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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261 - チャプター 1270

1676 チャプター

제1261화

시연은 서재를 뒤적이며 오래된 앨범을 찾았다.스마트 기기는 근래 들어서야 보편화된 것이고, 지동성이 젊었을 땐 아직 필름 카메라와 앨범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구석 책장 아래쪽에서 앨범 몇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무심코 집어 든 첫 번째 앨범엔 지동성, 장미리, 장소미가 함께 찍힌 가족사진이 있었다.시연은 대충 넘겨 보고 바로 덮어버렸다.앨범들이 연대순으로 정리된 듯 보였다.시연은 일부러 맨 아래, 깊숙이 꽂혀 있던 앨범들을 꺼내 들었다.세 번째 앨범을 펼쳤을 때, 시연의 손이 멈췄다.사진 속에는 젊은 지동성과 함께, 부명주가 있었다.첫 장은 교복 차림의 단체 사진이었다.배경은 학교, 교복을 입은 것을 보아하니 지동성과 부명주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이었다.‘아버지와 엄마가 이렇게 일찍부터 알던 사이였어?’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정말 청춘 시절부터... 청춘 남녀였던 거네.’페이지를 넘길수록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단체 사진이었지만, 점점 부명주의 단독 사진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딘가 어색했다.‘이건 정상적인 촬영이 아니잖아? 도대체 누가 이렇게 몰래 찍은 거지?’그리고 이어진 건, 지동성과 부명주의 투 샷.부명주는 환하게 웃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지동성은 살짝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시연은 눈을 감으며 앨범을 덮었다.이 사진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어린 시절, 자신이 왜 부모를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 여겼는지... 왜 자신과 동생 우주를 마치 계획에 없던 ‘뜻밖의 존재’처럼 느꼈는지를...부명주가 지동성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동성이 부명주를 좋아했다는 건 분명했다.몰래 찍은 사진들, 몸짓, 시선... 그 모든 게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맞아... 예전에 아버지랑 밥 먹으러 갔을 때, 아버지 지갑 안에 있던 사진도 엄마였지.’그토록 세월이 흘렀는데도, 다른 가정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지동성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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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시연은 허리를 숙여 꽃다발을 내려놓고, 묘비를 향해 잠시 고개를 숙였다.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이번엔 지동성의 묘로 향했다.“아빠.”시연은 무릎을 굽혀 꽃을 가지런히 놓고, 묘비에 새겨진 사진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눈가가 뜨겁게 붉어졌다.“아빠랑 엄마... 도대체 무슨 사이였던 거예요? 아빠가 안 계시니까, 물어볼 사람도 없잖아요.”시연은 손끝으로 사진 위에 앉은 먼지를 천천히 닦아냈다.“아빠, 엄마랑 합장하려고 하는데... 그거, 기쁜 일 맞죠?”대답 대신, 오후의 부드러운 바람이 묘역을 스쳐 갔다.시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아빠, 기쁜 거 맞죠?”그때, 뒤에서 들려온 건 낮게 깔린 비웃음.“흥.”시연은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얼굴을 보았다.장미리였다.며칠 전 시연은 장소미와 스쳐 만났지만, 장미리는... 수년 만의 대면이었다.‘어째서 여기에?’두 손이 빈 걸로 보아, 제사나 성묘 차 온 것도 아닌 듯했다.“그렇게 의아하게 쳐다볼 필요 없어.”장미리는 차갑게 시연을 내려다보았다. 날카로운 시선은 과거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여기서 나랑 마주친 게 우연 같아 보여? 착각하지 마. 난 오늘, 너 보려고 일부러 기다린 거야.”‘뭐라고?’시연은 깜짝 놀라,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했다.‘일부러 기다렸다니?’“나한테... 볼일이 있어서?”“그럼 뭐겠어?”장미리는 머리카락 끝을 툭 치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설마, 내가 널 보고 싶어서 기다렸다고 생각해?”시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단호히 잘랐다.“할 말 있는 게...”“뭐 어쨌다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칫.”장미리의 입술이 비틀리며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봐라, 너. 날 얕잡아 보지?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굳이 대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 장미리는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난 원래 좋은 사람 아니야. 이렇게 망가진 것도 내 업보지. 하지만...”