, 시선도, 입술도... 전부 굳어버렸다.그때, 인훈이 벌떡 일어나 쭈뼛거리며 외쳤다.“조재석 교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사실 정은과 재석이 사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인훈도 충격이 꽤 컸다.‘정은이랑... 조재석 교수?’서로 가까워 보인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둘이 실제로 사귄다고 하니까, 믿기지 않으면서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하지만 그보다 더 앞섰던 감정은 ‘걱정’이었다.‘둘의 지위고하 차이 때문에 괜히 정은이 욕먹는 거 아니야?’‘재석 교수님이 혹시 그냥 장난이면... 우리 정은이가 또 상처받는 거잖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생각보다 많이 달라졌다.대화의 주도권은 항상 정은에게 있었고, 정은이 오히려 더 단단하고 이성적이었다.‘괜찮아. 정은이는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니까.’인훈이 결국 안심이 됐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대학교 커뮤니티에 재석과 정은의 손잡은 사진이 올라오며 열애설이 터졌다.가장 우려했던 상황.인훈도 ‘이제 진짜 문제 생기겠구나’ 싶던 그 순간,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게시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삭제되었고, 사제간 연애에 대한 온갖 추측과 비난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라졌다.정은에겐 단 하나의 오점도 남지 않았다.그 모든 정리는, 재석의 예상안에서 철저히 준비된 결과였다.그걸 알고 난 순간, 인훈은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생각하게 되었다.‘아... 이 남자라면, 우리 정은이 옆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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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6화

‘진짜 남자친구’라는 단어가 묘하게 들렸다.마치 정은에게 ‘가짜 남자친구’도 있는 것처럼...그 말에 인훈이 바로 받아쳤다.“제가 소개할게요. 이분은 조재석 교수님. 서비대학교 물리학과 소속이고요, 국내 최연소 물리학 분야 청년 리더입니다. 그리고 ‘네이처’가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젊은 과학자 TOP 10 중 랭킹 1위입니다.”그 말에 거실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혹시 어려우세요? 단어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 드릴까요?”인훈은 미소를 머금고 주덕순을 바라봤다.주덕순은 멍하니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중얼거리듯 말했다.“진짜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리더라느니 과학자 1위라느니... 요즘은 뭐 다 그렇게 포장하는 거지 뭐.’그러자 인훈이 바로 덧붙였다.“안 믿기시면요, 핸드폰 꺼내서 검색해 보세요. 다 공개된 자료예요. 누구나 볼 수 있어요.”주덕순은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옆에서 시율이 조용히 휴대폰을 내밀었다.“엄마, 여기... 한번 봐봐.”스크린에는 조재석의 이름과 함께 수상 이력, 논문 발표, 연구 프로젝트 등 전문 경력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우수 청년 과학자’, ‘차세대 연구 리더’, ‘국제 협력 프로젝트 책임자’...시율조차도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와... 진짜 무슨 괴물 아니야?’주덕순처럼 모든 걸 의심부터 하진 않았지만, 시율은 안다. 인훈이 저렇게 당당하게 말한다는 건, 거의 사실이라는 뜻이다.‘엄마는 ‘우수’, ‘특급’, ‘차세대’ 이런 게 뭔 소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알지.’‘‘네이처’, ‘사이언스’는 이름만 들어도 무게가 달라.’‘이건 그냥 교수도 아니고, 거의 물리학자급인데?’폰을 다시 들며 시율은 살짝 재석을 힐끗 바라봤다.‘잘생겼다... 키도 크고.’그게 첫 번째 반응이었다.두 번째 반응은...‘정은 언니 진짜 복도 많지...’‘재벌 남친한테 차이고 끝난 줄 알았는데...’‘그 뒤에 만난 남자가 이 정도 스펙이면, 이건 그냥 게임 클리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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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7화

