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671 - Chapter 680

1729 Chapters

제671화

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곧 7시가 되어 갔기에, 회의도 막바지에 이르렀다.사회자가 재석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무대에 올라 이번 세미나를 위해 마지막 축사를 했다.그 사이, 핸드폰이 두 번 진동했지만 재석은 받을 수가 없었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면서 재석은 마음이 불안해졌다.그는 먼저 세미나의 몇 가지 문제에 대해 간단한 총결을 했는데, 깊이가 있는 발언에 무대 아래의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흥미진진하게 들었다.그러나 재석의 보고를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그가 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평소라면 재석의 보고는 세밀하고 총결하는 과정에 점차 결론에 들어섰지만, 오늘은 오히려 가장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을 끝냈다. 재석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동료들이 놀라운 시선을 마주하며 성큼성큼 회의장을 나섰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차가운 안내음이 울렸다.“고객님이 통화 중이어서...”차단당한 게 아니라 민지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재석이 전화를 받지 않자, 민지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실험실 커팅식 날, 컴퓨터 대학의 성달수도 찾아왔고, 정은과 사이가 좋아 보였다.‘성 교수님은 인맥이 넓으시니 우릴 도와주실 수 있겠지?’성달수는 최근 프로그래밍 팀을 이끌고 X국에 가서 경기를 참가했다. 민지의 전화를 받을 때, 그는 경기장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가뜩이나 긴장해서 쩔쩔맸는데, 정은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고 성달수는 더욱 초조해졌다.‘재석은 요즘 일정이 빡빡해서 전화를 받지 못한 것도 정상이지. 다른 사람을 찾으려면...’성달수의 머릿속에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그는 생각할수록 적합하다고 느꼈다.[지금 곧 경기가 끝날 거야. 난 자리를 떠날 수 없으니 내가 이따가 문자로 번호 하나 보낼게. 넌 그 사람에게 연락해서 구체적인 상황을 알려줘. 그럼 그 사람은 꼭 방법을 생각해 낼 거야.]“네, 교수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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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달빛은 휘영청 밝고, 찬바람은 휙휙거리며 지나갔다.그러나 술집 안은 여름처럼 더웠다.전선우는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은 한창 즐겁게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1대2, 내가 이겼네! 하하, 네 페라리는 이제 내 거야!”“그건 아니지! 한 판 더!”“쯧쯧, 이러면 안 돼! 그래, 내가 한 판 양보할게, 하지만 다음 판에 내가 다시 이기면 넌 네 해변의 별장가지 같이 줘야 돼.”“그래!”‘집 한 채에 차 한 대일 뿐, 내가 못 주는 것도 아니고!’선우는 도박을 하지 않고 옆에서 구경을 했다. 첫판 끝나자, 선우는 도겸이 혼자 소파에 앉아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형, 왜 오자마자 술을 마시는 거예요? 오늘 애들 엄청난 물건을 내걸고 있는데, 형도 한 판 하지 않을래요?”도겸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너희들끼리 놀아.”말하면서 또 술을 따르려 했다. 도겸은 물 마시 듯 비싼 와인을 꿀꺽꿀꺽 마셨다.선우는 이가 다 아팠지만 더 이상 상관하지 않고 다시 구경하러 갔다.도겸이 차가운 표정으로 계속 술을 따를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경혜였다.그는 받기 싫었지만, 전에 경혜가 몇 번이나 자신을 도와주었기에 결국 전화를 받았다.“응.”도겸의 숨소리가 좀 거칠었다. 목소리도 차갑고, 배경음악도 시끄러워 경혜는 흠칫 놀랐다. 잠시 후, 그녀는 도겸이 술집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내일 밥 먹는 일에 대해서만 말했다.도겸은 마음에 두지 않은 듯 나른하게 말했다.“미안. 내일 저녁에 접대가 있어서.”경혜는 이때 눈치 있게 전화를 끊어야만, 자신이 그를 개의치 않는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도겸이 원하는 ‘협력 파트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경혜는 저도 모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도겸이 먼저 물었다.“오늘 기말고사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맞아요, 그리고 아주 특별한 시험이라 할 수 있죠.]“왜?” 도겸은 별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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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호텔로 돌아올 때, 세정은 두 직원이 작은 소리로 의논하는 것을 들었다. 