말끝을 꺾으며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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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이게... 무슨 말이야?’시연은 입을 열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그 순간, 잊고 지내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수년 전.아버지 지동성이 간 이식 수술을 막 끝냈을 때였다.그 무렵 장미리의 외도가 드러나 난리가 났고, 장미리는 병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시연이 막아섰을 때, 장미리가 토해냈던 그 독한 말들...“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칫, 네 그 엄마라는 여자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왜 네 아버지가 수년 동안 널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가 널 괴롭히는 것도 내버려뒀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그건, 네가 네 엄마가 바람나서 낳은 X... 친아빠도 누군지 모르는 자식이기 때문이야!”그때 시연은 어땠나?그녀는 황당했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치부하며 단 한 순간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장미리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하하...”장미리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시연을 노려보았다.“표정 보니까 떠올린 것 같네? 내가 예전에 했던 말, 이제야 귀에 들어와?”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 번 칼날 같은 말을 던졌다.“네 엄마 부명주, 그 여자가 먼저 바람피웠어. 넌... 거의 확실히 그때 생긴 애지.”시연은 마치 리모컨으로 정지 버튼을 눌러 놓은 것처럼 굳어 버렸다.“근데 신기하네.”장미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비웃었다.“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넌 수년 동안 아무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믿고 살았단 말이지?”‘안 돼. 말도 안 돼...’시연의 머릿속은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명주가 살아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다른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아이를 가졌다는 것도, 어떻게든 삼켜낼 수 있었다.하지만, 자신이 지동성의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헛소리하지 마.”시연은 애써 입술을 비틀며 목소리를 눌러냈다.“아빠 간 이식할 때, 우주랑 DNA 검사했어. 우주가 아빠 친아들이 아니면 그때 다 들통났을 거야.”장미리는 눈을 크게 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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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그럼 뭐란 말이야?”장미리는 눈을 흘기며 비웃었다.“이 세상에, 자기 피붙이를 그렇게 대하는 친부가 어디 있어? 네가 생각하듯 모든 잘못이 다 내 탓이라고? 설마.”‘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시연은 속으로 되뇌었다. 장미리 말이 다 옳진 않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에 비해 적고 얕았다는 느낌이 늘 마음 한쪽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부모는 진짜 사랑이었고, 우리는 그저 우연이었다’고 스스로 달래왔던 그 문장도, 이제는 다르게 들렸다.장미리는 말끝을 더 날카롭게 갈겼다.“네 탓만 할 순 없어. 지동성도 탓할 수 없고. 탓해야 한다면, 부명주에게 해. 네 엄마 말이야!”“어떤 남자가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그 바람 난 남자와 낳은 아이까지 대신 키워주겠어?” 시연의 머릿속엔 그보다 더 끔찍한 가능성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만약 장미리 말이 사실이라면... 만약 레오와 부명주가 정말...’그렇다면 그동안 지동성이 시연과 우주에게 보였던 태도들이 어쩐지 설명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지시연!”장미리가 시계를 흘끗 보더니 고개를 쳐들었다.“너한테 일부러 이러는 이유가 있어. 딱 하나 알려주려고 왔어. 지동성이랑 부명주, 같은 무덤에 묻지 마.”장미리는 지동성의 묘석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부명주라는 인간, 그리고 부명주의 마음 따위가 지동성에게 있을 리 없어. 네가 둘을 같이 묻어주면 대체 뭐가 되겠니?”“지동성... 이미 충분히 불쌍하지 않아? 지동성이 다시 부명주를 보살피게 만들 이유가 뭐야? 난 지동성한테 미안하지만, 부명주랑 비교하면 훨씬 나아. 부명주는 그럴 자격이 없어.”시연이 반박할 틈도 없이 장미리는 계속 밀어붙였다.“적어도 넌 지동성을 ‘아버지’라고 불렀잖아. 결국 지동성은 널 위해 죽었단 말이야.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말을 멈춘 장미리는 잠시 멍하니 숨을 고른 뒤, 또 한 가지를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기억나? 