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 Chapter 1251 -الفصل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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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점심 무렵, 진아는 시연과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시연은 진아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잠 못 잤어?”진아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말하면... 거의 못 잤지.”시연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그저 진아를 똑바로 바라봤다. 조이가 벌써 그렇게 큰 걸 생각하면, 진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우리 진아, 다 컸네.”시연의 말에 진아는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왜 그래? 그런 건 꼭 사랑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급할 거 없어.”시연은 가볍게 웃으며 어깨를 토닥였다.“별일 아니야. 난 언제나 네 편이야.”진아는 그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곧장 화제를 돌리며 시연을 똑바로 보았다.“나 말고, 너는? 요즘 잠은 좀 자?”말하면서 시연의 얼굴에 손을 뻗어, 눈 밑을 손끝으로 살짝 긁었다.진아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여전하네? 치료받는 거 아니었어?”“응.”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그렇게 빨리 나아지겠어? 이제 겨우 두 번 갔는데...”그렇게 말하다가 시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왜? 무슨 일 있어?”진아는 금세 눈치챘다.“응...”시연은 망설이다가, 결국 진아에게만 털어놓기로 했다.“사실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어.”그제야 시연은 레오와, 레오 곁의 ‘에르메스 여사’, 그리고 아이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냈다.“이상하다, 진짜.”진아는 듣고 나서도 똑같은 의문이 들었다.“레오한테 직접 물어보진 않았어?”“물어봐?”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지난번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한 이후로, 연락도 안 했거든.”“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진아가 말했다.“그때는 아직 ‘에르메스 여사’가 없었잖아.”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내가 물어본다고 해도 레오가 대답해 줄 것 같진 않아.”돌이켜보면, 레오는 언제나 시연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그럼 ‘에르메스 여사’ 쪽으로 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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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시연은 이어서 케빈에 관해 물었다.“케빈은요? 같이 안 왔어요?”“네.”부명주가 대답했다.“곧 하원할 시간이거든요. 제가 데리러 가야 해요.”마침 시연도 조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케빈은 어느 어린이집 다녀요?”물어보니, 케빈과 조이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레오의 능력을 생각하면, 잠시 맡기는 거라 해도 아이를 제일 좋은 곳에 보낼 터였다. “그럼 우리 같이 가요.”진아의 말이 떠올라 잠시 머뭇거리던 시연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부명주에게는 기사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기 차를 두고 시연의 차에 올라탔다.“가면서 얘기도 나누죠.”“네.”시연이 옆에 앉아 있었지만, 부명주는 애써 차분한 척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수십 년 만에 이렇게 가까이서 딸을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부명주가 떠날 때, 딸은 겨우 여덟 살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 심지어 엄마까지 되어 있었다.“레오 말로는, 시연 씨가 의사라던데요?”시연은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잔잔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정말 훌륭하네요.”부명주는 감탄을 내뱉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리했던 딸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성적도 늘 좋았다. 그런데 자신이 보지 못하는 사이, 이렇게 잘 자라나 있었다.‘내 딸이 이렇게 멋진 어른이 되다니.’눈가가 뜨겁게 젖어 들자, 부명주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시연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여사님, 괜찮으세요?”‘혹시... 우신 건가?’“괜찮아요.”부명주는 눈을 껌뻑이며 애써 눈시울을 달랬다.“그냥... 