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는 태권이 제출했던 자료를 손에 쥔 채, 옆의 유건을 흘깃 보았다.“이걸로... 난 결정했어.”“뭐라고?”유건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피식 웃으며 꾸지람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야, 별것도 아닌 걸로 이 꼴이라니. 한심하다, 진짜.”“치.”지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너야말로 잘났다, 유건.”서로 할 말은 많았지만, 괜히 더 후벼 파봤자 똑같이 상처뿐이었다.‘유건이나 나나, 서로 사정 다를 게 없잖아.’결국 지하는 결심했다. 규정을 비켜, 태권 쪽에 대리권을 밀어주기로.며칠 뒤, 계약 소식을 들은 태권은 직접 GP그룹으로 찾아왔다.서류에 사인하는 자리에서 태권은 지하와 마주쳤다.“부 대표님.”태권은 조금도 놀라지 않은 듯, 예의 바른 인사를 건넸다.대리점 계약을 따내려 했다면, 당연히 부씨 가문이 주요 주주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을 테니까.“네.”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건조하게 화답했다.“임 대표님.”이 어색하고 무뚝뚝한 태도에, 옆에서 지켜보던 유건은 속으로 혀를 찼다.‘진짜 답답한 인간...’유건은 태권에게 은근히 힌트를 던졌다.“임 대표님, 이렇게 수월하게 성사된 건 다 부 대표님 덕분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부 대표님이 주요 의결권을 쥐고 계시거든요.”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보탰다.“수많은 후보사 중에서 임 대표님 회사를 직접 골라주신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여기까지 말했는데, 태권이 눈치 못 챌 리 없었다.“네, 잘 부탁드립니다.”태권은 유건과 악수한 뒤, 다시 지하 쪽을 향했다.“부 대표님, 이번 일 정말 감사드립니다.”“아니에요.”지하는 가볍게 턱을 끄덕였다가, 입가에 얄미운 웃음을 걸고 되물었다.“임 대표님, 고마움은 어떻게 표현할 생각이신가요?”태권은 순간 말이 막혔다. 분명 의례적인 인사였는데, 진짜 답을 요구하는 듯한 기류였다.“저...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제가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습니다.”“시간이라...”지하는 애매하게 말을 흐리더니, 곧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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