내가 그때 부명주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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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온 건 유건과 리슬이었다.시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돌리며 두 걸음 물러났다. 엘리베이터 안엔 자신밖에 없어서 공간은 충분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했다.“네, 사모님. 그럼 전 이만 전화를 끊겠습니다.”전화를 마치자마자 리슬이 환하게 웃으며 불렀다.“시연!”시연이 통화를 끝내자, 자연스럽게 리슬은 팔을 스윽 잡아끌었다.“또 만나네. 퇴근하는 길이야?”최근 들어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듯했다.고상훈이 입원해 있는 탓에, 리슬이 병원에 자주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응, 퇴근하는 길...”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다만 옆에 있는 유건은 아예 보지 않는 듯,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유건 역시 리슬 반대편에 서서, 마치 시연이 없는 사람인 듯 묵묵히 굳은 얼굴만 하고 있었다.리슬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난처하게 입술을 깨물었다.“두 사람...”그러나 유건도, 시연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잠시, 공기가 딱딱하게 굳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다행히 ‘딩’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시연이 먼저 발을 내디뎠다.“리슬, 이만 갈게.”“응, 그래...”리슬은 여전히 웃음을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놓았다.하지만 그 순간이었다.시연이 발을 내딛자마자 중심이 흐트러지며 옆으로 휘청거렸다.“시연!”리슬이 깜짝 놀라 손을 뻗었지만, 그보다 빠른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순간적으로 리슬의 어깨가 밀리며 시야가 흔들렸고, 그다음 눈앞에 펼쳐진 건 유건의 커다란 등과, 그 품에 안겨 비틀거림을 멈춘 시연이었다.리슬의 표정이 굳었다.‘어떻게...? 분명 엘리베이터 안에서부터 단 한 번도 시연을 제대로 쳐다본 적도 없었는데...’유건은 굳게 다문 입술로 시연을 내려다보았다. 깊게 찌푸린 미간, 검은 눈동자가 온전히 그녀에게만 향해 있었다.“괜찮아?”가까이서 본 시연의 얼굴은 화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창백했다. 특히 눈빛이... 너무 지쳐 있었다.“괜찮아요.”시연은 서둘러 몸을 세우며 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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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일에 지쳐서라니... 그런 말은 오직 도리슬만 믿었을 거야.’유건이 속으로 너무나 화가 났다.‘시연이 내 곁에 있었을 때는, 일 안 했던가?’시연이 얼마나 고되게 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유건은 단 한 번도 시연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았다.그래서 유건은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졌다.‘강 여사는 시연을 그냥 ‘시터’ 취급하는 걸까?’‘물론, 아들을 위해 그러는 거라면, 사람 본성이 이기적이라 이해할 수도 있어. 하지만, 노은범은?’ ‘노은범은 시연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도,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거야?’‘노은범이 시연에게 주는 사랑이 고작 이 정도였나?’...은범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시연이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한참이나 혼자서 목발에 의지해 걷기 연습을 하고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시연... 왔구나.”그녀를 보자 은범의 단정한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은범은 아직 말을 느리게, 서너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는 수준이었지만, 의사 말로는 회복 속도가 꽤 빠른 편이라고 했다.그만큼 은범은 조급해했다. 하루라도 빨리 예전처럼 걷고 말하고 싶어, 자는 시간 빼곤 온통 재활 훈련에만 매달렸다.“시연, 잘 왔다!”옆에서 지켜보던 강수희가 기다렸다는 듯 불평을 터뜨렸다.“은범 좀 말려라. 오늘 운동량 이미 초과했는데도 말을 안 들어. 네 말만 듣는다니까.”“어머니...”은범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괜찮아요.”“괜찮고 말고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시연은 곧장 걸어가 은범을 부축하며 부드럽게 말했다.“빨리 좋아지고 싶은 마음 알아. 젊은 나이에 벌써 3년 넘게 병상에 있었으니 안타깝고 조급할 수밖에 없지.”“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돼. 재활도 마찬가지야.”“알았어.”은범은 고개를 끄덕였다.시연 앞에서는 언제나 그랬다. 그녀가 말하면, 은범은 군말 없이 따랐다.“응, 네 말 들을게.”“시연...”