“어이... 왔어? 뭘 그렇게 둘러싸고 있냐?”소진헌이 앞치마를 두른 채 부엌에서 돌아 나왔다.거실 한가운데 정은과 재석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곤,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빠...”정은이 장바구니를 들어 보여주며 다가가려는데, 그보다 빠르게 재석이 가방을 받아 들었다.“아버님, 필요한 거 다 사 왔어요. 제가 주방으로 가져다드릴게요. 해산물은 손질하는 데 손도 많이 가니까 가서 도와드릴게요.”“아니야, 넌 손님인데 무슨... 내가 해야지.”재석은 말없이 웃으며 이미 발걸음을 부엌 쪽으로 옮기고 있었다.소진헌 옆을 지나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손님들은 다 거실에 계시잖아요. 저는... 아무래도 부엌 쪽이 더 편해서요.”소진헌은 잠깐 멈칫하더니, 금세 눈치를 챘다.“뭐야... 벌써 민망해진 거야?”“크흠... 너무 환영을 해주셔서요.”...점심이 되자, 거실에는 푸짐한 음식들이 차려졌다.소진헌이 두 팔을 벌리며 사람들을 불렀다.“자자... 다들 식사합시다!”몇십 년 경력의 ‘집밥의 달인’답게, 소진헌의 음식을 한 입 맛본 순간 모두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와... 이거 직접 하신 거예요?”“진짜 밥값 제대로 하네.”“...”소진헌은 손사래를 치며, 한편으로는 재석에게도 정성껏 권했다.“자, 조 교수. 여길 그냥 자네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많이 먹어. 괜히 어색해하지 말고.”“네, 잘 먹겠습니다.”재석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껍질을 깐 새우를 정은의 밥그릇에 살짝 올려두었다.그 모습을 본 소남진이 평소답지 않게 먼저 입을 열었다.“재석 군, 듣자 하니 물리 쪽으로 상당한 연구를 하고 있다더군. 어르신들도 알 수 있게 좀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재석은 잠깐 생각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할아버님, 저는 주로 양자물리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계에서 입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를 파악하는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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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야... 내가 너를 위해서 다 뒷수습한 건데, 내가 잘못한 거냐 지금?]지훈은 괜히 억울했다.‘나는 진심으로 도운 건데, 이거 뭐... 죽 쒀서 개 주는 기분인데?’“그런 뜻은 아니고.”재석은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내가 L시에 온 건, 처음부터 어머니도 아셨고 이미 허락하신 거야. 그걸 굳이 거짓말로 포장할 필요가 없었단 말이지.”“거짓말로 상황을 해결한다면, 그 자체로 뭔가 숨기고 있다는 뜻이니까. 근데 나는, 숨길 일 없거든.”정확히 말하자면, 재석은 강서원의 상태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난 후, 정은과 설날을 함께 보내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잘못된 건 없다고 생각했다.‘명절을 여자친구와 보내는 게 무슨 큰 잘못도 아니고...’‘내가 남의 여자 뺏으러 온 것도 아닌데, 뭐 어때서.’“무엇보다... 어머니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게 더 문제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말 안 해도 뻔히 보이는데.”지훈은 ‘그게 왜 문제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입까지 나왔다가 꾹 삼켰다.‘솔직히 우리 강 여사 성격 아니까 괜히 불똥 튈까 봐 그런 건데...’‘이건 또 뭐, 내가 괜히 참견한 게 되어버리네.’[오케이, 오케이. 내가 괜히 오지랖 부린 거 인정. 다음부턴 가만히 있을게.]재석은 살짝 숨을 고르다가 조용히 말했다.“그래도, 고마워. 형.”‘형...?’지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쟤가 지금, 나한테 형이라고 했냐?’늘 그냥 이름으로 불렀던 재석이 처음으로 자신에게‘형’이라고 불렀다.그 한마디에, 지훈의 속이 단숨에 풀렸다.[하! 됐다, 됐어! 가족끼리 뭘 그렇게 어렵게 살아. 재석아, 너랑 정은이의 사랑, 형이 지킨다! 너는 그냥... 마음껏 꽁냥꽁냥해, 알았지?]“말투가 왜 그래.”[아, 그리고... 혹시라도 강 여사가 뭐 물어보면, 내가 했던 말로 맞춰라. 이미 말 다 해놨으니까.]“형은 진짜...”[끊을게! 잘 살아! 새해 복도 많이 받아!]뚝-지훈은 답 듣기도 전에 얼른 전화를 끊었다.조금만 더 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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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9화

