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자리 후반부 내내 강서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밥만 먹었다.주덕순 역시 소진호의 견제로, 더 이상 별다른 말실수는 하지 않았다.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룸 문이 열리고, 전통 복장을 입은 직원 몇 명이 줄줄이 들어섰다.모두 미소를 띤 채, 손엔 붉은 벨벳천으로 덮인 쟁반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순간, 모두가 멍해졌다.조기봉조차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강서원은 의외로 아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처음 인사드리는 자리라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요. 자그마한 성의예요. 다들 부담 없이 받아주셨으면 합니다.”이미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강서원을 바라봤다.‘강 여사, 도대체 무슨 수를 쓰려는 거지?’박나영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다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사모님 너무 과하신 거 아니에요? 식사도 이미 이렇게 푸짐하게 대접해 주셨는데, 선물까지는 정말... 이건 도저히 받을 수 없어요.”시율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잘 먹고 또 선물까지 받는다고? 세상에 그런 공짜가 어딨어.’경험이 없을 뿐, 시율은 본능적으로 느꼈다.‘이런 선물엔, 다 대가가 따라붙는 법이지.’그러던 중, 지금까지 거의 장식처럼 앉아 있던 정은의 할머니, 진말숙이 입을 열었다.“가족끼리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게 인연이지, 그 이상의 격식은 필요 없지 않겠소?”하지만, 딱 한 사람만은 다르게 반응했다.주덕순이었다.“쟁반에 담고, 천까지 덮어놓고... 뭐길래 그렇게 비밀스럽게 굴어...?”주덕순은 혼잣말처럼 투덜대며 주변을 슬쩍 살폈다.그러고는 소진호가 잠깐 방심한 사이, 벌떡 일어나 직원 옆으로 다가갔다.이어서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벨벳천을 걷어올렸다.주덕순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숨이 턱 막힌 듯, 입을 벌리고 말을 잊었다.쟁반 위엔 반짝이는 금팔찌 하나가 고요하게, 번쩍이고 있었다.아무런 장식도 없는, 민무늬의 순금 팔찌.심플함을 넘어 투박해 보일 만큼 단순한 디자인.하지만 눈이 부신 이유는 그 두께.‘헉, 이게 줄자냐,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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