은범이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응?”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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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문밖에서 강수희는 두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뭐 해? 애들 밥 먹자고 불렀잖아. 왜 문 앞에서 이러고 있어?”노수철이 다가와 물었다.“쉿!”강수희는 다급히 남편의 입을 틀어막고, 안쪽을 가리켰다.노수철이 고개를 갸웃하며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은범과 시연이 손을 꼭 잡은 채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노수철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좋네. 아주 좋아.”“조금만 더 두자고요.”강수희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은범한테는 밥보다 시연이가 더 보약이에요. 시연이가 분명 알아서 챙길 거예요. 굶기진 않겠죠.”“그렇지.”노수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좋은 소식이 머지않은 것 같은데? 우리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응? 준비라뇨?”강수희는 잠시 멍해졌다.“아이고, 여보도 참.”노수철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뭘 준비하긴 뭘 준비해. 애들 혼사 준비지.”남편의 말에 강수희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마를 ‘탁’ 치며 탄성을 뱉었다.“맞네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이제는 진짜 혼사를 얘기해야죠!”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저녁 식사 때 이야기를 꺼내기로 합의했다....식사할 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강수희는 시연에게 계속 반찬을 집어주며 웃었다.“많이 먹어. 너 요새 너무 말랐어.”“사모님, 전 괜찮아요. 충분히 먹었어요.”시연은 난처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어머니...”은범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죠.”“뭐가 아니야?”강수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내 며느리 반찬 챙겨주는 게 뭐가 잘못됐어?”“그게 아니라...”은범의 얼굴이 벌게졌다. 급히 고개를 저으며 더듬거렸다.“시연이... 싫어해요.”은범은 말이 느려 답답했는지, 직접 젓가락을 들어 시연의 그릇에서 반찬을 옮겨 담았다.“아...”강수희가 눈을 크게 뜨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입맛에 안 맞았던 거구나.”괘념치 않는 듯,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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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시연은 속으로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사모님 말씀대로예요. 다만... 제 일이 워낙 바빠서요. 사모님께서 고생이 많으실 것 같아요.”“아이고, 그게 무슨 소리니!”시연이 흔쾌히 받아들이자 강수희는 눈이 환해졌다. 며느리가 아들 곁에 있어 준다면, 그깟 수고쯤이야 달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너는 일에만 집중하면 돼. 나머진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그러고는 슬쩍 아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솔직히 말해봐. 기쁘지?”은범은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부끄러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미안함이 더 컸다.결혼이라는 큰일을 앞두고도, 시연에게 단 한 번의 프러포즈조차 해주지 못했으니까.강수희는 그런 아들을 보고 크게 웃었다.“뭘 멍하니 있어? 시연이 반찬 좀 챙겨 줘. 내가 준 건 마음에 안 들어 하잖아?”시연은 워낙 마른 체형이지만, 입맛은 괜찮은 편이었다.강수희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했다. ‘은범만 나으면, 저 둘 사이에도 금방 아이가 생기겠지.’‘조이도 예쁘지만, 피가 이어진 손주가 있어야 진짜 부부로 오래가지.’은범은 고개를 끄덕이고, 국을 떠서 시연 앞으로 내밀었다.“시연, 국이야. 조심해... 뜨거워.”“응, 고마워.”식사 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시연은 일어났다.현관까지 배웅하러 나온 은범은 이번에도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의젓하게 목발을 짚고 걸어왔다.“여기까지.”시연이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들어가. 난 괜찮아.”“시연.”은범이 한 걸음 다가오더니, 허리를 살짝 숙여 시연의 손을 잡았다.“미안해.”“응?” 시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미안하다니?”“프러포즈... 못 해서.”은범은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어머니가... 너무 서두르셔서.”“괜찮아.”시연은 고개를 들어 은범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사모님 말씀대로... 