시연 씨 같은 자식을 두셨으면 부모님이 얼마나 기쁘실까 싶어서요.”그 말에 시연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러게요.”시연은 담담히 숨을 내쉬었다.“저는 어릴 때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도... 몇 년 뒤에 세상을 떠나셨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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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부명주는 순간 입을 떼려 하다가, 황급히 말을 멈췄다.“뭐가... 닮았다는 거예요?”시연은 얼핏 들은 듯해 고개를 갸웃했다. 상대가 왜 갑자기 말을 끊는지 이상했다.“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부명주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큰일 날 뻔했어...’그때, 부명주가 얼른 정문 쪽을 가리켰다.“어, 저기 케빈 나왔네요!”시연이 고개를 들어 보니, 정말 케빈이 나오고 있었다.‘휴... 아들아, 엄마 살렸다.’부명주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엄마!”조이와 케빈이 차례로 달려왔다.시연은 허리를 굽혀 조이를 안아 올렸다. 조이는 작은 두 팔로 엄마 목을 감고, 볼을 엄마 얼굴에 비볐다.“엄마.”케빈은 부명주의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반짝이며 시연과 조이를 바라봤다.“누나?”“안녕, 케빈.”시연은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왜 그래?”부명주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부러워? 근데 우리 케빈은 이제 다 컸잖아. 엄마가 안 안아줘도 혼자 걸을 수 있지?”“네!”케빈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요.”레오는 늘 케빈에게 말하곤 했다. 엄마는 몸이 안 좋으니까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케빈을 그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케빈이 느낀 건 부러움이 아니라, 누나가 안고 있는 작은 아기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누나.”케빈은 조이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이 귀여운 아기는 누나 아기예요?”“그래.”시연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이 동생은 조이야. 조이야, 이쪽은 케빈 오빠.”‘오빠?’부명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딘가 어색한 호칭이었지만, 차마 바로잡을 수는 없었다.조이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오빠.”케빈은 작은 어깨를 움찔하며 눈을 크게 떴다.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오빠’라 불린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귀여운 동생이라니!“안녕, 조이야.”케빈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알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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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케빈은 조이의 손을 꼭 잡고, 어른 흉내를 내듯 신신당부했다.“조이, 천천히 걸어야 해. 넘어지면 아프고, 엄마가 속상해해.”“응.”작은 아이가 더 작은 아이의 손을 이끌고 앞장서서 걸어갔다.부명주와 시연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뒤따랐다....레오의 집.현관문을 열자마자, 케빈은 조이를 끌고 장난감 방으로 달려갔다.“조이야, 이리 와봐!”“조심히! 동생 챙겨야 해!”부명주가 뒤에서 당부했다.“알겠어요, 엄마!”이렇게 귀여운 동생인데, 케빈이 어떻게 소홀히 대할 수 있겠는가?“조이.”케빈은 방 안 가득 쌓인 장난감을 가리키며 두 팔을 벌렸다.“여기 있는 거 전부 다, 마음대로 갖고 놀아도 돼!”“우와...”조이는 눈을 반달 모양으로 휘며 웃었다.“고마워, 오빠.”“잠깐만!”케빈은 ‘오빠’라는 부름에 취해버린 듯 들뜬 얼굴로 말했다.“간식도 줄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응!”시연은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와 조이를 살폈다.“엄마!”조이는 자랑하듯 말했다.“오빠 너무 좋아요! 오빠가 너무 좋아요!”“그래?”시연은 조이에게 물었다.“그럼 조이, 오빠한테 고맙다고 했어?”“네!”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말했어요!”“그래. 우리 딸 참 착해.”시연은 아이를 다독이며 덧붙였다.“조이, 신나게 놀아. 대신 오빠 장난감은 망가뜨리면 안 되고, 간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네, 엄마.”바로 그때 케빈이 간식을 한가득 안고 뛰어 들어왔다.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조이 앞에 한꺼번에 쏟아냈다.“조이, 여기!”조이는 작은 몸으로 카펫 위에 앉아, 간식들을 받아서 들며 말했다.“고마워, 오빠. 오빠도 같이 먹어.”“좋아!”처음 만난 두 아이였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자란 사이처럼 금세 친해졌다.시연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아이들이 마음껏 어울리도록 거실로 나와 앉았다....