갑자기 정은이 걸음을 멈추고는 재석에게로 조용히 몸을 돌렸다.진지한 눈빛으로 재석을 바라본다.“재석 씨, 설에 L시로 와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제 인생에 와준 것도 정말 고맙고요.”재석은 잠깐 멈칫하더니 정은의 손을 살짝 쥐었다.“바보야. 고마워해야 하는 건 나야.”‘천사처럼 나타나 내 지루한 일상에 색을 입혀준 사람...’‘밤하늘의 별처럼 내 평범한 삶을 반짝이게 한 사람...’정은의 눈을 깊게 바라보며 마음속에 꼭 새기듯 응시했다.“정은아.”재석이 부드럽게 속삭이듯 입을 열고는,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내 여자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어.”정은의 눈에 웃음이 살짝 번졌다.잠시 후, 까치발을 들어 재석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앞으로 설날마다... 우리 같이 보내자, 응?”“응.”재석은 망설임 하나 없이 대답하고, 정은을 품에 꼭 안았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고, 밤바람 사이로 서로의 심장 소리만 선명하게 들려왔다....재석과 정은이 손을 꼭 잡고 별장으로 돌아왔을 땐, 소진헌과 이미숙은 벌써 방으로 들어가 쉬고 있었다.거실엔 두 사람을 위해 스탠드 조명이 하나 켜져 있었다.정은이 고개를 살짝 돌려 주방 쪽을 흘끗 봤다.바로 그 눈빛을 재석이 눈치챘다.“왜?”정은이 머쓱하게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배가 좀 고파서요.”저녁 식사 자리에서 주덕순이 잔소리를 계속 쏟아내는 통에, 정은은 불편한 마음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뭐 먹을래? 샌드위치? 국수? 아니면 샐러드?”“국수요.”“오케이. 너 먼저 방에 들어가서 씻어. 내가 준비할게. 다 씻고 나오면 딱 맞겠다.”그 말을 마치자, 재석은 천천히 주방 쪽으로 걸어가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막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았을 때였다.아직 물도 붓기 전,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힐끔 본 재석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어머니?”저편에서 강서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바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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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뭐 좀 끓이려고요.” 재석이 말했다.[이 시간에? 뭘 끓여?]“음... 야식이요.”강서원은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야식을 먹는 스타일이 아니었다.그러니까, 누굴 주려고 끓이는 건지... 말하지 않아도 훤히 들여다보였다.‘역시 그 애지...’그녀의 가슴 한켠이 더 무거워졌다.[언제 돌아올 거야?]“며칠 더 있다가요.”[그래.]“그럼 이만 끊을게요.”[응...]강서원은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소파에 기댔다.못마땅하다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얼굴에 붙였던 거즈는, 재석의 말대로 이미 떼어낸 상태였다.광대뼈 아래, 손가락 마디만큼의 흉터가 붉게 도드라져 있었다.원래는 별것 아니었지만, 거즈로 덮어두자 염증이 생겨서 더 부어올랐다.조기봉이 서재에서 나와 거실로 향하자, 강서원이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아내는 TV도 안 켜고, 핸드폰도 만지지 않고, 그저 소파에 멍하니 있었다.“왜? 누가 또 속상하게 했어?”“재석이가 L시에 갔대요.”“아...”“근데 당신은 왜 하나도 안 놀라요?”조기봉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뭘 놀라? 아들이 그 얘기 우리랑 이미 했잖아. 우리 둘 다 오케이 했고.”“하지만... 나 교통사고 났었잖아요!”“그래서 출발하는 날 다시 돌아와서 당신 보고 간 거잖아.”강서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렸다.‘설날 같이 보내면 안 되나...’“같이 보냈잖아. 떡국 먹고, 티비도 같이 봤고.”갑자기 강서원이 벌떡 일어섰다.“또 왜?”“가요, 위로 올라가요.”“왜 갑자기?”“짐 싸야죠.”조기봉은 아내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정은이 씻고 내려오니, 재석이 막 주방에서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그리고 남자의 손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가 담긴 그릇이 들려 있었다.“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요?”정은이는 젖은 머리 그대로, 화장기 하나 없이도 생기 넘치는 얼굴로 웃으며 다가갔다.계란 국수가 식탁 위에 놓이고, 그녀는 젓가락을 건네받아 국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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