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머님?!”현관 앞, 작은 캐리어를 든 채 서 있는 조기봉과 강서원을 본 순간, 정은은 그대로 굳어섰고, 두 눈엔 놀람이 가득했다.“정은아...”재석이 돌아보며 정은과 눈이 마주쳤다.그 표정엔 미안함이 역력했다.“우리 부모님이 오셨어.”정은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급히 앞으로 나섰다.“어서 들어오세요.”강서원이 실내로 눈을 한 번 훑으며 입을 열었다.“정은아, 네 부모님은...?”“방에 계세요. 일단 들어오세요. 제가 바로 모시고 나올게요.”“그래. 수고 많네.”강서원이 짧게 대답했다.정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녜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한 뒤, 새 슬리퍼 두 켤레를 꺼내놓았다.조기봉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우리 알아서 신을게.”강서원은 말없이 슬리퍼를 신은 뒤, 거실로 쭉 들어갔다.그리고 캐리어는 자연스럽게 재석에게 넘겼다.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조기봉 부부의 방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당황스러웠다.그로부터 20분쯤 지난 후, 옷을 단정히 챙겨 입은 소진헌과 이미숙이 거실로 내려왔다.두 집 식구는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겉으론 평온했지만, 누가 봐도 소진헌 부부도 꽤 놀란 눈치였다.조기봉은 옆에 서 있던 강서원을 팔꿈치로 슬쩍 찔렀지만, 강서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결국 조기봉이 먼저 멋쩍게 입을 열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뵈어 정말 송구합니다. 갑작스럽게 결정한 거라... 재석이나 정은이한테도 미리 말도 못 했고, 그냥 불쑥 찾아오게 됐습니다, 참...”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밤늦게, 그것도 짐까지 들고 들이닥친 건 예의에 어긋났다.하지만 강서원은 그 순간에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시선도, 그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뭐야 이 분위기...’정은은 속으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조기봉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 분위기를 감지한 소진헌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아휴, 별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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