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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6화

作者: 십일
‘진짜 남자친구’라는 단어가 묘하게 들렸다.

마치 정은에게 ‘가짜 남자친구’도 있는 것처럼...

그 말에 인훈이 바로 받아쳤다.

“제가 소개할게요. 이분은 조재석 교수님. 서비대학교 물리학과 소속이고요, 국내 최연소 물리학 분야 청년 리더입니다. 그리고 ‘네이처’가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젊은 과학자 TOP 10 중 랭킹 1위입니다.”

그 말에 거실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

“혹시 어려우세요? 단어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 드릴까요?”

인훈은 미소를 머금고 주덕순을 바라봤다.

주덕순은 멍하니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중얼거리듯 말했다.

“진짜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리더라느니 과학자 1위라느니... 요즘은 뭐 다 그렇게 포장하는 거지 뭐.’

그러자 인훈이 바로 덧붙였다.

“안 믿기시면요, 핸드폰 꺼내서 검색해 보세요. 다 공개된 자료예요. 누구나 볼 수 있어요.”

주덕순은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옆에서 시율이 조용히 휴대폰을 내밀었다.

“엄마, 여기... 한번 봐봐.”

스크린에는 조재석의 이름과 함께 수상 이력, 논문 발표, 연구 프로젝트 등 전문 경력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우수 청년 과학자’, ‘차세대 연구 리더’, ‘국제 협력 프로젝트 책임자’...

시율조차도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

‘와... 진짜 무슨 괴물 아니야?’

주덕순처럼 모든 걸 의심부터 하진 않았지만, 시율은 안다. 인훈이 저렇게 당당하게 말한다는 건, 거의 사실이라는 뜻이다.

‘엄마는 ‘우수’, ‘특급’, ‘차세대’ 이런 게 뭔 소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알지.’

‘‘네이처’, ‘사이언스’는 이름만 들어도 무게가 달라.’

‘이건 그냥 교수도 아니고, 거의 물리학자급인데?’

폰을 다시 들며 시율은 살짝 재석을 힐끗 바라봤다.

‘잘생겼다... 키도 크고.’

그게 첫 번째 반응이었다.

두 번째 반응은...

‘정은 언니 진짜 복도 많지...’

‘재벌 남친한테 차이고 끝난 줄 알았는데...’

‘그 뒤에 만난 남자가 이 정도 스펙이면, 이건 그냥 게임 클리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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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33화

    리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말해 봐. 우리 조 대표님을 위해 내가 뭘 해드리면 되는데?”지언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헛기침했다.‘왜 이렇게... 내가 리아한테 뭔가 기대는 모양새 같지?’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었다.“나 기억하거든. DelveDeeper, 루메라에 지사 있지 않아?”“응, 있지.”“근데... 왜 거길 선택한 거야? 굳이 거기까지 가서 회사를 낸 이유?”리아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스티븐 가문이 거기서 절대 권력을 쥐고 있으니까. 마침 우리 회사 대주주 중 한 명도 그 집안 출신이야. 그것도 직계. 그런 자원을 안 쓰면 바보지.”“스티븐 가문은 루메라에선 그냥... 로컬 회사들 중 탑급이야. 회사가 거기 있으면 그 배경을 믿고 갈 수도 있고, 가끔 큰손 도박꾼들한테서 투자도 들어와.”“투자? 그게 어떻게 이어져?”지언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도박꾼과... 투자자? 그게 연결이 된다고?’리아가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넓은 의미에서 보면, 투자는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도박이야.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아.”“어떤 사람들은 카지노에서 돈을 너무 많이 따서 심심해지면, 그냥 재미 삼아 프로젝트 몇 개씩 투자하곤 해.”리아는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위험 크고, 돈도 엄청 잡아먹지만, 대신 터지면 크게 터지는 프로젝트들을 루메라 쪽에 둬.”“그쪽 큰손들은 돈을 숫자로만 보니까. 따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투자도... 그냥 일종의 놀이인 셈이지.”그리고 말했다.“요즘 전 세계에서 뭐가 제일 핫한데? AI잖아. 하필이면 우리 DelveDeeper가 그걸 하고 있고, 게다가 잘하기까지.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지언은 천천히, 그러나 감탄을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대단하네... 진짜.”“근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그게 말이야...”지언은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조이스에게 일어난 일을 전부 설명했다.리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32화

