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맞는 거 아닌가?”“백신은 팔에 맞아요. 단백은 엉덩이에 맞아야 하니까요.” 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왜요? 부끄러우세요?”정은의 입가에 살짝 번진 장난스러운 웃음을 본 재석도 어느새 따라 웃었다.“안 부끄러워. 우린 이미 부부처럼 살았잖아. 내외했던 사이도 아니고.”“본 것뿐만 아니라, 만져도 봤지.” “가만 있어 봐. 아마 잡기도...” “그만하세요!” 정은은 목소리를 높여 끊어냈다. 볼까지 화끈 달아올랐다.“맞으실 겁니까, 말 겁니까?”“맞아. 근데... 넌 혹시 지금 부끄러운 거야?”이번엔 역할이 바뀌었다. 묻는 쪽은 재석이었다.정은은 대꾸하지 않았다. 못 들은 척하며 말했다.“어서 바지 조금만 내리고, 옆으로 앉으세요.”“응.”괜히 분위기를 지나치게 끌면 진짜 정은이 화낼까 싶어, 재석은 순순히 따랐다.그러나 다음 순간...“왜 바지를 아예 다 내리셨어요?!”“아니, 네가 내리라 했잖아.” 정은의 관자놀이가 툭 불거졌다.“제 말은, 주사 놓을 부분만 내리라는 뜻이지, 전부 내리라는 말이 아니에요!” ‘이 사람, 분명 일부러 그러는 거다!’재석은 가볍게 헛기침했다.“그게 더 편할 줄 알았지...” 정은 속으로 울컥했다.‘편하긴 뭐가 편해? 그냥 일부러 능청 떠는 거잖아!’“어쨌든 이미 내렸으니까, 주사부터 놓지?”정은은 말없이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주사를 놓았다.주사가 끝나자 정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재석은 바지를 추스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는 민망함, 어색함, 그리고 약간의 부끄러움까지 뒤섞여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는 결코 하지 못했을 행동이었다. 재석의 성격과 자존심, 교양은 분명히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머릿속에 스친 건 출발 전 전진욱이 해준 ‘추파 강의’였다.“죽기 살기로 들러붙어.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잖아.”“체면 차리지 말고, 좀 질척해져. 가끔은 촌스럽게, 알지? 아, 모르겠다고? 간단해. 조금 음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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