부명주는 조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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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밀크셰이크 같은 건 밖에서도 쉽게 살 수 있었다.하지만 엄마는 늘 말했다. “밖에서 파는 건 첨가물이 너무 많아. 과일도 신선하지 않을 수 있고.”그래서 엄마는 언제나 집에서 시연에게 직접 만들어 주곤 했다.그 맛은 당연히 밖에서 파는 것과는 달랐다.시연은 정말 오랫동안 그 맛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 잔에서... 그때의 맛이 되살아난 것이다.‘말도 안 돼...’시연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에르메스 여사’에게 향했다.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시연은 겨우 여덟 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스물여섯.18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기에 충분했고, 희미해진 기억은 더욱 흐릿해졌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에르메스 여사’와 기억 속 젊은 엄마의 모습을 겹쳐 보는 건... 터무니없이 황당한 일이었다.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까.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다시 가정을 꾸려 아이까지 낳았다고?‘아니, 그건 절대 말이 안 돼.’하지만, 시연은 문득 유건이 보여준 한 장의 오래된 사진을 떠올렸다.대학 시절 엄마의 단체 사진 속, 엄마 곁에는 레오가 있었다.‘엄마랑 레오가 대학 동기라니...’그렇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몰랐다.게다가, 레오가 불쑥 시연의 인생에 등장한 것, 그 후에 이어진 기묘한 인연들...‘혹시... 다 엄마 때문이었던 건가?’시연이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 버렸다.‘이런 생각은 너무 황당해...’하지만 머릿속 한 편에선 이 생각을 부정하면서도, 또 다른 한쪽에선 자꾸만 상상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어 ‘에르메스 여사’를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정말로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엄마와 닮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가능할까...?’‘엄마가 살아 있는데도,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아니, 불가능해!’왜냐하면 엄마는 아버지 지동성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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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6화

“그렇군요.”부명주는 무언가 떠오른 듯 조심스레 물었다.“그러고 보니, 레오가 말해줬어요. 시연 씨 동생이 CA국에 있다고요?”“네, 맞아요.”시연은 손에 쥔 잔을 천천히 굴리며 대답했다.“다만, 제 동생은 CA국 D시에 있는 게 아니라 W시에 있어요.”“그래요. 맞다, 레오가 그렇게 얘기했었죠.”부명주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다.“시연 씨 동생은 그쪽에서 공부하고 있는 거죠?”“네.”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시연의 얼굴엔 은근한 자부심이 번졌다.“제 동생 우주는 좀 특별해요. 어떤 한 분야에서 너무나 뛰어나니까... 대신 다른 부분은 조금 부족하죠. 하늘이 공평하다고 해야 할까요.”부명주의 눈빛에 살짝 그늘이 드리웠다.“저도 들었어요. 우주가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한다고요.”“그건 예전 얘기예요.”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세월이 흐르면서 기본적인 건 다 할 줄 알게 됐어요. 다만, 보통 사람들처럼 고르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부분에 더 몰두하죠.”“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부명주는 나직하게 감탄했다.“시연 씨도 동생이랑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진 않던데, 동생을 여기까지 끌어내는 게 쉽진 않았겠어요.” “처음엔 힘들었죠.”시연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우주가 어릴 땐 저도 제 생활을 챙기면서 동생도 돌봐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주가 이렇게 잘 성장한 건 제 공이 아니에요. 그건 우주 본인의 재능 덕분이에요.”천재성은 타고나는 것이었다.우주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건 은범이었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버팀목이 된 건 우주 자신의 노력, 그리고 지동성이 지원한 돈이었다.그건 결코 시연의 공로가 아니었다.시연은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다만, 제가 어릴 때부터 우주를 돌봤으니, 아이 키우는 데는 경험이 좀 쌓였죠. 그래서 조이를 혼자 키울 때도,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만약 그 경험이 없었다면, 젊은 나이에 아이를 홀로 키워내는 건 버거웠을 것이다.하지만 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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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7화