    동건은 와인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정비는 옆으로 비켜서서 몸을 굽혀 동건을 위해 길을 열었다.“뭐 하는데?”동건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정비는 잠시 멍해졌다.“보스께서... 조이스 씨를 뵈러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만...”“허...”비웃음이 섞인 짧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볍고, 그러나 노골적으로 깔보는 소리였다.“조이스? 걔가 뭘 안다고. 내가 걜 왜 봐?”정비의 눈에 놀람이 스쳤다.‘뭐지? 그토록 좋아해서 아버지까지 계산에 넣으며 데려오려던 그 조이스 아니었나?’‘설마... 사랑이 너무 깊어서 미움으로 바뀐 건가?’“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정비는 감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보스의 태도는 너무 낯설었다.수년간 쌓아온 경험이 정비의 등을 누르듯 말해 주었다.지금 이럴 때일수록 절대 멋대로 판단하면 안 되고, 잘못 건드리면 죽을지도 모른다.“아버지 찾으러 돈 싸 들고 왔다며? 참 효자네.”동건은 무심하게 말했다.정비는 입을 꼭 다물었다.웃어야 할지, 맞장구를 쳐야 할지, 어느 쪽도 위험했다.“조이스는 암실로 데려가.”동건이 툭 던지듯 명령했다.정비는 한 박자 멈칫했다.“보스... 다른 곳은 어떨까요? 어제 도박꾼 둘을 처리한 곳이라... 아직 정리를 못 해서...”동건이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차갑고, 또렷하게 살기가 번졌다.정비는 온몸이 굳어버렸다.‘죽었다’라는 끔찍한 상상이 목덜미를 스쳤다.“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정비는 처음엔 좋은 소식 전하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왔지만, 돌아갈 땐 기세가 쏙 빠져 완전히 빈손으로 쫓겨나는 심정이었다. 까마귀보다도 못한 몰골로 말이다....문이 밀리는 소리가 들리자, 조이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정비 형님! 이제... 이제 아버지를 뵐 수 있는 건가요?”정비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아까 보이던 예의나 친절은 온데간데없었다.“그럼요. 따라오시죠.”‘내가 잘못 짚은 건가? 보스가 이 배우를 싫어했던 건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31화

    “오... 당신이 바로 앤드루 선생님의 아들이군요.”조이스는 곧장 말했다.“돈은 이미 준비했습니다. 이제 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요?”“그게...”정비가 말을 흐렸다.조이스는 정비가 주저하는 이유를 돈 문제로 오해하며 급히 말했다.“오기 전에 이곳 규칙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습니다.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확인 가능합니다.”“아닙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요...”그때, 아까 정비에게 혼났던 경호원 중 한 명이 커피를 들고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드시죠.”“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조이스는 지금 온통 아버지 걱정뿐이라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무심코 거절했다.그러자 그 경호원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얘졌다.정비가 담담히 말했다.“조이스 씨께서 사과받지 않겠다는데, 너희들이 알아서 내려가서 벌받도록 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명의 다른 경호원이 앞으로 나서서 그 둘의 입을 막고 그대로 끌고 나갔다.조이스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이게 무슨 뜻이죠?”정비가 설명했다.“이곳은 손님을 소홀히 대하면 벌받습니다. 그게 여기 규칙이에요.”“벌이요? 어떤 벌을요?”“한 달 치 월급 압수.”조이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벌금을 내는 것쯤은 큰일이 아니니까.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정비가 덧붙였다.“그리고 매 열 대.”조이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등줄기로 싸한 기운이 흘러내렸다.정비는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아까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계속하시죠.”“아버지를 뵙고 싶습니다.”“가능하죠. 문제 없습니다.”정비는 흔쾌히 대답했다.조이스는 긴장하며 앞으로 닥칠 온갖 난관을 예상했는데, 너무 쉽게 허락하는 모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따라오시죠.”정비가 직접 앞장섰다.조이스는 그 안의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뒤를 따랐고, 옆에 서 있던 경호원들만이 서로 눈을 맞추며 숨을 들이켰다.‘대체 무슨 상황이야?’‘정비 형님이 직접 나서신다고?’‘저 사람, 뭐 그렇게 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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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29화

