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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Author: 십일
“팔에 맞는 거 아닌가?”

“백신은 팔에 맞아요. 단백은 엉덩이에 맞아야 하니까요.”

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요? 부끄러우세요?”

정은의 입가에 살짝 번진 장난스러운 웃음을 본 재석도 어느새 따라 웃었다.

“안 부끄러워. 우린 이미 부부처럼 살았잖아. 내외했던 사이도 아니고.”

“본 것뿐만 아니라, 만져도 봤지.”

“가만 있어 봐. 아마 잡기도...”

“그만하세요!”

정은은 목소리를 높여 끊어냈다. 볼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맞으실 겁니까, 말 겁니까?”

“맞아. 근데... 넌 혹시 지금 부끄러운 거야?”

이번엔 역할이 바뀌었다. 묻는 쪽은 재석이었다.

정은은 대꾸하지 않았다. 못 들은 척하며 말했다.

“어서 바지 조금만 내리고, 옆으로 앉으세요.”

“응.”

괜히 분위기를 지나치게 끌면 진짜 정은이 화낼까 싶어, 재석은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왜 바지를 아예 다 내리셨어요?!”

“아니, 네가 내리라 했잖아.”

정은의 관자놀이가 툭 불거졌다.

“제 말은, 주사 놓을 부분만 내리라는 뜻이지, 전부 내리라는 말이 아니에요!”

‘이 사람, 분명 일부러 그러는 거다!’

재석은 가볍게 헛기침했다.

“그게 더 편할 줄 알았지...”

정은 속으로 울컥했다.

‘편하긴 뭐가 편해? 그냥 일부러 능청 떠는 거잖아!’

“어쨌든 이미 내렸으니까, 주사부터 놓지?”

정은은 말없이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주사를 놓았다.

주사가 끝나자 정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재석은 바지를 추스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는 민망함, 어색함, 그리고 약간의 부끄러움까지 뒤섞여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는 결코 하지 못했을 행동이었다.

재석의 성격과 자존심, 교양은 분명히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머릿속에 스친 건 출발 전 전진욱이 해준 ‘추파 강의’였다.

“죽기 살기로 들러붙어.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잖아.”

“체면 차리지 말고, 좀 질척해져. 가끔은 촌스럽게, 알지? 아, 모르겠다고? 간단해. 조금 음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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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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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19화

    갑자기 전일의 발걸음이 멈췄다.몇 걸음 나아가던 전일은 방향을 바꿔 다시 돌아섰고, 곧장 관련 부서 인원들 앞에 섰다.선두에 서 있던 남자는 전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더 할 말이 있습니까?”전일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공무 수행 중이라고 했죠? 그럼 공무원증 같은 것을 좀 볼 수 있을까요?”선두의 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렸다.‘하...’역시 소정은 밑에서 일하던 사람답다.의심하는 타이밍까지 똑같았다.“물론입니다.”공무원증이 내밀어졌다.전일은 대충 보지 않았다. 눈으로 훑으며 세부 사항을 확인했다.잠시 후, 전일은 고개를 끄덕였다.“됐어요.”그제야 전일은 재민과 함께 실험실을 빠져나왔다.밖으로 나오자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건물 전체에 이미 통제선을 둘러쳤고, 몇 대의 검은 관용차 안에서는 군복 차림의 인원들이 희미하게 보였다.재민은 숨이 막히는 기분에 본능적으로 전일의 얼굴을 확인했다.전일 역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분명히 같은 장면을 보고 있었다.“이거... 생각보다 큰 일이 터진 거 아니에요?”전일은 말없이 재민을 데리고 조금 더 걸었다.사람들과 차량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만큼 거리를 벌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일단 흥분하지 말고, 정은이한테 먼저 연락해. 정은이가 뭐라고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해.”“네... 알았어요.”전일은 핸드폰을 꺼내 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돌아온 것은 기계적인 안내음뿐이었다.연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반복됐다.전일의 마음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한층 더 짙어졌다.전일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재민을 바라봤다.“정은이에게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네?”재민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말이 안 됐다.정은은 늘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재민에게 정은은 거의 절대적인 존재였다.반면 전일은 비교적 침착했다.정은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전일은 곧바로 민지와 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두 사람에게서 정은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18화

    “어? 그게 무슨 뜻이야?”“집에 가서 기다려. 내가 보기엔 정은 누나가 연행된 순간부터, 나랑 너, 그리고 진일 선배랑 탁재민까지 이미 관련 부서의 감시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커.”민지는 얼굴이 굳은 채로 중얼거렸다.“그, 그렇게 심각한 거야?”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장난기라곤 전혀 없는 눈빛이었다.“응. 꽤 심각해.”국가가 직접 나선 상황이었다.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일 리 없었다.민지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그, 그럼 우리 집에 가서 아버님이랑 어머님께 여쭤보자. 아니면 할아버지께라도... 그래, 그분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이 알고 계실 거야...”“응.”“잠깐만...”민지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서준이 시선을 보냈다.“왜?”“이상해. 왜 조재석 교수님은 아직도 안 보이는 거야?”서준도 그제야 멈춰 섰다.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했다.아내가 졸업식 무대에서 끌려 나간 이 시점까지, 조재석 교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전 교수님한테 전화해 봐.”“알겠어. 지금 바로 할게...”곧바로 통화가 연결됐다.민지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빠르게 말했다.“전 교수님, 저 하민지예요! 혹시 조재석 교수님 지금 어디 계신지 아세요? 조 교수님이 정은 언니...”‘정은 언니’라는 말이 나온 순간, 전진욱의 목소리가 확 바뀌었다.[너... 정은이 후배 맞지?!]“네, 맞아요!”[잘 전화했어. 정은이 어디 있니?! 방금부터 계속 전화가 안 돼서 학교에도 연락했는데, 아무도 모르겠다고 하고... 지금 당장 시립병원으로 와야 해. 재석이가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어. 지금 수술실이야. 아직...]그 뒤의 말은 민지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머릿속이 새하얘지며, 귓가에서 ‘웅’ 하는 소리만 울렸다.서준은 민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걸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야?”민지는 굳어버린 눈을 힘겹게 굴려 서준을 바라봤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참아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졌다.“조재석 교수님이... 교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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