위에서 책임을 물었는데, 결코 만만치 않은 존재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찾지 못하면 당장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명령까지 내렸다고 한다.만약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도 해고될 것이라고.“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렇게 든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거야?’세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그 두 사람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 싶었다.‘대단하긴 개뿔! 우리 오빠가 버린 걸레 주제에!’지금 도겸에게 전화가 오자, 세정은 바로 정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뭐? 정은이 실종됐다고?! 어떻게 실종될 수가 있지? 너 지금 어디야?” 도겸은 똑바로 앉더니 술잔을 꽉 쥐었다. 하마터면 진을 깨뜨릴 뻔했다.세정은 약간 멍해졌다.[아니, 소정은 때문에 전화한 거 아니야?]도겸은 눈을 붉히며 또박또박 말했다.“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 정은이 왜 실종됐는데?! 어디서 실종됐어?! 너 지금 어디야?”세정은 깜짝 놀랐다.[나, 나도 방금 정은이 식물기지의 열대우림 구역에서 실종되었다는 방송통지를 들었을 뿐이야. 지금 전반 기지가 다...]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겸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선우는 한창 신나게 보고 있었다. 이번에 판돈은 재차 두배로 늘어나, 두 대의 차와 두 채의 별장으로 되었다. 이때, 그는 갑자기 옆에서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뒤돌아보니 선우는 깜짝 놀랐다.“아니, 방금 나간 사람 우리 도겸이 형이야? 토끼보다 더 빠른 것 같은데. 무슨 일 생겼어?”...캄캄한 숲속에서.정은은 발을 다쳤기에 제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비는 이미 그쳤다. 고요한 이 깊은 밤에 청력도 더욱 예민해진 것 같다.미처 마르지 않은 물방울이 나뭇잎을 따라 지면의 움푹 들어간 작은 물웅덩이에 떨어지면서 틱틱 소리를 냈다.그리고 밤에 깨어난 새와 벌레들도 수시로 목을 가다듬었다.모든 미세한 소리는 고요한 밤에 몇 배로 확대되었다. 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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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심 대표님, 나 여기에 있어요!” 정은은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식물 기지의 열대 지역은 우림이 우거져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길을 잃기 쉬웠다.현빈은 들어오기 전에 민지에게 물어봤지만, 지금도 그저 대략적인 방향만 알고 있었다.깊은 곳으로 갈수록 불빛이 희미해져서 후에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현빈은 비록 전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색 범위가 제한된 데다가, 전등의 빛도 그리 밝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걸으면서 정은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다행히 현빈은 운이 좋았다.약 30분 후, 물웅덩이를 밟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떠나려 하자마자 정은의 대답이 들려왔다.“움직이지 마! 내가 갈게”“좋아요!”‘목소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아마도 어디 심하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현빈이 마침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그는 즉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앞으로 찾아갔고, 마침내 두 개의 암석 사이에서 정은을 찾았다.비록 전등으로 얼핏 비췄지만, 현빈은 여전히 낭패한 정은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몸에 진흙이 묻은 데다가 머리카락도 헝클어졌고, 가방도 찢어졌다.현빈은 얼른 다가가서 정은을 부축했다.“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현빈은 방금 민지의 전화를 받고,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 보았다. 지금 정은이 기절하지 않고, 몸에 진흙이 많지만 피가 없는 것을 보고서야 마침내 한숨을 돌렸다.정은은 고개를 저었다.“큰 문제는 없어요. 그냥 발을 삐었을 뿐이에요. 대표님 혼자 왔어요?”“내가 왔을 때, 기지는 인원들을 집결하고 있었어. 그 사람들도 곧 찾아올 거야.”현빈은 정은이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즉시 자신의 외투를 벗어 걸쳐주었다.“어느 발을 다쳤는데? 계속 부상 입지 않도록 고정해줄게.”“고마워요.” 정은은 오른쪽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전에 빨갛게 부은 발목은 이미 멍이 들었고, 무척 끔찍해 보였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은의 발목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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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벌써요?” 