우린 아주 오래 알던 사이잖아. 그런 형식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응...”은범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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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사실 레오도 부명주와 마찬가지로 의심했고, 불안했다.“안 되겠어.”부명주는 핸드폰을 집어 들며 시연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물어봐야겠어!”“명주!”레오가 서둘러 그녀를 막았다.“혹시 시연이한테 단순히 다른 일이 있었던 거라면? 지금 전화하면 괜히 의심만 하게 될 거야.”부명주는 멈칫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해?”“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응?”“그럴 수밖에 없나?”“일단은 그래.”레오는 그녀를 반쯤 끌어안아 방으로 데리고 갔다.“시연 성격은 네가 알잖아. 만약 진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그 뒤의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부명주는 알고 있었다.얼굴이 하얘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나는 자격이 없어.’‘딸을 버린 엄마가 무슨 자격으로 걱정이란 걸 하겠어?’그날 밤, 잠 못 든 건 시연만이 아니었다.부명주 역시 침대에 누운 채 끝내 눈을 감지 못했다.아침이 밝자, 레오와 케빈을 내보낸 그녀는 더 이상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레오 말이 옳다는 건 알았다. 그는 그녀보다 훨씬 이성적이었으니까.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마음은 오직 시연에게로 향해 있었다.‘보고 싶어... 내 딸을.’CA국에서 G시까지 온 이유도 결국 시연 때문이었다.머릿속이 복잡해진 부명주는 결국 전화를 걸었다.며칠 전, 시연이 집에 왔을 때 어렵게 받아낸 번호였다.하지만 전화를 걸자마자 부명주는 멍해졌다. 연결이 되지 않았다.한두 번은 의심하지 않았다.그러나 여러 번 걸어도 결과는 같았다.‘설마... 시연이 나를 차단한 거야?’그 생각이 스치자 손발이 얼어붙는 듯했다.‘안 돼,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해!’부명주는 옷을 갈아입고 곧장 강울대병원으로 향했다....아침의 병동은 출입이 제한돼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먼저 응급실로 갔다.시연은 마침 그곳에서 근무 중이었다.환자 두 명을 처리하고 입원 절차까지 마친 시연.부명주는 방해하지 않고 대기실 벤치에 앉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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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돌로 된 탁자 하나, 의자 둘.“앉으세요.”시연이 짧게 말하고 자리에 앉으려 했다.“잠깐만요!”부명주가 그녀를 붙잡았다.“돌로 된 의자는 차가워요. 그냥 앉지 마세요.”그러더니 가방에서 접이식 방석을 꺼내어 시연이 앉을 자리 위에 펴 놓았다.“이제 앉아요.”‘뭐야?’시연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예상치 못한 준비였다.“감사합니다.”굳이 사양해도, 부명주가 끝까지 고집을 부릴 게 뻔했다. 그래서 간단히 인사만 하고 자리에 앉았다.“그렇게 얘기할 거 없어요.”부명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집에 케빈이 있잖아요. 애들 있으면 늘 준비해야죠...”그러곤 조심스레 덧붙였다.“조이 낳을 때 출혈이 심했다면서요? 몸이 많이 상했을 텐데, 더 조심해야죠.”그 말에 시연은 입꼬리만 살짝 올렸을 뿐, 얼굴빛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자기도 모르게 뱉는 말인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데...’“아...”부명주는 늦게서야 눈치를 채고, 급히 말을 돌렸다.“레오한테 들은 거예요. 그때... 레오가 해외로 나가는 걸 도와줬다면서요?”“네.”시연은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그 차가운 태도에 부명주의 불안은 더 깊어졌다.“여기까지 온 이유는... 진료실에 몇 번 갔는데 못 만났기 때문이에요. 혹시...”“저 아직 근무 중이에요.”갑자기 시연이 시계를 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네...?”부명주는 얼떨떨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뭐든 말해 봐요.” 시연은 차갑게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앞으로는 저 찾지 마세요. 제 일에 관여하지도, 캐묻지도 마세요.” 그게 전부였다.말을 마치자 곧 일어나려 했다.“잠깐만요!”부명주가 다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얼굴은 창백했고, 목소리는 떨렸다.“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왜 그래요?”‘무슨 일?’시연은 비웃음이 나올 뻔했다.“네, 있었죠.” 숨을 내쉬며, 시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전 그쪽이 누구인지도, 레오가 어떤 사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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