“여사님?”시연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에르메스 여사’가 이렇게 울 줄이야. 얼른 티슈를 뽑아 내밀었다.“괜찮으세요?”“네...”부명주는 목이 멘 채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시연의 마음속엔 알 수 없는 파문이 일었다.“근데... 왜 그러세요?”“미안해요.”부명주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실례했네요. 그냥... 순간 마음이 북받쳐서. 시연 씨도, 동생도... 정말 좋은 아이들이에요. 부모 없이 이렇게 곧게 자라다니, 참 대단해요.”“과찬이세요.”시연은 담담히 웃었지만, 눈앞의 ‘에르메스 여사’를 바라보며 의문이 더 깊어졌다.‘보통 사람이라면... 내 얘기를 듣고 이렇게까지 울까?’“엄마.”케빈이 언제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엄마가 우는 소리에 놀라 달려온 듯했다.케빈은 엄마 얼굴을 만지며 걱정스레 물었다.“엄마, 왜 울어요?”“엄마 괜찮아. 케빈, 걱정했지?”부명주는 황급히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시연에게 돌려주었다.“엄마...”그때, 케빈의 시선이 핸드폰 화면에 잠깐 머물렀다. 거기 찍힌 사진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 이 사람... 그 형이죠?”“케빈!”부명주는 흠칫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엄마...?”케빈은 움찔하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다. 태어나서 엄마한테 날 선 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아...”곧 부명주도 깨달았다. 이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었다는 걸.그녀는 서둘러 목소리를 낮췄다.“근데, 넌 왜 나왔어? 조이는?”“아...”케빈은 손에 들린 컵을 들어 보였다.“조이가 목마르대서 물 좀 따라주려고요...”“우리 케빈, 착하네.”부명주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어서 가. 조이가 기다리잖아.”“네.”케빈은 금세 안도한 듯,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케빈이 사라지자, 부명주는 비로소 시연을 바라봤다. 눈빛은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아까는... 민망했네요.”“아니에요.”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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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시연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밀크셰이크를 마셨다.레오와 부명주 부부 사이가 진심으로 좋다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연은 마음이 불편했다.‘레오에게는 아내가 있는데... 난 차마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어.’“시연아, 저녁은 여기서 먹고 가.”“그야 당연하지.”부명주가 가볍게 나무라듯 말했다.“주방에서는 이미 준비 중이야.”“그럼 내가 가서 좀 도와야겠네.”레오는 소매 단추를 풀며 외투를 벗어 부명주에게 건넸다. 그리고 시연을 향해 웃었다.“시연이는 내 요리 아직 못 먹어봤지? 실력 괜찮다? 오늘 특별히 대접할게.”“좋아요.”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귀찮게 해서 죄송해요.”“귀찮긴...”레오는 손을 저으며 웃었다.“혹시 못 먹는 거 있어? 조이는? 입에 안 맞는 거 있나?”“저는 다 괜찮아요.”시연이 대답했다.“조이는 강낭콩을 못 먹어요. 그리고 아직 어려서 매운 건 안 되고요.”“알지. 케빈도 매운 건 전혀 못 먹어. 걱정하지 마. 조이는 케빈보다도 더 귀하게 챙겨줄 테니까.”그 말을 남기고 레오는 주방으로 향했다.부명주는 레오의 양복을 받아서 들고 말했다.“시연 씨는 잠깐 앉아 계세요. 이거 정리하고 올게요.”“네, 다녀오세요.”...잠시 후 부명주가 2층에서 내려왔을 때, 시연은 보이지 않았다.탁자 위엔 빈 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속의 밀크셰이크는 이미 말끔히 비워져 있었다.‘아마 장난감방에 가서 조이랑 함께 있겠지.’부명주는 빈 잔을 치우며 괜스레 작은 만족을 느꼈다. 딸이 이렇게 자라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처럼 자신이 만든 밀크셰이크를 좋아해 주고 있었다....부명주는 빈 잔을 주방으로 가져갔다. 레오가 그걸 받아 내려놓더니 곧장 부명주의 손을 잡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시연이가 왜 온 거지?”그 말에 부명주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그게 무슨 말이야? 시연이 와서 불편하다는 거야?”“그럴 리가.”레오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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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9화

