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당일.정은과 재석이 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 장민은 부모님과 함께 입구에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세 사람의 외국인 얼굴.그리고 가슴 앞에는 전통 장식들이 하나씩 걸려 있었고, 너무 웃어서 그런지 표정은 이미 굳어 있었지만, 세 사람 모두 꿋꿋하게 입꼬리를 올리려 애쓰고 있었다.그 모습이 좀 웃기면서도, 솔직히 귀여웠다.“어, 재석아! 정은아!”두 사람을 보자마자 장민의 얼굴이 환해졌다.“왔구나!”재석이 위아래로 훑어봤다.“이 차림은... 구세영 교수가 시킨 거야?”“아니, 내가 준비한 거야! 어때, 괜찮지?”재석 입가가 씰룩였다. “우리 부모님도 전통 장식 걸었는데 엄청 좋아하시더라!”정은이 물었다.“장 교수님,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해냈어요?”“세영이 그러는데,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인생에서 제일 큰 경사래! 무슨 무슨 학회에서 이름 오르는 거랑, 고향 사람 만나는 거랑 같은 수준으로 기쁜 일이라고!”“솔직히 난 왜 고향 사람 만나는 게 결혼과 같은 레벨인진 잘 모르겠지만, 뭐 그건 중요하지 않고, 하하하...”“세영이가 그러는데, 기쁜 날엔 최대한 신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더라고.”“근데 내 언어는 이제야 좀 늘었지, 세영이네 고향 사투리는 하나도 못 알아듣잖아, 근데 이건 그냥 전통 장식 몇 개 더 걸어버리면 되니 편하잖아!”장민 표정에는 ‘나 천재지?’라고 적혀 있었다.“봐봐, 국어와 영어 둘 다 쓰여 있어. 편하지?”정은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장 교수님! 용기는 만점이고, 성의도 만점입니다.”“헤헤! 역시 넌 알아보네! 아까 세영의 고향 친척들이 나 쳐다보는 눈빛이 좀 이상해서, 또 내가 뭔가 실수했나 싶었거든.”정은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교수님, ‘실수’ 같은 단어도 써요, 이제?”“헤헤, 세영이가 가르쳐줬어.”장민이 직접 정은과 재석을 안으로 안내했다.“세영이가 그러더라, 제일 친한 친구랑 제일 가까운 가족은 꼭 내가 직접 안내하라고.”“재석, 정은, 너희 여기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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