정은은 깜짝 놀랐다.재석은 가볍게 응답을 하며 가방에서 물병 하나를 꺼냈다.“비를 맞았으니 옷이 다 젖었겠지? 먼저 뜨거운 물부터 좀 마셔.”그는 보온병을 챙겨왔다.온수를 마시자, 정은은 따뜻한 기운을 느꼈고, 몸 전체가 뜨거워졌다.정은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선배님, 뜨거운 물까지 챙겼다니!”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현빈의 어두운 눈빛을 마주했다.“조 교수님, 준비를 충분히 하신 것 같은데요?”재석은 말투가 담담했다.“난 먼저 준비를 잘하고 출발하는 습관이 있어서요. 만약 정은이 심한 부상을 입었다면, 제때에 약을 먹거나 응급처치를 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 생길지 모르잖아요.”‘지금 날 욕하고 있는 것 같은데.’정은이 입을 열었다.“참, 선배님,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나요?”“날이 이렇게 어두운 데다가 방금 또 비가 내렸잖아. 난 방금 널 찾아올 때, 특별히 방향을 분별한 적이 있지만, 원래의 길로 돌아가려면 꽤 난이도가 있어.”현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자신이 없는 거예요?”“80% 정도의 자신은 있는데.”정은은 눈에서 빛이 났다.“선배님도 너무 겸손하네요. 그럼 우리 먼저 선배님의 지휘를 따를게요. 중간에 기지 직원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좋아.” 두 사람은 모두 이 방안에 동의했다.하지만...재석이 물었다.“좀 쉬지 않을래?”정은은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빨리 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그 후, 현빈은 정은을 업고, 재석은 전등으로 길을 밝게 비추었다.세 사람은 함께 움직였지만, 분위기는 전보다 훨씬 어색했다.쥐 죽은 듯 고요한 밤, 두 남자는 저마다 걱정거리를 품고 있었다.예전 같으면 정은은 이미 어색해서 어찌 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비를 맞아서 그런지, 그녀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곧 잠이 든 순간, 재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심 대표님, 이제 내가 정은이를 업을까요?”현빈은 그의 손을 무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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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이렇게 큰 식물원 기지에 야근도 없는 건가? 아니면 몰래 잠을 자고 있을지도...”현빈은 계속 누르려고 했다.그러나 그가 손가락을 올리기도 전에 경보기가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이게 무슨 상황이죠?” 현빈은 좀 어리둥절했다.정은은 갑자기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재석의 표정을 보았을 때, 정은은 바로 자신의 예감이 맞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무 조급하게 누르지 말았어야 했어요.”자세히 확인하기도 전에 경솔하게 누르다니.현빈은 영문을 몰랐다.“위에 분명히 이렇게 적혀 있잖아요.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죠?”“노란 방울은 두가지 함의가 있는데, 하나는 당신이 말한 긴급상황에서 외부에 연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종의 경보라 할 수 있죠.”“경보요?”“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이 날카로운 소리가 바로 경보예요. 이런 식물원에 맹수가 존재할 가능성은 아주 작지만, 뱀과 벌레, 쥐와 개미 등 동물들이 많죠. 그중에는 독이 있는 종류가 있을 수도 있고요.”“그래서 이 버튼의 역할은 위험을 피하라는 거예요.”정은이 말했다.“방금 문 잠그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들었어.”말하면서 그는 유리문을 검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구역의 유일하게 출구가 강제로 잠겼다.“잠겼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현빈은 눈썹을 찌푸렸다.“줄곧 잠겨 있지 않았어요?”“안에서 완전히 잠긴 거예요.”비밀번호를 통해 열 수 있던 문은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바람에 완전히 잠겼다.정은이 물었다.“비밀번호로도 열 수 없나요?”“응.”“미안해요, 제가 너무 다급했네요.”현빈은 죄책감을 느꼈다.분명히 나갈 희망을 보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실망에 빠졌다니. 정은은 약간 괴로웠다.다행히도 출구에 전기와 불이 있고, 신호까지 있어 마침내 어둠을 벗어났다.재석은 핸드폰을 꺼냈다.“기지 책임자에게 연락해 볼게요. 이런 기술적인 문제는 그쪽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현빈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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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재석은 통화를 마치고 두 사람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또 다시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바람은 습한 수증기를 감싸고 불어왔다. 