“아저씨, 조이 배고파요.”“그래?”레오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아저씨가 지금 맛있는 거 만들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줄래?”“네!”옆에서 지켜보던 부명주는 견디기 힘들 만큼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손을 내밀며 말했다.“아저씨는 요리해야 하니까, 조이는 이리 오면 안 될까?”조이는 아직 부명주가 익숙하지 않았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부명주가 체념하려는 순간, 두 팔을 쭉 내밀었다.“안아줘요!”“어머...”부명주의 눈가가 순간 젖어 들었다. 조이를 품에 안는 그녀는 마치 유리로 된 보물을 안듯 조심스러웠다. 따뜻한 작은 체온이 품에 스며들자, 시연의 어린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시연이도... 이렇게 안겼었지.’“참 예쁘게 컸네.”속으로 중얼거리며 부명주는 조이를 꼭 끌어안았다.시연이 어릴 적엔 조이처럼 통통하지 않았다. 아기일 때 잠깐 볼살이 오른 걸 빼곤 늘 가냘프고 날씬했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몸매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그 점은, 시연이 부명주를 꼭 닮은 부분이기도 했다.한편, 레오는 케빈을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질투 나니?”“아니요.”케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빠, 저도 조이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그래.”레오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잊지 마. 조이를 잘 돌보고 아껴 주는 게 네 책임이야.”케빈은 말뜻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곧장 대답했다.“네, 아빠. 꼭 기억할게요.”두 사람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속삭이듯 오간 말이라 시연은 정확히 듣지 못했다.하지만 조금 전, 부명주와 레오가 나눈 대화는 시연의 귀에 똑똑히 들어왔다.사실 시연은 일부러 발걸음을 죽여서 주방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조이가 마셨던 컵을 들고나오면서, 혹시라도 뭔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설마 했는데... 이렇게 쉽게 듣게 될 줄 물랐어.’마침 케빈이 조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바람에, 시연은 아이들 뒤에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 아이가 방패가 되어 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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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그리고 내 간식도 다 조이 줄 거야.”케빈이 불현듯 떠올린 듯 말했다.“아, 맞다! 우리 같은 어린이집 다니잖아. 매일 볼 수 있어.”“정말이네!”조이는 눈이 반짝였다. 그 말에 금세 마음이 풀린 듯, 오빠와 헤어지는 게 더 이상 아쉽지 않았다.“오빠, 잘 있어. 나 이제 집에 가서 잘 거야.”“응, 잘 자. 안녕, 동생.”시연은 조이를 꼭 안은 채 집을 나섰다. 차에 올라탄 모녀가 점점 멀어져 가자, 부명주는 가슴이 텅 빈 듯 한숨을 내쉬었다.딸과 함께 있을 때 그렇게 벅찼던 기쁨이, 이제는 똑같은 크기의 허전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레오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시연, 잘 지내고 있잖아? 시연은 강한 아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어.”“알아.”부명주는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흘렸다.“시연은 이제 다 커버렸어.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아.”이제는 오히려, 엄마인 자신이 딸을 필요로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그런데...”부명주는 문득 케빈을 내려다봤다.“케빈, 아까 시연을 뭐라고 불렀지?”“네?”케빈은 커다란 눈을 깜박였다.“누나라고 했는데요.”“하하.”레오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조이는 뭐라고 불러?”“동생이요!”“하하하...”“풋...”두 어른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녀석, 귀엽긴.”레오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근데 시연이는 조이의 엄마야. 그렇게 부르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케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음... 맞아요.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그러고는 진지하게 물었다.“그럼, 아빠. 조이를 뭐라고 불러야 해요?”“좋아, 아빠가 알려줄게.”레오는 부명주와 잠시 눈을 맞추더니, 케빈의 키에 맞춰 몸을 낮췄다. 그리고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며 조금은 무겁게 말했다.“시연이가 네 누나라면, 조이는 네 조카야. 그러면 케빈은 조이한테 뭐가 되겠어?”케빈의 눈이 동그래졌다.“Uncle? 외삼촌?”“그래,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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