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마지막 날, 재석과 정은은 L시를 떠나 되돌아왔다.소진헌과 이미숙은 몇 번이나 붙잡으며 며칠만 더 있다 가라고 성화였지만, 두 사람 다 일이 있어 더 머무를 수는 없었다.재석은 이번 물리학 학회에서 자신의 연구 주제와 성과가 메인 테마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게다가 개인 발표 시간만 무려 ‘반나절’이 배정됐다.그 ‘반나절’은 회의 중간의 한가한 시간이 아니라, 개막식 직후 메인 세션 시간이었다.이전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사람은 오직 학술원 회원뿐이었다.“우리 조 교수님, 진짜 대단하니까요!”정은은 옆에서 재석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이 남자는 이렇게 젊고, 이렇게 뛰어나다니, 이렇게... 믿기지 않는다.게다가 이 남자는 정은의 남자친구였다. 이 사실은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반면, 재석은 언제나처럼 덤덤했다.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어떤 사람은 남 칭찬만 하고, 자기 대단한 건 얘기 안 하더라? 스미스 교수한테 연락 왔어. 네 주제에 관심 많다고, 데이터랑 기술 지원해주겠대.”“진짜예요?!”“응.”정은의 새 연구 주제는 특정 바이러스의 세계적 변종, 각 대륙 · 국가 · 도시별 주요 감염 유형 비율, 도시별 감염 경향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었다.특히 해외 데이터까지 다뤄야 해서 자료 수집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그때 재석이 추천해준 게 RD국의 스미스 교수였다.스미스 교수는 RD국의 국보급 바이러스 분야 전문가로, 최신의 데이터들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처음에 재석이 이야기했을 땐 정은은 믿을 수 없었다. 솔직히 약간... 허무맹랑하다고까지 생각했다.스미스 교수가 정은 같은 낯선 연구자에게 자료를 내줄 이유는 없었다. 친분도 없고, 같은 연구실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없었다.하지만 재석의 말은 한마디뿐이었다.“한번 시도나 해봐, 혹시 알아?”그 말에 정은은 반신반의하며, 재석이 준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지금까지 낸 아이디어, 부딪힌 벽, 그리고 간절히 도움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