정은은 눈썹을 찌푸렸다.“또 비가 올 것 같아요.”“앞에 정자가 있으니 거기에 가서 대피하자.” 현빈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쉴 수 있는 작은 정자를 발견했다.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열리기 전에 그들은 제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현빈은 정은을 업고 정자로 향했다.정은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이제 내려줘요.”현빈은 조심스럽게 정은을 내려놓았고, 재석도 옆에서 지켰다. 만약 정은이 넘어지면 그도 얼른 부축할 수 있었다.다행히 정은은 한쪽 발을 다쳤을 뿐, 다른 한쪽 발로 제자리에 설 수 있었다.그녀는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한쪽 발에 의지한 채 정자에 앉았다.재석은 가방을 열어 보온병을 꺼냈다.“아직 뜨거운 물 있으니 좀 더 마셔.”정은은 홀짝홀짝 마시면서 재석이 마술사처럼 가방에서 여성 운동복 한 벌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옷과 바지까지 챙긴 것을 보며 정은은 참지 못하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너무 촉박해서 오늘 길에 하나 샀어. 일단 갈아입어.”현빈은 기분이 언짢았다.이 소식을 들었을 때, 현빈의 머릿속은 온통 정은뿐이었고, 이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는 운동복을 보며 말했다.“너 지금 온몸이 흠뻑 젖었으니 즉시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해. 나는 조 교수님은 저 멀리 가 있을 테니까, 다 갈아입으면 우리 불러.”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재석은 가방에서 마른 수건을 꺼내 운동복과 함께 건네주었다.“꼭 머리카락 닦아.”“고마워요.”이 순간, 정은은 목이 멨다.그녀는 오래전부터 재석이 아주 세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느낀 것을 이번이 처음이었다.정은은 이 젖은 옷을 입으면서 온몸이 추웠고, 심지어 소름이 돋았다. 그 밤바람까지 맞았으니 정말 괴로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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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현빈은 정은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즉시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치려 했다.재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심 대표님의 외투도 젖었으니 내 외투를 걸치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하는 동시에 이미 지퍼를 내리며 정은에게 걸쳐주었다.현빈은 말을 하지 않았다.정은은 몹시 추웠다. 분명히 뜨거운 물을 마셨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 한기는 마치 뼛속에 스며든 것 같았다. 찬 기운이 흩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렸다.한밤중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잽싸게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었지만 유난히 오래 쏟아졌다.뒤따라 찬바람이 휘몰아쳤다.정자에는 천장 하나밖에 없었고, 몇 개의 기둥으로 지탱을 했기에 사방은 아무런 가림막도 없었다. 바람은 사람을 향해 몰아쳤다.정은의 목소리가 떨렸다.“추... 추워요...”그녀는 재석의 외투를 입고 자신의 두 팔을 힘껏 껴안았지만 여전히 추위를 느꼈다. 눈도 점점 감겨졌다.졸려서 눈을 좀 붙이고 싶었지만, 눈을 감으면 또 잠이 안 왔다.현빈은 찬바람을 무릅쓰고 자신의 스웨터를 벗어 정은에게 걸쳤다.재석은 막지 않고 묵묵히 가방에서 온도계를 꺼냈다.“지금 정은이가 열나고 있는 것 같아요.”...다른 한편.도겸은 가속페달을 밟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식물 기지에 도착했다.세정은 마침 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스포츠카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어서 급정거를 하더니 삐익 하는 소리를 냈다.다음 순간, 도겸은 문을 열고 내려왔다. 표정은 싸늘하고 눈빛은 차가운 채 곧장 세정 앞으로 걸어갔다.“정은이는? 지금 어디 있어?”세정은 이렇게 무서운 오빠를 마주하며 잔꾀를 부리지 못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다.도겸은 세정의 말을 듣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직접 통제실로 들어갔다.통제실에 앉아 있던 책임자는 상황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도겸에 의해 자리에서 들려났다.힘을 얼마나 썼는지, 뚱뚱한 중년 책임자는 이렇게 쉽게 들려졌다.“너, 너도 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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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엄청난 인기척에 수많은 학생과 직원들은 통제실을 에워싸고 구경했다.“이 사람은 누구야? 