    “그럼 안으로 들어가서 마음의 상처나 추스르고 와. 기분 다 정리되면 그때 다시 나와.”수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조이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얇고, 보드랍고, 손끝에 감기는 머릿결의 느낌이 좋았다.‘아휴... 나는 왜 이렇게 강아지 상엔 약하지...’“정은이랑만 비교 안 하면, 너도 충분히 중요해.”그 한마디에 조이스의 입꼬리가 금세 올라갔다.“그래, 인정. 받아들일게.”“귀여워.”조이스가 수민에게 다가와 입술을 맞추려는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수민은 조이스의 어깨를 밀며 숨을 고르듯 말했다.“그만 장난쳐... 전화부터 받아.”“안 받아.”조이스는 핸드폰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리고, 그대로 키스를 이어갔다.수민은 웃음을 터뜨렸다....다음 날 아침, 조이스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다가 문득 전날 안 받은 전화를 떠올렸다.핸드폰을 확인하자, 발신자는 아버지였다.“이상하네.”“왜 그래?”수민은 식탁에서 토스트를 먹으며 물었다.“어제 전화가 우리 아버지 거였어. 근데 아버지가 지금 세렌느에 프로젝트 때문에 가 계시잖아. 그런데 발신 위치가 루메라로 찍혀 있어. 이상하지 않아?”“그러게... 한번 걸어봐.”“응.”조이스는 수민 옆에 앉아, 한 손으로 빵을 집어 들고, 다른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아버지...”잠시 침묵.조이스의 씹던 동작이 느려지더니, 곧 완전히 멈췄다.눈동자가 커지고 표정이 서서히 질려갔다.“제발, 우리 아버지 건드리지 마세요. 돈은 제가 가져갈게요. 지금 해외에 있어서 바로는 못 가요. 이틀만, 이틀만 시간 주세요.”통화가 끝나고 조이스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졌다.“무슨 일이야?”수민이 걱정스레 물었다.“우리 아버지가 루메라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잡혔대. 이틀 안에 이백만 달러 안 가져가면 죽인대.”“그럴 리가... 아버님이 도박 같은 건 절대 안 하시잖아.”“그러니까. 분명 뭔가 이상해.”조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곧장 침실로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28화

    톡톡톡-정비가 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노크했다.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깐 자세.언제나 냉정하고 거칠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삼가야 했다.안에서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그제야 정비는 얕게 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비싼 카펫 위로 조심스레 발을 디디고, 응접실을 지나, 자단목 향이 은은한 장식장을 돌아, 커다란 책상 앞에서 멈춰 섰다.“보스.”“죽었어?”책상 뒤에 앉은 남자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댄 채, 손끝으로 Glock17 반자동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조명이 살짝 어두웠지만, 그 얼굴만은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하얀 조명 아래 비친 피부는 핏기라고는 없었고, 광대뼈 옆... 손가락 반 마디 길이의 흉터가 선명했다.하지만 그 흉터조차도 남자의 외모를 해칠 수 없었다.오히려 더 위험하게, ‘차갑게 아름답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얼굴이었다.정비가 조심스레 말했다.“거의 다 됐습니다. 아직 숨은 붙어 있습니다.”남자가 권총을 탁, 책상 위에 내려놨다.“그래. 그럼 아들한테 연락해. 직접 돈 들고 오라고 해. 아니면...”‘직접’이라는 말에 담긴 미묘한 웃음.정비의 등골이 서늘해졌다.‘보스가 왜 굳이 그 남자를 판에 끌어들였을까? 돈 때문인가?’‘그 남자는 돈이 있긴 하지만, 카지노 전체를 움직일 만큼은 아니지.’‘복수? 그럴 리도 없을 거야.’‘보스는 A국 사람인데... 3년 전 루메라에 온 이후 단 한 번도 이 도시를 떠난 적이 없잖아.’상대는 이번이 첫 방문이니 원한이 있을 리가 없었다.‘그럼... 그 남자의 아들 때문인가?’정비는 전에 본 조사 파일이 떠올랐다.그 아들은 잘생긴 금발의 젊은 배우였다.파란 눈, 웃을 때마다 빛이 도는 얼굴.‘설마... 보스가 그 녀석을...’“하...”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정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머릿속이 잠깐 하얘졌다.‘그래서 그동안 여자엔 눈길 한번 안 주셨던 건가?’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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