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은 주방에서 분주하게 손을 놀리면서도, 거실에 앉아 있는 소진헌과 이미숙에 대한 대접에 소홀하지 않았다.중간중간 나와 물을 더 채우고, 꽃차를 따뜻하게 다시 우려 내기도 했다.“아버님, 어머님, 몇 시에 출발하셨어요? 오시는 길 피곤하시진 않으셨어요?”이미숙이 먼저 답했다.“아침 7시에 집에서 택시 타고 나왔지. KTX역까진 40분이면 도착하니까. 힘들진 않았어, 우리 일등석 끊었거든.”소진헌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기차에서 아침도 먹고, 간식도 먹고, 자리도 넓고 발도 쭉 뻗을 수 있어서 괜찮더라. 누워서 좀 잤지.”“근데... 하나 아쉬운 건 비싸! 나야 그냥 이등석 타고 와도 되는데, 너희 엄마가 꼭 같이 앉아야 한다고 우겨서... 뭐, 결국 끌려갔지.”‘여전히 그러시네...’정은은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웃었다.‘연수익 수십억, 강남 제일 좋은 동네 살아도...’ ‘우리 아빠는 그 절약 정신 안 바뀐다니까.’소진헌은 여전히 명품 브랜드엔 큰 관심 없고, 시장에선 늘 깎고,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걷고, 버스가 있으면 택시는 절대 타지 않는 사람이었다.물론, 완전히 옛날 그대로인 건 아니다.운동화는 이제 아크나 나이디로 바뀌었고, 셔츠도 이제 백화점 매장에서 산다.하지만 절대 제값을 다 주고 사는 법은 없다. ‘행사’, ‘할인’, ‘쿠폰’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지갑도 안 연다.그런 아버지가 요즘 유일하게 돈을 아끼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건 바로 ‘후원’이었다.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것.처음에 두 명이던 후원 아동이, 지금은 어느새 쉰 명이 됐다.이미숙은 남편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일등석 타고 당신이 이등석 타면, 남들 보기엔 내가 무슨 남편 잡는 여자처럼 보이겠죠?”소진헌은 아주 능청스럽게 받아쳤다.“그게 왜 잡는 거야. 아내한테 제일 좋은 자리 양보하는 건, 사랑꾼 남편 인증이지. 사람들이 보면 ‘와, 저 남편 아내한테 푹 빠졌네’ 할걸?”“푸흣...”이미숙과 정은은 동시에 웃음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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