왜 이렇게 날뛰는 거지?”“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지난번 MT에서 심경혜와 같이 온 사람 아니야? 심경혜의 남자친구라 한 것 같아.”“아닐 걸? 이 사람은 사업가인데, 돈이 엄청 많아! 잡지에도 여러 번 나타났고.”“돈이 있으면 다야? 나라의 식물 기지조차 마음대로 망치려 하다니, 쯧쯧...”주위의 목소리가 커지자 책임자는 화를 꾹 참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그는 원래 도겸과 따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그래도 제대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 식물 기지는 사업가의 투자를 받고 운영하는 게 아니었다.다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준과 민지가 군중을 헤치며 다급하게 달려왔다.“원장님, 저희는 소정은과 한 팀인 학생들이에요. 이미 찾았나요?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이죠?”원장은 민지의 태도가 좋은 것을 보고도 뜸을 들이지 않고 직접 말했다.“우리는 이미 그 학생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아냈어. 현재 세 사람은 모두 무사하고 큰 문제가 없어.”민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찾으면 됐어요.”서준도 마음을 놓았다.“찾은 이상 왜 아직 나오지 못한 거죠?”“경보 버튼을 잘못 건드려서 출구 문을 잠갔기 때문에 당분간 나올 수가 없어. 하지만 우리 기지의 프로그래머가 이미 달려오고 있어.”“대략 얼마나 더 걸려야 하나요?”“아마도 몇 시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먼저 먹을 거라도 좀 보내줄 순 없을까요?”“이건 안 될 것 같아.”정은을 이미 찾았다는 말에 도겸은 그만 멍해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반응했다“세 사람? 왜 세 사람인 거지? 정은이 혼자만 실종된 거 아니었어?”원장은 도겸을 보더니 말투가 전처럼 부드럽지 않았다.“두 시간 전에 조 교수님과 심 대표님이 이미 도착하셨어. 다만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열대 구역에 들어가셨거든. 지금은 이미 그 학생을 찾으셨고, 세 사람 함께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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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그러니까 우리 모두 서로를 이해하자고!”도겸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적어도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원장의 말을 귀담아들은 게 분명했다.경혜는 한숨을 돌렸지만, 주위의 손가락질하는 사람과 수군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약간 뻘쭘했다.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위해 대중 앞에서 발광을 한 데다가, 그 여자는 심지어 자신과 같은 학년, 같은 전공이지만 다른 교수님을 선택한 학생이었다. 이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헛된 소문을 퍼뜨리기에 충분했다.세상에는 구경꾼이 가장 많았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사람들은 구경거리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지예는 이 사람들이 정은을 위해 다투고 싸우는 것을 보며 즉시 냉소를 지었다.“정말 정신이 나갔어!”‘난 또 무슨 큰일인가 했더니... 이게 다야? 소정은은 아직 잘 살아 있잖아? 이미 찾은 이상,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시킨 거야?’“그러게.”진호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자신이 길을 잃어놓고선 이렇게 민폐를 끼치다니. 한밤중에 사람들 자지도 못하게 이게 뭐야? 소정은은 자신이 무슨 여왕이라도 된 줄 아나 보지? 모두들 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냐고?”민지가 말했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 그래도 같은 학교인데, 우릴 도와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사람들 앞에서 꼭 이렇게 이간질을 해야겠어?”서준도 입을 열었다.“도와주고 싶지 않으면 그냥 가. 우리도 너희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으니까. 신진호, 그렇게 원망을 하고 싶다면, 일찍 돌아가서 씻고 자. 우리도 꼭 네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남의 발목을 붙잡지 말았으면 좋겠어!”“그래! 나도 원래 갈 생각이었어! 한겨울에 누가 여기에 있고 싶은 줄 알아?!”말을 마치자, 진호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지예도 눈을 부라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아, 졸려, 돌아가서 자야지.”다른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어차피 하늘이 무너지면 원장이 있는 데다가 구경할 만한 것도 없어서 남아도 재미없었다.잠시 후, 현장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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