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이 정은의 손을 낚아채 달려 나가려던 순간,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두 번째 폭음이 터졌다.이어 세 번째, 네 번째...땅이 요동치며 천장의 들보가 크게 흔들렸다.둘은 간신히 문밖으로 뛰쳐나오려 했지만, 복도에 닿기도 전에 발밑이 무너져 내렸다.그대로 아래로 추락했다.쾅!먹먹한 충격음이 울리고, 이내 죽음 같은 정적이 드리웠다.몇 초 뒤, 재석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본능적으로 사방을 더듬었다.“정은아?! 어디 있어?! 내 목소리 들려?!”바닥이 꺼지는 순간, 붙잡았던 손이 억지로 떨어져 나갔다.아무리 더듬어도, 정은의 온기가 잡히지 않았다.대답조차 돌아오지 않았다.‘안 돼... 미치겠다... 제발 대답 좀 해...’“소정은!!”“정은아!!”재석은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부르며, 상처 난 손으로도 바닥을 기어 나아갔다. 피가 배어 나오는 것도, 살이 쓸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때, 가쁜 기침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콜록, 콜록...”정은이었다.그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눈을 떴지만, 눈을 떠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칠흑 같은 암흑. 자신의 손끝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정은의 머릿속에는 방바닥이 무너져 내리던 마지막 순간이 생생했다.‘여기... 지하 통로로 떨어진 거야?’‘원래는 비상탈출 용으로 파둔 길인데, 지금은 우리를 가둬버린 감옥이 됐네.’“소정은! 어디 있어?! 정은아!”재석의 다급한 외침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콜록... 여기 있어요...”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 재석의 거친 숨결이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그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정은은 주머니를 더듬어 핸드폰을 꺼냈다. 플래시를 켜자 갑갑한 지하 공간이 희미하게 드러났다.“괜찮아?”재석이 물었다.정은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당신은요?”말을 끝내자마자, 정은의 눈에 들어온 건 재석의 두 손이었다.새까맣게 흙과 먼지가 뒤엉킨 데다, 붕대는 온통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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