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덕순은 다른 친척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인훈이 하는 회사가 요즘 엄청나게 잘 되고, 일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그 얘기를 들었을 땐, ‘그래봤자 얼마나 잘 되겠어?’ 하고 살짝 질투심이 들긴 했지만, 직접 본 게 아니다 보니 금방 잊고 넘겼다.‘대충 바쁘단 말이지, 뭐. 자기들이야 늘 부풀려 말하니까.’하지만 지금, 박나영의 그 미묘하게 감추는 태도, 인훈의 그 담담한 말투.‘뭔가... 있다. 절대 단순한 ‘한 건 던져줬다’는 정도가 아니야.’결국, 인훈이 설명을 덧붙였다.“정은이가 진행한 스마트 실험실 프로젝트요. 완전 자동화, 전 구역 AI 제어, 전국 어디를 가도 이런 수준은 없을 거예요.”주덕순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물었다.“뭐야, 그렇게 대단한 거였어? 근데... 그거 돈 엄청 들지 않아?”“그렇죠. 값어치가 있는 만큼 투자도 커야죠.”“그래서, 얼마 들었는데?”인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덤덤히 말했다.“땅값이랑 장비 빼고, 건축 비용만 따져도 대충... 몇십이 넘죠.”“하하하, 몇십? 몇십만 원?”주덕순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뭘 어쩌라고. 회사 하나 짓는 데 고작 몇십만 원?’‘거 참,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억이요. 몇십억이에요.”인훈은 마지막 말을 또렷하게 붙였다.마치 목을 세게 누른 오리처럼 주덕순의 웃음이 그대로 끊겼다.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정지.‘억? 지금 억이라 그랬어? 몇천만 원도 아니고?’박나영은 처음엔 그 대목이 나오기 전까진 속으로 ‘재 좀 가려 말하지’ 하며 인훈을 말리고 싶었다.‘돈 자랑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 괜히 눈치 챙기는 거야.’하지만 지금, 정신이 멍해진 주덕순의 얼굴을 보니, 결국, 재산 노출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속이 다 후련했다.‘뭐, 잘했다. 이쯤은 말해줘야 아예 입을 못 털지.’‘오늘 진짜 명절 음식보다 이 장면이 제일 속 시원하네.’“그, 그럼...”주덕순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